2021년 2월 5일 1329번 게시글인 진달래과를 시작으로 오늘까지 무려 약 1년 2개월 동안 432개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진달래과 식물들을 탐구에 매진해 왔다. 이제 그 마지막으로 진달래과 수정난풀아과 나도수정초속 나도수정초에 대하여 파악하면서 진달래과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나도수정초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수정초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수정초라는 정명으로 등록된 식물이 없는데 뜬금없이 무슨 나도수정초라는 이름이 있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전역 산지의 숲속에서 가끔 발견되는 이 다년생 초본의 이름은 평소 합리적인 식물 이름을 많이 제시하셨던 한국식물분류학회장과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신 박만규(1906~1977)선생께서 1974년 한국쌍자엽식물지에서 새로이 이름을 붙인것이다. 이런 걸 식물학계에서는 일본식 용어로 신칭(新稱)이라고 한다. 그 분이 느닷없이 나도수정초라고 붙인 것은 아니고 그 도감에서 동시에 수정난풀과 구상난풀의 이름을 수정초(水晶草)라고 칭하면서 학명 Monotropastrum humile인 이 초본의 이름을 나도수정초로 칭한 것이다. 그런데 수정난풀의 이름에서는 수정초가 채택되지 않고서 이 나도수정초라는 이름만 채택되어 소위 정명이라는 추천명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수정난풀을 닮았다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이므로 나도수정난풀로 수정되어 국명(國名)으로 등록되었어야 마땅한데 나도수정초 그대로 정명이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1935년 독일 식물학자인 Heinrich Andres (1883~1970)가 신설한 속명 Monotropastrum도 수정난풀속 즉 Monotropa를 닮았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엽록소가 없어 식물도 동물도 아닌 버섯의 일종인 균근균에 기생하는 수정난풀아과에 속하는 우리 자생 식물 3종은 모두 그 이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수정난풀과 구상난풀은 철자법에 어긋나고 나도수정초는 수정난풀을 닮았다면서도 목록에 존재하지도 않는(?) 수정초를 닮았다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뭐 이정도 쯤은 식물학계에서는 약과(藥果)에 불과하다고 해야 하나.
나도수정초는 한중일과 극동 러시아 그리고 동남아를 거쳐 인도까지 아시아에서만 분포하는 식물이므로 린네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다가 나중에 네팔에서 발견하여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인 David Don (1799~1841)이 이를 수정난풀속으로 분류하여 낮게 자란다는 뜻의 종소명을 붙여서 1825년 Monotropa humilis D. Don라는 학명을 부여한 것이다. 아무래도 수정난풀보다는 키가 작게 자라기 때문에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열매가 전혀 다른 등 많은 차이점이 파악되자 독일 학자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새로운 Monotropastrum속을 신설하자 일본학자 하라 히로시(原寬, 1911~1986)가 신설된 속으로 편입하여 1961년에 Monotropastrum humile (D.Don) H.Hara라고 재명명한 것이다. 동북 3성에부터 남방 운남성과 티베트까지 넓게 분포하는 중국에서는 공(球)이나 항아리(罈)형 열매가 달리고 수정란을 닮았다고 구과가수정란(球果假水晶兰)이나 담과의수정란(坛果拟水晶兰) 구상의수정란(球状拟水晶兰) 등 학명과 맥을 같이 하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 외에도 동북지방 백두산 인근에서 많이 자생하기에 장백의수정란(长白拟水晶兰) 장백가수정란(长白假水晶兰) 또는 동북가수정란(东北假水晶兰) 등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나도수정초의 학명을 싱가포르 식물학자인 겡 쉬안(Keng Hsüan, 1923–2009) 즉 경훤(耿煊)이 1974년에 명명한 Cheilotheca humilis (D. Don) H. Keng를 따랐다가 꼬여 버렸다. 최근에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일본 하라가 명명한 학명 Monotropastrum humile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명이 구과가사정란(球果假沙晶兰)으로 변경되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왜냐하면 가수정란(假水晶兰)이라는 중국속명을 이미 Cheilotheca속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전역의 산지 다소 습한 장소에서 널리 자생하는데 나도수정초의 하얀 비늘이 있는 모습에서 은빛 용이 연상된다고 긴료우소우(ギンリョウソウ)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은룡초(銀竜草)라고 쓴다. 