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부처꽃과/배롱나무속

766 흰배롱나무 - 흰꽃이 피는 백일홍, 중국명 - 은미(银薇)

낙은재 2019. 8. 4. 11:13


흰배롱나무


흰배롱나무

김제 금산사 조사전 앞 양쪽에 심어진 흰배롱나무


배롱나무는 원래 붉은 자색이 기본색이라서 원산지 중국에서 자미(紫薇)라고 불러 왔다. 그런데 좀더 홍색이 진한 품종과 거의 붉은 색에 가까운 품종들이 중국에서 일찌감치 등장하여 이들을 중국에서는 홍미(紅薇) 또는 적미(赤薇)라고 불러 왔다. 그리고 이들 붉은 홍색(紅色) 계통이 기본색인 자색보다 더 흔하였던지 중국에서 송나라 시대부터 오랜 개화기간과 색상을 동시에 나타내는 이름 백일홍(百日紅)이라고도 불렀는데 이 이름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해진 것으로 봐서는 우리나라에는 자색보다는 주로 홍색 즉 홍미(紅薇)가 고려말에 도입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이 백일홍이 배길홍으로 다시 배기롱을 거쳐 배롱으로 발음이 변하여 현재 우리나라 국명 배롱나무가 된 것이라고 모두들 풀이하고 있다고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중국의 자미는 명나라 시대에 와서는 기존의 자색이나 홍색 또는 적색 외에도 남자색(藍紫色)이나 백색(白色) 꽃이 피는 품종들이 등장하여 원산지 중국에서는 이들을 각각 취미(翠薇)와 은미(银薇)라고 부르며 배롱나무 중 으뜸으로 친다. 그러니까 중국의 자미 즉 우리나라의 배롱나무는 꽃 색상이 한 가지가 아니고 자색과 담홍색 그리고 백색 등 다양한 것이다. 그러므로 백색 꽃이 피는 것도 당연히 배롱나무이므로 배롱나무 원종 즉 Lagerstroemia indica에 통합하여 분류하고 배롱나무의 꽃 색상에 백색도 있다고 인식하면 된다. 그런데 백색 꽃이 자색이나 홍색들과는 뚜렷하게 구분이 되니까 별도의 변종이나 품종으로 즉 배롱나무의 하위 분류군으로 분류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흰색 꽃이 피는 수종만 별도로 국명을 흰배롱나무로 학명을 Lagerstroemia indica f. alba (W.A.Nicholson) Rehder로 표기하여 배롱나무의 하위 품종(f.)으로 등록하고 있다. 


이 학명은 원래 영국 큐(Kew)에서 일했던 George Nicholson(1847~1908)이 1885년 배롱나무의 변종으로 Lagerstroemia indica var. alba로 발표하였던 것을 1949년 미국의 하바드대 Alfred Rehder교수가 품종으로 변경한 학명이다. 여기까지 과정을 살펴봐서는 제대로 분류된 것 같이 보이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국제적으로 이들 학명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엉뚱하게 일년생 덩굴식물인 박의 유사학명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여기서 박은 흥부의 그 박 말이다. 아마 초창기에 니콜슨이 헷갈려서 표본을 엉뚱하게 붙인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런데 나중이라도 다른 학자에 의하여 배롱나무의 변종이나 품종으로 학명을 제대로 부여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대다수 학자들은 흰색도 배롱나무 원종의 다양한 색상 중 하나이므로 별도로 분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흰색만 별도로 배롱나무 즉 Lagerstroemia indica의 하위 분류군인 품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렇게 분류하는 것이 우리나라뿐만은 아니다. 원산지 중국도 어정쩡하게 은미(银薇)라고 하여 우리와 동일하게 별도 품종으로 학명표기를 한다. 하지만 중국식물지에도 은미의 특성을 묘사한 내용은 없고 그저 '백색 꽃이 피는 것을 은미라고 칭한다.'라고만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은미를 원예품종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어쩐지 조만간 자미(紫薇)에 통합할 분위기로 보인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과거에는 품종으로 분류한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하나의 원예종 형식으로 Lagerstroemia indica L. 'Alba'로 표기한다. 일본에서는 흰꽃이 핀다고 이름을 シロバナ(白花) サルスベリ라고 하거나 줄여서 シロ(白) サルスベリ로 부른다. 


