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Paeonia lactiflora
유럽작약 Paeonia officinalis
작약과 작약속 모식종은 유럽 원산의 Paeonia officinalis로서 우리나라 등록명은 유럽작약이다. 아무래도 식물분류학의 창시자 린네가 유럽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 동양에서는 Paeonia lactiflora로 학명 표기되는 작약이 작약속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작약을 한자로 芍藥(작약)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같다. 원래 중국이름을 따라하였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매우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뜻으로 婥约(작약)으로 부르던 것이 芍药(작약)으로 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婥은 예쁠 작자이며 约은 여기서는 아름다울 작자이다. 그러나 매우 오래전에 쓰여진 시경(诗经)에 이미 勺药(작약)으로 쓰여져 있어 작약이라는 이름을 쓴 역사는 생각보다 매우 길며 한중일 동양 3국에서 오랫동안 사용한 명칭이므로 여기에 대하여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인간에 의한 재배 역사가 길면 당연히 교잡 개량종이나 변종 들이 나타나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그 야생 원종과 야생 변종 그리고 약용이나 관상용 등으로 인간들이 재배하는 원예종의 명칭과 분류에 대하여는 다양한 이론이 없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론을 따르다가 그랬는지 현재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약칭 : 국표식)에서는 작약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즉 현재 작약이라는 이름을 정명으로 가진 특정 식물은 대한민국에 공식적으로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여기서 어떤 문제가 있길래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고찰해 보자.
한약재용 백작과 적작
우선 작약은 식물분류학적 명칭과 약재용 명칭(일명 생약명)이 따로 존재하여 항상 헷갈리게 한다. 약재용 명칭은 두 종류가 있는데 과거에는 이를 백작약 적작약이라고 하였으나 현재 중국에서는 백작(白芍)과 적작(赤芍)이라고 부른다. 작약은 고대로부터 그 뿌리의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약으로 사용하였는데 껍질은 천황갈색 또는 회자색이지만 껍질을 벗기면 백색이기 때문에 이를 작약이라고도 하였지만 백작(白芍)이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고대에는 백작이 바로 작약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당나라 말기 또는 송나라 초기부터 껍질채로도 말려서 약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약효가 백작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서 껍질채 말린 이 약재를 껍질 때문에 붉은 빛이 돈다고 적작(赤芍)이라고 부른 것이다. 따라서 작약 뿌리의 약재가 백작과 적작으로 양분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하게 껍질의 유무의 차이일 뿐인데 그 약효는 많이 달라 백작과 적작의 효능 차이점을 그들은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백보적사(白补赤泻) 백수적산(白收赤散) 백한적온(白寒赤温) 백입기분(白入气分) 적입혈분(赤入血分). 내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거의 상반된 효험을 보이는 것이다. 이래서 일부에서는 불가사의라고 하며 의문을 품어 나름대로 백작과 적작의 구분법이 다양하게 등장하게 된다. 그 결과 백작과 적작을 외피(外皮)의 유무가 아닌 꽃의 색상 즉 백화 작약과 적화 작약 또는 산지 즉 야생 작약과 재배 작약의 차이로 구분한다고 기록한 자료들이 중국 의학서에 나타나기 시작하자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덩달아 우왕좌왕 하면서 그 구분법에 혼동이 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백작과 적작의 구분 방법에 대하여 다양한 설이 있는데 그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아래 5가지 정도이다. 현대에 와서는 중국 뿐만아니라 동양 3국이 공히 공식적으로 외피 유무 즉 포제방법(炮制方法)에 따라서 백작과 적작을 구분한다.
1. 백화는 백작 적화는 적작
2. 야생은 적작 재배는 백작
3. 외피 제거는 백작 외피 그대로는 적작
4. 원래는 동종인데 생장배경에 따라 색상이 변함
5. 같은 작약과 작약속이지만 종에 따라 백작과 적작으로 구분
백작과 적작
작약의 종류와는 무관하게 포제방법에 따라서 색상이 다르고 이름도 다르며 약효도 다르다.
식물학적 분류
어느 식물이던 꽃의 색상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작약도 흰꽃이 피는 것을 백작약 붉은 꽃이 피는 것을 적작약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작약 즉 Paeonia lactiflora는 아니지만 산에서 자생하는 흰꽃을 피우는 근연종을 백작약(白芍藥)이라고 부른다. 일부에서는 이를 산작약 즉 Paeonia ovobata와 통합시켜 분류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종을 독립된 종으로 봐서 학명 Paeonia japonica로 표기한다. 백작약이 있으면 당연히 적작약도 있어야 될 법 한데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적작약(赤芍藥)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종이 있다. 그게 바로 학명 Paeonia lactiflora로 표기된 종인데 우리 국민 대부분 뿐만 아니라 국내 거의 모든 도감에서 작약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한결같이 모두 작약이라고 부르고 있어 문제가 되는 종이다.
그래서 앞 495번 게시물에서 Paeonia lactiflora를 작약이라고 해야지 왜 적작약이라고 하느냐며 아래와 같은 이유를 밝혔다.