그리고 그 외계 식물 같은 이색적이고도 음산한 모습에서 유령버섯이라는 뜻으로 유레이다케(ユウレイダケ) 즉 유령이(幽霊茸)라고 한다. 서양에서 수정난풀을 ghost plant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름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것은 학명도 그렇고 우리나 중국에서 모두 수정난풀을 닮았다는 취지로 나도수정초나 가수정란으로 부르는데 일본만 거꾸로 나도수정초를 은룡초라고 부르고 수정난풀을 가짜 은룡초라는 뜻인 은룡초의(銀竜草擬)로 부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황색이나 적색인 구상난풀은 말할 것도 없고 수정난풀도 반투명 백색이라고는 하지만 무색투명한 수정(水晶)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지만 무색인 나도수정초야 말로 가장 수정(水晶)에 가까운 색상이 아닌가 한다. 나도수정초가 유럽에도 분포한다면 아마 린네가 수정난풀이 아닌 나도수정초를 대표적인 모식종으로 삼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 이름도 나도수정초가 아니라 진정한 수정초라는 의미에서 내가수정초라고 해야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수정초도 수정난풀이나 구상난풀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주위의 썩은 물질에서 유기물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물기생식물(死物寄生植物)이나 또는 부생식물(腐生植物)로 불렸으나 알고 보니 그게 아니고 일종의 버섯균이 형성한 균뿌리를 통하여 그 균근균이 주변의 다른 식물과 공생관계로 획득한 광합성 결과물 즉 탄수화물 중 일부를 취하여 생존하는 완전 균종속영양식물 즉 기생식물인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엽록소가 없으며 잎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서 점차 퇴화하고 있으며 태양광도 필요하지 않아서 어두운 장소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암술과 수술이 있는 양성화가 피고 벌과 같은 곤충에 의하여 수분을 하고 열매도 맺는 과정은 일반 식물과 다름이 없다. 과거에는 부분적 균종속영양식물인 노루발들과 합하여 별도의 노루발과를 구성하였으나 형태학적 그리고 분자학적 분석 결과에 의하여 노루발아과와 마찬가지로 진달래과로 편입되어 진달래과 수정난풀아과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수정난풀아과는 전세계 10여 개 속에 수십 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나도수정초와 수정난풀 그리고 구상난풀 3종만 자생한다. 최근 신 분류체계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각각 다른 속으로 분류되어 결국 우리나라는 3개 속에 3개 종이 분포하는 셈이다. 참고로 나도수정초속은 전세계 두 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한 종은 중국 특산 사수정(沙晶兰)이다.
나도수정초와 수정난풀의 구분점
수정난풀과 구상난풀은 아직도 같은 속으로 분류하는 학자들이 많을 만큼 큰 차이는 없지만 구상난풀의 색깔이 황적색이라서 반투명 백색인 수정난풀과 다르고 하나의 꽃줄기에 하나의 꽃이 피는 수정난풀에 비하여 구상난풀은 최대 11송이가 총상화서로 달린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최신 유전자 분석에 의하여 혈통이 다르다고 밝혀진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여 둘을 분리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기에 각각 다른 속의 유일종이 된 것이다. 나도수정초는 아무래도 색상이 거의 비슷하고 꽃도 한 송이씩만 핀다는 점에서 수정난풀과 많이 비교가 된다. 그래서 학명은 물론 한중일 모두가 수정난풀과 비교하여 이름을 붙일 정도로 외형상 매우 비슷하기에 구분하기 힘든다고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다른 속으로 분리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열매의 차이 때문이다. 수정난풀과 구상난풀은 철쭉이나 만병초들과 같은 진달래속 수종들과 마찬가지로 익으면 과피가 말라 쪼개지면서 속의 종자가 터져나오는 삭과(蒴果)이지만 나도수정초는 이들과 달리 열매가 산앵도나무아과의 들쭉이나 정금, 산앵도 블루베리 등과 같이 과육과 액즙 속에 종자가 들어 있는 장과(漿果)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식물분류에서 꽃이나 잎의 모양이나 식물의 크기 따위보다도 열매의 형태가 가장 중요한 분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씨방도 수정난풀과 구상난풀은 방사형 벽으로 4~5 갈래로 갈라진 방 가운데 축에 배주가 위치하는 중축태좌(中軸胎座)이지만 나도수정초는 막이 없이 하나로 된 씨방의 가장자리에 배주가 위치하는 측막태좌(側膜胎座)라는 점도 차이점이 된다. 그 외에도 구분이 가능한 많은 포인트가 있는데 일부는 외형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1. 나도수정초의 전초는 무색 거의 투명이지만 수정난풀은 백색이다.
