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벗나무속/자두아속살구조

1785 흰만첩매실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

낙은재 2023. 3. 10. 20:19

흰만첩매실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
흰만첩매실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
흰만첩매실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

 

매화는 백색 또는 분홍색 홑겹 꽃이 피는 것을 동양에서는 매(梅)라고하는 학명 Prunus mume의 기본 특성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꽃잎이 홑겹이 아닌 2~3겹이거나 또는 여러겹으로 피는 품종들이 있다. 이를 동양에서는 당연히 매실나무 원종과는 다른 변종이나 품종으로 봐서 별도의 이름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겹꽃이 피는 매화나무를 만첩매실이라고 하며 꽃이 흰색은 흰만첩매실이라고 하고 붉은색은 홍만첩매실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만첩이라는 말이 붙은 식물이름이 제법 있지만 지금 현재도 정명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매실 외에도 복사나무와 살구나무 그리고 조팝나무 빈도리 및 협죽도 등이 있어 모두 6종이 된다. 그런데 앞 1772 만첩백도 게시글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이 만첩(萬疊)이라는 이름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첩이라는 용어는 지금은 제법 익숙하게 들리지만 우리 과거 조상들은 물론 1937년에 발간된 우리말로 된 최초의 식물목록이라는 조선식물향명집에도 전혀 없던 이름으로서 1966년 이창복선생이 그의 저서 한국수목도감에서 만첩개벚 만첩백도 만첩산철쭉 만첩옥매 만첩조팝나무 만첩해당화 만첩협죽도 만첩홍도 외에도 괴상한 철자로 표기한 많첩흰매실 많첩홍매실 등이라고 명명하면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쓰던 한자식 용어인 천엽(千葉)이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쓰는 중판(重瓣)이라는 말을 쓰던지 아니면 순수 우리말로 겹-- 또는 겹꽃--이라고 해도 될 것을 왜 굳이 새로운 용어인 만첩(萬疊)을 사용하였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만첩(萬疊)이란 무수하게 많다는 뜻의 만(萬)과 여러 겹이라는 뜻의 첩(疊)이 합쳐진 글자인데 본고장 중국에서는 만첩산중(万叠青山)이라고 깊은 산 겹겹이 산봉우리가 겹쳐진 모양을 표현할 때 외에는 잘 쓰지 않는 말로서 특히 식물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말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식물에는 만첩(萬疊)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홑꽃을 단판화(单瓣花)라고 하고 겹꽃을 중판화(重瓣花) 또는 다판화(多瓣花)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중국 용어 그대로 단판화(単弁花)와 중판화(重弁花)라고도 하지만 홑꽃은 일중화(一重の花)라고 하고 겹꽃을 팔중화(八重の花)라고 주로 자기들이 만든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조상들은 중국에서 꽃잎을 지칭하는 한자인 판(瓣)이라는 글자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서 꽃의 홑꽃 겹꽃을 표현하느라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겹꽃을 만첩(萬疊)이라고 표기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고 백엽(百葉)이나 천엽(千葉)이라고 표기한 것이 더러 보인다. 고려시대 최자(崔滋)가 이인로의 파한집을 보충하여 1254년에 간행한 보한집(補閑集)에 “진강공(晉康公, 최충헌)의 집에 천엽유화(千葉榴花)가 활짝 피었다.”라는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 태종 12년 개성유후사(開城留後司) 유후(留後) 이문화(李文和)가 천엽동백(千葉冬柏)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유화(榴花)는 석류꽃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한집(補閑集)에 ‘長生殿後百葉杜鵑花(장생전후백엽두견화)’이라고 왕궁 장생전 후원의 백엽두견화(百葉杜鵑花)라는 언급이 있는데 이 것은 겹두견화 즉 만첩산철쭉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판(瓣)이라는 글자는 식물의 종자 또는 꽃잎을 뜻하거나 파편 부스러기를 뜻하는 글자인데 왜 이 한자를 쓰지 않고서 중국에서 잎을 뜻하거나 시기나 세대를 뜻하는 엽(葉)을 꽃잎을 지칭하는 한자로 사용하였는지 매우 궁금하다. 여하튼 엽(葉)은 중국에서는 그냥 잎 즉 이파리를 뜻하지 꽃잎 즉 갈래꽃부리를 뜻하는 한자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꽃잎을 판(瓣)이라고 기록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조실록 39권 정조 18년 즉 1794년에 수원성 축조를 위하여 팔달산을 둘러본 다음 정조가 이르기를 “花山之義, 蓋以八百峯巒, 拱護一岡, 圓正如花瓣之謂也.” 즉 “화산이란 8백 개의 봉우리가 이 하나를 둥그렇게 둘러싸 보호하는 형세가 마치 꽃잎과 같기에 이르는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서 꽃잎을 화판(花瓣)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그 이전은 물론 그 이후 1900년 초까지의 다른 기록에는 화판(花瓣)이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개화기 대한제국시절에 와서 일본의 영향인지 판(瓣)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1908년 10월 24일 발간된 태극학보 제25호의 ‘제충국(除蟲菊)의 연구’라는 제목의 글에 화판(花瓣)이란 용어가 등장하며 다음 해인 1909년 대동학회월보 제19호에 ‘식물학’이란 제명으로 이유응(李裕應)이 쓴 글에도 화판(花瓣)이 나타난다. 태극학회는 일본 유학생들이 결성한 단체이고 대동학회도 친일유교단체이므로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1920년 천도교월간잡지인 개벽 제5호에 발표된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의 처녀작 단편소설 희생화(犧牲花)에도 화판(花瓣)이 등장한다. 그 당시에 꽃잎 대신에 화판(花瓣)이란 용어를 널리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로날 떠오르는 선명한 해ㅅ빗이 어렴풋이 조으는 듯한 아츰안개에 煒煌한 金色을 허틀 적에 누님은 가늘게 숨쉬는 春風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어리인 듯이 月桂花를 바라보고 섯다. 쏘아오는 해ㅅ발이 그의 눈을 비취니고 이슬 저즌 꼿송이가 누님의 뺨을 스친다. 손으로 가벼야이 花瓣을 마치며 고개를 숙여 꼿을 드려다 본다...” –현진건의 희생화-

