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황매화족

1875 황매화와 죽단화 – 출단화(黜壇花) 죽도화(竹桃花)

낙은재 2023. 8. 2. 14:08

황매화와 겹황매화(죽단화)

 

매화를 닮은 노란 꽃이 피는 관목이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황매화(黃梅花)라고 한다. 그리고 그 황매화 중에서 겹꽃이 피는 품종을 그냥 겹황매화라고 하면 될 것을 마치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죽단화라는 이름으로 불러 왔다. 죽단화는 1942년 정태현선생이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처음 쓴 용어인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어감상 한자어 같기는 하지만 딱히 한자로 쓸 수도 없다. 그렇다면 뚜렷한 이유나 근거도 없이 왜 이 딴 이름을 붙였느냐 말이다. 그러니 답답한 것이다. 원종인 황매화도 원래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등재될 때는 죽도화(竹桃花)가 대표명 즉 정명이었다. 그러니까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는 학명 Kerria japonica인 원종만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 이름이 죽도화로 되어 있었고 황매화는 이명이었는데 1942년 정태현선생이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겹꽃이 피는 품종인 학명 Kerria japonica f. pleniflora를 추가하면서 죽단화라고 하고 원종은 기존의 죽도화에서 황매화라고 변경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원종은 황매화이고 그 하위 그룹인 품종(f.)은 황매화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름인 죽단화라고 붙인 것이다. 이건 마치 산분꽃나무과 백당나무와 그 품종(f.)인 불두화와 유사한 관계인데 불두화는 꽃의 형상이 불두(佛頭)를 닮았기에 그럴싸한 명분이 있는 이름이지만 도대체 죽단화는 왜 붙였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하튼 죽도화는 이 수종의 줄기가 대나무와 같은 푸른 색을 띠고 있으며 복사꽃 같은 꽃이 핀다고 붙인 이름이며 한자로는 죽도화(竹桃花)라고 쓴다. 이는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처음 쓴 이름은 아니고 그 이전 조선조 기록에서도 죽도화(竹桃花)라는 이름이 더러 보인다. 1840년에 간행된 조선 후기의 학자 성해응(成海應, 1760~1839)의 문집인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울릉도 식물을 조사한 기록에 포함되어 있고 또한 19세기 즉 조선 후기 헌종 때의 학자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이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고금(古今)의 사물에 대하여 고증하고 해설한 책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중국 서장에서 본 수많은 이름 모를 기화이초(奇花異草)들 중에서 꽃이 만개한 황매화를 발견하고서 아는 이름이라고 반기며(?) 時方竹桃盛開(시방죽도성개)라고 표현한 내용이 있다. 우리 자생종은 아니지만 그 당시 이미 울릉도까지 황매화가 보급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이규경이 말한 중국 서장에는 황매화가 원래 자생하기에 진짜 황매화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수종을 죽도화라고 표현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황매화를 중국에서는 죽도화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딱히 죽도화(竹桃花)라는 이름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죽도화라고 하면 대개 전혀 다른 수종인 협죽도(竹桃)로 통한다.

 

줄기가 대나무 같다고 죽도화라고 부른다.

 

황매화는 동아시아 중국과 일본에서만 자생하는데 외국 자료에는 가운데 위치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며 실제로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서 채집한 표본도 보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아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외래 재배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래 전에 중국에서 도입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따라 온 한자 이름이 있을 터인데 왜 중국에서는 쓰지 않는 죽도화(竹桃花) 또는 죽단화라고 부르는지 궁금하다. 중국에서는 이 수종을 체당화(棣棠花)라고 하며 그 외에도 지당화(地棠花) 봉당화(蜂棠花) 황도매(黄度梅) 금체당매(金棣棠梅) 황유매(黄榆梅) 계단황화(花) 금완(金碗) 등 매우 다양한 별명들이 있다. 이 중에서 체당화와 지당화를 제외하면 대부분 노란색 꽃과 관련된 이름이다.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노란색은 오행에서 토(土)에 해당되어 방위로는 중앙이므로 세상의 중심인 황제를 상징하기에 매우 귀한 색상으로 여겼다. 그래서 중국 황제들의 복장은 모두 황색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 정명인 체당(棣棠)은 24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의 경칩(驚蟄) 제2후(第二侯)를 상징하는 꽃나무이다. 경칩이라면 매년 양력 3월 5~6일을 말한다. 24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风)이란 중국 남송 학자 주휘(周煇, 1126~1198)가 청파잡지(清波杂志)에서 24절기 중에서 소한(小寒)부터 곡우(穀雨)까지 양력으로 따지면 1월 5~6일부터 4월 20~21일까지 120일 동안 매 15일마다 바뀌는 8개 절기마다 꽃이 피는 순서대로 각각 3개의 꽃을 선정하여 모두 24개의 이름을 나열한 것을 말한다. 그 명단에 체당(棣棠)이 경칩(驚蟄) 제2후(第二侯)로 선정되어 있기에 식물에 관심 있는 우리 선조들은 모두 다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북방이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양력 3월 10일경에 이 꽃이 피지 않는다. 주휘(周煇)라는 사람이 중국 남방을 기준으로 하였기에 우리 기후와는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황매화를 별명으로 경칩화(驚蟄花)가 아닌 양력 4월 4~5일에 해당되는 청명화(清明花)라고도 부른다.