2. 나도수정초의 개화시기가 5~8월로 8~9월인 수정난풀보다 빠른 편이다.
3. 나도수정초의 암술대는 연회람색이고 수정난풀은 주로 황갈색이다.
4. 나도수정초는 처음부터 90도 정도 숙여서 꽃이 피고 열매도 그 상태로 맺지만 수정난풀은 처음에는 완전히 거의 180도로 숙였다가 개화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올라오다가 열매의 단계에서는 위로 일직선으로 직립한다.
5. 수술의 숫자가 나도수정초가 8~12개로 10~12개인 수정난풀보다 적으며 수술의 길이가 일정하여 수정난풀의 짧고 긴 수술이 교차하는 것과 구분된다.
6. 나도수정초의 비늘모양의 꽃받침은 끝이 뭉텅하고 뒤로 말리지만 수정난풀의 꽃받침은 고르지 못한 거치가 있으며 뒤로 말리지 않는다.
7. 키는 수정난풀이 높지만 전반적으로 꽃과 잎 그리고 열매의 사이즈는 나도수정초가 최대 길이 2cm 안팎으로 1.5cm 안팎인 수정난풀보다 크다.
8. 나도수정초의 종자에는 부속물이 없지만 수정난풀의 종자 양끝에는 날개가 있다.
9. 나도수정초의 꽃잎 기부는 작은 주머니(小囊) 모양으로 볼록하다.
10. 나도수정초의 수술 꽃밥에는 작은 돌기(细小疣) 들이 무수히 많다.
11. 수정난풀의 씨방에는 세로 고랑이(縱溝) 있지만 나도수정초에는 없다.
등록명 : 나도수정초
학 명 : Monotropastrum humile (D.Don) H.Hara
이 명 : Cheilotheca humilis (D. Don) H. Keng
분 류 : 진달래과 나도수정초속 다년생 초본 기생식물
원산지 : 한중일러 동남아 인도
중국명 : 구과가수정란(球果假水晶兰) 구과가사정란(球果假沙晶兰)
일본명 : ギンリョウソウ(銀竜草), ユウレイダケ(幽霊茸)
특 징 : 전주 무모, 후변 흑색 육질
높 이 : 7~17cm
줄 기 : 반투명 후변 흑색 육질 거침 3~6mm, 정부유모
뿌 리 : 가늘고 분지, 새집모양 연약
잎특징 : 인편상, 무병, 호생, 뿌리부근 밀집
잎모양 : 장원형, 활타원형, 피침상장원형, 선단원둔, 전연 세소치, 외권, 무모
잎크기 : 10~20 x 4~12mm
꽃특징 : 단일, 정생, 하수, 무색
화 관 : 관상종형, 14~25 x 5~13mm
꽃받침 : 2~5, 장원형, 17~19 x 6~8mm, 선단둔두
꽃 잎 : 3~5, 장원형, 14~25 x 8~12mm, 선단절형, 기부 소낭상, 내면장모
수 술 : 8~12, 등장, 10~15mm
화 약 : 근도란원형, 화주 에워 쌈, 등황색, 작은돌기, 화사 편평, 소조모
자 방 : 난형 장원형, 무모, 측막태좌 6~13
화 주 : 극단 2~5mm, 무모, 주두관대, 나팔상, 경 11~15mm, 연회람색, 소장모
열 매 : 장과, 근란구형 타원형, 12~19 x 11~15mm, 하수, 무모
종 자 : 다수, 타원형 난상타원형, 0,5 x 0.2mm, 담갈색, 광택 망상돌기
개화기 : 5~8월
결실기 : 6~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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