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

310 미스김라일락, 국내서는 보기 드문 우리 털개회나무의 원예종

낙은재 2017. 3. 24. 12:59

미스김라일락


털개회나무의 원종인 중국의 교령화 즉 우리나라 등록명 푸베스켄스 라일락(Syringa pubescens)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왜성 라일락이 두 종이 있다. 그 하나는 우리나라의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다 그 이름을 알고 있는 미스김라일락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이름이 생소한 메이어리 라일락 '팔리빈'이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우리 주변에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고 오늘 현재도 시중에서 미스김라일락이라고 팔고 있는 나무는 실상 미스김라일락이 아니고 거의 대부분 메이어리 라일락 '팔리빈'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조상이 우리나라 북한산 백운대의 털개회나무인 미스김라일락은 정작 국내서는 보기 힘들다. 


이 둘은 수형이나 개화시기 향기 등이 워낙 비슷하여 이들 원예종을 처음 개발하여 보급한 미국시장에서조차도 헷갈리는 품종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어리 라일락 '팔리빈'도 미스김라일락과 원래는 같은 원종인 중국의 교령화(Syringa pubescens)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즉 그 뿌리는 둘 다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럼 우선 미스김라일락부터 탐구하고 팔리빈으로 넘어가기로 하고 그 다음 그 둘의 비교 구분점까지 파악해 보자. 


메이어리 라일락 '팔리빈'

국내서 미스김으로 둔갑하여 유통되는 대부분이 이 팔리빈이다. 해외에서도 이것을 코리안라일락이라고 부른다.

팔리빈과 미스김의 구분법  바로가기  http://blog.daum.net/tnknam/729


미스김라일락의 원종은 영어로는 코리안 라일락 또는 만추리안 라일락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와 만주지역에 자생하는 털개회나무이다. 이 나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세계적인 품종으로 거듭났는지 알아보면 흥미롭다. 미국 뉴욕에서 동쪽 대서양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뉴햄프셔라는 주가 있다. 여기서 태어난 엘윈 M 미더라는 버몬트대학 식물학교수가 1946년 미군정시절 미육군 소속 식물전문가로서 한국에 와서 2년간 머물게 된다. 1947년 11월 11일 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휴일을 맞아 북한산에 오르게 된다. 백운대에 올랐다가 가파른 절벽 화강암 바위 틈 사이에 제법 흙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마른 열매를 달고 있는 나즈마한 관목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잎은 다 떨어지고 뿌리는 눈에 덮여 있었지만 식물학교수인 그로서는 라일락의 일종임을 단번에 알아챘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왜성 변종일지도 모른다는 직감을 했을 수도 있다. 그의 회고에 의하면 주변에 왜성으로 자란 소나무들도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열매 깍지를 열심히 살피게 된다. 그 백운대 고지의 추운 겨울 바람에 거의 다 날아가고 그때까지 용하게도 남아있던 겨우 12개의 종자를 채취하게 된다.


털개회나무

세계적인 인기 품종 미스김라일락은 백운대 암벽틈새 열악한 환경에서 모질게 자라던 이 나무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이듬해 1948년 미국으로 돌아가 1966년까지 쭉 뉴햄프셔대학의 식물학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귀국 직후 그백운대에서 채취한 종자 12개를 심었는데 그 중에서 7개의 발아에 성공을 한다. 그 중 5개는 여느 털개회나무와 비슷하게 직립하여 크게 자랐으나 두 개가 이상하게 왜성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튼튼하게 자라서 여타 라일락보다 약 1주일 늦게 자주색 꽃망울에서 점차 옅은 남색을 띤 흰색으로 변해가는 향기좋은 꽃을 피웠다고 한다. 왜성 두 개 중 하나는 짙은 녹색 잎에 가장자리에 물결주름이 있고 기존 라일락에서 흔한 골치아픈 흰가루병이 전혀 없으며 가을에 아름다운 암적색 단풍까지 들었다. 


그래서 그 이름을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여성에 비유하여 미스김이라고 명명하였다고 한다. 일설에 그의 한국 근무 시절 타이피스트의 성이 김씨라고 하는데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그 당시 미인대회 우승자 대부분이 미스김이었기 때문이라고 뷰티 콘테스트 위너의 상징인 미스김으로 명명하였다고 미더교수 본인이 분명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그후 미스김라일락은 뉴햄프셔대학 농업시험장에 의하여 1954년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었으며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왜성에다가 병충해에도 강하고 가을 단풍마저 아름다워 지금까지고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라일락 중 하나라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미국 시장 1/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실제로 구글에 가서 털개회나무 즉 Syringa patula를 검색하면 미스김라이락만 보일 정도로 널리 보급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스김라일락의 단풍

미국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톤이다.


