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인문학(人文學) 광장/낙은재 세상이야기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이란?

낙은재 2026. 7. 16. 09:39



며칠 전에 오유지족(吾唯知足)이란 말이 나오고 만족(滿足)이란 말의 어원 풀이가 SNS에 올라왔기에 관련하여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말이 떠올라 거기서 안분(安分)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에 대하여 고민해 봤다. 우선 만족을 언급한 그분의 행복으로 가는 길은 욕심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말에는 백번 공감하여 저 자신도 평소 안빈낙도(安貧樂道)나 안분지족(安分知足) 등을 좌우명으로 삼고 열심히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발목까지 차는 것이 만족(滿足)의 원 뜻이라는 어원 풀이는 성인(聖人)이 아니라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경지인 데다가 뜻풀이 자체도 수긍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足이 원래는 발(foot)만을 의미하지 않고 脚(각) 즉 다리와 腿(퇴) 즉 넓적다리(허벅지)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 격언에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말도 있는데 무릎도 아닌 발목에서 만족하고 살라고 하면 이건 필시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세뇌시켜 평생 밑바닥 인생을 살라고 할 때나 쓰는 논리 같다. 그렇다고 허리까지 차는 것이 만족의 어원이라는 말은 아니다. 고대 중국에서 足 즉 하체(下體)는 든든하게 몸 전체를 지탱하는 충분한 힘이 있기에 足이라는 단어가 점차 부족함이 없이 조건에 완전 도달하였음을 의미하는 충족(充足) 또는 만족(滿足)의 의미로도 확대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足 자체만으로도 滿足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각설(却說)하고 행복의 길이라는 자기 분수를 알고 거기서 만족하라는 말 즉 안분지족(安分知足)을 화두(話頭)로 삼아 본다. 국어사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앎’이라고 풀이되어 있는데 도대체 분수(分數)를 지킨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가 모호하다. 글쎄 분수(分數)가 우리나라서 만든 한자어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요즘 중국에서는 거의 쓰지 않고 그 대신 본분(本分)이라고 말하여 안분지족을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安于本分(안우본분) 對自己所得到的待遇(대자기소득도적대우) 境遇感到满足(경우감도만족) 不做非分的奢求(부주비분적사구) 즉 본분에 안주하고 자신이 받는 대우와 처지에 만족하며 분수에 맞지 않는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안빈낙도(安貧樂道) 또한 安于清貧處境(안우청빈처경) 樂于堅守自身信奉的道義与理想(낙우견수자신신봉적도의여이상) 즉 청빈한 처지에 안주하면서도 자신이 신봉하는 도의와 이상을 기꺼이 지키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중국 설명이 보다 구체적이라서 우리 국어사전보다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여기까지는 납득되는데 어려운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분수를 지키고 본분에 안주하는 것인지가 문제이다. 우선 분수를 재물과 관련하여 봤을 때 그냥 단순하게 내 소득이나 재산 수준에 만족하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쉬워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명은 자꾸 길어진다는데 없는 사람은 그냥 쭉 없이 살라는 것이 안분지족(安分知足) 일까? 그리고 재산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무리한 재테크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만 뒤로 밀리는 듯한 포모증후군 즉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거나 소외되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인 FOMO(Fear Of Missing Out)를 겪게 되는데 이 불편함 마저도 감수하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과연 내 마음에 편할까? 이건 정말 판단하기 어려우며 세상 누구도 이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래서 삶은 그 자체가 고통이라고 불교에서 가르치나 보다. 

분수(分數) 지키기 즉 본분(本分)에 안주하는 것은 재물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나이 들어 많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고 이리저리 친인척, 친구 또는 이웃과의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는데 여기서도 분수를 지키지 않는 경우 문제가 야기되며 때로는 심각하게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