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등
정유년 닭의 해 꼭두서니과의 닭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흥미로운 우리 자생식물인 계요등에 대하여 알아본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 같은데 이 식물이 나의 흥미를 끄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첫째 목본인가 초본인가? 그리고 둘째 왜 그 이름이 계뇨등이 아니고 문법에 벗어난 계요등인가? 세째 닭은 오줌을 누지 않는데 웬 닭 오줌인가? 네째 과연 이게 우리 독창적인 이름인가 아니면 중국이름 계시등(鸡矢藤)의 착오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요등의 분포지가 정말 남부지방으로 국한되는가? 등이 궁금하다.
계요등은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 거의 전역에 분포하는데 우리를 포함한 동양3국에서는 모두 학명을 Paederia scandens로 표기하는데 국제적으로는 Paederia foetida를 정명으로 하고 Paederia scandens를 그 이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속명 Paederia는 악취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며 종소명 foetida 또한 악취가 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종소명 scandens는 기어오른다는 뜻으로 이 식물의 덩굴성 특징을 뜻한다. 이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문지르면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악취가 나는데 그 이유는 이 식물에 이황화메틸이라는 황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냄새를 중국에서는 닭의 똥냄새로 봐서 계시등(鸡矢藤, 鸡屎藤)으로 부르고 일본에서는 헥소카주라(屁糞葛)로 방귀와 똥냄새가 난다는 이름으로 부른다. 결국 온 세상이 모두 나쁜 냄새와 연관하여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라서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는 뜻으로 계요등으로 부르며 한자로 鷄尿藤으로 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하나는 한자 鷄尿藤의 올바른 한글 표기는 계뇨등이다. 오줌 뇨(尿)자가 앞머리 올 때만 두음법칙에 따라서 요로 변하는 것인데 가운데 들어간 계뇨등이 계요등이 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즉 분뇨라고 하지 분요라고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전에서는 계뇨등이라고 적고 있는 사례가 더러 보이며 북한명이 계뇨등이라고 하며 국표식에서도 계뇨등을 이명을 등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닭은 오줌을 별도로 누지 않는다. 닭을 포한한 새들은 똥과 오줌을 같이 눈다. 따라서 계분(鷄糞)은 있어도 계뇨(鷄尿)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오줌냄새가 아닌 똥냄새에 결부하였다. 그런데 왜 우리만 오줌냄새가 난다고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독창적인 이름 같지는 않고 중국 이름을 따라한 것인데 중국의 오구(烏桕)가 우리나라에 와서 조구(鳥口)가 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중국의 계시등(鸡屎藤)이 우리나라에 와서 계뇨등(鷄尿藤)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자가 비슷하여 똥 시(屎)를 오줌 요(尿)로 착각하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식물학계 그 누구도 이 것은 인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한자를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일일이 필사하던 시절 흘려 쓴 글자가 애매하여 시(屎)자가 요(尿)자로 보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아니면 왜 있지도 않은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이름을 지었을까?
중국에서는 이 식물을 계시등(鸡矢藤)을 정명으로 하고 속명도 계시등(鸡矢藤)속이라고 하며 계시등(鸡屎藤)은 이명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한 질병에 약으로 사용하는 이 식물의 이름에 똥이란 것을 붙이기가 민망하여 시(屎) 대신에 시(矢)자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矢)자는 원래 화살을 뜻하지만 시(屎)자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그냥 직설적으로 계시등이라고 많이 부른다고 한다. 이 식물은 전초를 약용하는데 그 효능은 다음과 같이 매우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한다. 풍습근골통(风湿筋骨痛), 질타손상(跌打损伤), 외상성동통(外伤性疼痛), 간담급위장교통(肝胆及胃肠绞痛), 황저형간염(黄疽型肝炎), 장염(肠炎), 이질(痢疾), 소화불량(消化不良), 소아감적(小儿疳积), 폐결핵각혈(肺结核咯血), 지기관염(支气管炎), 방사능 반응에 의한 백혈구 감소증(放射反应引起的白细胞减少症), 농약중독(农药中毒), 피부염(皮炎), 습진(湿疹), 창양종독(疮疡肿毒) 등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한의학계에서도 이 식물의 생약명을 계요등이 아닌 계시등(鷄屎藤)이라고 한다. 설혹 중국의 계시등이 와전되어 계요등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제와서 식물이름을 계시등으로 고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최소한 계요등과 계뇨등이 혼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문법에 맞게 계뇨등으로는 수정하여 통일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그리고 우리 도감에 계요등은 충청이남 지역에 자생한다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경기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혹자는 지구온난화로 그렇다고 하나 그게 아닌 것 같다. 중부지역에도 충분히 노지월동할 수 있는 식물인데 처음에 잘못 알려진 것 같다. 북한의 황해도에서도 많이 자란다는 자료도 있는 것으로 봐서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계뇨등이 나무인지 풀인지에 대한 설이 분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는 나무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넌출성 여러해살이 풀로 분류하는 국립수목원 도감을 비롯하여 거의 대부분 도감들이 다년생 초본으로 분류하는 것 같으나 겨울에도 줄기의 상당부분이 남아 있다고 나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는 덩굴성 다년생 초본(蔓性多年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다년생초질등본(多年生草质藤本)으로 분류하고 있어 일단 동양 3국이 공식적으로는 모두 초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겨울에 목질부분의 일부가 남아 있으며 거기서 봄에 새순의 일부가 나온다고 반드시 목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등록명 : 계요등
이 명 : 개뇨등
학 명 : Paederia scandens var. scandens (Lour.) Merr.
이 명 : Paederia scandens (Lour.) Merr.
이 명 : Paederia foetida L.
분 류 : 꼭두서니과 계요등속 넌출성 여러해살이풀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국명 : 계시등(鸡矢藤, 鸡屎藤)
일본명 : 헥소카주라(屁糞葛)
영어명 : skunkvine
학명의 속명 Paederia나 종소명 foetida 그리고 우리 이름 계요등 뿐만아니라 중국 이름 계시등(鸡屎藤), 일본 이름 비분갈(屁糞葛) 등 거의 모든 이름이 좋지 못한 냄새와 관련이 있으며 일반 영어명은 아예 스컹크덩굴(skunkvine)이라고 까지 부르며 너무 잘 자라서 주변 식물들의 성장을 해친다고 하와이나 미국 남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환경위해식물로 취급하지만 이 식물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동양에서는 다양한 효능을 가진 약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꽃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잎이나 줄기를 문질러 상처를 내야만 냄새가 나는 것이므로 주변에 있어도 별로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놀랍게도 중국 해남지방에서는 이 계요등으로 떡을 만들어 먹는데 인기있는 식품이라고 한다. 잎을 손으로 비벼서 떡을 만드는데 처음에는 닭똥 냄새가 나지만 조금 지나면 매우 향긋한 냄새가 난다고 하니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계요등
이렇게 줄기의 일부가 겨울에 남아있어도 초본으로 분류한다.
간혹 지름이 1cm 정도로 굵은 것도 있다.
계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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