다소 장황하게 미스김라일락의 유래를 설명한 것은 내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제까지 내가 들은 많은 정보들은 미군정시절 미국인 미더가 우리나라 나무의 종자를 받아가 미국에서 원예종으로 개발하여 크게 성공하여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싼 로열티로 지불하고 역수입하여 가정에서도 심고 있다는 것이다. 다소 성미 급한 사람들은 씨를 받아간 미더가 마치 문화재 도굴이나 한 듯이 비난을 한다. 제주도 구상나무와 더불어 원래는 우리 것인데 미국에서 세계적인 원예품종으로 만들어 비지니스에 성공을 하는 것을 보니 아닌게 아니라 배가 좀 아프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쓸데없는 애국심을 발휘하여 엉뚱한 비난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는 뭘 잘못하였는지 반성이 없다면 원인 파악도 안되고 따라서 당연히 앞으로 방지책이 나올 수가 없다. 불법도 아닌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자그마한 나무의 씨를 받아 간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비난할 만한 문제인가? 그냥 백운대에 머물러 있으면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어야 했다는 것인지 그리고 제주도 구상나무도 그렇다. 구상나무와 매우 비슷하여 전문가도 구분하기 힘든 중국에서도 자생하는 분비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구상나무 대신에 그 나무가 세계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이용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일까? 다만 진즉 그 효용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한 우리가 안타까울 뿐이다. 찾아보면 얼마든지 제2의 미스김이나 완도호랑가시와 같은 변종이 있을 터인데도 왜 꼭 외국인 눈에 띄여야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것인지가 아쉽다.


이런 문제의 제기는 비단 우리 뿐만은 아니다. 가장 결정적인 사례가 신종플루의 치료제 타미플루인데 중국의 팔각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스위스업체가 대박을 내도 중국은 그저 구경만 했던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는 각국간의 이해가 걸린 세계적인 문제이므로 원산지의 권리를 어느 정도 인정하자는 유전자원 이용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를 만들어 해결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선진국들이 가입을 안 하는데 과연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겠는가 싶다.


각설하고 내가 이 미스김라일락의 유래를 알고난 후의 느낌은 다르다. 우선 미스김라일락은 인위적인 육종에 의하여 개발된 원예종이라기 보다는 자연상태에서 저절로 이미 왜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종자를 채취하여 개발한 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왜성이 되었을까가 매우 중요하여 늘 궁금하였는데 이제까지 내가 들은 정보에는 그런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북한산이라느니 도봉산자락이라느니 하는 것은 별 중요한 정보가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백운대 암벽 틈새에 쌓인 좁은 흙에서 살아남으려고 제 스스로 왜성으로 변질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미더교수는 별로 한 것이 없다. 단지 왜성 라일락에서 종자를 발아시켜 왜성끼리만 계속 수정을 시킨 것 말고는 말이다. 그럼 특이한 단풍 색상은 왜 일까? 백운대 고지대의 세찬 바람 때문일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또 하나 잘못된 정보는 우리 국민 누가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역수입해다가 심었다는 말인가? 무슨 나무 가격이 수십 또는 수백 만원씩이나 하는 줄로 알고들 있나? 게다가 우리 주변에 그리고 인터넷 검색에 나오는 거의 모든 미스김라일락은 진짜 미스김라일락이 아니고 메이어리라일락 팔리빈이다. 지금도 수목 유통계에서는 팔리빈을 미스김이라고 팔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작년인 2016년 재미 환경운동가인 백영현이라는 분이 미국에서 묘목 수백 그루를 가져와 국립수목원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고유 특이한 변종이 미국에서 잘 보존되었다가 다시 귀향하는 것이 되는 것인가? 여하튼 국내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나무이지만 재미교포들은 아무래도 현지에서 정원에 많이 심어 향수를 달래는 것 같다.


미국현지에서 미스김라일락 보급에 앞장서고 국내에 까지 보급에 힘쓴 환경운동가 백영현이란 분이다.



등록명 : 미스김라일락

학  명 :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Miss Kim'

분  류 : 물푸레나무과 수수꽃다리속 관목

수  고 : 2.1m(최대 2.7m)

너  비 : 최대 2.1m

줄  기 : 직립, 왜성

잎모양 : 타원형

잎색상 : 암록색, 암적색 단풍

잎길이 : 12.5cm

꽃차례 : 원추화서, 7.5cm

개화기 : 5월

내한성 : 영하40도


아래 미국정원에 심어진 미스김라일락을 보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지 이해가 간다.


미스김라일락


미스김라일락


미스김라일락


미스김라일락


미스김라일락


미스김라일락


미스김라일락



잎이 이렇게 생겨야 미스김라일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