 

 

노란색은 중앙에 해당하여 황제를 상징하므로 중국 황제들은 노란색 복장을 입는다. 청태종 누루하치
24번화신풍과 경칩 제2후인 체당 즉 황매화(죽단화)

 

그렇게 시기적으로 부합하지 않아서 그런지 우리 선조들은 이 체당(棣棠)이 황매화를 이르는 말인 줄을 모르고서 대부분 당체(棠棣) 즉 당체(唐棣)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체(棠棣)는 중국에서도 욱리(郁李) 즉 산이스라지라는 등 설이 분분하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중국채진목인 당체(唐棣) 즉 Amelanchier sinica와 같은 수종으로 보기도 한다. 이 수종은 키가 3~5m이지만 최대 15m까지도 자라며 논어의 당체지화(唐棣之华)는 바로 이 채진목을 말한다. 따라서 1478년 간행된 동문선(東文選)에 실린 조선 초기 문신이며 학자인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이 쓴 칠언율시(七言律詩) 한식촌가(寒食村家)의 구절 鳩鳴穀穀棣棠葉(구명곡곡체당엽)의 체당(棣棠)은 황매화나 이스라지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작은 관목인 황매화나 이스라지는 줄기가 약하여 비둘기(鳩)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가 5m나 되는 소교목인 채진목(菜振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그 당시 김종식선생은 채진목이라고는 인식하였다기보다는 그저 아가위나무 즉 산사나무나 감당(甘棠) 즉 팥배나무 정도로 인식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체당을 정체가 아리송한 당체(棠棣) 또는 당체(唐棣)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황매화의 이름으로는 통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조선후기 실학자인 유희(柳僖, 1773∼1837)선생이 1824년경에 펴낸 물명고(物名攷)에 棣棠(체당)을 “叢生 三月開花 如少菊花 深黃 遇風雨卽凋 發條時盆栽” 즉 “떨기나무로 3월에 작은 국화와 같은 노란색 꽃이 피고 비바람을 만나면 곧 시들며 새 가지가 나올 때 화분에 심어 가꾼다.”라고 설명한 내용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내서도 황매화를 체당이라고 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상황으로 봐서는 유희선생은 체당이 황매화인 줄을 알았다기보다는 단지 24번화신풍에 등장하는 체당(棣棠)을 중국 서적 등을 참고하여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중국 정명인 체당(棣棠)보다는 별명인 지당화(地棠花)라는 이름으로 황매화가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고려시대 대표적인 문인인 이규보(李奎報,1168~ 1241)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지당화(地棠花) 관련 시가 몇 편 수록되어 있다.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선생은 황매화를 무척 사랑한 나머지 거의 마니아 수준이 되어 도대체 왜 이 황매화를 지당화라고 부르는지를 몰라서 매우 궁금해 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당화(地棠花) – 이규보, 한국고전번역원 이훈종 역

 

잎은 청옥을 마름질한 듯 꽃보다 앞서 나고

葉裁靑玉先花秀

꽃은 황금을 오린 듯 잎보다 뒤에 펴지네

花剪黃金後葉敷

세상에서 지당이라지만 그 뜻은 알 수 없어

世號地棠難會意

글자를 잘못 알아 그리 된지 뉘 알리요

那知不作字訛呼

 

황매화

 

 

