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난풀이라고 또 하나의 수정난풀속 우리 자생종인 다년생 초본이 있는데 이 또한 엽록소가 전혀 없어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영양분 전부를 지하 균뿌리에 의존하고 있는 기생식물이다. 그래서 식물 전체에 녹색은 당연히 없고 잎도 필요성이 없으므로 거의 퇴화하여 조그마한 비늘모양으로 일부 남아 있으며 줄기에는 가지가 전혀 없다. 다만 그 색상이 반투명 백색인 수정난풀과는 달리 옅은 노란색이라서 얼핏보면 버섯이나 기생 난으로 혼동하게도 생겼다. 수정난풀과의 차이점은 국내서는 색상 외에도 개화시기가 한두 달 빠르고 꽃과 열매의 사이즈가 약간 작으며 잎은 거의 줄기 아래에만 붙어 있고 꽃잎과 수술의 숫자가 적고 수술이 짧으며 암술대는 보다 길고 개화 초기에는 꽃이 아래로 숙이지만 개화가 진행되면서 거의 90도 각도로 올라오며 열매의 시기에는 위로 솟는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하나의 줄기에 꽃이 하나씩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최대 8송이까지 총상화서로 핀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수정난풀과 가장 큰 구분점이 된다.
구상난풀을 어느 나라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은 아니지만 한중일을 비롯하여 러시아 및 유럽과 북아메리카 등 북반구 온대 기후 거의 전지역에 분포하여 진달래과 수정난풀아과 종들 중에서는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제주도 한라산의 특산 수종인 소나무과 전나무속 구상나무의 숲 아래에서만 자생하는 것처럼 이름이 붙었고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구상나무는커녕 침엽수와도 어떤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개 산지 활엽수림이나 침엽수림을 가리지 않고 다른 식물들의 생존이 쉽지 않은 숲속 어두운 장소에서도 잘 자란다. 광합성을 하지 않으므로 빛이 반드시 생존에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이창복선생이 1976년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다분히 학명의 영향이 크다. 1753년 린네가 명명한 학명 Monotropa hypopitys L.의 종소명 hypopitys가 아래라는 뜻의 그리스어 hypo와 소나무라는 뜻의 pitys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마침 제주도에서도 구상나무 숲에서 많이 발견되기에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리산이나 소백산 및 설악산 등 전국 방방곡곡 여기저기서 가끔 발견된다. 북방 길림성에서부터 남방 사천성까지 매우 넓게 분포하는 중국에서도 땅에서 잎도 없이 꽃줄기만 나와서 꽃을 피운다고 과거 부르던 이름인 지화(地花)나 토화(土花)를 제쳐두고 소나무 아래서 피는 난이라는 뜻의 송하란(松下兰)을 정명으로 삼아 학명과 맥을 같이 한다.
일본에서는 나름대로 독창적인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그게 바로 석장초(錫杖草) 또는 석장화(錫杖花)이다. 석장(錫杖)이란 원래 인도에서 석가모니가 수행할 때 휴대하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수행승들이 휴대하고 다니던 지팡이를 말하는데 주석이나 백철로 된 탑모양의 막대기 윗부분에 큰 고리와 유환(遊環)이라 불리는 작은 고리를 달아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게 되어 있다. 금속성을 싫어하는 뱀이나 독충을 미연에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붙인 이름 석장(錫杖)은 몸통은 나무이지만 윗부분이 주석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일부에서 풀이하지만 대부분은 움직일 때 유환들이 움직여 錫錫(xixi)하는 소리가 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지팡이의 소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소리를 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것은 석장의 다른 이름 중에 소리와 관련된 성장(声杖)과 명장(鸣杖)이 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석장을 휴대하는 것은 걸을 때 도움을 받거나 뱀이나 해충을 막기 위함도 있지만 민가의 문전에서 유환으로 소리내어 시주 받으러 왔음을 알리는 기능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그 석장의 고리들이 내는 소리가 같은 석석(錫錫)이라고 쓰면서 발음은 당연히 일본식으로 샤쿠샤쿠(シャクシャク, 錫々)라고 하고 있어 너무 흥미롭다. 그러니까 같은 소리를 같은 한자 석(錫) 자로 표현하고서는 실제 소리는 중국에서는 ‘시시’로 일본에서는 ‘사쿠사쿠’로 들린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석석한다고 해야 되나?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그런 설명은 거의 없고 석장보다는 그 움직이는 고리 즉 유환(遊環)의 숫자에 따른 이름으로 주로 부르는데 국내서는 대개 6개의 고리를 쓰므로 육환장(六環杖)이 석장의 대명사가 되어 있지만 사환장이나 십이환장(十二環杖)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원래 인도에서 카카라(khakkhara)라고 불리던 승려들의 지팡이가 중국에 와서는 석장(錫杖)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나라의 경우 신라 선덕여왕 시절 양지(良志)라는 스님은 직접 가지 않고서 포대를 건 석장을 허공으로 날려 시주를 받았다는 일화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으며 그가 머물렀다는 절이 지금도 경주시에 석장사(錫杖寺)라는 이름으로 절터가 남아 있다. 사찰을 건립할 때 일반 신도들이 진흙을 나르면서 불렀다는 풍요(風謠)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來如來如來如, 來如哀反多羅.
