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사과나무족

1907 프레이저 홍가시나무와 ‘레드 로빈’

낙은재 2023. 11. 28. 16:14

레드 로빈의 꽃보다 아름다운 새잎

 

 

 

우리나라에 홍가시나무속으로 등록된 수종이 모두 14종인데 그 중에서 원예품종과 변종을 제외한 원종 기준으로도 9종이 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 중 4종만 홍가시나무속이고 나머지 5종은 현재 다른 속으로 분류되는 종들이다. 그러니까 윤노리나무속으로 분류되는 종이 둘 있고 다소 생소한 스트란배시아속으로 분류되어 나간 종이 세 종이나 된다. 그래서 모두가 상록 관목 또는 소교목인 홍가시나무속은 홍가시나무와 중국홍가시나무 불두홍가시나무 등 3종과 홍가시나무와 중국홍가시나무의 교잡종인 이 프레이저홍가시나무를 합하여 모두 4종만이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는 셈이다. 그럼 이번에는 이 교잡종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 수종은 높이 4.5m로 다소 왜성으로 아담하게 자라고 새 잎이 유난히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수많은 원예품종들이 개발되었는데 그 중에서 ‘Red Robin’이라는 품종이 새잎의 색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붉어 실제로 우리 주변의 홍가시나무는 거의 모두 이 프레이저홍가시나무의 ‘레드 로빈’이라는 원예품종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홍가시나무와 중국홍가시나무 둘 다 자생하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교잡종이 얼마든지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관심이 없는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왜성 라일락의 일종인 미스김라일락의 경우 미국 학자가  바로 우리나라 북한산에서 자생하는 털개회나무(정향나무)의 종자를 받아 가서 미국에서 그냥 씨를 뿌리고 발아시켜 그 중에서 왜성으로 자라는 종을 선종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다. 누가 어떤 다른 수종과 교잡을 시키거나 아니면 유전자를 조작하는 등의 과정은 전혀 없었는데도 그렇게 유명한 품종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그 많은 자생 정향나무 중에서 미스김라일락 같은 왜성종이 없겠느냐 말이다.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 눈에 띄이지 않았을 뿐인 것이다. 관심이 많았던 미국 식물학자의 눈에는 띄었고 말이다.

 

홍가시나무와 중국홍가시나무 두 종간의 교잡종이 처음 발견된 것은 동양이 아닌 저 멀리 미국 동남부 앨라배마주의 버밍엄에서이다. 그 도시에 있는 Fraser Nursery에서 1940년에 처음 매년 봄에 가지 끝에 유난히 적갈색 밝은 새 잎이 나오는 새로운 교잡종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하여 1955년부터 상업적으로 Photinia × fraseri라는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미국 식물학자인 William John Dress (1918~2011)가 1961년 정식으로 학명 Photinia × fraseri Dress를 발표하여 현재 널리 알려지고 보급되고 있다. 키가 아담하게 자라는 이 교잡종으로 그 후 다양한 원예품종들이 개발되었지만 1970년대에 뉴질랜드에서 개발된 ‘Red Robin’이라는 컴팩트 품종이 나와서 영국 왕림원예협회인 RHS로부터 최우수정원수(AGM)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된 품종이 되었다.

 

오늘날 뉴질랜드를 육종 강국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뉴질랜드 굴지의 원예 종묘사인 Duncan and Davies Nurseries에서 1979년에 유럽으로 진출시킨 품종 ‘레드 로빈’은 키가 3.6m까지만 자라는 왜성종으로서  새순과 새잎이 눈부시게 밝고 선명한 붉은 색을 띠다가 약 3주 후부터 녹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리고 생장 환경에 따라서는 1년에 세 번씩이나 새잎이 나와서 그런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봄에 꽃은 피지만 교잡종이므로 결실은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노지월동하기에는 내한성이 다소 부족한 영하 18도라서 아쉽지만 유럽에서는 웬만한 지역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기에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 교잡종을 홍엽석남(红叶石楠)이라고 부르고 레드 로빈 품종은 홍라빈(红罗宾)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프레이저홍가시나무를 베니카나메모치(ベニカナメモチ)라고 하고 홍요리(紅要黐)라고 쓰며 레드 로빈은 그냥 렛도로빈(レッドロビン)이라고 한다. 가끔 이 수종의 새빨간 잎이 아름다워 중부지방 지자체에서 가로수 등으로 심는 경우를 보는데 그 결과는 영락없이 동사한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경기도에서는 세심한 월동 대책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될 듯하다.

 

등록명 : 프레이저홍가시나무

학    명 : Photinia × fraseri Dress

분    류 : 장미과 홍가시나무속 상록 관목 소교목

원산지 : 홍가시나무와 중국홍가시나무의 교잡종

발견지 : 미국 앨라배마주

육종가 : 프레이저농원

영어명 : red tip photinia and Christmas berry,

중국명 : 홍엽석남(红叶石楠)

일본명 : 홍요리(紅要黐)

수    고 : 4.5m

내한성 : 영하 18도

 

프레이저홍가시나무

 

 

등록명 : 프레이저홍가시나무 '레드 로빈'

학    명 : Photinia × fraseri 'Red Robin'

분    류 : 장미과 홍가시나무속 상록 관목 소교목

원산지 : 홍가시나무와 중국홍가시나무간 교잡종의 원예품종

영어명 : Christmas berry 'Red Robin'

중국명 : 홍라빈(红罗宾)

일본명 : 렛도로빈(レッドロビン

수    고 : 3.6m

특    징 : 신엽에 밝고 선명한 붉은 색

내한성 : 영하 18도

 

프레이저홍가시나무 '레드 로빈'
프레이저홍가시나무 '레드 로빈'
프레이저홍가시나무 '레드 로빈'
프레이저홍가시나무 '레드 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