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장나무
우리 뒷마당에 있는 나무이다.
누리장나무
여름에 꽃이 만발한 모습
누리장나무
가을에 꽃보다 더 아름다운 남색 열매와 붉은 꽃받침 모습
당오동 덕분에 누리장나무속으로 이왕 들어왔으니 앞으로 누리장나무속 수종들을 탐구하려고 한다. 누리장나무속은 학명을 운(運)을 좌우하는 나무라는 뜻으로 Clerodendrum으로 식물분류학의 창시자 린네가 직접 명명하였다고는 바로 전 당오동 포스팅에서 알아본 바 있다. 린네는 스리랑카에서 채취한 표본을 대상으로 속명을 명명하였으므로 현지의 주술 풍습과 관련한 이름으로 속명을 지었으나 우리 동양 3국에서는 그런 관습은 없어 달리 부르는데 중국은 잎과 줄기가 푸르다고 대청(大靑)속으로 부르며(其茎叶皆深青, 故名大青)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잎과 줄기를 건드리면 냄새가 난다고 각기 취목(臭木)속과 누리장나무속으로 부른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열대아시아와 호주를 거쳐 중앙아메리카까지 주로 열대지방에 자생하는 누리장나무속은 전세계 150~400 종이 분포하는데 과거에는 마편초과로 분류하였으나 최신 분류시스템인 APG체계에서는 꿀풀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누리장나무속 수종들은 워낙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꿀풀과의 근연속인 Rotheca속과 Volkameria속 그리고 Ovieda속과의 이합집산 또는 속 변경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여왔으며 그 추세는 최근에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매우 복잡한 속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자생종 누리장나무만도 하여도 한때 일부에서는 Ovieda trichotoma로 분류하기도 했다.
누리장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 및 필리핀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며 학명을 Clerodendrum trichotomum로 표기한다. 이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스웨덴 식물학자 툰베리가 최초 묘사하였으며 종소명 trichotomum는 꽃차례가 세 갈래로 갈라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갈래로 갈라지는 경우도 많다. 누리장나무속 수종들 중에서는 특이하게 내한성이 강하여 온대지방에서도 자생하는 극소수의 수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누리장나무이다. 중국의 경우 요동지방에서도 자생하며 일본의 경우는 홋카이도에서도 자생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도감에는 황해도 이남이라고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최북단 압록강지역에서도 노지월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하다.
누리장나무
꽃차례 줄기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 나무의 우리나라 이름은 잎과 줄기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누리장나무가 되었으며 향명은 지방마다 달라 개똥나무, 구릿대나무, 구린내나무 등 매우 다양한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이런 나쁜 냄새와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나무가 그 정도로 악취가 나는 나무이냐는 것에 대하여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무를 좋아하여 정원에 몇 그루 심고 가꾸는 사람으로서 절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고약한 냄새라는 것은 너무 과장된 점이 분명히 있다. 다소 역겨운 냄새는 잎을 건드리거나 줄기를 상하게 하였을 때 즉 전정할 때나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면 아무리 근처에 가도 냄새를 거의 느낄 수가 없다. 그 동안 우리 정원에 들린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무도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한 사람이 없다. 오히려 개화기 꽃향기기 무척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일부 도감에서는 향기가 좋은 이 나무의 꽃에서조차도 나쁜 냄새가 난다고 엉터리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블로거들은 누리장나무의 악취 때문에 가까이 가면 호흡이 곤란할 정도라고 부풀려서 말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누리장나무 입장에서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억울한 이야기가 된다. 그 정도 냄새는 꽃누리장나무에서도 나고 상산과 가죽나무에서도 나고 딱총나무에서도 난다. 그리고 꽃이 아름답다는 꽃개오동에서도 나며 란타나에서도 난다. 그 외에도 잎을 상처내면 냄새가 나지만 우리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나무는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
꽃누리장나무
중국 원산 취모란(臭牡丹) Clerodendrum bungei
이 나무 또한 잎을 상처내면 냄새가 나지만 이름이 좋아서 그런지 악취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럼 왜 유독 이 나무만 냄새를 강조를 할까? 그건 바로 이름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이름 누리장나무가 그런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일본 이름 취목(臭木)에서 완전히 확인을 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별명으로 취오동(臭梧桐)으로 부르기는 하지만 정명으로는 해주(海州)지방에서 생산된 상산(常山)과 같은 약효를 지닌 나무라는 뜻인 해주상산(海州常山)이라고 불러 생약적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도감에서는 냄새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차지기취(槎之气臭) 즉 상처를 내면 냄새가 난다는 정도의 언급에 그친다. 게다가 이 나무의 일반 영어명은 꽃과 꽃받침 그리고 열매의 색상이 변화하여 컬러풀하다고 harlequin glorybower라고 한다. 결국 그러고보면 이 나무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강조한 이름은 우리나라와 일본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찾아보면 이 나무를 정원수로 추천하는 도감이 우리나라에도 없지는 않다.
