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표식에 만첩백도라고 학명 Prunus persica f. alboplena C.K.Schneid.로 등록된 복사나무 변종이 있다. 만첩은 ‘겹겹이 둘러 싸임’ 또는 ‘여러 겹’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일만 萬(만) 자와 거듭 疊(첩) 자를 합쳐서 萬疊(만첩)이라고 쓴다. 물론 여기서 만(萬)은 정말 일만(一萬)이라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라는 뜻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꽃잎이 만첩 즉 만겹이나 된다니 정말 우리나라 국민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과장이 심해도 너무 심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쓰는 나라는 우리 밖에는 없다. 중국에서는 萬疊(만첩)이라는 단어는 첩첩산중(疊疊山中) 등 산세를 표현할 때에만 쓰고 꽃의 표현에는 쓰지 않으며 일본에서는 이런 단어 자체를 거의 쓰지 않는 것 같다. 중국에서는 외겹꽃은 단판화(单瓣花)라고 하고 두겹 이상인 경우는 중판화(重瓣花)라고 한다. 여기서 瓣(판)이란 원래 꽃잎을 뜻하지만 단판 중판이라고 할 때는 꽃잎 한장 두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한겹 두겹을 뜻한다. 그래서 단판화는 꽃잎이 한겹(一層)인 꽃을 말하고 중판화는 꽃잎이 두겹이상 여러 겹(多層)인 꽃을 말한다. 그리고 겹이란 그 꽃의 정해진 꽃잎의 한 바퀴를 말하므로 복사꽃의 경우는 꽃잎 5장으로 한겹이 구성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아주 여러 겹일 경우에는 드물게 천판화(千瓣花)라고 하는 경우는 있어도 만판화(萬瓣花)라고까지는 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도 홑꽃인 경우는 단판화(単弁花)라고 두겹 이상인 경우는 중판화(重弁花)라고 하지만 중판화를 주로 야에자키(八重咲き)라고 불러 8겹(八重)을 넘지 않게 표현한다. 그러니까 여러 겹의 꽃잎을 묘사할 경우 일본은 겨우 8겹이라고 현실적으로 부르고 뻥이 일상화된 중국의 경우는 천겹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한술 더 떠서 만겹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꽃의 구조를 한글로 표현할 때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한자어로 표현할 때는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꽃잎을 지칭하는 한자인 판(瓣)이라는 글자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서 꽃을 홑꽃 겹꽃을 표현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일부 고문헌에는 판(瓣) 대신에 엽(葉)을 쓴 경우도 보여 해석에 애를 먹는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고려시대 시중(侍中)을 지낸 최승로(崔承老, 927~989)가 쓴 금중잡저시고(禁中雜著詩藁)에 있는 4운 절구 4수가 나중인 1254년경에 고려 후기의 문인인 최자(崔滋, 1188~1260)에 의하여 편찬된 보한집(補閑集)에 실려 있는데 그 응제시(應製詩)의 제목이 ‘長生殿後百葉杜鵑花(장생전후백엽두견화)’인데 이를 ‘장생전 뒤뜰 잎이 무성한 두견화’라고 번역하게 되지만 알고보면 그게 아니고 ‘장생전 후원 겹두견화’라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구한말에서 건국 초까지 활동한 인물인 퇴수재 이병곤(李炳鯤, 1882~1948)이란 분이 1906년부터 1948년까지 쓴 퇴수재일기(退修齋日記) 제13권 기묘년(1939년) 5월 15일의 기록 중에 목단(牧丹)을 묘사하면서 惟其都是重葉者(유기도시중엽자), 而單瓣者絶少(이단판자절소)라는 즉 “단지 모두 겹꽃이고 홑꽃은 드물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도 겹꽃을 중판(重瓣)이 아니라 중엽(重葉)이라고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요한선생이 안창호박사의 흥사단을 배경으로 1926년 창간한 잡지 동광(東光)의 1927년 8월 호에 우호익(禹浩翊, 1897~1983)교수의 사설 무궁화고(無窮花考)에서 보면 홑꽃과 겹꽃을 단판(單瓣)과 복판(複瓣)으로 표현한 용어가 나온다. 그러니까 최소한 조선말에는 판(瓣)이란 용어가 꽃의 묘사에 쓰이고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역사학계에서는 문화재의 연화문(蓮花紋) 등을 표현할 때 단판(單瓣)이나 복판(複瓣) 또는 중판(重瓣)이라는 표현을 빈번히 사용하는데 정작 식물학계에서는 살아있는 식물을 표현할 때에 왜 안쓰는지 알 수가 없다.