각각 이스라지를 뜻하는 체(棣)와 자작잎 배나무를 뜻하는 당(棠)의 합성어인 체당화(棣棠花)라는 이름에는 원산지 중국이라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오죽하면 중국에서도 옛날옛적 체당(棣棠)이라는 아가씨(姑娘)가 있었는데 어느 해 하천 물이 고갈되는 큰 가뭄을 만나 마을사람들을 구하려고 산 넘고 물 건너 수원지를 찾은 후 되돌아 오다가 지쳐 죽은 다음 아름다운 노란 꽃으로 변하자 마을 사람들이 그 용감한 아가씨의 이름을 따서 체당화(棣棠花)라고 불렀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지당화(地棠花)는 체당화(棣棠花)와 마찬가지로 중국 발음이 [dìtánghuā]로 동일하기에 그렇게 표기한 이름이므로 이 또한 특별한 뜻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고려시대 선인들은 그 내막을 알 리가 없어서 속을 태웠던 것이다. 그래서 위 시에서 보듯이 와전된 이름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의 시에서는 황매화의 또 다른 이름인 출단화(黜壇花)가 등장하는데 이 출단화가 변하여 죽단화가 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출단화(黜壇花)는 출장화(黜墻花)라고도 한다. 글자 의미상으로는 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화단에서 내치면 출단화가 되고 담장 밖으로 내치면 출장화가 된다. 아래의 이규보 시에 의하면 옛날에 임금님이 선별하여 화단에 남긴 것은 어류화(御留花)가 되고 선택 받지 못하여 내쳐진 것은 출단화가 되었다고 한다.

 

논지당화기이소경수(論地棠花寄李少卿 需) – 이규보, 한국고전번역원 역

 

지당화 지당화야 이 무슨 꽃이며 /

地棠地棠是何花

이름을 지은 뜻은 또 무엇이었던고 /

命名之意又如何

그 이름 실지와 맞지 않으니 /

將名索實了無謂

아마도 이 두 글자 와전된 것일세 /

恐此二字傳之訛

인간의 화초 어느 것이 땅에서 나지 않으리요 /

人間花卉何物不由地

땅에 나는 중에서 같은 것을 모두 찾아보았으나 /

而於地也偏擧似

빛깔이 해당이나 당체와도 같지 않으니 /

色與海棠棠棣略不侔

당이라 일컫는 것도 옳지 않도다 /

稱之以棠亦非是

그대는 말하길 옛날 임금이 정사가 한가한 틈을 타서 /

君言伊昔君王乘政閑

꽃 가꾸는 화단에서 꽃을 가릴 적에 /

養花壇上選花看

임금이 남겨둔 꽃은 어류화가 되고 /

帝所留者是御留

이 꽃은 쫓김 당해 출단화라 한다던가 /

此花見黜名黜壇

나는 말하리라 어류화는 연분홍으로 피었다간 바로 떨어지니 /

我言御留紅淡又且一時零

짙은 노랑 여름 내내 가득 핌에 미칠쏘냐 /

不及穠黃竟夏開盈盈

어째서 저는 두고 이 꽃은 버렸는가 /

彼豈獨留此被擠

아마도 들은 이가 똑똑히 모른 것이 아닌가 /

無奈聞者或未精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한 나라 궁전에서 신부인을 끌어냈으나 /

君不見漢宮却座愼夫人

임금 뜻 아니매 친함을 막지 못하였고 /

本非上意未可妨其親

또한 보지 못했던가 꾸중하여 사택으로 보냈던 양귀비를 /

又不見譴還私第楊貴妃

얼마 안 되어 다시 불러 사랑 날로 새로웠느니 /

未幾復召寵愛日逾新

이 꽃 아름답기 두 왕비에 못지 않거든 /

花嬌不愧二妃色

어찌 임금께 쫓겨나게 되었는가 /

何必便爲君所斥

황색은 중앙 토의 정색이라 임금이 구경함에 마땅하네 /

黃中正色正合人君觀

원하노니 이것을 상림원(上林苑)에 옮겨 심어 /

我願移之上林植

임금께서 감상하시며 시의 운치 쟁쟁하거든 /

龍顔賞詠鏘天韻

모셨던 신하들이 다투어 화답하며 붓놀림을 바람처럼 빨리하여 /

侍臣爭和筆落如風迅

그 예쁜 자태 빠짐없이 그려내면 /

狀渠姿態無遺姸

옛날에 쫓겨났다던 그 시름 씻어내리 /

爲雪當年曾見擯

 

