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황(姚黃)
중국에는 약 천 년 전부터 이런 노랑색 꽃이 피는 모란 품종이 있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노랑 모란이나 노랑 작약이 드문편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들을 접하면 노란 색상의 모란이나 작약꽃도 있냐고 감탄을 자아낸다. 그런데 원산지 중국에서는 모란의 야생 원종 중에 노란색 꽃이 피는 황모란이나 대화황모란이 원래부터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의아하다. 게다가 이미 북송시대(960~1126)에 이미 요씨(姚氏) 가문에서 개발한 요황(姚黃)이라는 개량된 원예 품종이 위자(魏紫) 조분(赵粉) 두록(豆绿) 등과 더불어 중국의 전통 4대 명품 모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출전 - 구양수(欧阳修 : 1007~1072) 낙양모란기(洛阳牡丹记):요황자(姚黄者) 천엽황화(千叶黄花) 출우민요씨가(出于民姚氏家) ; 구양수(欧阳修) 시(诗) 녹죽당독음(绿竹堂独饮) : 요황위자개차제(姚黄魏紫开次第), 불각성한구영조(不觉成恨俱零凋) ;
이와 같이 중국에서는 이미 북송 구양수 이전에 황색 원예종 모란이 분명 존재하였음에도 서양에서는 자기들이 노랑 모란을 개발하였다고 하고 있으니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중국에서 요황을 너무 귀하게 취급하여 유럽으로 건너가지 못하였으므로 유럽에서 노랑 모란의 존재를 모르고 열심히 개발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작약은 원래 원종이 백색과 분홍색 뿐이었므로 노란색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러던 것을 일본의 아마추어 육종가인 이토 토이치씨가 유럽에서 개량한 노랑 모란과 일본에서 개량된 왜성 흰 작약과의 교잡에 성공하면서 노란색 꽃을 피우는 작약이 탄생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오늘날 노란색 작약꽃을 보게 된 것이지만 아직 흔하지 않은 것은 저작권 보호에 철저한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특허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유럽의 노랑 모란 개발 - 르모인 그룹
18세기 말부터 중국의 모란과 작약이 유럽에 상륙하게 되어 유럽의 육종기술에 의하여 많은 원예종들이 개발되는데 초창기 육종의 중심지는 영국이었다. 그 후 프랑스의 Victor Lemoine(1823~1911)이라는 유명한 육종가가 중국의 황모란(국명 루테아모란)과 일반 모란을 교접시켜 노란 겹꽃이 피는 모란을 최초로 개발한다. 르모앙의 사후에 그의 아들이 이어받아 개발한 품종 중에는 1935년 발표한 'Alice Harding'이 있으며 나중에는 미국의 썬더스교수가 그의 방법을 이어받아 품종 개발을 계속하는데 그 중에는 1952년 발표한 레몬 황색의 반겹꽃이 피는 'High Noon'도 있었다. 이 품종은 영국 왕립원예학회로부터 우수 품종(AGM)으로 선정된 바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르모인모란 '하이 눈'이란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 교잡종들을 통틀어 Paeonia × lemoinei group이라고 부르며 학명도 Paeonia × lemoinei 'xxx'로 표기한다.
Paeonia × lemoinei 'High Noon'
등록명 : 르모인모란 '하이 눈'
영국 왕립원예학회로부터 우수 품종(AGM)으로 선정된 바 있는 인기 품종이었다.
유럽에서는 르모앙(Lemoine) 외에도 François Félix Crousse 등 또 다른 육종가들이 등장하여 매우 다양한 신품종들을 개발하여 발표한다. 현재 모란과 작약은 유럽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아 네덜란드가 연간 5천 만개의 피오니(peony) 즉 작약과 모란의 절화를 생산 공급하여 세계 시장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중 특히 Paeonia lactiflora 'Sarah Bernhardt'라는 품종이 인기가 높아 무려 40%나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품종은 프랑스의 세계적인 육종가 Victor Lemoine에 의하여 1906년에 개발된 향이 매우 좋은 핑크색 큰 겹꽃이 피는 작약이다. 물론 르모인그룹으로 분류되는 품종은 아니다. 품종명 Sarah Bernhardt는 19세기 유럽 최고의 여배우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이 작약 절화가 서양 사람들에게 인기가 더 높은 것인지도 모른다.
Paeonia lactiflora 'Sarah Bernhardt'
유럽에서 절화로 가장 인기 있는 작약 품종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19세기 유럽 최고의 여배우, 그당시 무대는 영화가 아닌 연극이다.
노랑 작약의 탄생 - 이토 교잡종
서양에 르모앙(Lemoine)이 있었다면 동양에서는 일본의 이토 토이치(伊藤東一)가 있는데 그는 1948년 모란과 작약 즉 목본인 모란과 초본인 작약을 교잡시키는데 성공 노란색 꽃이 피는 원예종을 개발하여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으나 아쉽게도 생전에 그 꽃을 보지 못하고 1956년 죽게된다. 작약속은 모란이 속하는 목본 section과 작약이 속하는 초본 section으로 크게 양분되는데 같은 목본끼리 또는 같은 초본끼리의 교잡은 얼마든지 가능하여도 section을 넘어서는 교잡은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이었다.
