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사과나무족

1903 서양모과 = 메들라

낙은재 2023. 11. 20. 10:17

서양모과 메들라이다.

 

 

앞 1898번 게시글에서 학명 Cydonia oblonga인 중앙아시아 원산의 관목 또는 소교목이 국내에 털모과라고 등록되었지만 시중에서 유럽모과 또는 마르멜로라고도 부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 털모과의 원산지는 엄연히 중앙아시아이지만 일찍이 유럽으로 전파되어 키도니아라는 속명도 그리스 크레타섬의 지명에서 온 것이라서 우리에게는 유럽에서 온 모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탐구할 대상인 학명 Mespilus germanica는 사이즈가 작기는 하지만 털모과와 비슷한(?)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데 그 원산지가 발칸반도와 흑해 주변인 유럽 동남부와 아시아 남서부이다. 일찍이 기원전 700년에 그리스로 건너갔으며 기원 200년에 로마로 가서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어었다. 그래서 속명 Mespilus는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온 것이며 다소 엉뚱한 종소명 germanica는 독일을 뜻한다. 따라서 이 수종이야말로 유럽 일부가 원산지이므로 유럽모과라고 부를 만한데 이미 털모과를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 그래서 아직 국내 미등록종이지만 시중에서는 유럽모과와 차별화를 기하기 위하여 이 수종을 서양모과라고 부르는 것 같다. 글쎄 엄밀히 따지면 서양은 그 의미가 다양하지만 주로 유럽에다가 남북 아메리카 때로는 오세아니아까지 포함하는 즉 유럽의 백인들이 사는 지역을 뜻하는 개념이므로 유럽과 그 의미의 범위가 조금 넓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뜻은 아니고 그저 이미 유럽모과는 털모과에 붙였으므로 둘을 구분하기 위하여 서양모과라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약간 비슷해 보여도 이건 털모과 즉 마르멜로(유럽모과)이다.

 

 

일본에서도 세이요우카린(セイヨウカリン)이라고 즉 서양화리(西洋花梨)라고 불러 서양모과라는 뜻으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모과나무를 카린이라고 하고 한자로 화리(花梨) 또는 명자(榠樝)라고 한다. 중국의 경우는 구자(欧楂)라고 구주(欧洲) 즉 구라파주(欧罗巴洲)의 명자(榠楂)라고 유럽 모과라는 뜻으로 부른다. 중국에서는 모과나무와 명자나무들을 명자(榠楂) 또는 사(楂)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털모과가 오래 전에 도입되어 온발(榅桲)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중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털모과를 마루메로라고 부르지만 일부에서 서양모과라고도 부르므로 이 메들라와 이름을 헷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털모과가 유럽에서 영어로 퀸스(Quince)나 포르투갈어로 마르멜로(Marmelo)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수종도 메들라(Medlar)라고 불리는데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이 수종을 부르던 이름 mespilon이 로마(mespilum)를 거쳐오면서 고대 프랑스(meddler)와 중세 영어(meddler)로 변하는 과정을 거친 말이라고 한다. 결국 그리스 이름 하나에서 속명 Mespilus와 일반명 medlar가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학명 Mespilus germanica L.은 식물분류학을 창설한 스웨덴 생물학자이자 의사인 린네 즉 Carl Linnaeus(1707~1778)가 1753년에 속을 창설하면서 명명한 것이다. 그동안 수백종의 장미과 수종들이 처음에는 이 속으로 분류되었다가 나중에 명자나무속이나 산사나무속이나 채진목속 홍가시나무속 아로니아속 섬개야광나무속 마가목속 등 여러 속으로 재분류되어 나가고 최종적으로 이 서양모과 한 종만 남았다. 그런데 그마저도 독일 식물학자인 Carl Ernst Otto Kuntze(1843~ 1907)가 1891년 산사나무속으로 재분류하여 학명 Crataegus germanica (L.) Kuntze를 부여한다. 그러자 일부는 이를 따르고 나머지 학자들은 아직도 서양모과속으로의 분류한 학명 Mespilus germanica를 고수하고 있어 현재 양분되어 있다. 아직 국내 미등록종이라서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만약 산사나무속으로 분류하게 된다면 서양모과라는 이름이 아닌 xx산사로 불러야 될 처지이다. 독일산사나 서양모과산사 등의 이름으로 말이다. Mespilus속에는 최근에 발견된 교잡종이 하나 더 있는데 이 교잡종을 별도의 속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고 둘 다 산사나무속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서양모과는 큰 교목은 아니지만 줄기는 굵게 자란다.

