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블루베리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많은 농가에서 약용 또는 건강식품용 열매를 수확하기 위하여 재배하는 아로니아에 대하여 알아본다. 검은색 떫은 열매가 달리므로 이 아로니아를 서양에서 일반적으로 black chokeberry라고 하기에 우리나라에서도 흔히들 블랙 초크베리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수종의 우리나라 공식 등록명칭이 아로니아 멜라노카르파인 줄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외래 식물들의 이름을 왜 이렇게 어렵게 붙여서 국민들이 부르기 어렵게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중국의 경우는 아로니아속을 떫은(涩) 홍가시나무(石楠)속이라고 부르고 검은 열매가 달리는 아로니아 멜라노카르파는 흑삽석남(黑涩石楠)으로 부르고 앞 게시글에서 다룬 붉은 열매가 달리는 아로니아 아르부티폴리아는 홍삽석남(红涩石楠)이라고 알기 쉽게 구분하여 부른다. 참고로 중국에는 석남속(石楠属)으로 홍가시나무와 윤노리나무 등 40여 종이 자생하는데 홍가시나무를 광엽석남(光叶石楠)이라고 하며 윤노리나무의 경우는 모엽석남(毛叶石楠)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시중에서 붉은아로니아를 (꼭지)윤노리나무라고 부르는 것이 전혀 생뚱맞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 그냥 석남(石楠)이라고 부르는 비등록종 학명 Photinia serrulata인 상록 관목이 강장제 이뇨제 해열진통제 등 다양한 용도의 약재로 오래 전부터 널리 쓰이는데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부터 울릉도 등지에서 자생하는 진달래과 상록 관목인 만병초가 석남인 줄로 잘못 알고서 독성이 강한 만병초를 엉뚱하게 약으로 써 왔다. 만병초의 독성에 의한 일시적인 진통효과 때문에 만병을 다스리는 약초라는 뜻으로 국내서 만병초라고도 불러 왔다. 이 잘못된 동정이 일본에도 그대로 전해져 일본은 아직도 진달래과 상록수인 만병초를 석남이라고 부르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 항상 외래 수종에 대하여 자기들 방식의 적절한 이름을 지어서 붙이는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 담당자들은 아주 편하게 그냥 학명을 발음 그대로 한글로 표기한 것을 우리 이름이랍시고 종종 붙이고 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는 훗날 관리들이 이렇게 무성의하게 자기들 편하게만 써 먹으라는 것은 분명 아닐 터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민간과 동떨어진 행정을 하니 백성들이 스스로 적당한 이름을 만들어 쓰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시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로니아 3종을 그 열매의 색상을 기준으로 검은아로니아와 붉은아로니아 그리고 자주아로니아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속명 Aronia는 별 다른 뜻이 없으므로 그냥 아로니아속이라고 하더라도 종소명 melanocarpa는 원래 검은(melano) 열매(catrpa)라는 뜻인 데다가 일반 영어명도 black chokeberry이므로 그 뜻을 쉽게 풀이하여 검은아로니아라고 부르는 것이 매우 적절해 보이는데 아니라는 말인가? 참고로 농업용으로 검은아로니아를 많이 재배하는 북한에서는 이 수종을 단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1980년대에 조선노동당창건 40주년을 기념하여 동독 베를린 묘목장에서 선물하였다는데 그 열매에 여러 가지 생리활성물질과 비타민 성분 등이 포함되어 있어 북한 각지 농가에 보급하면서 김일성 주석이 아로니아라는 이름대신에 단나무로 부르라고 하였다고 한다. 글쎄 아로니아에는 워낙 좋은 성분이 많은 데다가 처음에는 시고 떫은 맛이 강하지만 제대로 숙성되거나 냉동 보관할 경우 떫은 맛이 거의 사라지고 단 맛이 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검은아로니아의 학명 Aronia melanocarpa (Michx.) Elliott는 미국 동식물연구가 Stephen Elliott(1771-1830)가 1821년 아로니아속으로 편입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이는 원래 프랑스 식물학자인 André Michaux(1746~1802)가 1803년 그 당시 서양모과속으로 분류되던 붉은아로니아의 하위 변종으로 분류한 학명 Mespilus arbutifolia var. melanocarpa Michx.