이토는 프랑스에서 품종 개량된 르모인 그룹의 노란 모란인 Paeonia × lemoinei 'Alice Harding'을 부종으로 하고 1916년 일본에서 개발된 백색 꽃이 피는 왜성 원예종 작약 화향전(花香殿) 즉 Paeoni lactiflora ‘Kakoden’을 모종으로 하여 교잡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잎이나 꽃 모습은 모란을 닮았는데 겨울에 지상부가 약간만 남기고 거의 대부분 말라죽어 초본의 특징을 보이는 것이었다. 개화시기는 모란보다는 늦고 작약보다는 빠른 중간이었다. 이는 일본인 이토가 우연한 기회에 잡은 행운이 아니라 수 년간에 걸쳐 약 20,000번의 교잡을 시도한 끝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의 사후 1958년에 신품종은 Yellow Crown’, ‘Yellow Dream’, ‘Yellow Emperor’ 그리고 ‘Yellow Heaven’ 등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일본에서도 노랑 모란을 가까운 중국의 요황(姚黃) 등을 구하여 사용하지 않고 멀리 프랑스에서 구한 것 보면 요황이 매우 귀하였거나 아니면 1948년 그당시 죽의 장막 때문에 교류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Paeonia × lemoinei 'Alice Harding'
이 모란의 꽃가루를 받아서 건조시켜 보관하였다가
Paeoni lactiflora ‘Kakoden’
이 작약이 꽃필 때 수분한 것이다. 작약은 모란대비 약 2~4주 개화가 늦다.
Paeoni lactiflora 'Yellow Heaven'
그 결과 나타난 최초의 노랑 작약 중 한 품종
그의 연구결과는 때마침 일본을 여행하던 미국인 모란애호가 Louis Smirnow (1896-1989)에게 이토씨의 미망인이 저작권을 1966년에 넘기지 않았으면 그대로 사장되었을 수도 있었다. Smirnow는 미국으로 돌아가 계속 연구하여 마침내 1974년 위에서 언급한 노란색 꽃이 피는 교잡종 즉 Itoh Smirnow hybrids 4종을 특허 등록하게 된다. 이 것이 바로 intersectional cultivar 즉 이질적인 모란과 작약 사이에 태어난 교잡 원예종이 된다. 그로부터 10년 후에나 미국에서도 자체적으로 목본과 초본이라는 section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교잡 원예종을 개발하게 되지만 이들을 모두 통틀어 Itoh cultivars 또는 intersectional cultivars라고 부른다. 나중에 21세기에 와서 캐나다 육종회사에서 조직배양에 의한 대량 생산에 성공하기까지는 이 이토 원예종은 분주에 의한 번식만이 가능하였으므로 주당 300~1,000달러에 달하는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특히 50송이 이상의 황금색 반겹 또는 겹꽃을 피우는 ‘Bartzella’의 인기가 높았으며 가장 비쌌다고 한다.
Paeoni lactiflora ‘Bartzella’
미국 Roger Anderson에 의하여 1986년 개발된 품종
키가 90cm 정도이며 지름 20cm의 노란 꽃을 피워
90년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이토 교잡종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모란과 작약의 교잡에서 항상 모란의 꽃가루를 작약의 암술에 수분하는 것으로 이루어 졌다. 그 이유는 모란이 약 1개월 먼저 개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작약의 개화기를 앞당겨 반대로 모란을 모종으로 작약을 부종으로 하여 교잡시키는 방법도 연구중에 있다. 그리고 이토 교잡종은 불임성 3배체이므로 종자 번식이 불가능하다. 비록 외견상 멀쩡한 심피가 모란이나 작약보다 2~3배 많이 달려도 가용 종자의 생산은 불가능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2003년에는 르모인모란 '하이 눈'과 작약 '신부상(新扶桑)'의 교잡으로 황관(黄冠)이라는 교잡종도 발표된 바 있으나 이제까지의 이토 교잡종들은 모두 꽃자루가 약하여 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이들을 다시 모란과의 여교잡(戾交雜)시켜 이런 문제를 해결한 품종도 요즘은 출시되고 있다. 여교잡은 교배로 탄생한 잡종을 원품종과 다시 교배시키는 것을 말한다.
작약 '신부상'
황관(黄冠) - 이토 교잡종
황관(黄冠) - 이토 교잡종
이토 교잡종
최근에는 이렇게 고개를 똑바로 세운 품종들도 나온다.
이토 교잡종
초창기 개발 품종은 노랑색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색상의 꽃이 피는 품종들이 공급된다.
이토 교잡종
정생 소엽이 갈라져 모란을 닮았지만 잎의 질감은 작약 느낌이 난다.
이토 교잡종
모란과 동일하게 열매에 털이 밀생하며 열매가 많이 달리지만 가용 종자는 없다.
이토 교잡종
이토 교잡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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