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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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 풀또기- 아름다운 토종 정원수

낙은재 2023. 3. 31. 23:01

풀또기 원종
풀또기 원종
만첩풀또기

 

우리나라 한반도 최북단 두만강 유역인 함경북도 회령과 무산 지역 표고 100~400m 산기슭에서 발견된 우리 자생종 풀또기라는 매우 아름다운 관목이 있다. 두만강 건너 중국 연변지역에서도 자생하는 이 수종을 러시아 식물학자인 Komarov Vladimir Leontjevich (1869-1945)가 북한 회령과 무산령 사이 건조한 암석 경사지에서 발견하여 1904년 중국 유엽매(榆叶梅)의 변종이라며 학명을 Prunus triloba Lindl. var. truncata Kom.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잎이 거꿀 삼각형이고 끝이 마치 잘라진 단면처럼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종명 truncata를 붙였는데 영어로는 cut off 즉 절단이라는 뜻이다. 잎에 대하여만 언급이 있고 꽃에 대한 차이점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원종인 Prunus triloba가 잎은 비술나무 즉 유수(楡樹)를 닮았고 꽃은 매화(梅花)를 닮았다고 유엽매(榆叶梅)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원종이라는 중국 유엽매(榆叶梅)는 영국 식물학자인 John Lindley(1799~1865)가 1857년 잎의 끝이 얕게 3갈래로 갈라진다는 뜻의 종소명을 사용하여 Prunus triloba Lindl.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 원종은 잎의 끝이 3갈래로 갈라지고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변종 풀또기는 끝이 거의 절단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러시아 학자 코마로프가 채집한 표본(좌)와 국내서 1914년 채집한 강원대 소장 표본(우) - 잎이 비슷하다.
느릅나무 일종인 비술나무를 중국에서 유수(楡樹)라고 하는데 좌측 풀또기 잎이 우측 비술나무 잎을 닮았다고 유엽매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 원종은 꽃이 겹꽃이 아닌 5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단판화(單瓣花)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꽃의 차이점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므로 우리 자생종도 단판화 즉 홑겹이라고 추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많이 보이는 겹꽃이 피는 풀또기를 일반인들은 만첩풀또기라고 홑꽃인 풀또기와 구분하여 불러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식)에는 만첩풀또기는 등록도 되어 있지 않고 풀또기만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국립수목원 도감(국생정)에는 풀또기의 꽃이 홑인지 겹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기재문에서 유사종으로 복엽 꽃이 피는 만첩풀또기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첨부된 사진이나 표본은 분명 겹꽃 즉 만첩풀또기이다. 그렇다면 두만강 유역에서 발견된 풀또기가 홑꽃이라는 것인지 겹꽃이라는 것인지 정말 헷갈려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식물분류학계의 통합바람에 의하여 풀또기의 하위 변종들이 모두 원종에 통합되어 버렸다. 따라서 이제는 초창기 학자들의 부족한 정보 때문에 분간하기 어렵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었다. 이제 만첩풀또기는 없고 풀또기 하나로 모두 통합되었으므로 풀또기 꽃은 홑꽃과 반겹꽃 그리고 겹꽃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면 되겠다. 그래도 과거에 이 풀또기 가족이 어떠하였기에 이렇게 혼란스러웠는지에 대하여 간단하게 파악해 보자. 

 

원종인 홑꽃 풀또기

우선 원종인 중국 유엽매(榆叶梅) 즉 Prunus triloba Lindl.은 홑꽃 즉 단판화(單瓣花)이므로 중국에서는 단판유엽매(单瓣榆叶梅)라고도 부르며 그걸 보고 학명 Prunus triloba f. simplex로 명명한 학자도 있었지만 이건 원종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원종의 이명으로 처리된다. 원종은 양성화이므로 당연히 열매를 맺으며 잎의 끝이 뭉텅하며 얕은 3개의 결각이 있는 경우가 많다. 홑꽃이 피는 원종은 중국에서 발견되기는 하였지만 흔하지 않아서 현재 야생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워낙 겹꽃 아름답고 많이 보급되어 있어 원종인 홑꽃을 표현하기 위하여 Prunus triloba ‘Simplex’라고 명시하기도 한다.

