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산사나무속

1928 서양산사나무 - 유럽 원산

낙은재 2024. 3. 7. 14:38

 

서양산사나무

 

 

서양산사나무라고 등록된 수종이 있다. 유럽과 북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 산사나무의 학명은 당초 프랑스 성직자이자 식물학자이며 탐험가인 Jean Louis Marie Poiret (1775~1834)가 1798년 서양모과속으로 명명하였던 Mespilus laevigata Poir.를 1825년 스위스 식물학자인 Augustin Pyramus de Candolle(1778~1841)이 산사나무속으로 편입시켜서 재명명한 Crataegus laevigata (Poir.) DC로 표기되어 있다. 여기서 종소명 laevigata는 영어로 smooth라는 뜻으로 잎의 갈라짐이 깊고 날카롭지 않고 얕고 둔하기 때문이다. 이 수종이 영국에서만 자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잉글랜드가 주요 원산지 중 하나이므로 영어로는 Midland hawthorn이나 English hawthorn이라고 불린다. 여기서 midland는 영국의 중부지방을 뜻한다. 원래 hawthorn이라는 영어 자체가 가시(thorn)가 있는 울타리(haw)라는 뜻이므로 아마 영국에서 예로부터 이 수종을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은 것 같다. 영어권에서는 이 외에도 Smooth hawthorn 또는 mayflower라고도 부르는데 smooth는 결각이 얕은 잎모양에서 온 것이며 mayflower는 영국에서 5월에 꽃이 피는 대표적인 수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나라든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는 늦봄에 피는 꽃나무는 흔하지 않은 법이라서 돋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수종을 둔렬엽산사(钝裂叶山楂) 또는 영격란산사(英格兰山楂)라고 부른다. 둔렬엽(钝裂叶)은 smooth와 통하고 영격란(英格兰)은 잉글랜드를 말한다. 실제로는 유럽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지만 이를 마치 영국에서만 자생하는 것 처럼 영국산사라고 부르는 이유는 유럽에는 그냥 산사나무 즉 common hawthorn이라고 불리는 Crataegus monogyna Jacq.라는 수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잎의 갈라짐이 이 정도에 그친다.
서양산사나무

 

 

 

이 수종을 우리나라에서는 영국산사나무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럽산사나무도 아닌 서양산사나무라고 부른다.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이란 원래 동양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바다(洋)를 지칭하기 위하여 중국에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17세기 초에 중국에서 작성된 지도에 의하면 중국 동으로 소동양과 대동양이 있었고 서쪽으로 소서양과 대서양이 있었는데 현재는 모두 사라지고 대서양(大西洋)이라는 용어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데 그게 the Atlantic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태평양(太平洋) 즉 the Pacific은 과거에는 대동양(大東洋)이었으며 현재의 인도양(印度洋)을 초창기에는 소서양(小西洋)이라고 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시대와 나라에 따라서 용어가 조금씩 변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유럽과 남북아메리카 더 넓게는 오세아니아주까지를 포함한 지역의 나라들을 지칭하는 말이 된다. 즉 지리적인 것은 도외시되고 선진문화를 꽃피운 백인들이 사는 세상은 어디든 서양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서양은 황인종의 동양과 흑인의 아프리카를 제외한 백인들이 주도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을 지칭하는 개념이 되었다.

 

중국에서 1607년경에 작성된 산해여지전도(山海輿地全圖)에 동양과 서양이 등장한다.

 

 

 

따라서 분포하는 지리적 위치가 매우 중요한 식물 명칭에는 서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 서양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물 명칭이 무려 100종이 넘는다. 더 놀라운 것은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서양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물 명칭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초창기 학자들은 서양이라는 지리적으로 모호한 용어를 식물 이름에 전혀 붙이지 않았다. 서양이라는 이름은 1966년 이창복선생이 서양자두와 서양배라는 용어를 처음 쓰면서 급속하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서양을 모두 유럽이라는 의미로 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서양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명칭은 유럽 등으로 변경함이 마땅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유럽 원산의 이 수종을 서양산사나무라고 한 것은 일본에서 이를 세이요우산자시(セイヨウサンザシ) 즉 서양산사자(西洋山査子)라고 하기에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서양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물 명칭이 우리보다 더 많다. 이러고 보면 외래 식물의 명칭 부여는 역시 중국이 가장 합리적으로 한일 양국보다는 한수 위라는 것이 여기서도 입증된다. 중국 식물지에 수록된 4만여 종의 식물은 대부분 중국 자생종이기에 서양이라는 이름은 전혀 없고 외래종들도 중국에서는 서양이라는 이름으로는 잘 부르지 않는다. 

 

원산지인 유럽에서 영국산사나무라고 부르는 것을 일본에서 서양산사라고 부르는 이유는아마 이 수종이 처음에는 린네가 산사나무 모식종으로 명명한 Crataegus oxyacantha L.와 동일한 종류로 인식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Crataegus oxyacantha가 유럽에 흔한 산사나무 몇몇 종을 통칭하는 명칭으로 사용되다가 후인 1775년 Crataegus monogyna가 분리 명명되고 1798년 Mespilus laevigata가 명명되어 분리되면서 먼저 명명된 전자가 그냥 산사나무 즉 common hawthorn라는 명칭을 가져감에 따라 이 수종은 영국산사나무라는 명칭으로 구분하여 불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영국에서 널리 생울타리용으로 사용되는 수종은 이 서양산사나무 외에도 다음에 다룰 단자산사나무도 많이 이용된다. 참고로 린네가 모식종으로 명명한 Crataegus oxyacantha의 실체에 대하여 그 후에도 많은 논란이 있다가 급기야는 이 학명은 비합법명으로 판정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또 다시 다른 학명인 Crataegus rhipidophylla Gand.의 유사종이라는 발표도 있어 아직도 논란은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이 수종을 Bread and cheese tree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개화기에 아이들이 꽃망울을 따먹기 때문이다.   

 

이 서양산사나무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잎의 갈라짐이 약하여 우리 자생종 산사나무와는 많이 다르다.

둘째 가시가 드문 경우도 있지만 있는 경우 그 길이가 2.5cm나 되어 날카롭다.

셋째 분홍색 꽃이 피는 경우도 있다.

넷째 Crataegus monogyna와의 교잡으로 탄생한 Crataegus × media에는 홍화겹꽃이 피는 원예품종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는데 그 중 일부는 국내에 도입되어 있다.

 

'Crimson Cloud'라는 원예품종   

 

 

 

 

등록명 : 서양산사나무

학    명 : Crataegus laevigata (Poir.) DC.

분    류 : 장미과 산사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유럽 북아프리카

영어명 : Midland hawthorn, English hawthorn

중국명 : 둔렬엽산사(钝裂叶山楂) 영격란산사(英格兰山楂)

일본명 : 서양산사자(西洋山査子)

수    고 : 4.5~6m

줄    기 : 길이 2.5cm 가시

잎모양 : 광란형 도란형, 3~5 둔결각

잎크기 : 2~6 x 2~5cm

꽃특징 : 백색, 분홍색, 지름 15~18mm 꽃잎 5개

수    술 : 20개 적색 화약

암술대 : 2~3

꽃차례 : 산방화서 6~12송이

열    매 : 지름 6~10mm, 적색 타원형 구형

개화기 : 4~5월

결실기 : 9월

내한성 : 영하 34도

특    징 : 홍화겹산사나무의 부모종

 

서양산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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