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과 수종으로 국내 등록된 540종 중 앞에서 이미 탐구를 마친 장미속을 제외한 나머지 목본 탐구를 이제부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탐구대상으로 우리 자생종이 아닌 외래종인 아몬드부터 시작한다. 널리 알려진 수많은 우리 자생종 유실수나 아름다운 벚나무를 제쳐두고 웬 아몬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장미과를 장미아과 등 3개의 아과로 분류할 때 가장 큰 아과가 바로 아몬드아과 즉 Amygdaloideae이며 앞으로 탐구할 대상이 거의 모두 아몬드아과로 분류되는 수종들이기 때문이다. 장미과 아몬드아과 아몬드족 벚나무속(Prunus)으로 분류되는 낙엽성 관목 또는 소교목인 아몬드는 현재 비록 아몬드아과의 모식종은 아니지만 1832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인 George Arnott Walker-Arnott경(1799 ~ 1868)이 Amygdaloideae라는 아과를 신설할 때는 분명 아몬드를 염두에 두고서 명명한 것이 분명하다. 그 당시 아몬드의 학명은 린네가 1753년 명명한 Amygdalus communis L.로서 아몬드속 즉 Amygdalus속의 모식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서양의 대표적인 봄꽃 과일나무인 아몬드를 중심으로 자두나무와 양벚나무 복사나무 귀룽나무 풀또기 이스라지 등을 묶어서 하나의 아속을 신설한 것인데 나중에 조팝나무와 사과나무 가침박달 국수나무 황매화 쉬땅나무 등이 추가되어 다양한 아과(亞科)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도 아몬드아과(亞科)와 아몬드족(族)은 그대로 유효하게 존재하고 있는데 정작 그 당시 모식속이었던 아몬드속은 자두나무속으로 통합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아몬드의 경우 아과와 족명(族名)은 아몬드이지만 속명(屬名)은 자두나무속 즉 Prunus가 되어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이상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에 아몬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아몬드는 기원전 3,000~2,000년 전인 청동기 초기시대에 이미 중동지역에서 재배된 흔적이 유적에서 발굴되고 있어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인간에 의하여 길러진 유실수로 알려져 있다. 원래 중동의 이란에서 비롯된 과일나무이기는 하지만 금새 인근 지중해 연안 남유럽과 북아프리카로 전래되어 기원전 1325년경 조성된 이집트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아몬드가 발견되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스페인에는 12세기 아랍의 농업기술자가 쓴 아몬드재배법이 전해온다고 한다. 그만큼 일찌감치 도입되어 유럽인들에게 친숙한 데다가 생으로나 익혀서 식용하며 기름을 짜서 올리브유 대용으로 마사지 등에 사용하였으며 초콜릿의 원료로 사용하는 등 매우 다양한 용도로 이용하였기에 그런지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 아몬드와 여러모로 비슷한 근연종인 중국 원산의 복사나무도 함께 같은 속으로 분류하였는데 복사나무를 제쳐두고 아몬드의 이름으로 속명을 Amygdalus라고 붙였다. 린네는 아몬드는 Amygdalus communis L.라고 명명하고 복사나무는 Amygdalus persica L.라는 학명을 동시에 부여한 것이다. 속명 Amygdalus는 고대 그리스어로 almond 즉 아몬드를 지칭하는 말이다. 지금은 아몬드와 복사나무를 자두나무속 즉 Prunus속에서 다른 조(組) 즉 section으로 세분류하지만 당초에는 같은 속으로 분류하였으므로 결국 Amygdalus는 복사나무속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를 도(桃)속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도 모모(モモ)속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결국 아몬드는 서방에서 도입된 복숭아로 인식하여 중국과 일본에서 모두 열매가 편평한 복숭아라고 편도(扁桃)라고 부른다. 우리 동양 입장에서는 ‘어디 듣보잡 아몬드 따위가 감히 천상의 과일이라는 복숭아를 무시하다니’라고 말하겠지만 서양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식물분류학이 서양에서 시작되었으므로 우리는 그저 따를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다.






