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단풍나무
Acer palmatum
단풍(丹枫)
이번에는 단풍나무와 관련된 용어인 단풍과 홍엽 그리고 단풍나무, 축수(槭树), 풍수(枫树) 등을 알아보자. 순수 우리말이 아니고 한자어인데 원래는 중국에서 시작된 용어이지만 중간에 서양 식물분류학을 먼저 배운 일본이 개입하면서 용어가 매우 혼란스럽게 뒤섞여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럼 먼저 단풍은 한자로 붉을 단(丹)과 단풍 풍(楓)이 결합된 글자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붉게 물든 단풍나무의 잎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색상이 붉지 않아도 단풍이라고 하고 나무도 단풍나무에만 국한하지 않고 넓게 확장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기후변화로 식물의 잎이 붉거나 누렇게 변하는 현상 또는 그렇게 변한 모든 잎
2. 단풍나무
항상 어떤 용어의 출처를 고전에서 찾는 중국에서는 단풍(丹枫)은 당나라 유명 시인 이상은(李商隐 : 818~858)의 방추(访秋)라는 시에 최초로 등장한다고 한다.
“殷勤报秋意(은근보추의) 只是有丹枫(지시유단풍)"
단풍을 보고 가을의 정취를 은근히 느낀다. 라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중국에는 단풍을 经霜泛红的枫叶(경상범홍적풍엽)이라고 풀이한다. 즉 서리를 맞아 불그스름하게 변한 풍엽을 말한다. 여기서 풍엽은 풍수의 잎을 말하며 풍수(枫树)는 아무래도 풍나무보다는 단풍나무를 말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도 단풍을 서리맞아 붉게 변한 풍(楓)의 잎이라고 풀이는 하지만 거의 쓰지 않는 용어이다. 굳이 따지자면 여기서의 풍(楓)은 단풍나무가 아니고 일본에서 후우(フウ)라고 발음하는 풍나무를 말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단풍이나 중국과 일본의 홍엽 모두 붉은 색이라는 뜻이 있지만 실제로는 색상을 따지지 않고 모두 단풍 또는 홍엽이라고 한다.
홍엽(紅葉)
그런데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단풍이라는 용어보다는 홍엽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우리말 사전에 붉은 잎 또는 붉게 물든 단풍잎으로 풀이되는 홍엽(紅葉)은 단풍과 거의 동일한 의미이지만 우리가 홍엽이란 말을 거의 쓰지 않듯이 중국과 일본에서는 단풍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특히 일본이 그렇다. 그럼 여기서 일본과 중국의 홍엽의 정의를 알아보자. 일본의 홍엽은 우리나라의 단풍과 의미가 너무나도 흡사하다. 1. 紅葉을 こうよう(코우요우)로 발음하여 낙엽 전에 색상이 붉거나 노랗게 변한 잎을 말하지만 2. 紅葉을 もみじ로 발음할 경우 단풍나무의 별칭이 된다.
중국에서는 홍엽(红叶)이 우리 단풍과 비슷하지만 조금 의미가 넓다. 특이한 것은 단풍나무와 풍나무 외에도 안개나무를 대표적인 홍엽수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엽이 좁은 의미로는 안개나무가 된다.
1. 가을 즉 추천(秋天)에 풍(枫), 축(槭), 황로(黄栌) 등의 잎이 붉게 변하는 것을 총칭
2. 사랑의 매개체(자) 또는 중매장이
3. 안개나무(黄栌)
따라서 중국과 일본에서 단풍명소를 알아보려면 홍엽경구(红叶景区)와 홍엽의 명소(紅葉の名所)를 찾아야 한다.
안개나무 = 황로(黄栌)
안개나무 = 황로(黄栌)
단풍나무는 이제 풍(枫)이 아니고 축(槭)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크게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논란은 우리가 단풍나무라고 하는 것을 중국에서는 단풍(丹枫)도 아니고 그렇다고 풍(枫)도 아닌 축(槭)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단풍나무를 잎이 개구리 손(발)을 닮았다고 카에데(カエデ) 발음하며 한자로는 축(槭), 축수(槭樹)라고 주로 쓰며 풍(楓)이라고도 표기하여 풍과 축을 혼용하고 있다. 그런데 축(槭)은 우리나라에는 웬만한 사전에는 잘 나오지도 않는 한자이다. 축(槭)은 축(㰗)으로도 쓰는데 우리나라 옥편에는 단풍나무 축과 나뭇잎 떨어질 색으로 풀이되며 최근의 포털 사전에는 단풍나무 척과 수레멍에목 축이라는 풀이가 추가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단풍나무의 재질이 단단하여 수레의 바퀴나 멍에로 많이 사용하였으며 색은 가을 단풍이 떨어진 앙상한 모습을 형상하므로 모두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중국의 풍(枫)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동안 우리 선조들은 중국에서 단풍나무를 뭐라고 하는지도 몰랐단 말인가? 절대 그럴리가 없을 것이다. 중국에는 현재 풍(枫)이라고 부르는 나무가 따로 있는데 가을 단풍 모습이 단풍나무와 흡사하다. 풍의 대표격은 중국 정명이 풍향수(枫香树)인 나무이다. 우리 자생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더러 보이는데 우리나라 이름이 풍나무이며 일반적으로 대만풍나무라고 많이 부른다. 일본에서도 이 나무를 후우(フウ)라고 발음하며 한자로는 풍(楓)이라고 쓴다.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같은 한자인 풍(楓)을 단풍을 지칭할 때는 카에데라고 훈독하고 풍나무를 지칭할 때는 후우라고 제대로 음독하는 것이다.