사루스베리(サルスベリ)가 배롱나무이므로 シロ(白) サルスベリ는 흰배롱나무가 된다. 그리고 학명의 alba도 흰색이라는 뜻이고 중국명 은미(银薇)도 은색 즉 백색이라는 뜻이므로 1949년 박만규선생이 우리나라 이름을 흰배롱나무로 한 것 같다. 이렇게 되고 보니 배롱나무가 원래 백일홍(百日紅)나무이므로 흰백일홍나무가 되어 백색(白色)과 홍색(紅色)이 모순되게 겹쳐 잘못된 용어라고 백일백(百日白)이라고 하여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의 은미(银薇)나 일본의 시로사루스베리(白猿滑り)는 적어도 색상이 모순되게 겹치는 이름은 아니다. 서양에서는 현재 대부분 흰색도 그냥 배롱나무의 꽃 색상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굳이 분류하려면 원예품종인 Lagerstroemia indica 'Alba'로 표기하는 것 같다.


따라서 흰배롱나무는 그냥 배롱나무라고 봐도 무방하며 별명인 백일홍이나 목백일홍이라고 불러도 틀린 것이 아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구분하려면 흰꽃이 피는 원예품종으로 인식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식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하나 기억할 것은 흰 꽃이 핀다고 모두 흰배롱나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배롱나무속에는 중국 남부지방과 일본 류큐열도에 자생하는 키가 10m가 넘는 흰색 꽃이 피는 수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수종은 내한성이 강하여 배롱나무와 교잡으로 내한성이 다소 강한 많은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나오는데 그 중에는 흰색 꽃이 피는 품종들도 있다. 따라서 흰색 꽃이 핀다고 모두 흰배롱나무가 아니고 배롱나무 즉 Lagerstroemia indica 중에서 흰색 꽃이 피는 품종만 흰배롱나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남방에서 자생하는 교목은 학명을 Lagerstroemia subcostata로 표기하며 우리나라 등록명은 남방배롱나무이다. 그리고 일본 류큐열도에서 자생하는 수피가 붉은 남방배롱나무의 변종은 우리나라에서는 적피배롱나무로 등록하고 있으며 학명은 Lagerstroemia subcostata var. fauriei로 표기한다. 적피배롱나무의 일본 이름은 야쿠시마 사루스베리 즉 ヤクシマサルスベリ이다.


남방배롱나무 꽃


남방배롱나무 수피 - 일본 진다이식물원

키가 10m가 넘는 교목이다.


적피배롱나무 - 천리포수목원

남방배롱나무의 변종으로서 수피가 적갈색이다. 흰꽃이 핀다.


등록명 : 흰배롱나무

학  명 : Lagerstroemia indica f. alba (W.A.Nicholson) Rehder

이  명 : Lagerstroemia indica L.

이  명 : Lagerstroemia indica 'Alba'

분  류 : 부처꽃과 배롱나무속 낙엽 소교목 또는 관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은미(银薇)

일본명 : シロバナサルスベリ(白花百日紅)

수  고 : 7m

특  징 : 배롱나무 중에서 백색 꽃이 피는 품종

내한성 : 영하 17도



흰배롱나무


흰배롱나무


흰배롱나무 꽃구조 - 배롱나무의 꽃구조와 동일하다.

가운데 짧은 노란 수술이 여러 개 있고 가장자리에 6개 긴 수술이 있으며 가운데 긴 암술이 하나 있다. 꽃잎은 모두 6장이다.


흰배롱나무 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