에서 속을 변경하고 원종으로 승격시켜서 재명명한 것이다. 그렇다고 프랑스의 앙드레 미쇼 이전에는 유럽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수종은 아니었다. 1789년 아로니아속을 창설한 독일 식물학자인 Friedrich Kasimir Medikus(1738~1808)가 아이러니하게도 1793년 붉은아로니아를 지금은 없어진 Hahnia속으로 분류하여 Hahnia arbutifolia (L.) Medik.라고 명명하면서 동시에 검은아로니아를 그 변종인 Hahnia arbutifolia var. nigra Medik.로 명명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검은아로니아는 1700년대에 이미 영국으로 건너간 붉은아로니아보다 약 100년 정도 늦게 유럽에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열매에 몸에 좋은 성분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열매의 수확량이 많아서 농업용으로 유럽 전역으로 널리 빠르게 보급되었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도 열매 수확을 위해서는 거의 모두 이 검은아로니아를 재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아로니아라고 하면 거의 모두 이 검은아로니아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아로니아속의 모식종인 붉은아로니아는 관상용으로 극히 일부에서만 재배하고 있는 데다가 그 이름도 엉뚱하게 (꼭지)윤노리나무나 섬개야광나무 등의 이름으로 주로 유통되고 있다.
검은아로니아를 흑삽석남(黑涩石楠)이라고 하는 중국에서는 고혈압과 심장병 뇌혈관질환 등에 효과가 있으며 그 외에도 노화방지와 간을 보호하며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어 결국 불로장생 열매라고 불로매(不老莓)라고도 부른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는 검은아로니아를 흑과선륵화추(黑果腺肋花楸) 즉 검은 열매가 달리며 잎 가운데 맥 위에 선체가 있는 마가목이라는 뜻으로도 부르며 일부에서는 야앵매(野樱莓)라고도 한다. 매(莓)는 딸기(草莓)를 뜻하지만 영어 berry와 상통하여 블루베리는 남매(蓝莓)라고 한다.
붉은아로니아와 검은아로니아의 차이점은 우선 그 열매의 색상이 다르고 겨우 내내 나무에 달려 있는 붉은아로니아와는 달리 검은아로니아 열매는 일찍 떨어지며 꽃받침 열편도 열매에 남아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미미하다. 나무의 키가 2m이내로 4m까지도 자라는 붉은아로니아보다 작으며 원 줄기에서 가지가 거의 없이 자라는 붉은아로니아와는 달리 검은아로니아는 가지를 많이 뻗는다. 그리고 좁고 길쭉한 붉은아로니아 잎과는 달리 잎이 상대적으로 작고 짧고 넓은 편인 데다가 가장자리 거치는 날카로운 편이고 가을 단풍의 색상은 그다지 곱지 않다. 그리고 잎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뒷면에 융모가 밀생하는 붉은아로니아와는 달리 검은아로니아 잎은 털이 없거나 있더라도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붉은아로니아와 검은아로니아는 그 열매는 색상을 제외하면 비슷하게 보여도 전체적인 수형이나 가지와 잎의 모양은 실제로 보면 전혀 다르게 느껴져 구분하기 어렵지는 않다.
등록명 : 아로니아 멜라노카르파
일반명 : 블랙 초크베리, 검은아로니아
북한명 : 단나무
학 명 : Aronia melanocarpa (Michx.) Elliott
원산지 : 북미 동북부
영어명 : black chokeberry
중국명 : 흑삽석남(黑涩石楠), 흑과선륵화추(黑果腺肋花楸), 야앵매(野樱莓), 불로매(不老莓)
수 고 : 1.2~1.8m
잎특징 : 2~5cm 길이, 미거치, 전면중맥상 소선체
꽃차례 : 복산방화서, 10~40송이
꽃특징 : 백색, 지름 1.5cm, 수술 분홍색 15~20, 암술 5, 향기
열 매 : 구형, 이과, 8~14mm, 흑색
개화기 : 5월
결실기 : 8~9월
용 도 : 식용 – 생식, 잼, 젤리 약용 – 건강식품, 관상수
내한성 : 영하 4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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