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층층나무과/층층나무속

668 층층나무 - 밀원 조경수 겸 새로운 수액 채취원

낙은재 2019. 3. 5. 15:32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는 최대 20m까지도 자라 우리 정원에 심어진 나무 중에서 현재 가장 큰 나무이다. 10년을 가까이 하였는데도 이 나무에 대하여 나방에 의한 극심한 피해나 붉은 수액이 흐르는 모습 등을 제대로 촬영한 사진도 별로 없고 나무의 특성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어 놀랐다. 꽃이 그다지 큰 매력이 없으며 나무가 너무 커서 장소를 많이 차지하고 게다가 너무 급속하게 자라는 속성수라서 매년 그 높은 줄기에 올라가 전정하기 바쁜데다가 단풍마저 별 매력적이지 않다고 늘 불평하던 나무이다. 그래서 조만간 퇴출시키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장점이 많아서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라고 하니 재고를 해야 하나 싶다. 이래서 사람은 항상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층층나무는 한중일 거의 전역과 히말라야 인근 인도나 네팔 베트남 등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로서 학명 Cornus controversa는 1909년 영국 식물학자 William B. Hemsley(1843~1924)가 명명하였다. 종소명 controversa는 영어로 doubtful 즉 의심이 간다는 뜻인데 구체적으로 뭐가 의심스러운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것은 깊은 산중에 숨어 있는 희귀종도 아닌데 어떻게 뒤늦게 1909년에서야 발견되어 명명되었냐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가 봄에 수액을 많이 배출한다고 미즈키(ミズキ)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수목(水木)이라고 쓴다. 일본 전역에서 자라는 이 나무를 어떻게 일본을 다녀간 수많은 서양 식물학자들이 지나칠 수가 있었겠는가 그 것이 정말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파악해 보니 역시나 1784년 린네의 직계제자 툰베리가 일본에 와서 이 나무를 발견하고 Cornus sanguinea Thunb.라고 발표하였지만 이미 그 이전인 1753년에 스승인 린네가 유럽 원산의 가지가 붉은 관목인 붉은말채나무를 Cornus sanguinea L.로 명명한 것이 있기에 쓸 수 없는 학명으로 판명되어 무효가 되어 버린다. 여기서 종소명 sanguinea는 blood red 즉 피처럼 붉은 색을 말하는데 이 것도 약간 doubtful 즉 이상하다. 붉은말채나무는 가지가 매우 붉으므로 그렇게 불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층층나무는 어린 가지가 자홍색이며 잎자루도 처음에는 자홍색을 띤다고 과연 그렇게 붙인 이름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나무 상처에서 흘러 나온 수액의 당분에서 효모균이 발효하여 생긴 붉은 곰팡이 때문에 마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현상은 늘 가까이서 본 원주민의 제보가 없이는 알 수 없는 정보이다. 


멀쩡한 나무 하나의 명명을 빠트린 것을 잊지 않았던지 1809년 툰베리는 다시 다른 이름인 Cornus obovata로 재차 명명을 시도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형식을 갖추지 못하였는지 비합법명이 되어 이 또한 불발이 되고 만다. 여기서 종소명 obovata는 거꾸로, 뒤집어진 또는 정반대라는 뜻인데 이 것도 이상하다. 대개 잎이 도란형일 경우에 쓰는 학명인데 계란형인 층층나무와는 맞지 않고 Cornus속 식물들이 대부분 잎이 마주나기인데 이 층층나무를 포함 극소수 수종만 어긋나기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 아니겠는가 추측해 본다. 호생엽(互生葉)은 라틴어로 alternifolia라고 하는데 이미 그 이전인 1782년에 아들 린네가 북미 원산의 작은 나무인 어긋나기 잎을 가진 층층나무와 매우 흡사한 종을 Cornus alternifolia(국명 : 미국층층나무)라고 명명하였기 때문에 그 이름을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툰베리의 이 학명 Cornus obovata는 무려 100년이나 앞섰는데도 정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명으로만 기록되고 있다.


이 나무의 우리나라 이름 층층나무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나무의 가지가 특이하게 층을 형성하면서 거의 수평으로 퍼지기 때문에 경기도 지방에서 부르던 방언이라고 1937년 정태현선생의 조선식물향명집에 올려져 있는 이름이다. 세상 어디나 사람 생각은 같아서 중국에서도 이를 등대수(灯台树)라고 한다. 여기서 등대란 바닷가 등대라기보다는 층층 모양을 하고 있는 중국의 등잔 받침대를 말한다. 그리고 서양 사람들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아서 이 층층나무를 Cornus속에서는 너무 크다고 giant dogwood라고도 하지만 층층 모양을 하고 있다고 주로 wedding cake tree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한때 이 층층나무를 산수유속이 아닌 별도의 등대수속으로 따로 분류하고 Bothrocaryum controversum이라는 학명으로 표기하였으나 최근에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Cornus controversa로 수정하였다.