할리퀸(harlequin)
서양에서 널리 알려진 캐릭터인데 그러고 보니 누리장나무 꽃 색상과 비슷하다.
어린 잎을 데쳐서 쌈이나 무쳐먹기도 하는데 이 나무의 냄새는 열을 가하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린 가지와 잎에는 매우 다양한 병을 치료하는 약성분을 내포하고 있어 한중일 삼국에서 모두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 나무는 꽃이 좀 뜸할 무렵인 여름에 꽃을 피워 꽃이 질 때쯤이면 꽃받침이 녹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하여 꽃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급기야는 붉은 꽃받침 속에서 남색 보석같은 열매를 드러내어 그 아름다움의 극치를 구현한다. 이렇게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오랫동안 볼거리를 선사하는 이 누리장나무 만한 정원수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별로 역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쓰이는 냄새 때문에 이 나무를 푸대접해서야 되겠나 싶다. 게다가 내한성도 강하고 생명력도 매우 강하여 이식하여도 웬만해서는 잘 죽지도 않으며 매우 잘 자라 어린 묘목이 금새 성목이 된다. 아래 프랑스 파리의 15번가에 가로수로 심어진 아름다운 누리장나무의 사진을 보면 더 이상 누리장나무를 업신여기지 않으려나?
파리 15번가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는 누리장나무의 아름다운 모습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에서는 워낙 흔한 나무라서 아니면 이름 때문인지 정원이나 공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나무이지만 서양에서는 정원수로 도입되어 여기저기에 심어져 있다고 한다.
이 나무의 남색 열매에서는 Trichotomine이라는 특이한 푸른 색소가 들어 있어 특수 염색에 사용되고 있으며 누리장나무는 양성화이지만 자가수분을 싫어하여 수술이 먼저 성숙하고 수술에서 꽃가루가 방출되어야만 나중에 암술이 성숙하는 자웅이숙(dichogamy) 중 웅성선숙(protandry)의 특징을 보여 흥미롭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꽃이 핀 다음 먼저 수술이 일어서고 암술은 휘어진 모습을 보이다가 수술의 꽃가루 방출이 끝나면 암술이 똑바로 뻗고 수술은 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누리장나무의 자가수분 기피는 나무 단위가 아니고 꽃 단위이므로 동일한 나무에서 핀 이꽃과 저꽃의 수분은 가능하므로 한 그루만 있어도 열매를 맺는다.
누리장나무의 자웅이숙 모습
꽃에 따라서는 하나의 암술이 뻗고 4개의 수술이 말린 것이 있고
그 반대로 4개의 수술이 곧장 뻗고 하나의 암술대가 처져있는 모습이 보인다.
등록명 : 누리장나무
학 명 : Clerodendrum trichotomum Thunb.
