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기타 과 식물/식물상식

화투에 등장하는 꽃과 나무 그리고 동물들

낙은재 2017. 1. 28. 00:00

오늘 설날 대부분이 가정에서 가족들이 모여 앉아 화투놀이를 즐기는 것이 거의 전통이나 풍습으로 굳어져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화투에 등장하는 식물들에 대하여 알아본다. 과거 화투 그림을 볼 때 우리 이름과 그림이 좀 다르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점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파악해 보는 것이다. 화투는 일본에서 포르투칼 카드게임의 영향을 받아서 만든 놀이이며 그 것이 조선말에 일본 상인들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 같은데 가끔 이 것의 원조가 한국이라는 다소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경우도 본다. 크게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으나 일본인들이 만든 게임을 너무 즐기는 것이 부담되어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켜 보려는 마음으로 판단되어 이해는 간다.


중장년 이상 우리 국민 거의 모두가 즐기는 놀이인데 이제와서 화투가 일본에서 왔으면 어떻고 그 옛날 일본이 우리 영향을 받아서 만든 것이므로 우리가 원조라고 한들 뭣이 달라지겠는가? 하나 분명한 것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지만 그래도 일본보다는 우리가 훨씬 더 화투를 즐긴다는 것이다. 최근에 화투 디자인이 바뀌지 않았다면 내가 아는 우리나라 화투의 그림은 거의 100% 일본 그림과 동일하다. 화투놀이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지 꽤 오래되었으니 그 사이 얼마든지 변화할 수도 있었으려만 어쩌면 이렇게도 일본 그림을 따라서만 그려왔는지 궁금하다. 나로서는 화투의 기원이나 원조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고 단지 어떤 식물들을 월별 모델로 삼았는지가 궁금하여 알아보는 것 뿐이다.


우리나라 화투


일본 화투 하나후다(花札)


1월 소나무와 학

그러나 실제로는 학은 무게와 발 구조로 봤을 때 소나무에 앉지를 못한다. 허나 그림에는 소나무 가지가 아닌 소나무 옆 땅에 있는 것이므로 장수의 상징인 학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속리산 정2품송


소나무가 검은 것은 달밤이기 때문이다.


2월 매화와 동박새

동백이나 매화에서 먹이를 찾아 다니는 동박새가 매실나무에 앉아 있는 모습


홍매

 

매실나무 가지에 앉은 동박새 

사진출처 : 쓰리박의 탐조기행


휘파람새라는 설도 있으나 새의 색상으로 보나 습성으로 보나 동박새에 가까워 보인다.


3월 벚나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왕벚을 대량 식재한 것이라는 설이 있는 벚꽃명소 요시노지방의 애칭인 미요시노라고 홍단에다가 표기하기도 한다.


1~3월에 꽃이 피는 칸히자쿠라(カンヒザクラ : 寒緋桜)라는 품종도 있다.

이는 원예종이 아닌 벚나무의 원종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에는 근연종이 신양벚나무로 등록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벚나무와는 다르게 이렇게 붉은 꽃이 피는 벚꽃도 있다. 광에 보이는 것은 막(幕)인데 일본에서 행사나 의식에 사용하는 휘장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벚꽃놀이 갈 때 나무 아래 자리를 깔고 둘러치는 막이라고 보면 되겠다.


4월 등과 두견새

항상 흑싸리가 뭘까 하고 의문을 품었는데 모델은 등나무이다.



그러고 보니 잎줄기가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일본 화투에는 색상도 검은 색은 아니다.

일본 화투에 있는 위 검은 색은 잎이고 아래 연자색은 꽃이다. 

두견새는 4월이 오면 번식기라서 여기저기서 많이 운다.


5월 붓꽃과 나무다리(八橋)

우리는 모두 난초라고 하는데 정작 모델은 일본의 창포이다. 그런데 일본의 창포(菖蒲)는 우리나라 붓꽃이다. Iris sanguinea


붓꽃이 심어진 연못에 나무로 만든 관람용 다리라고 보면 되겠다.


6월 모란(목단)과 나비




7월 홍싸리와 멧돼지

싸리나무 Lespedeza bicolor와 멧돼지


싸리나무는 우리나라에도 흔한 나무인데 7월에 붉게 꽃이 핀다. 붉은 것은 꽃이고 푸른 것은 잎이다.


8월 억새와 기러기 그리고 보름달

원래 일본 모델은 참억새(Miscanthus sinensis)이지만 우리는 그냥 검게 처리하여 민둥산 같은 모습을 만들어 공산(空山)이라고 한다.


일본 화투의 그림에는 억새 밭위의 보름달과 기러기가 보인다.


9월 국화 술잔


목숨 수(壽)자가 새겨진 술잔


10월 단풍(홍엽)과 사슴




11월 오동나무와 봉황



일본에서는 동(桐)이 끝이라는 기리(きり)와 같이 발음되기 때문에 12월로 삼는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오동나무 잎과 꽃 그리고 꽃망울에다가 봉황이라고 봐도 되겠지만 실제로 오동나무는 매우 복잡하다. 한중일이 모두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일단 일본 화투의 모델인 일본의 동(きり)은 우리나라 정명은 참오동나무이다.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오동나무와는 같은 속 다른 종으로 분류하지만 위 그림과 같이 우리나라의 오동나무와 매우 흡사하여 국제적으로는 같은 종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중국의 오동(梧桐)이나 일본의 오동(オギリ: 青桐, 梧桐)은 현삼과 오동나무속인 우리나라 오동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벽오동이라고 부른다. 이는 벽오동과 벽오동속으로서 식물분류체계상 거리가 무지하게 먼 나무이다. 봉황(鳳凰)은 원래 벽오동 즉 중국의 오동에 깃든다는 전설의 새인데 일본에서 이를 동(桐)과 함께 화투에 그렸다. 동 즉 일본의 참오동나무는 중국에서는 모포동(毛泡桐)이라고 부른다. 


12월 버들과 개구리, 제비 그리고 일본 문인 小野道風 및 라생문


비광에 있는 그림은 일본의 헤이안시대의 유명한 귀족 서예가인 오노노도우후우(小野道風)가 무명시절 산책 중 개구리가 높은 버드나무 가지에 뛰어오르려고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것을 보고 있던 중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버드가지가 내려오자 그 때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도 포기하지 않고서 계속 노력하면 결국 성공한다는 교훈을 얻어 그날부터 정진하여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다는 고사를 묘사한 것이다. 우리 고사가 아니라도 새겨둘 만하다고 생각된다. 열자리의 새는 제비이며 쌍피에 있는 그림은 일본의 저승문이랄 수 있는 라생문(羅生門)이다. 


원래 일본 화투에서는 비가 11월이지만 우리는 오동과 맞바꾸어 12월로 변경하였지만 여전히 그림이 계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즉 눈이 아닌 비가 오는데다가 개구리와 제비 모두 겨울에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