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무환자나무과/ 단풍나무속

434 산겨릅나무 - 산청목 또는 벌나무라고도 불리지만 산겨릅나무라고 불러야

낙은재 2017. 12. 20. 16:22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라는 본래의 이름보다는 최근에 이 나무를 산중에서 발견한 약초전문가들이 이 나무가 산겨릅나무라는 우리 이름이 있는 줄을 모르고 나름대로 붙인 이름인 벌나무와 산청목으로 더 많이 불리는 나무이다. 그래서 벌나무나 산청목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이 나무의 이명으로 조차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애초에 잘못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 나무 이름이 그렇게 꼬이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이 나무는 남쪽에서는 흔하지 않는 나무로서 원래 북쪽 만주가 고향이다. 그래서 이 나무를 서양에 처음 소개한 러시아 식물학자 막스모비치도 표본을 시베리아 아무르강가에서 발견한 것이다. 극동 러시아와 중국의 동북3성 그리고 우리나라 북한 등 주로 추운지역에 자생하는 나무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남쪽 지리산이나 가야산에서 아무리 찾으려고 애를 쓴들 잘 발견될 리가 없다. 그래서 매우 귀한 나무로 여겨졌다.  


둘째 이 나무의 원산지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로 우리의 옛 고구려 영토이지만 이와 비슷한 나무는 중국에도 대만에도 일본에도 그리고 미국에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 유사종들이 대단한 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립수목원을 비롯한 도감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중국 일부 도감에서 그저 차로 마시면 술이 깨고 간을 보호한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간에 특효약인 양 널리 알려져 마구잡이로(?) 남벌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가 귀하게 대접받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최근에 이 나무의 약성을 발견한 우리나라의 약초전문가 두 분이 새로운 종인 줄로만 알고서 각기 나름대로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그 이름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약초전문가 최진규선생이 어릴 적 가야산에서 선친으로부터 간에 좋은 산청목이라고는 들었으나 그 이후에 다시는 그 나무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유명한 한의사 겸 약초연구가인 김일훈선생이 1986년 펴낸 신약(神藥)이라는 책에 간에 좋다는 매우 유사한 나무가 기록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 신약(神藥)에 기록된 그 나무의 이름은 산청목이 아닌 벌나무라고 되어 있었으며 저자 김일훈선생에게서도 실제 나무의 존재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나중인 1995년 설악산에서 산청목(산겨릅나무)을 몇 그루 발견하고 이를 간환자들에게 써본 결과 매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여 갑자기 유명해진 나무가 된다. 참고로 인산 김일훈선생은 한의사이기도 하지만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며 성리학자로도 유명하여 다방면에 두루 능한 것으로 알려진 분이다. 함경북도 출신으로 말년을 지리산에서 약초연구로 보내면서 죽염과 다슬기와 유황오리의 가치를 재발견하여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진규선생은 산에 있는 줄기가 푸른 나무라고 산청목(山靑木)이라고 부른 것이고 김일훈선생(1909-1992)의 벌나무는 이 나무 주변에 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개 벌은 비를 피하여 집을 짓기 때문에 이 나무의 넓고 무성한 잎은 비를 피하기에 충분하므로 이 나무에 벌이 집을 많이 짓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약 20여 년 전에 지리산 달궁계곡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특이한 나물이 들어간 산채비빔밥이 하도 맛이 좋아서 무슨 나물이냐고 물었더니 벌나무라는 큰 나무의 잎이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벌나무가 뭔가 하고 찾아봤으나 알 수가 없었더랬다. 그 이후 홍천 팔봉산 인근 식당에서도 그 비슷한 나물밥을 먹었는데 거기서는 인근 산 높은 곳에서 채취하였으며 나무 이름은 모른다고 했다. 지리산은 이미 그 이전에 김일훈선생이 지리산으로 은퇴하여 약초연구에 전념할 때이니까 거기서 벌나무라는 이름을 들었던 것일까? 


중국에서도 간과한 산겨릅나무에서 그런 약효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도 대단하다고 판단된다. 거기에는 두 분의 공이 지대하다. 유구한 본초학의 역사를 가진 중국이라고 모든 식물의 약성을 다 파악할 수는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종플루의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서양에서 만들어 큰 돈을 벌었지만 그 재료는 바로 중국 원산의 팔각붓순나무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산겨릅나무의 간치료 효과가 너무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이미 학계 연구에서도 산겨릅나무의 약효가 입증되었다고도 한다. 그 약효의 논란에 대하여 나로서는 뭐라고 끼어들 처지가 못되지만 여하튼 벌나무와 산청목 두 이름 모두 매우 재미있고 설득력이 있는 이름이라고 판단 된다.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이름도 먼저 붙여진 이름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제칠 수는 없다. 이미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하은 정태현박사 외 3명이 1937년 펴낸 [조선식물향명집]에 산겨릅나무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산겨릅나무로 정명을 삼은 이상 산청목이나 벌나무는 그 이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아마 두 분도 이 나무가 산겨릅나무인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산겨릅나무의 학명은 무려 1,101건이나 되는 우리나라 식물을 포함 아시아 여러나라 식물 명명에 엄청난 역할을 한 러시아 식물학자 칼 맥스모비치(Karl Maximovich : 1827~1891)에 의하여 Acer tegmentosum로 명명되었는데 종소명 tegmentosum는 '덮여 있다'라는 뜻인데 구체적으로 뭐가 뭐를 덮고 있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우리 이름 산겨릅나무는 평북방언이라는 설명 외에는 달리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명으로 산저릅이 있는 것으로 봐서 삼 즉 대마(大麻)의 껍질을 벗긴 곧은 줄기를 겨릅 또는 저릅이라고 하는데 그와 관련이 있을 법하다. 삼의 줄기는 세로로 곧은 골이 있으며 녹색이지만 껍질을 벗기면 회백색이 된다. 산겨릅나무의 회색 줄이 있는 녹색의 곧은 줄기가 삼을 연상시켰을 수는 충분히 있다. 