분 류 : 마편초과 누리장나무속 낙엽 관목, 소교목
신분류 : 꿀풀과 누리장나무속 낙엽 관목, 소교목
원산지 : 우리자생종, 중국, 일본, 동남아
중국명 : 해주상산(海州常山), 별명 - 취오동(臭梧桐)
수 고 : 1.5~10m
줄 기 : 유지, 엽병, 화서축 등 다소피황갈색유모혹근무모, 노지회백색, 피공, 체백색, 담황색박편상횡격
엽 편 : 지질, 난형, 난상타원형혹삼각상란형, 정단점첨, 기부관설형지절형, 우심형
잎크기 : 5~16 x 2~13cm
잎색상 : 표면심록색, 배겸담록색, 양면유시피백색단유모, 노지표면광활무모, 배면잉피단유모혹무모, 혹연맥모교밀,
잎 맥 : 측맥3~5대, 전연혹유시변연구피상치
잎자루 : 2~8cm
꽃차례 : 산방상취산화서정생혹액생, 통상2분기분지, 소산, 말차분지착화3타, 화서장8~18cm, 화서경3~6cm, 다소피황갈색유모혹무모
포 편 : 엽상, 타원형, 조락
꽃받침 : 뇌시록백색, 후자홍색, 기부합생, 중부략팽대, 유5릉척, 정단5심렬, 열편삼각상피침형혹란형, 정단첨
꽃향기 : 있음
꽃부리 : 백색혹대분홍색, 화관관세, 장약2cm, 정단5렬, 열편장타원형, 장5~10mm, 관3~5mm
꽃수술 : 4, 화사와화주동신출화관외
암술대 : 수수보다 짧음, 주두2렬
열 매 : 핵과근구형, 경6~8mm, 포장우증대적숙악내, 성숙시외과피람자색
화과기 : 6~11월
용 도 : 어린 잎 식용, 어린 줄기와 잎 약용, 정원수
주 치 : 풍습비통(风湿痹痛), 반신불수(半身不遂), 고혈압(高血压), 편두통(偏头痛), 학질(疟疾), 이질(痢疾), 치창(痔疮), 옹저창개(痈疽疮疥)
우리나라에서는 생약명을 본초강목습유(本草纲目拾遗)에 근거하여 거의 모두 취오동(臭梧桐)이라고 하는 것 같지만 중국에서는 그 보다 훨씬 앞선 당송시대의 도경본초(图经本草)에 의하여 해주상산(海州常山)을 정명으로 한다.
누리장나무
중국명 : 해주상산(海州常山)
누리장나무
처음에는 꽃받침이 녹색이었다가 점차 분홍색으로 변하면서 열리어 꽃부리가 나온다.
누리장나무
일부 꽃받침은 열리어 꽃부리가 길게 나오고 그 끝에 긴 암수술이 나온다.
누리장나무
용문산 깊은 골짜기에 있던 나무인데 그 꽃향기가 무척 강하여 발길을 멈추게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누리장나무
잎이 대생이지만 좌우 잎자루 길이가 다른 경우도 많다.
누리장나무
잎자루의 좌우 차이가 확연하게 보인다.
누리장나무
꽃받침 속에서 길쭉한 화관관이 나온다.
누리장나무
수술이 먼저 성숙하고 암술은 휘어져 대기하는 모습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누리장나무
4개의 수술은 꽃가루 방출이 끝나고 말려있고 1개의 암술은 성숙하여 곧장 뻗은 모습
누리장나무
암술 성숙기
누리장나무
위는 수술이 아래 꽃은 암술이 성숙한 모습
누리장나무
꽃잎과 암수술이 모두 떨어진 다음 꽃받침이 붉게 변한 모습
누리장나무
열매가 흰색에서 남색으로 익는다.
누리장나무
열매가 숙성하면 꽃받침이 옆으로 펴지어 새들이 물고가서 종자를 퍼트리길 바란다.
누리장나무
꽃보다 아름다운 남색 열매와 붉은 꽃받침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
열매와 종자
누리장나무 정아
누리장나무 측아
누리장나무 새순
누리장나무
수피에 피목이 매우 많다.
누리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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