대부분 그 임금이 바로 당나라 양귀비와 사랑에 빠진 당명황(唐明皇)인 현종이며 연분홍 꽃이 피는 어류화는 양귀비가 특히 사랑한 모란이라는 설도 있지만 실학자 이익(李瀷, 1681~1763)이 쓴 성호사설(星湖僿說) 제5권 만물문(萬物門)편 출장어류(黜墻御留)라는 글의 영향인지 해당(海棠) 즉 꽃사과나무로 보는 설이 강하여 이만영(李晩永, 1748~?)선생이 1798년에 엮은 재물보(才物譜)에는 海棠梨(別名亦曰御留花)라고 어류화가 해당화의 별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여름 내내 짙은 노랑색 꽃이 피는 출단화는 당연히 지당화 즉 황매화를 말한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어류화나 출단화라는 용어 자체가 없다. 따라서 당현종과 관련된 고사 내용을 확인할 길이 없고 오히려 어류화의 출전은 우리나라 고려 이규보의 위 칠언율시라고 소개하고 있어 어류화와 출단화 고사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일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이규보는 다른 시에서 소경(少卿) 이수(李需)라는 사람에게서 당황고사(唐皇故事)라고 들은 바에 의하면 오행적으로 수성(水命)인 당황이 상극으로 토성(土性)인 노란색 꽃을 꺼려 황매화를 초단(醮壇) 즉 제단에서 내쳐 출단화(黜壇화)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만으로는 그 당황(唐皇)이 반드시 당현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당황이란 원래 당나라 황제를 모두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규보선생은 위 시에서 황매화를 내친 임금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잘못 내쳐졌다가 복귀한 두 명의 비(妃)를 들고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양귀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규보선생이 쓴 어류화(御留花)라는 아래의 시에 양귀비가 등장하여 그 답이 나오는 것 같다.

 

오행상극도(좌) 당명황과 양귀비(우)
중국 자금성에 심어져 있는 해당화 즉 꽃사과나무

 

 

어류화(御留花) 이규보, 한국고전번역원 김철휘 역

 

얼마나 곱기에 임금의 사랑 이렇게 받았느냐 /

把底嬌姿被御留

담 밖으로 쫓겨난 꽃 부끄러움 한이 없네 /

餘花見斥得無羞

양 귀비의 한 웃음에 육궁은 기를 잃게 되었으니 /

楊妃一笑六宮沮

사랑과 버림이란 옛날부터 이러한지 /

寵辱由來不自謀

 

여하튼 황매화 애호가인 이규보선생은 어류화에 밀려서 황매화가 내쳐졌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아쉬워한다. 그리고 지당화는 이해할 수 없는 의심스러운 이름이었는데 이소경 덕분에 옛이름인 출단화를 알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그래서 그런지 조선조에 와서는 이상하게 지당화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고 출단화(黜壇花)와 죽도화(竹桃花)만 가끔 보인다. 그리고 고문헌에 황매화(黃梅花)도 보이는데 이는 아무래도 납매(臘梅)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체당(棣棠)은 여기저기서 보이지만 이는 24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의 일원으로 언급한 것이므로 앞의 김종직선생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걸 황매화로 인식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출단화나 죽도화 외에도 죽단화의 어원으로 죽담화도 거론된다. 막돌에 흙을 섞어서 쌓은 돌담을 순수 우리말로 죽담이라고 하는데 이 황매화의 가지가 죽담장을 넘어 밖으로 처지면서까지 자란다고 죽담화라고 하다가 죽단화로 변화했다는 설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걸 죽담이라고 한다.

 

그런데 죽단화는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2023년 7월에 사라졌다. 세계적인 통합 바람에 의하여 학명 Kerria japonica f. pleniflora (Witte) Rehder가 원종인 황매화의 이명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홑꽃이 피던 겹꽃이 피던 황매화 하나로 불러도 무방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죽단화라고 구분하여 불러 왔는데 이제부터는 겹꽃만을 구분하여 부를 수가 없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식물분류학적으로 겹꽃이 피는 죽단화를 황매화의 하위 분류군인 변종이나 품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꽃의 형상이 엄연히 구분되는 죽단화를 계속 구분하여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학명 표기를 변종이나 품종이 아닌 원예품종 형식인 학명 Kerria japonica 'Pleniflora'로 표기하면 되는 것이다. 죽단화가 황매화에 편입이 되었으며 죽단화를 목록에서 무조건 삭제만 할 것이 아니라 황매화의 원예품종으로 변경하여 남겨 두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한다.