풍(楓)도 여러 종이 있으며 그 중 중국에는 두 종이 자생하는데 대표적인 것은 대만과 중국 남부 베트남 등이 원산지인 풍나무이다. 학명을 Liquidambar formosana로 표기하며 과거에는 조록나무과였으나 현재는 알팅기아과로 분류되는 낙엽 교목이다. 따라서 과거 단풍나무과였다가 현재 무환자나무과로 분류되는 단풍나무들과는 식물분류학상 거리가 먼 나무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일본에서 축(槭) 또는 축수(槭树)라고 하는 것을 우리만 풍(楓) 또는 단풍(丹楓)이라고 하고 있으며 그들이 풍(楓)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는 단풍나무가 아닌 또 다른 나무인 풍나무라고 부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걸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속 명 | Liquidambar | Acer |
구 분 류 | 조록나무과 | 단풍나무과 |
신 분 류 | 알팅기아과 | 무환자나무과 |
우리나라 | 풍(楓)나무 | 단풍(丹楓) |
중 국 | 풍(楓) | 축(槭) |
일 본 | 풍(楓) | 축(槭) |
영 어 명 | sweet gum | maple |
풍(楓)나무
풍나무 바로가기 http://blog.daum.net/tnknam/671
풍나무는 단풍이 좋고 향기도 좋으며 약으로도 사용하여 과거 매우 귀한 나무로 대접을 받아 원산지 중국 황궁은 물론 일본에서도 궁에서 심었으며 영국의 황실에서도 미국풍나무를 유럽 최초로 심었다. 따라서 민간인들은 감히 구하기 어려웠던 나무였다.
풍(楓)나무
중국단풍과 구분이 매우 어렵다.
결악풍나무 - 중국 고유종
그러나 과거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이 풍나무와 단풍나무의 구분이 어려워 모두 같이 취급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오죽하면 중화권에서도 이들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3풍5축(三楓五槭) 즉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면 풍(楓)이고 5 갈래 이상이면 축(槭)이라는 구분법이 널리 알려질 정도가 되었을까. 그러나 이 구분법은 세 갈래로 갈라지지만 단풍나무로 분류되는 중국단풍과 5 갈래 심지어는 7 갈래로 갈라지는 미국풍나무 때문에 성립되지 않는 방법이 되고 만다. 여하튼 식물에 별 관심이 없었던 우리 선조들이 축(槭)의 존재는 까마뜩히 몰랐거나 알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단풍나무는 중국에서도 풍(楓)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였다는 것이 된다. 이렇게 파악하고 나니 그럴싸하지만 실상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미국풍나무
5~7 갈래로 갈라진다.
중국단풍 = 삼각축(三角槭)
단풍 즉 축으로 분류되지만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다.
중국단풍 = 삼각축(三角槭)
중국은 1958년부터 2004년까지 무려 45년에 걸쳐 완성한 중국식물지에서 등록된 140여 종의 단풍나무 종류를 모두 xx축(槭)으로 통일된 이름을 붙여 강력하게 밀어부치므로 국가 특성상 별다른 이견이 크게 나올 수가 없지만 대만은 다르다. 대만 일부에서는 오랫동안 중국 고대 시나 그림에 등장하는 풍(楓)은 분명 단풍나무를 지칭하는 것이지 결코 풍나무(枫香树)일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서양의 maple이 분명 풍이며 캐나다 국기에 나오는 나무도 풍이 분명한데 그만 실상을 잘 모르는 일본학자 때문에 단풍나무가 축(槭)이 되고 풍향수(枫香树)가 풍(楓)이 되어버렸으며 중국식물지에서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바람에 고대문화와 단절되었다고 불만이 아주 대단하다.
그들은 일본도 그 이전에 단풍나무를 풍(楓)이라고 기록한 자료가 있었는데도 나중에 축(槭)으로 바꿨으며 그렇게 한 일본의 학자를 에도시대 본초학자인 小野蘭山(1729~1810)를 지목하고 있다. 그가 1799년 발간한 구황본초(救荒本草)에서 처음으로 축수(槭樹)가 일본의 카에데(カエデ)라고 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은 중국에서는 원래 단풍나무를 풍이라고 하였으며 대만에 있는 풍나무는 풍향수(枫香树)라고 하며 그 수지를 약으로 쓰며 풍향지(楓香脂)라고 한다. 그런데 이 것이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일본에서 小野(오노)가 잘못 해석하여 풍(楓)으로 이해하고 단풍나무 종류는 축(槭)으로 인식하였다는 것이다.