(내여래여래여, 내여애반다라.)
哀反多矣徒良, 㓛徳修叱如良来如.
(애반다의도량, 공덕수질여량래여)
오다 오다 오다. 오다 슬픔 많아라.
슬픔 많은 우리 무리여 공덕 닦으러 오다.
일본 불교에는 유난히 석장을 중시하였는지 가와구치시에 도쿠가와가문과 인연이 깊어 쇼군가에서 닛코 가는 길에 들렀다는 석장사(錫杖寺)라는 이름의 사찰이 지금도 있으며 국보로 지정된 석장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지가 없는 하나의 줄기 끝에 여러 송이의 꽃을 달고 있는 이 구상난풀을 보고서 여러 개의 고리가 달린 석장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구상난풀만 석장이라고 하지 꽃이 하나만 피는 수정난풀이나 나도수정초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기에 그렇게 부르지 않는데도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일본을 어설프게 따라서 여기저기에 석장화를 막 갖다 붙인다. 대만에서는 나도수정초를 별명으로 석장초라고 하며 우리나라도 구상난풀은 물론 수정난풀의 이명으로도 석장초라고 국표식에 등록하고 있다. 일찍이 양의학을 받아들여서 그런지 이상하리만큼 일본에서는 어느 식물이던 약재로의 용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구상난풀의 전초를 기침과 기관지염 치료 그리고 이뇨 및 최토제(催吐劑)로 쓴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민간에서 아직 이를 선초(仙草)로 소개한 무협소설의 영향인지 산 숲속에서 구상난풀을 발견하면 임해진주(林海珍珠)라거나 산중괴보(山中瑰宝)라면서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양 기뻐한다. 하지만 중국 약전에서는 수정난풀과 마찬가지로 해경(解痉) 진해(镇咳) 이뇨(利尿) 및 최토(催吐)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지중해까지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 유럽에서는 이를 부르는 이름도 많은데 우선 이 구상난풀의 모습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도로스 파이프같이 생겼다고 Dutchman's pipe로 부른다. 마도로스 즉 matroos가 네덜란드 외항선원을 이르는 말이고 Dutchman 또한 네덜란드인 중에서도 선원을 주로 지칭하는 말이므로 결국 Dutchman's pipe는 마도로스 파이프라는 말이 된다. 우산 손잡이 같이 휘어진 담배 파이프를 동인도회사를 통하여 세계로 널리 퍼져 활동한 네덜란드 선원들이 유난히 많이 애용하였던 것 같다. 가끔 마도로스가 일본에서 매트리스를 잘못 이해하여 생긴 말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일본을 통하여 들어와 발음이 일본식으로 된 것은 맞지만 그 어원은 식사를 같이 하는 동료라는 뜻의 중세 네덜란드어 mattenoot에서 유래되어 선원을 뜻하는 중세 프랑스어 matenots와 matelots가 되었다가 다시 네덜란드어 matroos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구상난풀이 유럽에 흔한 너도밤나무 아래에서 특히 많이 자생하기에 너도밤나무(Fagus) 밑에서 자라는 beech-drops로 불리는 기생식물인 학명 Epifagus virginiana를 닮았다고 false beech-drops이라고도 불리며 소나무 아래서 많이 보인다고 소나무 수액 즉 송진이라는 뜻인 pinesap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땅속 균뿌리가 마치 새집같이 생겼다고 bird's-nest라고 불리는 기생식물이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새둥지란이라고 부르며 한라산에서도 자생한다. 이 구상난풀의 뿌리도 새둥지란과 같이 생겼다고 yellow bird's-nes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반투명한 수정난풀과는 달리 구상난풀은 황색 등 색깔이 있어 유령 즉 고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미국에서 수정난풀을 인디언 파이프라고 하고 유럽에서 구상난풀을 더치맨스 파이프라고 하며 일본에서도 승려들 지팡이라고 한다는 것은 그만큼 땅속에서 가지도 없이 하나의 줄기로 올라오는 모습이 마치 막대기나 파이프 모양으로 비춰지는 것인가 보다.
