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사과나무족

1893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 윤노리나무(x) 섬개야광나무(x)

낙은재 2023. 10. 12. 21:51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 레드 초크베리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라고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된 수종이 있는데 그 학명은 이름 그대로 Aronia arbutifolia이다. 아로니아속은 전세계 오직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동부지역에서만 자생하는 단 세 종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유럽에 가장 먼저 알려진 아로니아속의 모식종인 붉은 열매가 달리는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외에도 검은 열매가 달리는 아로니아 멜라노카르파가 있고 이들 둘간의 자연교잡종으로 알려진 자주색 열매가 달리는 아로니아 프루니폴리아가 있다. 이들을 학명으로는 각각 Aronia arbutifolia와 Aronia melanocarpa 그리고 Aronia × prunifolia라고 표기하지만 원산지에서는 지름 6~10mm인 작은 식용 가능한 그 열매의 색상으로 구분하여 일반적으로 red와 black 그리고 purple chokeberry라고 부른다. 여기서 초크베리 즉 chokeberry는 열매의 떫은 맛이 매우 강하여 생으로 먹을 경우 캑캑거릴 정도로 목이 메이는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어권에서는 초크베리 외에도 초크체리 즉 chokecherry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비슷하게 독한 맛을 내는 버지니아귀룽나무 등의 열매를 말한다. 이들도 아로나아와 마찬가지로 그 열매에 안토시아닌과 같은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로니아 열매에는 이와 같이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외에도 안토시아닌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많아서 식용 또는 약용으로 많이 활용되어 특히 유럽으로 건너가 많이 재배되어 왔으며 우리나라에도 농가에 널리 보급되어 재배되고 있다. 농업용으로 재배할 경우에는 떫은 맛이 보다 더 강하여 생으로 먹기는 힘들지만 열매가 더 많이 달리고 좋은 성분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black chokeberry 즉 아로니아 멜라노카르파 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아로니아라고 하면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검은 열매가 달리는 블랙 초크베리로 인식하고 있다.

 

레드 초크베리(좌)  퍼플 초크베리(중)  블랙 초크베리(우)
초크체리 즉  chokecherry로 불리는 버지니아귀룽나무의 꽃과 열매

 

 

반면에 붉은 열매가 열리는 이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는 농업용보다는 관상용으로 도입되어 일부에서 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을에 붉게 물드는 단풍과 붉은 열매가 매우 아름다워 정원수로 또는 분재용으로도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종이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즉 레드 초크베리인 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왜냐하면 시중에서 이 수종이 아로니아가 아닌 엉뚱한 이름인 윤노리나무나 꼭지윤노리나무 또는 섬개야광나무라는 이름으로 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이 아로니아속의 열매가 같은 장미과 사과나무족으로 분류되는 섬개야광나무속이나 윤노리나무속 열매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정확한 이름을 붙여서 공급하지 않는 우리나라 유통계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원초적인 잘못은 장미과 사과나무족에는 비슷한 수종이 매우 많다는 것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혼란이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로 있었다. 실제로 서양에서도 이 수종을 장미과 아몬드아과 사과나무족 다른 수종들과 처음부터 혼동하여 왔다. 북미대륙에서 자생하는 아로니아 중에서 맨 처음으로 유럽에 상륙한 것은 바로 이 레드 초크베리 즉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로서 이미 1700년대에 영국에서 재배한 기록이 있다. 그래서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에 이 수종도 당연히 포함된다. 당초 린네가 서양모과속으로 분류하여 1753년 Mespilus arbutifolia L.이라는 학명을 부여한다. 서양모과속의 유일한 종인 Mespilus germanica는 국내에는 아직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종으로서 서양에서는 medlar라고 부른다. 참고로 메들라는 우리가 털모과라고 부르는 비슷하게 생긴 또 다른 서양 수종인 학명 Cydonia oblonga와는 다르다. 털모과는 영어로 Quince라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영어 이름보다는 일본에서 도입된 포르투갈어인 마르멜로(marmelo)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앞 1883번 게시글에서 유럽 유일한 채진목인 잔설채진목도 당초에는 이 서양모과속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의 꽃과 열매
윤노리나무의 꽃과 열매인데 아로니아 열매와 비슷하기는 하다.
섬개야광나무의 꽃과 열매인데 열매가 조금 비슷하기는 하다.
서양모과 즉 medlar의 꽃과 열매인데 별로 비슷하지는 않다.