 

 

메들라는 키가 3~6m인 소교목이지만 가슴 높이의 줄기 지름이 20~25cm이며 심지어는 50cm까지 굵게 자라는 경우도 있으나 나무 수명은 겨우 30~60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수피는 세로로 깊게 갈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줄기에 가시가 있고 지름 2~5cm인 백색 또는 연분홍 꽃은 유사종에 비하면 늦은 시기인 5~6월에 짧은 옆가지 끝에 단생으로 피며 지름 2~3cm의 작은 갈색 열매 끝에는 옆편이 넓게 퍼진 꽃받침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모과라기보다는 약간 큰 산사열매 사이즈인 메들라의 작은 열매는 성숙하더라도 단단하고 신맛이 강하고 떫어서 그대로 먹기는 어려우나 서리를 맞거나 일정기간 상온에서 후숙시키면 마치 부패하는 것처럼 색상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탄닌과 과일산이 줄어들어 먹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숙존하는 꽃받침으로 둘러싸인 열매 끝부분이 움푹파인 모습을 보이므로 영국 남서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이 열매를 비속어로 open-arse 또는 monkey's bottom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Arse나 bottom 모두 엉덩이를 뜻하므로 열린 엉덩이 또는 원숭이 항문이라는 뜻이 되어 가끔 여성의 성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비유가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나온다. 로미오의 친구 머큐시오가 노래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포페린게 배는 벨기에 포페린게 지방에서 생산되는 배로서 그 모양이 남성의 성기와 닮았다고 여기서 메들라에 대응하는 상대 개념으로 비유하여 쓴 비속어이다. 결국 포페린게 배와 메들라는 남녀간의 육체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그래서 과거 한동안 이 부분은 검열에서 삭제되기도 했다고 한다.

 

Now will he sit under a medlar tree,

And wish his mistress were that kind of fruit

As maids call medlars, when they laugh alone.

O Romeo, that she were, O that she were

An open-arse and thou a pop'rin pear!

 

이제 그는 메들라나무 아래 앉아 있을거야.

그리고 그의 연인도 메들라이라면 좋을 텐데

하녀들이 메들라를 중얼거리며 혼자 웃듯이

오 로미오, 그녀가 그것, 오 그녀가 그것 

메들라이고 너가 포플린 배였으면!

 

메들라와 프플린 배

 

 

 

이    름 : 서양모과(미등록종)

학    명 : Mespilus germanica L.

이    명 : Crataegus germanica (L.) Kuntze

분    류 : 장미과 서양모과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유럽 남동부 아시아 남서부

영어명 : medla

중국명 : 구자(欧楂)

일본명 : 서양명자(西洋榠樝)

수    고 : 3~6m

수    피 : 세로로 길게 갈라짐

잎특징 : 타원형, 8~15 x 2~5cm, 하면 모 밀생

꽃특징 : 지름 2~5cm, 꽃받침5, 꽃잎 5

열    매 : 지름 2~3cm, 과수용의 경우 3~8cm, 모 밀생

개화기 : 5~6월

결실기 : 늦가을

내한성 : 영하 29도

 

전년지에서 나온 가지 끝에서 단생으로 핀다.
잎뒷면과 어린 가지에 털이 있고 단풍이 아름답다.
꽃받침이 요란하게 끝까지 남으며 털이 많다.
지름 3~4cm인 열매의 사이즈와 후숙하는 과정
이렇게 관목으로 자라는 경우도 있다. 세로로 갈라지는 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