 

그리고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등의 불교 유적의 연꽃무늬를 묘사할 때 역사학계에서는 중판(重瓣) 연화문(蓮花紋)이란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 주요한선생이 안창호박사의 흥사단을 배경으로 1926년 창간한 잡지 동광(東光)의 1927년 8월호에 실린 우호익(禹浩翊, 1897~1983)교수의 사설 무궁화고(無窮花考)를 보면 홑꽃과 겹꽃을 단판(單瓣)과 복판(複瓣)이라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글은 일본의 영향이 아니라 중국의 명대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참고한 결과이므로 화판(花瓣)이 일본식 용어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구한말에서 건국 초까지 활동한 인물인 퇴수재 이병곤(李炳鯤, 1882~1948)이란 분이 쓴 퇴수재일기(退修齋日記) 제13권 기묘년 즉 1939년 5월 15일의 기록 중에 목단(牧丹) 즉 모란(牡丹)을 묘사하면서 惟其都是重葉者(유기도시중엽자), 而單瓣者絶少(이단판자절소)라는 즉 “단지 모두 겹꽃이고 홑꽃은 드물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여기서 홑꽃은 단판(單瓣)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겹꽃은 중판(重瓣)이 아니라 우리나라식 한자인 중엽(重葉)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까 이미 송나라 시사(詩詞)에 많이 등장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하여 화판(花瓣)이라는 용어를 우리는 그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개화기에 일본을 통하여 도입된 것이다. 그래서 이걸 일본식 용어로 인식하여 거부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분명 중국에서 유래된 용어이며 일본 영향 이전인 정조시대에도 사용한 바 있는 순수 중국식 한자 용어이다. 게다가 꽃잎 즉 petal을 판(瓣)으로 표현하면 한 겹은 단판 두 겹은 복판 여러 겹은 중판이나 다판 또는 천판 등으로 표기하여 꽃잎의 다수에 따른 다양한 묘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의 단판화(單瓣花)란 꽃잎이 하나라는 말은 아니다. 그 식물의 정상적인 꽃잎의 한 바퀴 즉 일륜(一輪)으로 구성된 꽃을 말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수종에 따라서는 1~3바퀴의 꽃잎까지 단판화(單瓣花)의 범주에 포함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판화(重瓣花)란 2바퀴 이상의 꽃잎으로 구성된 꽃을 말하는데 수종에 따라서는 단판화(單瓣花)와 중판화(重瓣花) 가운데 반중판화(半重瓣花) 또는 복판화(複瓣花)를 추가하여 세분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수한 꽃잎으로 구성된 꽃은 중판화(重瓣花)로 표현하기에 부족하여 국판화(菊瓣花)라거나 천판화(千瓣花) 등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일본의 일중화(一重の花)와 겹꽃을 지칭하는 팔중화(八重の花)는 꽃잎이라는 뜻은 없고 처음부터 한 겹과 여러 겹 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팔중화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대개 4~5개로 구성된 기본 꽃잎 수가 무려 여덟 겹이라는 말이므로 결국 32~40개의 무수한 꽃잎으로 구성되었음을 말한다. 게다가 일본에서의 팔(八)은 여덟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무수하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야에(八重)라고 표현하여도 무수한 꽃잎을 묘사함에 있어 결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꽃  잎 한 겹 두세 겹 여러 겹
우리말 외겹꽃(홑꽃) 반겹꽃(만첩) 겹꽃(만첩)
중국말 단판화(單瓣花) 복판화(複瓣花) 중판화(重瓣花) 다판화(多瓣花)
일본말 일중화(一重の花) 이중화(二重の花) 팔중화(八重の花)
영  어 Single flower Semi-double flower Double flower