중국의 등대와 서양의 웨딩 케이크 모두 층층나무와 닮았다.


자 그럼 어떤 점이 이 층층나무의 장단점인지 살펴보자. 우선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그 용도는 두통(头痛) 현훈(眩晕) 인후종통(咽喉肿痛) 관절산통(关节酸痛) 및 질타종통(跌打肿痛) 치료에 사용한다. 약재로서의 효능은 논외로 하더라도 중국에서는 층층으로 자라는 이 나무의 수형이 아름답고 꽃이 선명하고 잎이 아름다워 정원수나 가로수로 매우 적합하다고 한다. 그러고 응달에서도 잘 자라고 토양을 가리지 않으며 속성수라서 원림녹화용 진품수종이라고 추천한다. 경제적으로도 황백색 목재가 가구나 기구 그리고 연필, 조각 등의 재료로 사용되며 꽃은 꿀벌이 좋아하며 잎으로는 비료나 검의 원료로 열매로는 윤활유를 짠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 층층나무가 등대수라는 정명 외에도 서목(瑞木), 여아목(女儿木) 육각수(六角树) 등의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 유래까지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대개 나쁜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이중 여아목은 일본의 동북지역 온천지방의 토산품인 여자아이 인형인 고케시(コケシ)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고케시(コケシ : 小芥子)

일본 동북지역 온천지방에서 판매하는 토산품으로서 층층나무를 소재로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약용이나 식용에 대한 보고는 없지만 부드럽고 흰색이 치밀한 목재로는 식기나 젓가락 그리고 특히 게다라고 불리는 왜나막신의 재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사실 일본에는 웬만한 지역에서는 남부수종이라고 하는 상록수도 잘 자라므로 이런 낙엽수 특히 덩치가 큰 낙엽수는 정원의 한자리를 차지하기에는 시골의 넓은 정원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하다. 가끔 사촌이랄 수 있는 곰의말채나무는 일본 공원에서 본 적이 있어도 층층나무를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서양에서는 특히 미국에서는 이 정도의 크기는 작은 나무(small tree)라고 하므로 덩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층을 형성하는 수형이 특이하고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이를 심는 수목원은 손꼽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보다 사이즈가 작으며 잎에 흰색 무늬가 들어간 무늬층층나무는 인기가 높아 영국 왕립원예협회가 선정하는 우수 정원수(AGM)로 뽑히기도 했다.


무늬층층나무

Cornus controversa 'Variegata'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층층나무의 용도가 재발견되고 있다. 그게 바로 층층나무에서도 고로쇠나무나 자작나무 못지 않은 수액이 채취된다는 것이다. 이른 봄 정월 대보름 전후에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마시는 풍습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일본에서 일부 자작나무 수액을 채취하여 취사용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는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이 물이 없는 지역에서 임시방편으로 하는 것일 뿐 우리와 같이 아예 자연이 주는 선물인 미네랄 생명수라고까지 떠들면서 채취하여 마시지는 않는다. 과연 나무가 주는 선물인지 아니면 인간이 모질게 착취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지나치게 많은 채취공만 뚫지 않는다면 나무에 주는 악영향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기는 하다. 그리고 수액의 성분 분석결과 인간에게 좋은 미네랄이 풍부하단다. 나의 경우 최소한 해로운 것은 아닐 거라는 판단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봄맞이 행사쯤으로 생각하고 매년 사다가 마신다. 


자작나무는 주로 추운 지방에서 자생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작나무보다는 주로 단풍나무의 일종인 고로쇠나무에서 채취를 한다. 워낙 역사가 오래되어 나무 이름이 골리수(骨利樹)에서 변했다는 설이 유력할 정도이다. 실상은 단풍나무 종류 거의 모두에서 수액이 채취된다. 얼마 전에는 단풍나무의 또 다른 종인 신나무에서도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된 수액이 추출된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까지 수액은 단풍나무 종류인 고로쇠나무나 단풍나무 신나무 등과 자작나무 종류인 자작나무와 거제수나무 사스래나무 박달나무 물박달나무 등으로 알려져 왔다. 거기에다가 시기는 다르지만 5~6월에 채취하는 대나무 수액이 있는데 이제는 층층나무 수액도 여기에 추가된다는 것이다. 이러면 당연히 말채나무나 곰의말채나무도 당연히 안될 리가 없을 것 같다. 일본인들은 수액을 채취하여 마시지는 않지만 층층나무와 말채나무를 수액이 많다고 나무 이름을 아예 미즈키(水木) 즉 물나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일본 아이누족 외에도 미국의 인디언들이 단풍나무 수액을 이용하여 왔는데 그들이 이용하는 방법이나 목적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마시는 음료를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설탕을 만들기 위하여 수액을 대량으로 채취하여 불을 지펴 달이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이 당분 함유량이 많은 품종을 설탕단풍 즉 Sugar maple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바로 Acer saccharum이다. 지금도 그 방식이 이어져 단풍시럽이 상업화되어 전세계로 판매되고 있는데 설탕단풍 외에도 참꽃단풍(Acer rubrum), 흑단풍(Acer nigrum) 및 은단풍(Acer saccharinum)의 수액에서도 채취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나무도 다른 나라에서는 생산량이 매우 적어서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는 449번 포스트를 참조.