 

유엽매(榆叶梅)
유엽매(榆叶梅)
유엽매(榆叶梅)

 

 

 

반겹꽃 풀또기

그 다음 꽃잎이 10매 이상인 반겹꽃이 피며 결실을 하는 변종이 있는데 이를 중국에서는 난지(鸾枝)라고 부른다. 난(鸾=鸞)은 상상 속의 난새를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건축물에서 지붕을 지탱하기 위한 기둥 위의 구조를 말한다. 풀또기의 밀생한 가지가 마치 이리저리 얽힌 지붕의 구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학명은 원래 독일식물학자인 Karl Heinrich Emil Koch (1809~1879)가 Prunus petzoldii K. Koch라고 1869년에 독립된 종으로 명명하였던 것을 영국 식물학자인 George Nicholson(1847~1908)이 1894년 유엽매의 변종으로 편입하여 Prunus triloba var. petzoldii (K.Koch) G.Nicholson라고 재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변종명 petzoldii는 독일 조경정원사의 이름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생정에 의하면 이게 만첩풀또기의 학명인 것처럼 기재되어 있는데 이건 반겹꽃이므로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만첩풀또기는 아닌 것 같다. 

 

중국에서 난지(鸾枝)로 불리는 반겹꽃 풀또기
이런 지붕을 지탱하기 위한 기둥 위의 구조물들을 난(鸞)이라고 한다. 

 

만첩풀또기

다음은 완전 여러 겹꽃 즉 만첩풀또기인데 중국에서는 이를 중판유엽매(重瓣榆叶梅)라고 하고 꽃잎이 2~3바퀴 돌고 그 숫자가 20매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잎은 원종과는 달리 타원형으로 다소 길쭉하고 3개의 얕은 결각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결실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명은 당초 러시아 식물학자인 Alexander Georg von Bunge(1803~1890)가 1833년 복사나무속으로 분류하여 Amygdalus pedunculata var. multiplex Bunge라고 명명하였던 것을 미국의 아놀드수목원의 Alfred Rehder(1863~1949)교수가 현재의 벚나무속으로 변경하여 1924년 재명명한 것이다. 홑꽃인 원종이 발견되기도 전에 변종인 만첩풀또기가 중국에서 먼저 발견된 것이다. 그만큼 만첩풀또기가 아름다워 정원수로 인기가 높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변종 또한 이제는 원종에 통합되어 하나의 원예 품종 형식으로 Prunus triloba 'Multiplex'라고 학명 표기한다. 바로 이 품종이 우리가 현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대다수의 만첩풀또기일 가능성이 높다.

 

만첩풀또기 - 잎이 뭉텅하지도 않고 3개의 결각도 없다.
만첩풀또기
만첩풀또기 - 국내서 흔한 만첩풀또기 

 

 

우리 자생종 풀또기

마지막으로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 우리 자생종 풀또기에 대하여 알아보자. 학명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 학자가 명명한 Prunus triloba Lindl. var. truncata Kom.이며 이를 중국에서는 절엽유엽매(截叶榆叶梅)라고 한다. 절엽이란 절단한 잎의 단면을 말하며 변종명 truncata를 의역한 것이다. 원종에 비하여 잎의 끝이 더 뭉텅하여 아예 절단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 국생정 도감에 의하면 털이 많은 지름 1~1.5cm의 붉은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그런 모습 즉 홑꽃에 절단된 것과 같은 잎 그리고 열매가 맺히는 것을 그린 세밀화도 과거에 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풀또기가 마치 겹꽃인양 취급한다. 그리고 풀또기가 자생하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풀또기 즉 Prunus triloba var. truncata가 흔하게 보이는데 모두 겹꽃이다. 일본에선 폴또기를 잎 끝이 갈라진 모습이 느릅나무 일종인 난티나무를 닮았다고 오효우모모(オヒョウモモ)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난티나무를 오효우(オヒョウ)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 자생종 풀또기는 같은 학명을 두고서 홑꽃인지 겹꽃인지가 헷갈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통합되어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중국에서 무산에서 발견된 절엽유엽매를 이렇게 홑꽃으로 묘사했는데 원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립 홍릉수목원에서 풀또기를 겹꽃으로 동정한다.
홍릉 풀또기
일본에서도 오효우모모(オヒョウモモ)를 겹꽃으로 동정한다.
일본서  오효우(オヒョウ)라고 부르는 난티나무잎(좌)과 풀또기 잎(우)

 

 