여하튼 과거 우리가 써 오던 겹꽃을 뜻하는 복판(複瓣)이나 중판(重瓣)을 버리고 그 당시사전에도 없던 새로운 용어인 만첩(萬疊)을 만들어 이름을 처음 붙인 사람은 바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물학자라는 이창복선생이다. 그가 1966년 발간한 한국수목도감에서 만첩백도 만첩개벚 만첩산철쭉 만첩옥매 만첩조팝나무 만첩홍도 등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는 그 이후 2003년에도 만첩홍매실 만첩흰매실 만첩빈도리 만첩삼입국화 등의 이름을 붙여 만첩이 붙은 우리나라 식물 이름은 거의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리고 만첩을 많첩으로도 표기하여 많첩백도라는 이상한 이명도 덧붙여서 말이다. 글쎄 미국서 공부하고 온 이창복선생은 한자어로 쓰는 것을 구시대의 산물로 보았나 보다. 하기야 그 당시 한글전용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던 시절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과거 우리 선조들이 쭉 써오던 용어를 그렇게 헌신짝처럼 하루아침에 버렸어야 했나 싶다. 최소한 이명으로라도 남겨 뒀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냐는 말이다. 이 품종을 중판백도(重瓣白桃)라고 하였으면 앞 게시글에서 다룬 홑꽃인 경우는 단판백도(單瓣白桃)가 되며 두겹인 경우 복판백도(複瓣白桃)라는 표현이 가능하여 명쾌하게 이해가 되는데 만첩(萬疊)백도라고 하니 그럼 홑꽃은 단첩(單疊)이 되나 아니면 일첩(一疊)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단 두겹인 경우도 만첩(萬疊)이라고 해야하는지 아니면 그냥 겹꽃이라고 해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기존에 우리 선조들이 쓰던 한자어 이름을 쓰기 싫었으면 그냥 겹백도라고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학명 Prunus persica f. alboplena C.K.Schneid.는 독일 식물학자 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가 1906년 명명한 것인데 품종명 alboplena는 영어로 double white 즉 백색 겹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만첩백도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중국에서는 관상용 겹꽃인 벽도(碧桃) 중 여러 겹 흰색 꽃이 피는 품종이라고 천판백도(千瓣白桃)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품종은 어느 특정 품종을 지칭한다기보다는 백색 겹꽃이 피는 관상용 품종 부류를 통칭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편이 편하다. 일본에서도 이런 부류의 품종들을 굳이 부르자면 하나모모(花桃) 중 백도팔중(白桃八重)이 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부르지 않고 구체적인 특정 품종명인 조수백(照手白)이나 한백도(寒白桃) 등으로 부른다. 그러니까 백색 겹꽃이 피는 품종이 한둘이 아니고 다수의 품종이 있는데 이들을 우리는 만첩백도라고 부른다고 인식하면 되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 학명은 독립된 품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원종인 Prunus persica 즉 복사나무에 통합되었다. 대개 만첩식물은 꽃의 암수술이 꽃잎으로 변한 것이므로 결실이 약하거나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등록명 : 만첩백도(萬疊白桃)
학 명 : Prunus persica f. alboplena C.K.Schneid.
통합명 : Prunus persica (L.) Batsch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소교목
중국명 : 천판백도(千瓣白桃)
일본명 : 백도팔중(白桃八重)
특 징 : 백색 겹꽃이 피는 꽃복사나무의 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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