 

황매화의 학명 Kerria japonica (L.) DC.는 1817년 스위스 식물학자인 Augustin Pyrame de Candolle(1778~1841)이 1771년 린네가 딸기나무속으로 Rubus japonicus L.라고 잘못 명명한 것을 1817년 새로운 속을 창설하면서 이 속의 유일종으로 재명명한 것이다. 속명 Kerria는 19세기 스코틀랜드 식물 채집가인 William Kerr(?~1814)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가 중국과 필리핀에서 수집하여 영국 왕립식물원 큐(Kew)로 보낸 식물 중에 일본에서 온 겹황매화 즉 죽단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산지인 일본에서는 이 황매화가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데 야마부키(ヤマブキ)라 하고 산취(山吹)라고 쓴다. 원래 가늘고 부드러운 줄기가 바람에 흔들린다고 야마후리(やまぶり)라고 하고 한자로는 산진(山振)이라고 쓰다가 변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 학명 Kerria japonica f. pleniflora (Witte) Rehder로 표기하여 등록되었던 죽단화의 중국 이름은 겹황매화라는 의미의 중판체당화(重瓣棣棠花)이며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겹꽃이라는 의미로 야에야마부키(ヤエヤマブキ) 즉 팔중산취(八重山吹)라고 쓴다. 일본에서는 겹꽃이 피는 죽단화 외에도 흰꽃이 피는 품종과 꽃잎이 가늘고 여러 장인 별모양으로 꽃이 피는 품종이나 잎에 무늬가 있는 품종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짙은 노랑색을 야마부키이로 즉 산취색(山吹色)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예로부터 황매화가 선명한 노란색의 대표라는 말이다. 중국에서도 체당화는 정원수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잎에 금색이나 은색 무늬가 있는 품종들이 개발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중일 양국의 황매화에 대한 사랑은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더 강한 것 같다. 우리나라도 황매화에 흠뻑 빠진 고려시대 이규보를 비롯하여 많은 선비들이 사랑하였으나 최근에 와서는 특히 겹꽃이 피는 죽단화는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 너무 번식력이 왕성하고 생명력이 강하여 흔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선조들이 붙인 이름 출단화나 출장화가 딱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한다. 주변 전원주택에서 황매화를 주 화단에서 빼서 담장 주변으로 옮기거나 아예 울타리 용으로 심는 것을 더러 보았기 때문이다. 

 

일본에 있는 황매화 백화 변종인데 이 품종이 도입되면 국내서 뭐라고 부를지 궁금하다.
일본에 있는 꽃잎이 여러 장인 황매화 변종

 

 

 

등록명 : 황매화

과거명 : 지당화 출단화 출장화 죽도화

학    명 : Kerria japonica (L.) DC.

분    류 : 장미과 황매화족 황매화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중국, 일본

중국명 : 체당화(棣棠花)

일본명 : 야마부키(ヤマブキ, 山吹)

영어명 : Japanese marigold bush, miracle marigold bush

수    고 : 1~2m

줄    기 : 녹색, 원주형, 무모, 아치형으로 처짐, 눈지 능각

잎특징 : 호생. 3각상란형 난원형 정단장점첨 기부원형 절형 미심형

잎거치 : 첨예 중거치

잎색상 : 양면녹색, 상면 무모 희유모, 하면 연맥 맥액 유모

잎자루 : 5~10mm, 무모

탁    엽 : 막질, 대상피침형, 연모, 조락

꽃차례 : 단화, 당년생 측지 정단

꽃자루 : 무모

꽃크기 : 지름 2.5~6cm

꽃받침 : 악편 난상타원형, 정단급첨, 소첨두, 전연 무모 과시 숙존

꽃부리 : 황색, 관타원형, 정단하요, 악편비 1~4배 장

열    매 : 수과 도란형 반구형, 갈색 흑갈색, 표면무모, 주름

개화기 : 4~6월

결실기 : 6~8월

내한성 : 영하 34도

 

황매화
황매화
황매화
좌측 말채나무와 함께 황매화를 심으면 멋진 겨울 조경이 된다. 

 

 

이  름 : 죽단화

이  명 : 겹황매화

구학명 : Kerria japonica f. pleniflora (Witte) Rehder

신학명 : Kerria japonica 'Pleniflora'

분  류 : 최근에 원종인 황매화에 통합됨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중판체당화(重瓣棣棠花)

일본명 : 야에야마부키(ヤエヤマブキ)-팔중산취(八重山吹)

특  징 : 겹꽃

 

겹황매화(죽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