설탕단풍나무에 호스를 박아 수액을 채취하여 옆에서 달이는 모습


층층나무의 붉은 수액

수액이 배출되는 나무들은 모두 마찬가지 이겠지만 단풍나무나 층층나무를 이른 봄에 전정하였다가는 한동안 마치 수도 꼭지를 약하게 틀어 놓은 것처럼 수액이 계속 흘러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특히 단풍이나 층층나무의 경우 수액이 나무 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게 되면 수액이 점차 누렇게 변하여 수피에 붙어 있다. 그러다가 수액의 흐름이 멈추게 되면 영양 공급이 끊어져 말라비틀어지고 나중에는 검게 변하여 사라진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나무가 피를 흘린다고도 생각했다. 이는 푸사리움(Fusarium)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곰팡이로서 붉은 색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수액의 당분에 효모가 자라고 발효하게 되며 거기에 사상균의 일종인 푸사리움이 생육하는 것이라고 한다. 보기가 결코 좋지는 않다. 따라서 이른 봄에 층층나무를 상처내는 행위는 삼가는 것이 좋다.


붉은 곰팡이 푸사리움(Fusarium)이 생육하여 붉게 변한 수액 덩어리


층층나무와 황다리독나방(黄脚毒蛾)

층층나무를 10년 지켜 보는 동안 두 번 흰 나방 애벌레의 습격을 받아 거의 모두 정확하게 말하면 거의 95%의 잎이 약 1주일 사이에 사라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 큰 나무의 수많은 잎을 수 천 마리의 애벌레가 달려들어 먹어 치우고 나중에는 나방이 되어 날아가는데 여느 나방과는 달리 밤이 아닌 낮에 날아가며 그 모습 또한 하얀 나비와 같이 보인다. 글쎄 워낙 층층나무 잎을 좋아하는 나방이 많으므로 곤충에 대하여 잘 모르는 입장에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알아보니 이 나방의 이름은 황다리독나방(黄脚毒蛾)이라고 하다. 이름 그대로 접촉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독충이라니 조심을 해야 된다. 이 나방의 습격을 받으면 나무가 그냥 죽을 줄 알았지만 이상하게도 5~10%의 잎은 남겨두고 먹어 치워 나무가 회생할 최소한의 기회는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나무는 금새 새잎이 나와서 정상으로 회복하는데 매년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가끔 보인다는 것이 무슨 자연의 섭리인지는 모르겠다. 


층층나무의 잎을 초토화시키는 황다리독나방


등록명 : 층층나무

학  명 : Cornus controversa Hemsl.

이  명 : Bothrocaryum controversum (Hemsl.) Pojark.

이  명 : Cornus obovata Thunb.

분  류 : 층층나무과 층층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한중일 네팔 인도 베트남 등

영어명 : giant dogwood, wedding cake tree

중국명 : 등대수(灯台树)

일본명 : 미즈키(水木)

수  고 : 10~20cm

수  형 : 계단식 층을 형성

수  피 : 매끈함

가  지 : 당년지 자홍록색, 이년생지 담록색

잎특징 : 호생, 6~13 x 3.6~9cm, 전연

측  맥 : 6~7대

엽  병 : 2~6.5cm, 무모, 상면 홈, 하면 원형

화  서 : 산방상 취산화서, 정생, 지름 7~13cm,  화판 4, 웅예 4, 화주 1

꽃향기 : 좋음

열  매 : 구형, 지름 6~7mm, 자홍색 또는 남흑색

유관속 : 3개

개화기 : 6~6월

결실기 : 7~8월 

내한성 : 영하 28도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잎이 어긋나기이기는 하지만 위에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신년지가 자홍색이고 잎자루도 자홍색이다.


층층나무

잎이 살짝 어긋나기임을 보여주고 있다.



층층나무

꽃잎이 4개 수술이 4개 암술대가 1개인데 꽃잎이 5개인 것이 섞여 있다.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종자


층층나무


층층나무


층층나무

나이가 들면 수피가 수직으로 갈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