1. Paeonia lactiflora의 원종은 적색이 아닌 백색 꽃이 핀다.
2. 약용시 포제방법에 따라 백작약이 될 수도 적작약이 될 수도 있다.
3. 뿌리의 단면이 적색이 아닌 백색이다.
중국에서는 작약 원종은 백색 꽃이 핀다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 국표식에서는 왜 이 Paeonia lactiflora를 적작약이라고 하고 있을까에 대하여 고찰해 보니 나름대로 그 이유가 다음과 같이 추정이 된다. 그것은 바로 이창복박사의 대한식물도감에 아래와 같이 등재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낙은재는 이창복박사의 대한식물도감을 한번도 직접 본적이 없지만 인용된 그 내용을 토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는 작약과는 완전히 다른 종인 산작약과 백작약은 논외로 한다.
대한식물도감에 수록된 자생 작약
학 명 | 국 명 | 비 고 | 자 생 지 |
Paeonia lactiflora | 적작약 | 야생 원종 | 황해도 이북 |
Paeonia lactiflora var hirta | 호작약 | 잎 뒷면에 털이 있음 | 백두산 일대, 경기도 이북 |
Paeonia lactiflora var. trichocarpa | 참작약 | 심피에 유모밀생 | 경북, 강원도, 중국 동북지역 |
Paeonia lactiflora var. hortensis | 작 약 | 원예종 | 전국에 재배 |
바로 이렇다. 이창복박사는 작약의 야생 원종으로 적작약이라는 별도의 종이 있다고 판단하고 재배용 작약들은 모두 개량 변종으로 분류하여 Paeonia lactiflora var. hortensis라는 학명으로 표기하는 설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Paeonia lactiflora var. hortensis는 일본학자 마키노가 명명하였다고는 하나 비합법명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변종명 hortensis는 정원용 또는 원예종이라는 뜻이다.
이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모란의 경우는 중국의 왜모란 자반모란 양산모란 등 야생원종은 따로 있으며 우리가 모란이라고 부르는 것은 거의 교잡종이라서 학명을 Paeonia x suffruticosa로 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장미의 경우도 원예종은 찔레꽃이나 해당화, 중국의 월계화 등에다가 서양의 백장미 프랑스장미 등 10여 종 이상을 이리저리 교잡시켜 탄생한 것이라서 학명을 Rosa hybrida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작약도 야생 원종은 분명 따로 있고 현재의 작약은 그 옛날 당나라 시절부터 품종 개량이 이루어진 결과물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 야생 원종이 바로 적작약이라는 것이며 재배용 원예종을 작약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위 주장이 나름대로 타당성이 없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국표식에 Paeonia lactiflora를 적작약이라고 하는 것을 수긍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국표식에 적작약의 학명으로 Paeonia lactiflora를 정명으로 Paeonia lactiflora var. hortensis를 이명으로 등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창복박사가 주장하는 야생 원종과 재배용 원예종을 통합시킨 것이 된다. 즉 야생 원종과 원예종이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서 동일 분류군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므로 당연히 통합된 이름은 작약이 되어야 마땅하다. 꽃의 색상으로 보나 뿌리의 색상으로 보나 약재의 명칭으로 보나 적작약이라고 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작약이 야생 원종이라면 당연히 재배종이 아닌 우리 자생종이라고 분류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황해도 이북에서 자생하며 황해도에서 채집한 표본도 있기 때문이다.
열매에 털이 밀생하여 뚜렷이 구별되는 참작약마저도 이제는 작약으로 통합되는 추세이다.
게다가 작약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은 물론 일본을 비롯한 세계 어디에서도 작약은 원종과 재배종을 분리하여 분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004년 중국식물지 발간 당시만 하여도 참작약 하나 즉 Paeonia lactiflora var. trichocarpa를 모과작약(毛果芍药)이라고 별도의 변종으로 분류하고 있었으나 중국의 작약 전문 저명한 식물학자 홍덕원(洪德元)박사가 2010년 그의 저서 Peonies of the World에서 잎의 털과 자방의 털은 종내 변이의 양상으로 파악하여 모두 동일 종으로 처리한 바 있어 이제는 중국식물지에서도 통합된 것으로 수정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창복박사가 1980년 위 표와 같이 작약을 원종과 변종 그리고 재배 원예종 등 4종으로 분류하였던 것을 모두 통합처리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세계 거의 모두가 통합하여 분류하는 추세이며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대구대학교 임창건박사의 한국산 작약속식물의 계통과 유전다양성 연구 논문에서 이들의 유전적 유사성이 밝혀져 홍덕원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결론은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우리나라에 등록된 작약 관련 종은 아래와 같이 정정 되어야 한다.
1. Paeonia lactiflora의 국명은 적작약에서 작약으로 변경되어야 하며 자생종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2. 호작약과 민참작약 그리고 참작약은 모두 작약 즉 Paeonia lactiflora에 통합되어 그 이명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3. 적작약 'xxx'로 되어 있는 원예종들은 모두 작약 'xxx'으로 국명이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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