현재 아몬드를 우리나라에서는 Prunus dulcis라는 학명으로 등록하고 있으며 이게 국제적인 대세이다. 하지만 그 당시 린네는 비슷비슷한 과일인 살구와 체리 즉 양버찌 그리고 복숭아와 자두 등 유실수들 즉 소위 행앵도리(杏櫻桃李)와 귀룽나무를 포함한 이들을 분류함에 있어서 처음에는 양벚나무속인 Cerasus속과 아몬드속인 Amygdalus속 그리고 살구나무를 포함한 서양자두나무를 Prunus속으로 귀룽나무를 padus속 등 4개 속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에는 두 개의 속으로 통합하여 복사나무를 포함한 아몬드속 하나와 나머지 자두나무와 살구나무 양벚나무 귀룽나무 등을 모두 통합한 Prunus속 둘로 분리하여 명명하였다. 그러다가 후세 학자들에 의하여 아몬드속마저도 자두나무속인 Prunus속으로 통합되어 현재 이 자두나무속은 다소 이질감이 있는 매우 다양한 수종들이 모인 복합한 속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겉모습과 느낌으로는 분명 이질감이 커 보이지만 혈통적으로 같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되어 중국과 일본에서는 그동안 각각 세분하여 별도의 속으로 분류하거나 일부를 별도의 속으로 분류하였으나 이제는 점차 국제적인 대세에 순응하려는 추세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중국식물지에는 행앵도리(杏櫻桃李) 등을 각각의 속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국제 추세에 부합하게 수정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서양 분류체계를 가장 먼저 잘 수용하는 일본은 당연히 아몬드족 여러 수종들을 모두 자두나무속 즉 Prunus속으로 통합할 것 같지만 워낙 일본인들에게 벚나무 즉 사쿠라가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그런지 뜻밖에도 일본의 저명 식물학자인 동경대학 명예교수인 오오바 히데아키(大場秀章, 1943~ )의 1992년 논문을 근거로 벚나무는 별도의 사쿠라속 즉 Cerasus속으로 분류하기를 아직도 고수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렇듯 대표적인 유실수이자 동양 전통의 아름다운 봄꽃수종들인 이른바 행앵도리(杏櫻桃李)의 분류방법이 서양 기준을 그대로 따르는 우리와 사쿠라의 별도 분리를 주장하는 일본과 아직은 각각 독립된 속으로 분류하는 중국의 현행 기준이 달라서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이른 봄에 아름다운 꽃이 피는 유실수가 이들뿐인 것은 아니다. 꽃사과를 포함한 사과나무도 있고 배나무도 있으며 모과나무나 산사나무 등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열매가 이과(梨果)라서 핵과(核果)인 아몬드나 자두나무들과는 구분이 되어 사과나무족(族)을 구성하는 개개의 속으로 분류되어 왔다. 그러니까 사과나무는 사과나무속으로 배나무는 배나무속으로 산사나무는 산사나무속으로 처음부터 분류되어 명명되었기에 혼선이 없다. 다만 소위 우리가 행앵도리(杏櫻桃李)라고 부르는 살구나무와 매실나무 벚나무와 앵도나무 복사나무와 아몬드 및 자두나무가 문제되는 것이다. 여기에 귀룽나무까지 포함하여 이들을 모두 하나의 속인 Prunus속으로 통합하여 분류하는 것이 서양의 대세이므로 우리나라는 얼른 따라 하고 있지만 주요 원산지인 일본과 중국에서 흔쾌히 따르지는 않고 아직도 일부 또는 전부를 별도의 속으로 구분하여 분류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서양에서는 현재 이들을 모두 묶어서 하나의 자두나무속으로 분류하면서 내부적으로 9개 조(section)로 세분하고 있으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초창기에는 과거 4개의 속으로 분류되던 것을 린네가 1753년 이들을 두 개의 속으로 통합하여 복사나무는 Amygdalus속으로 나머지 자두와 살구와 양벚나무 귀룽나무 등은 Prunus속으로 명명한 것이다. Amygdalus속은 당연히 아몬드가 모식종이 되었고 Prunus속은 서양자두가 모식종이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벚나무도 자두나무속에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두나무속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다. 현재 통합된 Prunus속을 중국에서는 학명의 어원인 plum을 따라서 자두나무속 즉 이(李)속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자두나무속인 줄 뻔히 알면서도 벚나무속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가 된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벚나무는 중요한 나무이고 자두나무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쿠라를 거의 국화로 인식하는 일본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심지어는 아몬드아과인 Amygdaloideae도 아몬드아과는 물론 모모(桃)아과도 아닌 사쿠라(桜)아과라고 부른다. 아마 우리도 그렇게 벚나무아과로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린네 당시의 서양에는 아름다운 동양의 벚나무는 구경도 한 적이 없었고 서양 원산의 양벚나무와 신양벚나무가 존재하였을 뿐이다. 그 양벚나무에서 체리를 수확하였지만 그 존재감이 서양자두보다는 못하였던 것 같다.


다시 린네 당시로 돌아가서 린네가 아몬드속과 자두나무속으로 분류하여 명명한 후에 후세 학자들에 의하여 과(科) 즉 family가 생겨나자 이를 각각 아몬드과와 자두나무과로 분류한다. 말하자면 덩치에서는 복사나무 한 종류인 아몬드속보다는 살구와 매화 벚나무 앵두 귀룽나무 등이 망라된 자두나무속이 더 컸으나 동등한 과(科)로 분류되어 확실한 서열이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이들이 장미과에 흡수 통합되면서 둘이 합하여 하나의 아과(亞科)를 구성하게 되었는데 먼저 자두나무아과가 발표되었으나 형식미비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여 재차 준비하는 와중에 1832년 아몬드아과가 신설되어 아몬드속과 자두나무속이 이 아몬드아과로 분류된 것이다. 즉 1차전에서는 덩치가 작은 아몬드가 극적으로 역전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예 아몬드속이 자두나무속으로 통합되어 운명이 뒤바뀌면서 자두나무가 최종 승자가 된다. 그렇게 다른 속으로 변경되면 아몬드의 학명 Amygdalus communis가 Prunus communis로 변경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미 이 종소명이 다른 수종을 표기하기 위하여 사용되었기에 하는 수 없이 아몬드의 유사학명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아일랜드 식물학자인 David Allardice Webb (1912~1994)이 1768년에 명명되었으나 사장(死藏)되었던 아몬드의 유사학명 Amygdalus dulcis Mill.를 소환하여 속을 변경하여 1967년에 재명명한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에 등록된 학명 Prunus dulcis (Mill.) D.A.Webb인 것이다. 비록 자두나무속으로 재명명된 기간은 일천하지만 영국 식물학자인 Philip Miller경(1691~1771)이 최초 명명한 연도가 1768년이므로 나중인 1801년에 명명된 Prunus amygdalus Batsch 등보다 선순위권을 갖는 것이다.


