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군 서종면 벽계(蘗溪)마을에 가면 조선말 성리학자 화서(華西) 이항로(李恒老, 1792~1868) 선생 생가(生家)와 기념관이 있다. 화서 이항로 선생은 3세에 천자문을 떼고 6세에 중국 역사서인 십구사략(十九史略)을 읽고 천황지황변(天皇地皇辨)을 지었다. 그리고 16세인 1808년에 한성초시에 합격하였으나 부패한 세태를 비관하여 평생 문과에는 응시하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여 화서학파( 華西學派)를 창설하고 후학의 양성에 매진하였다. 그 결과 엄청난 제자들을 배출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암 김평묵 (重庵 金平默, 1819~1888)은 화서 학파의 학문적 정통을 이은 수제자로서 스승의 위정척사 사상을 투철하게 계승하여 최익현의 지부상소(持斧上疏) 즉 도끼를 메고 올리는 상소를 배후에서 지도하는 등 척사 운동의 이론적 영수 역할을 했다.
성재 유중교 (省齋 柳重敎, 1832~1893)는 김평묵과 함께 화서 사상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으며, 훗날 춘천과 제천 지역을 중심으로 학맥을 크게 일으켰다. 그의 학풍은 을미의병의 주역인 의암 유인석 (毅庵 柳麟錫, 1842~1915)으로 이어지게 된다.
면암 최익현 (勉庵 崔益鉉, 1833~1906)은 화서의 제자 중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로서 대원군의 서원 철폐와 경복궁 중건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렸고, 단발령에 격렬히 반대했으며, 을사늑약 체결 이후에는 70대의 고령으로 태인의병을 일으켜 항일 투쟁의 선봉에 섰다. 끝내 대마도에서 순국하며 지조를 지켰다.
운암 박문일(雲庵 朴文一, 1822~1894)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위정척사파 학자로, 화서 이항로의 가르침을 받아 관서 지역(평안도)에 화서학파의 성리학적 전통과 항일 사상을 전파한 인물로서 특히 다음과 같은 많은 문하생을 배출하였다.
백암 박은식(白巖 朴殷植 1859~1925)
국동 조병준(菊東 趙秉準, 1862~1932)
위암 장지연(韋庵 張志淵, 1864~1921)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1880~1936)


화서 선생이 후진을 양성하던 학당인에 그 이름이 벽계강당(蘗溪講堂)이다. 이는 그 마을 이름 벽계마을에서 온 것으로 보이지만 그 한자 벽계(蘗溪)가 푸른 물을 뜻하는 청산리 벽계수(碧溪水)의 碧溪와는 달라서 왜 그런가 했더니 주차장 옆에 심어진 나무를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그게 바로 황벽(黃蘗)나무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 마을 계곡에 예로부터 황벽나무가 많이 자생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華西李先生訓辭(화서 이선생 훈사)
題一鑑齋壁示同社諸君(제일감제벽시동사제군)
일감재(一鑑齋) 벽에 적어 함께 공부하는 제군들에게 알린다.
동벽의 글 (東壁) - 하늘과 땅의 덕성
無高不覆 無細不包者 天也(무고불복 무세불포자 천야)
하늘은 아무리 높아도 덮어주지 않음이 없고, 아무리 미세해도 감싸주지 않는 것이 없다.
無重不載 無卑不承者 地也(무중부재 무비불승자 지야)
땅은 아무리 무거워도 싣지 않음이 없고 아무리 낮고 비천해도 받쳐주지 않는 것이 없다.
君子之於天下 有不能覆不能包處 便是與天不相似(군자지어천하 유불능복불능포처 편시여천불상사)
군자가 천하를 대함에 있어 능히 덮어주지 못하고 감싸안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이는 곧 하늘을 닮지 않은 것이다.
有不能載不能承處 便是與地不相似(유불능재불능승처 편시여지불상사)
능히 짊어지지 못하고 받쳐주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이는 곧 땅을 닮지 않은 것이다.
此無他 私意隔斷處 力量狹窄處(차무타 사의격단처 역량협착처)
이는 다른 까닭이 아니라, 사사로운 뜻이 가로막고 있으며 도량과 역량이 좁기 때문이다.
서벽의 글 (西壁) - 생물과 식물의 이치
酷寒毒暑 愈益強盛 烈風淫雨 愈益暢茂者 生物也(혹한독서 유익강성 열풍음우 유익창무자 생물야)
혹한과 폭염 속에서도 번성하고 강풍과 폭우 속에서도 더욱 번성하는 것은 살아있는 존재이다.
便自摧挫顚仆 沮喪落魄者 死物也(편자최좌전복 저상락백자 사물야)
스스로 꺾이고 좌절하여 넘어지며 기운을 잃고 혼비백산하는 것은 죽은 존재이다.
此無他 稟得生理不全 養得生氣不充(차무타 품득생리부전 양득생기불충)
이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타고난 생명력이 온전치 못하고 기른 생기가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癸丑元月 華西山人(계축원월 화서산인)
계축년 즉 1853년 정월 화서산인 이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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