삼 즉 대마(大麻)


겨릅

다음 어느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

삼의 껍질을 벗기면 이런 색상이 되는데 이를 겨릅 또는 저릅이라고 한다.


중국 이름은 청해축(青楷槭)이라고 한다. 중국에는 해축(楷槭)으로 불리는 단풍나무가 3 종류 있다. 하나는 우리 시닥나무를 소해축(小楷槭)이라고 하며 또 다른 하나는 부게꽃나무를 화해축(花楷槭)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들이 해(楷)로 불리는지 명확하지 않다. 잎 모양은 청해축이 다르고 꽃모양은 화해축이 다른데다가 수피는 모두 다르다. 다만 모두 중국 동북지방이 원산지라는 공통점은 있다. 한자 해(楷)는 본보기, 모범 또는 곧고 강직한 것을 뜻하는데 이 나무 곧은 줄무늬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또한 청해축에나 해당되지 소해축이나 화해축에는 줄무늬가 없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만주과부축(滿州瓜膚槭)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참외 껍질 단풍이라는 뜻으로 이는 줄무늬가 있는 산겨릅나무의 수피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등록명 : 산겨릅나무

이  명 : 산저릅

학  명 : Acer tegmentosum Maxim

분  류 : 무환자나무과 단풍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동북지방, 극동 러시아

중국명 : 청해축(青楷槭), 별명 - 청해자(青楷子), 요동축(辽东槭)

영어명 : East Asian stripe maple

일본명 : マンシュウ ウリハダカエデ(滿州瓜膚槭)

수  고 : 10~15m

수  피 : 회색혹심회색, 평활, 열문

가  지 : 소지무모, 당년지자색혹자록색, 다년지황록색혹회갈색

동  아 : 타원형, 인편천갈색, 무모

엽  편 : 지질, 근원형혹란형, 10~12 x 7~9cm, 변연첨예중거치, 기부원형혹근심장형, 3~7렬, 통상5렬

열  편 : 삼각형혹둔첨형, 선단단예첨치, 열편간오목통상둔첨

색  상 : 엽상면 심록색, 무모, 하면 담록색, 맥액담황색총모

잎  맥 : 주맥5조, 기부생출, 측맥7~8대, 상면미현, 하면현저

엽  병 : 4~7cm, 희13cm, 무모

화  서 : 황록색, 잡성, 웅화와 양성화 동주, 무모총상화서

악  편 : 5, 장원형, 선단둔형, 3 x 1.5mm

화  판 : 5, 도란형, 3 x 2mm

수  술 : 8, 무모, 양성화중불발육

화  반 : 무모, 수술의 내측에 위치

자  방 : 무모, 웅화중불발육, 화주 단, 주두미피단유모, 약만곡

열  매 : 시과무모, 황갈색, 소견과미편평, 모두 2.5~3 x 1~1.3cm, 둔각혹근수평

과  경 : 세수, 5mm

화  기 : 4월

과  기 : 9월

생  지 : 해발 500~1,000m 산지

내한성 : 영하 29도

산청목이나 벌나무는 최근에 널리 많이 불려지는 이름이기는 하지만 애초 잘못 붙여진 이름이므로 이명으로 조차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산겨릅나무

잎은 3~7개로 갈라지며 거친 톱니가 있다.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웅화

총상화서



산겨릅나무 웅화

꽃받침 5 꽃부리 5 모두 10개로 보인다. 수술은 8개이다.


산겨릅나무 웅화


산겨릅나무 양성화


산겨릅나무 양성화


산겨릅나무

열매는 둔각 또는 수평으로 벌어지고 털이 없다.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동아

타원형에 갈색이며 털이 없는 섭합상배열

동아에 짧은 자루가 있는 것이 특징


산겨릅나무

타원형에 얕은 갈색이며 털이 없는 섭합상배열


산겨릅나무

녹색에 백색 세로 줄무늬가 있다.


산겨릅나무


산겨릅나무

나이들면 이렇게도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