풀또기는 장미과 벚나무속으로 분류되는데 초창기에 복사나무와 함께 Amygdalus속으로 명명되었으며 앞으로 수정되겠지만 중국식물지에는 아직도 복사나무속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별명을 소도홍(小桃红)이라고 부르며 일본에서도 오효우모모라고 난티잎을 가진 복사나무라는 취지의 이름으로 부른다. 지금 현재의 식물분류학에서도 풀또기는 벚나무속 즉 Prunus의 3대 아속 중 복사나무와 살구 등과 함께 자두나무아속으로 편입된다. 자두나무아속 중에는 살구나무조 자두나무조 복사나무조 등 다수의 조로 다시 세분되는데 풀또기는 하나의 독립된 풀또기조를 홀로 구성하고 있다. 자두나무아속에서 살구나무조로 분류되는 매화와는 다른 데도 우리나라서는 풀또기가 오랫동안 옥매화로 널리 불려 왔다. 잘못된 이름이다. 옥색은 원래 흐린 초록색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서는 옥매화란 백색 꽃이 피는 산옥매를 말한다. 이 또한 옥색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말이다. 여하튼 풀또기를 아직도 옥매화라고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산옥매 겹백화 변종을 옥매라고 부른다. 옥매는 왜성벚나무조로 분류되어 풀또기와는 다른 종이다. 

 

벚나무속(Prunus)

  - 벚나무아속

  - 귀룽나무아속

  - 자두나무아속 :  아몬드조, 살구나무조, 자두나무조, 복사나무조, 풀또기조, 왜성벚나무조 등

 

우리 이름 풀또기는 1937년 정태현선생 등이 저술한 조선식물향명집에 의하는데 근거는함경도 자생지에서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어원은 알 수가 없고 다만 오뚝이를 오또기로 함경도에서 부른다니 풀또기도 풀뚝이일 수도 있지만 풀뚝이 또한 무슨 뜻인지를 모르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국표식과 국생정은 어정쩡한 상태를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풀또기의 학명을 Prunus triloba Lindl.로 수정하고 꽃 모양은 홑꽃 반겹꽃 겹꽃 등 다양하다고 묘사함이 마땅해 보인다.

 

등록명 : 풀또기

이    명 : 만첩풀또기

일반명 : 옥매화(잘못된 이름)

학    명 : Prunus triloba Lindl. var. truncata Kom.

수정명 : Prunus triloba Lindl.

이    명 : Prunus triloba ‘Petzoldii’

이    명 : Prunus triloba 'Multiplex'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자두나무아속 풀또기조 낙엽성 관목

원산지 : 북한, 중국, 러시아

중국명 : 유엽매(榆叶梅), 절엽유엽매(截叶榆叶梅)

일본명 : 오효우모모(オヒョウモモ)

영어명 : flowering plum, flowering almond

수    고 : 2~3m

줄    기 : 다수의 소지, 소지 회색, 일년생지 회갈색 무모

동    아 : 단소 2~3mm

잎차례 : 단지상 족생, 일년생지 호생

잎모양 : 관타원형, 도란형, 선단급첨, 상3렬, 기부관설형

잎크기 : 2~6 x 1.5~4cm

잎면모 : 상면유모 혹 무모, 하면 단유모

잎거치 : 조거치 혹 중거치

잎자루 : 5~10mm, 단유모

꽃차례 : 1~2송이, 선엽개방

꽃지름 : 2~3cm

꽃형태 : 외겹, 반겹, 만첩

꽃자루 : 4~8mm

악    통 : 관종형, 3~5mm, 무모, 유시 미모

악    편 : 난형, 난상피침형, 무모, 선단소거치

꽃    잎 : 근원형 관도란형, 6~10mm, 선단원둔, 가끔 오목, 분홍색

꽃수술 : 25~30개, 꽃잎보다 짧음

자    방 : 단유모 밀생

화    주 : 수술보다 약간 짧음

열    매 : 근구형, 지름 1~1.8cm, 정단단소첨두, 홍색, 외피 단유모

과    경 : 5~10mm

과  육 : 엷음, 성숙시 개열

과   핵 : 근구형, 후경각, 지름 1~1.6cm, 양측불압편, 정단원둔, 표면부정제망문

개화기 : 4~5월

결실기 : 5~7월

염색체 : 2n=64

용    도 : 관상용

내한성 : 영하 40도

 

풀또기의 잎모양과 있다가 곧 없어지는 탁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