 

그 후 1789년 독일 식물학자인 Friedrich Kasimir Medikus(1738~1808)에 의하여 Aronia속이 창설되고 뒤이어 독일 버섯학자인 Christiaan Hendrik Persoon(1761~1836)에 의하여 레드 초크베리가 아로니아속 최초의 종으로 분류되어 1806년 Aronia arbutifolia (L.) Pers.라는 학명이 발표된다. 린네가 서양모과속으로 명명하고 53년 후 독일학자에 의하여 현재의 학명이 명명되었지만 그 전 또는 그 후에도 여러 식물학자들에 의하여 이 수종을 배나무속이나 산사나무속 마가목속 홍가시나무속 채진목속 등으로 분류한 다양한 학명들이 발표된다. 그만큼 서양학자들도 분류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레드 초크베리를 국내 유통시장에서 윤노리나무나 섬개야광나무로 잘못 부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는 말이다.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즉 Aronia arbutifolia의 속명 Aronia는 고대 그리스에서 아리아(Aria)로 불리던 마가목속 수종들의 열매를 닮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Aria의 대표적인 수종이 현재 유럽팥배나무로 국내 등록된 Aria edulis를 말한다. 그리고 종소명 arbutifolia는 그 잎이 진달래과 딸기나무속 즉 Arbutus속 수종들을 닮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아로니아속이 전세계에 단 3종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그 열매의 색상이 각각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린네가 결코 이렇게 명명하지는 않았겠지만 린네 당시에는 아로니아 수종 중에서는 이 수종만 유일하게 알려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 서양모과속으로 분류하여 그 잎 모양의 특징으로 명명한 것이다. 그렇지만 나중에 이들 세 종 모두가 비슷한 시기에 도입되어 우리나라에 2011년 동시에 등록되었는데 적절한 국명을 붙이지 못하여 학명 그대로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라는 아주 어려운 그 뜻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정말 아쉽다. 예를 들면 영어 일반명을 참고하여 붉은아로니아 검은아로니아 자주아로니아로 등으로 붙였으면 그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우리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아로니아속을 떫은(涩) 홍가시나무(石楠)라고 삽석남(涩石楠)속이라고 부르며 붉은 열매가 달리는 이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는 홍삽석남(红涩石楠)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붉고 쓴맛의 열매가 달린다고 홍고미과(红苦味果)라고도 하며 붉고 쓴 베리(berry, 莓)라고 홍색고매(红色苦莓)라고도 부르며 붉은 열매가 달리며 잎 중륵에 샘선이 있는 마가목(花楸)이라고 홍과선륵화추(红果腺肋花楸)라고도 한다.

 

열매가 유럽팥배나무 즉  Aria edulis를 닮았다고 Medikus가 Aronia라는 속명을 붙였다.
학명 Arbutus unedo인 딸기나무의 잎을 닮았다고 린네가 종소명을  arbutifolia라고 명명했다.

 

아로니아 즉 초크베리는 전세계 달랑 3종만 분포하는데 그동안 수많은 식물학자들이 같은 장미과 사과나무족의 다른 속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거듭 하였으나 현재까지 하나의 독립된 속을 유지하는 이유는 잎 전면 중맥에 특이하게도 작은 선체가 있으며 또한 수술이 모두 5개라는 독특한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로 이 두 가지 점이 아로니아와 겉모습이 유사한 근연종들과의 구분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잎 전면 중맥에 검은 선체가 보이며 뒷면에는 융모가 밀생한다.
암술이 5개인 것이 아로니아의 특징이다.

 

 

등록명 :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이    명 : 붉은아로니아, 레드 초크베리

오류명 : 꼭지윤노리나무, 섬개야광나무

학    명 : Aronia arbutifolia (L.) Pers.

분    류 : 장미과 아로니아속 낙엽 관목

원산지 : 북미 동부

영어명 : Red chokeberry

중국명 : 홍삽석남(红涩石楠), 홍고미과(红苦味果)

수   고 : 2~4m

잎특징 : 2~9 x 0.5~4cm, 전면 무모 후면 융모밀생, 전면 중륵 소선체

잎자루 : 8mm

꽃차례 : 산방화서, 5~15송이

꽃특징 : 꽃잎 꽃받침 암술 각 5개, 수술 분홍색 15~20개, 향기, 백색, 지름 2.5cm

열    매 : 이과, 꽃받침 숙존, 구형, 지름 6~8mm

개화기 : 5월

결실기 : 8~9월

용    도 : 식용 – 생식, 잼, 젤리 약용 – 건강식품, 관상수

내한성 : 영하 34도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 레드 초크베리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 레드 초크베리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 레드 초크베리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 = 레드 초크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