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漢詩(한시)

枇杷(비파) – 이직(李稷), 비파

낙은재 2025. 5. 9. 13:50

 

비파의 꽃과 열매

 

 

 

조선초에 재상까지 지낸 이직(李稷, 1362-1431)이란 분이 쓴 비파라는 시가 있다. 하지만 앞의 포은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명나라에 여러 차례 사신으로 다녀온 사실로 봐서는 중국에서 본 비파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로부터 머지않은 시기에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비파를 재배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헌이 나온다. 전라도 순천에 가면 오림정(五林亭)이란 정자가 있다. 연산군때 목사를 지낸 신윤보(申潤輔, 1483~1558)란 분이 1545년 을사사화 후 낙향하여 부근에 松梅枇柚竹(송매비유죽) 즉 소나무와 매실나무, 비파나무, 유자나무 그리고 대나무 등 5종류의 나무를 심어 오림정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정조때인 1784년 문신인 조현범(趙顯範, 1716~1790)이 지은 악부인 강남악부(江南樂府)의 오림사(五林詞)편에 있다. 비파는 내한성이 영하 12도로 예상외로 강하지만 개화기인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면 개화가 어렵고 영하는 아니더라도 영상 10도 이하로 자주 내려가는 지역에서는 결실 상황이 좋지않기 때문에 비파를 심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열매가 제대로 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라도 순천이라면 노지 월동은 충분하였으리라 짐작간다. 요즘은 거제나 완도 등지에서 비파나무를 특화작물로 많이 재배하고 있다. 물론 하우스재배이므로 얼마든지 기후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枇杷(비파) – 이직(李稷)

 

嘉果纏枝萬顆團(가과전지만과단)

摘來盤上累金丸(적래반상루금환)

傍人莫怪囊盛去(방인막괴낭성거)

種向鄕山晚歲看(종향향산만세간)

 

얽힌 가지에 예쁜 열매 많이도 달렸구나

따 와서 소반 위에 금구슬처럼 쌓았구려

주머니에 넣어 감을 괴이하게 여기지 마라

고향 산에 심어 놓고 늘그막에 바라보리라

 

 

16세기에 국내 처음 비파를 심었다는 전남 순천에 있는 오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