구상난풀이라는 우리 이름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76년 이창복선생이 명명한 것인데 어법상 구상란풀이라고 했어야 했다. 그리고 선생은 1980년에 수정난풀이라는 이름도 사용하여 같은 오류가 반복되고 있어 단순한 실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나중인 1996년 이영노선생이 구상란풀이라는 제대로 된 이름을 제시하였지만 국표식에서 이를 수용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구상난풀은 사실 안학수선생이 1958년 전남 해남의 두륜산 대흥사 인근에서 발견하여 1963년 한국식물명감에 대흥란(大興蘭)이라고 최초로 기재하였다. 원래 중국 이름도 수정란 송하란이므로 대흥란이 나름대로 명분도 있고 어울리는 이름이 보인다. 하지만 그 당시 무슨 실수인지 그 도감에서 동시에 또 다른 기생식물인 난초과 학명 Cymbidium macrorhizon Lindl.인 대흥란과 중복된 이름을 사용하였기에 아마 그쪽으로 이름을 빼앗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구상난풀을 대흥란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국표식에도 구상난풀의 이명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 후에도 1974년 박만규선생이 한국쌍자엽식물지에서 수정초(水晶草)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여기서는 통하지 않았지만 그 도감에서 동시에 제시한 학명 Monotropastrum humile인 근연종의 이름 나도수정초는 정명이 된다. 그런데 수정초(水晶草)가 일견 중국 이름 수정란(水晶蘭)과 비슷해 보여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엉뚱하게 전혀 다른, 절화나 드라이 플라워로 많이 사용하는 갯질경과 갯질경속 즉 Limonium속 식물들인 국내서 리모니움이나 스타티스 또는 카스피아로 불리는 식물들을 지칭하게 된다. 결국 수정난풀이나 구상난풀 그리고 나도수정초 모두 이상한 이름이 되어 버렸다. 그냥 수정란 구상란 그리고 나도수정란이면 족할 것을 말이다. 이런 와중에 안학수선생은 1982년에 이 구상난풀의 이명으로 나도수정초와 석장풀 및 석장화를 제시하여 이쯤되면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장이 아니라 중구난방(衆口難防)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아무리 따져 보아도 이 많은 이름들 중에서 일반 국민들이 부르던 향명(鄕名)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식물 학자들 자기들이 만든 쓰잘데없는 이름이 이렇게나 많단 말인가?