당초 밀러경은 린네가 명명한 학명 Amygdalus communis는 관상용에 국한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기는 식용에 적합한 단맛이 나는 과실수인 아몬드라는 뜻으로 Prunus dulcis라고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아몬드에는 식용이 가능한 단맛이 나는 품종도 있지만 독성이 있어 식용이 불가능한 쓴맛이 나는 품종도 있는데 별도의 독립된 종으로 또는 변종 즉 var. amara 등으로 분류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원종인 Prunus dulcis에 통합되어 있다. 여하튼 이렇게 하여 자두와 아몬드는 장미과 내에서 아과명과 족명은 아몬드를 따르고 속명은 자두를 따르는 어정쩡한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주목해야 될 부분은 밀러가 당초 린네가 명명한 학명이 단순히 관상용 아몬드 즉 꽃아몬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많다. 과수원 사과나무보다는 꽃사과의 꽃이 아름답고 복사나무도 꽃복사나무가 훨씬 색상이 다양하고 아름답다. 매화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운 매화는 매실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몬드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서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예상과는 달리 아몬드가 단순하게 단단한 종자만 생산하는 수종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인 것이다. 서양에서는 Prunus속으로 분류되는 봄꽃 중에서 아몬드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고 극찬한다. 여기 국제수목학회가 다른 낙엽수들이 겨우 움트기 시작하는 이름 봄에 은은한 색상의 황홀하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 깊은 감동을 주는 가장 아름다운 봄꽃나무라고 극찬한 원문을 소개한다. Of the earliest blossoming trees it is the most beautiful, flowering in early spring when almost all other deciduous trees and shrubs are merely showing signs of reawakening growth, and providing then a delightful feast of softest colouring, which gives, perhaps, a deeper pleasure than any of the great genus Prunus.


서양인들은 아몬드를 우리가 살구나무나 복사나무 또는 벚나무를 생각하듯이 봄꽃의 대명사로 인식하기 때문에 아직도 장미과 식물들 중에서 장미아과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아몬드아과라고 칭해도 전혀 거부감이 없는 것이다. 단순하게 과일로서의 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은 전혀 아니라는 것을 18세기 영국의 밀러가 그리고 현재 국제수목학회에서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동양에서의 대표적인 봄꽃나무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식물이 다양하지 않은 삭막한 서양에서는 쉽게 아몬드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우리 동양에서는 결코 쉽게 결론에 도달할만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일본에서는 사쿠라(桜)라고 하겠지만 일본인들의 매화사랑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군자 매란국죽(梅蘭菊竹)에 등장하며 화엄사 각황전 앞에 우뚝서서 매년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흑매(黑梅) 등 매화(梅花)일까? 아니면 중국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의 도원경(桃源境)이나 삼국지의 도원결의(桃園結義) 또는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에 등장하는 복사꽃일까? 아니면 애주가들이 좋아한다는 술 익는 마을 행화촌(杏花村)이나 나의 살던 고향의 봄에 등장하는 살구꽃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우물가 처녀를 옆에서 지켜보던 앵두나무일까? 그리고 자두나무속은 아니지만 같은 아몬드아과로 분류되는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한다는 배꽃이나 야광(夜光)나무나 수사해당(垂絲海棠) 등 꽃사과 그리고 명자나무의 아름다움도 결코 만만치 않다. 따라서 정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특이한 점은 서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나 중국 고전에도 장범준의 벚꽃엔딩과 같이 벚꽃을 읊은 노래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지 앞으로 파악해 볼 과제이다. 그리고 동양 3국 어디에서도 자두꽃을 봄꽃의 대명사로 칭송하는 것은 안 보인다. 그래서 서양에서 속명을 Prunus라고 하여도 이를 선뜩 자두나무속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등록명 : 아몬드
학 명 : Prunus dulcis (Mill.) D.A.Webb
이 명 : Amygdalus communis L.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교목 관목
원산지 : 이란
중국명 : 편도(扁桃) 파단행(巴旦杏) 팔단행(八担杏)
일본명 : ヘントウ(扁桃)
수 고 : 4~10m, 줄기 지름 30cm
줄 기 : 녹색(초기) 갈색(여름) 녹색(1년 후)
잎특징 : 8~13cm 길이, 거치, 잎자루 2.5cm
내한성 : 영하 18도
특 징 : 같은 유전형질간에는 수분하지 않으므로 재배시 다양한 품종을 같이 심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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