서양 식물분류학을 일찌기 배워서 실질적으로 동양 식물분류학을 주도한 일본에서 이런 엉터리 혼란을 만들었다고 오노(小野蘭山)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오노는 일본이 자랑하는 천재 본초학자로서 중국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만 의존하던 일본 본초학을 일본 실상에 부합하게 수정 보완하여 본초강목계몽을 저술한 학자이다. 개화기 독일에서 와서 일본에 서양의학을 처음으로 전수하고 일본 식물분류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지볼트가 이 본초강목계몽을 읽어보고서 그를 일본의 린네라고 추켜세운 사람이다. 그런 자가 단풍나무를 풍이 아닌 축이라고 기록하였다고 멍청이 소리를 듣게 되니 일본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전부는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단풍나무가 자생한다는 중국의 세계적인 식물도감 중국식물지에서 여기에 대하여 입장을 밝힌 내용이 있다. 당초부터 있었는지 나중에 논란이 되니까 추가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단풍나무를 축(槭)이라고 한 것은 일본학자의 주장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의 고대 문헌에 근거하며 풍나무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하여 축으로 명명한다고 아래와 같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고대로부터 단풍나무과 식물을 축(槭)이라고 하였으며 다양한 이명이 있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인 한나라 때 허신(许慎 : 58 ~ 149)이 저술한 설문(说文)에서 “槭木可作大车揉” (축목가작대거유) 즉 단풍나무로 큰 수레바퀴(车輮)를 만든다는 내용이 있다. 여러 지방에서 축수를 풍수라고 하지만 청대 호기준(昊其浚)이 저술한 식물명실도고(植物名实图考)에 삼각축을 삼각풍이라고도 하는데 삼각축(三角槭)이 정명이고 삼각풍(三角楓)은 별명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따라서 조록나무과의 풍나무와의 이름이 중복되는 문란은 피하기 위해서 단풍나무과의 중문명을 축으로 한다. 그리고 지방의 별명을 병기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허신의 설문해자
그럼 결국 중국에서는 단풍나무를 축(槭)으로도 풍(楓)이라고도 불렀지만 과거에는 풍나무와 단풍나무를 같은 종류로 인식하였으나 서양식 식물분류법을 따르자니 둘을 분리할 수밖에 없어서 고심 끝에 학명 Liquidambar인 풍나무들을 풍으로 인정하고 학명 Acer인 단풍나무들은 축으로 부르기로 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 풍나무는 모두 풍이라고 하였지만 단풍나무는 풍과 축을 혼용하고 있었으므로 둘을 분리하자면 당연히 단풍나무가 축이 될 수밖에는 없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결코 일본 학자의 엉터리 분류를 단순하게 중국이 따라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다시 단풍나무속 즉 Acer를 풍이라고 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미 중국이 단풍나무 즉 Acer를 축이라고 하고 일본도 축이라고 하며 우리나라는 축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반대편인 Liquidambar를 풍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강희자전의 해석에서도 나와 있듯이 枫(풍)이 향기가 있고 수지가 나온다는 것과 오리알 만한 큰 열매가 달린다는 것만 봐도 단풍나무가 아닌 풍향수를 지칭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중국이나 일본의 황궁에 심어져 있어서 황제의 정원이나 궁궐을 풍신(枫宸)이라고 하는 말까지 생기게 한 한나라 때 황궁에 심어졌다는 그 귀하다는 풍목(楓木)도 단풍나무가 아닌 풍나무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아무리 민간에 풍나무보다는 단풍나무가 훨씬 많았다고 하더라도 중일 양국의 황궁에 심어져 있는 나무가 풍나무인데 어찌 단풍이 풍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으랴!!! 하지만 어쩐지 아쉽다는 생각은 든다.
[枫]字在《康熙字典》的解释
【辰集中】【木字部】枫
【說文】木也。厚葉弱枝善搖。一名?。
【爾雅·釋木】楓,欇欇。
【郭註】樹似白楊,葉圓岐,有脂而香,今之楓香是也。
【埤雅】枝善搖,故字从風,葉作三脊,霜後色丹,謂之丹楓,其材可以爲式。又【說文解字】楓木,漢宮殿中多植之,故稱楓宸。又【南方草木狀】楓香樹,子大如鴨卵,曝乾可燒,惟九眞郡有之。又【蜀本草】楓脂,入地千年化爲虎魄。又【本草圖經】引《述異記》:南中楓木之老者爲人形,亦呼爲靈楓,蓋癭瘤也。
결론적으로 중국과 일본에서 단풍나무를 뭐라고 부르던 우리는 그냥 단풍나무라고 계속 부르면 된다. 무슨 문제가 있겠나? 그러나 한자는 다르다. 현대 중국어의 변화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제 한자사전을 수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축(槭)은 이미 단풍나무 축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고 풍(楓)도 과거 중국에서 단풍나무를 지칭하였으며 지금도 일부에서 단풍나무를 지칭하고 있으므로 단풍나무 풍이라는 풀이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보인다. 다만 풍(楓)의 풀이에 풍나무 풍이라는 것을 추가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일본 교토 기요미즈 테라(청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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