 

 

그런데 우리 이창복선생은 여러 겹이라는 뜻의 첩(疊)이라는 한자를 독자적으로 과감하게 사용하면서도 성이 안찼는지 앞에다 만(萬)이라는 숫자를 덧붙여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팔중(八重)이나 중국이 최대로 과장할 때 쓰는 용어인 천판(千瓣)은 감히 엄두도 못 낼 큰 호기를 부렸다. 그 결과 무수한 꽃잎으로 구성된 꽃을 표현하기는 매우 적합해 보이기는 하지만 홑겹이나 겨우 2~3겹의 꽃을 표현하기에는 다소 어색하다. 왜냐하면 첩 자체가 이미 다수의 겹을 뜻하기 때문에 중첩(重疊)이나 첩첩(疊疊)이라는 단어는 있어도 단첩(單疊)이나 이첩(二疊)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도 너무했다 싶었던지 만(萬)이 일만(一萬)이라는 뜻이 아니라 단순하게 많다는 뜻이란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지 나중에는 ‘많첩’이라는 이상한 조합의 신조어까지 창조하고 있다. 1980년 발간된 그의 대한식물도감에 많첩개벚 많첩백도 많첩빈도리 많첩해당화 등 여러 개의 해괴한 이름이 등장하다. 이쯤 되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는데 더더욱 해괴한 것은 그 선생도 선생이지만 이런 엉터리 이름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버젓이 올려놓고 있는 그 후학들이다.    

 

흰만첩매실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

 

 

겹꽃은 자연상태에서 저절로 자라난 원종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다. 거의 모두가 오랜세월 동안 개량되어 온 관상목적의 재배종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암수술과 씨방이 아니라 꽃잎 부분만 이상발달한 상태이므로 아무래도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과수용 식물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다. 그리고 겹꽃의 모양도 각양각색인데 대개 그 종류는 7가지가 된다. 이중 매실은 3번에 해당한다. 즉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 의하여 꽃잎이 많은 변이종이 선택되어 재배되어 오면서 서서히 꽃잎이 점점 증가하는 방향으로 품종이 개량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만첩매실의 경우는 암수술이 존재하므로 매실이 열린다.

 

1. 영양기관돌변 : 화포편과 같은 기타 영양기관이 꽃잎 모양으로 변한 경우

2. 화악변화 : 꽃받침이 꽃잎 형상으로 변한 경우

3. 화관열편 누적 : 단판화의 화판의 수가 오랜 세월 동안 점차 증가한 경우  

4. 화관중복 : 꽃받침과 암수술은 정상인데 화관만 두겹 세겹인 경우

5. 자웅예판화 : 암수술이 꽃잎 형상으로 변한 경우

6. 대각형 : 꽃과 꽃사이 마디가 극히 짧아 두 개의 꽃이 수직으로 겹친 경우

7 화서단축 :  여러 개의 작은 꽃이 모여서 두상화서를 이루는 경우 

 

흰만첩매실의 이름에서 못마땅한 점이 만첩이라는 것만은 아니다. 흰만첩의 어순도 마땅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만첩흰매실이라야 자연스러운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어색하다. 그리고 다음 게시글에서 다룰 붉은 겹꽃이 피는 홍만첩매실과 대비하면 백만첩매실이라고 해야 어울리게 된다. 거기에다가 매실을 매화로 바꾸어 만첩백매화라고 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여하튼 흰겹꽃이 피는 이 매실나무 품종은 1916년 미국 원예가이자 농촌개혁가인 Liberty Hyde Bailey (1858~1954)가 Prunus mume var. alboplena L.H.Bailey라는 변종으로 명명하였던 것을 미국 하버드대학 Alfred Rehder(1863~1949)교수가 1949년 품종으로 변경하여 Prunus mume f. alboplena (L.H.Bailey) Rehder라고 재명명한 것이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으나 이 학명 또한 아무도 별개의 품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두 원종인 매실나무에 포함하여 분류한다. 그러니까 서양의 식물분류학의 관점에서 보면 매실나무는 백색이나 분홍색 홑꽃이 피지만 같은 색상의 겹꽃들은 그 원예품종 중 하나로 파악하여 분류하는 것이다.

 

등록명 : 흰만첩매실(-萬疊梅實)

이  명 : 만첩흰매실(萬疊-梅實)

희망명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

등록명 : Prunus mume f. alboplena (L.H.Bailey) Rehder

수정명 : Prunus mume 'Alboplena'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옥접매(玉碟梅)

일본명 : 팔중야매(八重野梅, やえやばい)

내한성 : 영하 23도

특  기 : 국내서는 만첩홍매화에 비하여 흔한 편이 아니다.

 

흰만첩매실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
흰만첩매실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
흰만첩매실 = 만첩백매화(萬疊白梅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