그런데 알고보면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이 이름짓기 경쟁만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바로 엊그제에도 구상난풀의 이명이 또 하나 늘어났다. 그게 바로 너도수정초라는 것이다. 최근까지만 하여도 털이 없는 구상난풀의 변종으로 1938년 일본학자 하라 히로시(原寬, 1911~1986)가 Monotropa hypopithys var. glaberrima Har라는 학명을 붙인 너도수정초가 등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국제적으로는 진즉부터 원종인 구상난풀에 통합되었으나 국내서 정리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통합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분리 당시의 국명이 이명으로 기재되기 때문에 구상난풀의 이명이 또 하나 추가되는 것이다. 바로 이거다. 과거에도 여러 개의 학명으로 세분되어 있던 것이 흡수 통합되는 과정에서 이명이 하나씩 추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상난풀은 엄청나게 많이 난립하였던 학명을 모두 모아서 하나로 통합하여 그 유사학명이 많기로 유명한데 그 숫자가 무려 80개가 넘는다고 한다. 통합되니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편하기는 하지만 하나의 학명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식물학자들이 표본을 채집하고 동정하여 기발표 종들과 중복체크하고 라틴어로 묘사하여 발표하기까지 얼마나 고생하였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는 하다. 그래서 우리 동양에서는 구상난풀을 주로 담황색이라고 하지만 아메리카대륙에서는 빨간색도 매우 흔하며 개화시기도 4월부터 12월까지 지역에 따라 다르며 꽃도 최대 11송이까지 달리며 털의 유무와 무관하게 원종인 Monotropa hypopithys L. 또는 신학명의 원아종인 Hypopitys monotropa subsp. Monotropa 하나로 통합된다. 다만 신학명의 경우 유럽 일부에서 자생하는 털이 있거나 없고 꽃이 8송이 미만으로 달리고 꽃잎이 짧고 암술대가 씨방보다 같거나 짧으며 씨방에 털이 없는 종만 Hypopitys monotropa subsp. hypophegea (Wallr.) Tzvelev라는 아종으로 구분할 뿐인데 동양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구상난풀의 학명을 서두에서는 Monotropa hypopithys L.이라고 하고서는 이제 와서 왜 갑자기 엉뚱하게 거꾸로 된 학명이 등장하는가 하고 의문을 품어야 당연하다. 그렇다. 지금부터 학명이 꼬인 것에 대하여 알아보자. 1753년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하면서 Species Plantarum라는 식물분류목록집을 발간할 때 포함된 5,940종 중 하나로 구상난풀이 학명 Monotropa hypopithys로 포함되어 있었다. 속명 Monotropa는 한 바퀴라 즉 one turn이라는 뜻인데 도대체 뭐가 한 바퀴라는지 애매하다. 그래서 living alone solitary 즉 단독으로 산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구상난풀이 지하 줄기에서 여러 꽃줄기가 나오기 때문에 이 또한 시원한 해석이라고 하기 어렵다. 다만 하나의 줄기가 나와서 가지가 없이 곧장 위로 자란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수밖에는 없을 듯하다. 린네가 한꺼번에 5,940종을 명명하느라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학명도 더러 있기는 하다. 그리고 종소명 hypopithys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나무 아래라는 뜻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구상난풀이 활엽 낙엽수인 너도밤나무나 개암나무 숲 석회질 토양이나 침엽 상록수인 소나무 아래의 산성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나무 아래라면 라틴어로 hypopitys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실수로 그만 hypopithys라고 표기하여 인쇄한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학명을 Monotropa hypopithys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우리나라도 그렇게 등록되어 있지만 현재는 거의 모두 단순 오자이므로 이를 수정하여 Monotropa hypopitys라고 표기한다.
그런데 린네가 최초로 명명한 후 몇 년이 지난 1756년에 영국의 작곡가겸 배우이자 작가이며 식물학자인 John Hill(1716~1775)경이 헷갈렸는지 속명을 종소명인 Hypopitys라고 표기하게 된다. 그는 곧 실수를 인정하고 Hypopitys속이 곧 Monotropa속이라고 밝히게 되어 일단락 된 것으로 끝났다. 그런데 1766년 룩셈부르크 출신 외과의사 겸 식물학자인 Heinrich Johann Nepomuk von Crantz (1722~1799)가 무슨 이유인지 린네가 명명하였던 학명을 뒤바꿔 Hypopitys monotropa Crantz라는 학명을 부여하여 새로운 속으로 편입하고 심지어는 수정난풀도 Hypopitys uniflora (L.) Crantz라고 속을 변경하여 재명명하게 된다. 그러니까 린네가 명명한 Monotropa속을 송두리채 존 힐경이 실수로(?) 명명한 Hypopitys속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 이후 미주대륙에서 발견된 몇몇 종이 이 Hypopitys속으로 추가 명명되었지만 내용적으로도 명분이 없고 형식적으로도 속명이 제대로 발표되지 않았기에 무효라며 Hypopitys속을 현재까지 전혀 인정하지 않는 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동양 학자들도 Monotropa속으로의 분류를 고수하여 왔는데 최근에 반전이 일어났다. 유전자 분석 결과 구상난풀과 수정난풀은 속을 분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된 것이다. 그래서 극히 최근에는 구상난풀은 Hypopitys monotropa Crantz로 학명표기하는 학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발빠른 일본은 이미 변경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현재로서는 양쪽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결국은 대세인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라 분류한 쪽이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수정난풀은 그 속의 유일한 종이 되고 구상난풀 또한 Hypopitys속의 유일한 종이 된다.
