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나무과에는 다소 생소한 이름인 카리아(Carya)라는 속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견과로 널리 알려진 피칸이 바로 이 카리아속으로 분류되는 수종 중 하나인 것이다. 카리아속은 가래나무속과 매우 가까운 근연속으로서 전세계 모두 19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7종은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에 분포하고 나머지 12종은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우리 자생종은 없지만 피칸을 비롯하여 국내에도 3종이 등록되어 있는데 모두 북아메리카 원산 수종들이다.
카리아속 수종들은 워낙 가래나무속 수종들 즉 호두나무와 유사하기 때문에 당초에는 가래나무속으로 명명되었다가 영국 동식물학자로서 미국에서 활동한 Thomas Nuttall (1786~1859)이 1818년 카리아속을 창설하면서 분리 명명되기 시작했다. 속명 Carya는 그리스 신화속 라코니아(Laconia)국 디온(Dion)왕의 딸인 카리아(Carya)공주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녀는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Dionysus)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다가 다른 자매들의 방해에 의하여 들통이 나 다른 자매 둘은 바위로 변하고 카리아공주는 카리아(karya) 즉 호두나무(walnut)로 변하는 벌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카리아속이 워낙 가래나무속 즉 walnut과 유사하기에 이 Carya를 속명으로 삼은 것이다. 속의 모식종은 국내서 카리아 토멘토사로 등록된 Carya tomentosa이다. 원산지 중 하나인 중국에서는 이 속을 산핵도(山核桃)속 즉 산호두나무속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이 카리아속 수종들을 서양에서는 히코리(Hickory)라고 부른다. 이는 이 수종들을 아메리카 원주민인 알곤킨족(Algonquian)이 부르던 이름이라고 한다. 가끔 사전에서 이 히코리(Hickory)를 피칸나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옳지 않다. 반면에 피칸나무를 히코리라고 번역하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히코리 중에서 미국 남부와 멕시코 북부 미시시피강 유역에서 자생하는 학명 Juglans illinoinensis인 수종을 원주민들이 특별히 피칸(Pican)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북미 원산 카리아속 12종 중에서 일리노이주 등 미시시피강 유역에서 자생하는 수종과 이와 닮은 몇 종만 특별히 피칸(Pecan)이라고 부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수종 또는 그 열매를 지칭하는 피칸(Pecan)이 견과의 하나로서 우리나라 등 세계에 널리 알려졌기에 우리에게는 피칸이라는 용어가 훨씬 더 친숙하게 들리는 것뿐이다.
피칸의 학명도 당초 1787년 독일 식물학자로서 수목 전문가인 Friedrich von Wangenheim(1749~1800)이 가래나무속으로 Juglans illinoinensis라고 명명하였던 것을 후배 독일 식물학자인 Karl Heinrich Emil Koch(1809~1879)가 1869년 카리아속으로 변경하여 Carya illinoinensis (Wangenh.) K.Koch로 재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속명 illinoinensis는 미시시피강 상류에 있는 원산지 중 하나인 일리노이주를 말한다. 그런데 학명에 관하여 흥미로운 점이 둘이 있다. 하나는 이 수종의 학명은 피칸이라는 현지에서 불리는 이름을 종소명으로 하여 1842년 명명된 Carya pecan (Marshall) Nutt.라는 학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인 1869년에 명명된 학명 Carya illinoinensis를 정명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가 근거로 삼은 1785년 명명된 학명 Juglans pecan Marshall이 비합법명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어떤 구체적인 이유로 비합법명이 되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제대로 격식을 갖추지 못하여 발표한 학명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속명 자체도 Carya보다 1년 앞서 1817년 발표된 Hicorius Raf.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중인 1818년에 발표된 Carya Nutt.를 속명으로 삼는다. 터어키 태생 프랑스 박식가인 Constantine Samuel Rafinesque(1783~1840)에 의하며 먼저 발표된 속명이 당초 인쇄 과정에서 오자가 발생하였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부터 원산지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 히코리를 그대로 속명으로 쓴 Rafinesque의 다른 기록들이 남아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고 한다. Rafinesque 본인도 1804년부터 가래나무속에서 히코리들의 분리를 주장한 바 있고 1808년 Hicoria라는 속명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1817년 Hicorius를 발표까지 하였는데 뒤늦게 나타난 Carya에 밀리는 것이 억울하다며 단순하게 nut 즉 견과를 뜻하는 Carya는 어울리는 이름도 아니라고 항변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학자에 따라서 Carya와 Hicoria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쓰다가 최근에는 아예 Carya를 보존명(nom. cons.)으로 정명으로 지정하여 논란의 여지를 아예 없애버렸다. 글쎄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인지 아니면 원산지 미국의 식물학자와 유럽의 비식물학자간의 힘의 논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히코리(Hickory)는 속(genus)급이고 피칸(Pican)은 그 하위 그룹인 종(species)급 명칭이라는 것이다.
피칸은 그 키가 20~40m 최대 50m까지 자라는 대교목이지만 목재로서 가구용이나 마루바닥재 또는 향기가 좋기 때문에 훈제용 땔감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가래나무속의 흑호두나무 등에 비하면 그다지 품질이 좋지는 못하다고 한다. 그래서 주로 열매를 식용하기 위하여 재배하는데 북미 원산 12종의 카리아속 중에서는 shagbark hickory로 불리는 Carya ovata나 shellbark hickory로 불리는 Carya laciniosa와 더불어 가장 열매의 품질이 좋은 3개 수종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이 피칸의 버터 향이 나는 열매는 생으로 또는 요리용으로 특히 피칸 파이 같은 디저트용으로 인기가 높아 북미 원산 견과 수종들 중에서는 가장 중요한 수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과수용으로 많은 재배품종들이 개발되어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등록명 : 피칸
학 명 : Carya illinoinensis (Wangenh.) K.Koch
분 류 : 가래나무과 카리아속 낙엽 대교목
원산지 : 북아메리카 미국 멕시코
영어명 : 피칸(Pecan)
중국명 : 미국산핵도(美国山核桃)
일본명 : ペカン(Pecan)
수 고 : 20~40m 최대 50m
줄 기 : 지름 2m
수 피 : 거침 심종렬
동 아 : 황갈색 유모 아린 섭합상배열
소 지 : 유모 후변무모 회갈색 희피공
엽 편 : 기수우상복엽 25~35cm 길이
잎자루 : 엽축과 마찬가지로 유모 후무모
소엽편 : 9~17매, 소엽병극단 난상피침형 장타원상피침형 장타원형 염상만곡
잎크기 : 7~18 x 2.5~4cm기부왜사 활설형 근원형 정단점첨 변연 거치
잎면모 : 선체 및 유모 후모탈락 맥상소모
웅화서 : 유제화서 3조 1속 무총경 8~14cm 전년지정단 당년지기부 엽흔액내생
수 술 : 수술과 꽃밥에 무
자화서 : 수상화서 직립 유모밀생 3~10송이 자방장란형
총포편 : 열편유모
열 매 : 모난 원모양 장타원형 3~5 x 2.2cm 종릉 4조 혁질 내과피 평활 회갈색 암갈색 반점 정단 흑색 세로무늬 기부 불완전 2실
개화기 : 5월
결실기 : 9~11월
내한성 : 영하 2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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