구상난풀도 수정난풀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영양조달을 하지 못하여 균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일종의 버섯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스스로 썩은 낙엽이나 동식물이 사체에서 영양을 직접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물기생식물(死物寄生植物)이나 부생식물(腐生植物)로 불렸으나 이제는 실제로는 균근균이 주변의 다른 식물과 수분과 미네랄을 공급하고 탄수화물을 받는 공생관계를 형성하여 얻은 탄수화물 중 일부를 받아먹는 것으로 살고 있는 완전 균종속영양식물(菌從屬營養植物)로 부른다. 즉 균근균에 기생하는 기생식물(寄生植物)이라는 것이다. 왜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이 없는데도 이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되는지에 대하여는 아직 학자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중의 공생 협력을 기대하고 버섯균이 구상난풀을 종자시절부터 품었으나 끝내 보답을 받지 못하는 일종의 기만(cheating)관계가 아닌가 추측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수정난풀이나 구상난풀 그리고 나도수정초는 겉보기는 특이하고 신비스럽고 나름대로 아름답지만 알고 보면 사기성이 농후한 식물 기생충인 것이다. 따라서 구상난풀이나 수정난풀 등이 자라려면 균뿌리균은 필수적이고 그 균뿌리균과 공생관계에 있는 제3의 식물이 있어야 하므로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옮겨심지 않으면 이식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어디서든 이들을 발견하더라도 탐하면 안되는 것이다.
등록명 : 구상난풀
이 명 : 대흥란 구상란풀 석장화 석장초 나도수정초 등
학 명 : Monotropa hypopitys L. / Monotropa hypopithys L.
신학명 : Hypopitys monotropa Crantz
분 류 : 진달래과 수정난풀속 다년생 초본 균종속영양식물
원산지 : 한중일러 북미 유럽
영어명 : Dutchman's pipe, false beech-drops, pinesap, yellow bird's-nest
중국명 : 송하란(松下兰) 토화(土花) 지화(地花) 林海珍珠 山中瑰宝
일본명 : シャクジョウソウ錫杖草 錫杖花
초 장 : 8~27cm
줄 기 : 무엽록소, 백색 담황색, 육질, 후변흑갈색
뿌 리 : 세, 분지 밀, 새집모양
엽 편 : 인편상, 직립, 호생, 상부교희소, 하부교긴밀
잎모양 : 난상장원형 난상피침형, 선단둔두, 전영, 상부 부정제 거치
잎크기 : 1~1.5 x 0.5~0.7cm
꽃차례 : 총상화서 3~8송이, 초기 하수, 후변직립
꽃모양 : 통상종형, 1~1.5 x 05~0.8cm
포 편 : 난상장원형 난상피침형, 1~1.6 x 0.4~0.7cm
꽃받침 : 장원상란형, 선단급첨, 조락
꽃 잎 : 4~5, (도란상)장원형, 12~14 x 4.6~6mm, 선단둔, 상부 부정제거치, 조락
수 술 : 8~10, 단우화관, 화약 등황색, 화사 무모
자 방 : 무모, 중축태좌, 4~5실
화 주 : 직립, 2.5~5mm, 주두팽대 나팔상, 4~5원렬
열 매 : 삭과, 타원상구형, 7~10 x 5~7mm
개화기 : 6~8월
결실기 : 7~9월
용 도 : 약용 전초 보허약(补虚弱) 치허해(治虚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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