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부처꽃과/배롱나무속

769 적피배롱나무 - 일본 원산의 적갈색 수피에 흰꽃이 피는 남방배롱나무의 변종

낙은재 2019. 8. 6. 20:34


적피배롱나무

수피는 적갈색이며 꽃색상은 흰색이다.


적피배롱나무


웬만한 국내 수목원에 가면 배롱나무가 꽃피는 계절이 아니라도 그 붉고 매끈한 수피 때문에 눈길을 사로잡는 소교목이 있다. 적피배롱나무라는 팻말을 달고 있어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다. 항상 주장하는 것이지만 식물 이름은 이렇게 그 식물의 대표적인 특징을 나타내는 우리말로 명명하면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올 것 같다. 그런데 일본 고유종인 이 인상적인 나무의 대표적인 특징은 그야말로 붉은 수피 즉 적피(赤皮)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를 제외한 원산지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도 수피가 붉다는 뜻의 이름으로 부르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적갈색 수피를 나타내는 이름을 정명으로는 커녕 이명으로조차도 부르는 나라가 없다. 세상 사람 마음이 다 같지는 않은가 보다. 


적피배롱나무는 일본에서만 발견되는 일본 고유종인데 일본에서는 남쪽 류큐열도의 야쿠시마(屋久島) 등 몇 개의 섬에서 자생한다고 야쿠시마사루스베리 즉 屋久島百日紅이라고 하는데 정작 일본 국내서는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아 제대로 묘사한 도감도 없고 오히려 남방배롱나무보다 관심도 덜하고 보급도 덜 된 것 같다. 이 나무가 자생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중국식 이름이 없고 학명 그대로 복씨자미(福氏紫薇)라고 한다. 학명 Lagerstroemia fauriei의 종소명 fauriei가 프랑스 식물채집가 Faurie신부의 이름에서 온 것인데 이 fauriei를 발음 그대로 중국어로 표기하면 福利埃가 되기 때문에 복씨자미(福氏紫薇)라고 하는 것이다. 아니면 일본 야쿠시마에서 왔다고 屋久岛紫薇(옥구도자미)  또는 日本紫薇(일본자미)라고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적피자미(赤皮紫薇)라는 이름은 별명으로도 사용하지 않는다. 수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말인가? 비슷한 수피를 가진 단풍나무인 중국복자기를 혈피축(血皮槭)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대조가 된다.


적피배롱나무와 비슷한 수피를 가진 중국복자기

중국명은 혈피축(血皮槭)이며 국내서 혈피단풍 또는 적피단풍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를 일본배롱나무 즉 Japanese Crepe Myrtle이라고 부르는 서양에서는 앞에서 다룬 남방배롱나무의 변종으로 키가 10m 정도이며 하얀 꽃이 피는 이 나무에 대하여 관심이 매우 많다. 그 자체로 관상수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나무의 강한 내한성과 흰곰팡이병에 대한 강한 내성을 얻기 위하여 배롱나무 즉 Lagerstroemia indica와의 교잡용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1956년 유명한 식물 채집가 John L. Creech에 의하여 적피배롱나무가 처음으로 도입된 미국에서는 배롱나무 육종으로 유명한 미국 국립수목원의 Egolf박사가 개발한 많은 원예품종 중에는 적피배롱나무의 교잡종 즉 Lagerstroemia indica × Lagerstroemia faurei 또는 3중으로 교잡한 L. indica × L. faurei x L. limii가 많다. 


적피배롱나무의 강한 내한성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주목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는 매년 초겨울 배롱나무의 월동대책에 부심을 하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아서 원 줄기를 대부분 죽이게 된다. 그런데 이 적피배롱나무는 서울은 말한 것도 없고 여기 양평이나 용인에서도 노지월동을 한다. 따라서 관심이 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꽃색상이 백색뿐인 것이 아쉽고 꽃도 작은데다가 흰배롱나무 만큼 풍성하게 피지도 않고 개화기간도 짧아서 매력이 덜한 것이 흠이다. 그래도 겨울에 약간의 대비를 한다면 중부지방에서 노지월동을 잘하는데다가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그 아름다운 붉은 수피 하나 만으로도 정원수로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명 Lagerstroemia fauriei는 1908년 독일 식물학자 Bernhard Adalbert Emil Koehne(1848~1918)가 프랑스의 Urbain Jean Faurie(1847~1915)신부가 일본 류큐열도 야쿠시마(屋久島)에서 채집한 표본을 근거로 그 신부의 이름으로 명명한 것이다. 채집가 Faurie신부는 식물 채집을 위하여 1901년부터 1907년 사이에 우리나라도 3차례나 방문한 적이 있으며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며 동북지역과 홋카이도 및 오키나와 등에서 채집활동을 한 선교사이다. 처음에 배롱나무속 독립된 종으로 명명된 이 학명은 나중인 1987년에 일본학자 Tetsukazu Yahara(1954~ )에 의하여 또 다른 일본 학자 Sumihiko Hatusima(初島 住彦 : 1906~2008)의 이름으로 남방배롱나무의 변종인 Lagerstroemia subcostata var. fauriei로 수정 명명되어 현재 널리 인정받고 있다. 남방배롱나무에 비하여 작은 가지와 꽃차례에 털이 거의 없고 잎이 좁고 뾰족하며 수피가 적갈색이고 개화기가 더 짧은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변종이라는 것이다. 


이 적피배롱나무에 대한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 나무가 프랑스 선교사 포리에신부에 의하여 1900년대 초에 표본이 채집되고 1908년 독일의 쾨네에 의하여 학명이 부여되었지만 그 후 일본에서는 실전(失傳)되어 잊혀지고 있었는데 1956년 미국 채집가 John L. Creech(1920~2009)가 야쿠시마에서 한 그루를 재발견하여 그 종자를 채취하여 미국으로 가져가 발아시켜 그 후손들이 오늘날 전세계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John L. Creech는 미국 국립수목원에 오랫동안 근무한 자이므로 그의 적피배롱나무 도입이 결과적으로 나중에 미국 국립수목원이 Donald Egolf(1928~1990)박사에 의하여 배롱나무 육종의 세계적인 중심지가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때 그가 가져간 적피배롱나무가 강한 내한성과 흰가루병에 강한 점 그리고 아름다운 수피 때문에 배롱나무와의 교잡으로 수많은 원예품종의 개발에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비록 일본 고유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이 나무에 대한 변변한 정보가 없는 점 그리고 중국 일부에서 이 적피배롱나무를 미국자미(美国紫薇)라고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 


등록명 : 적피배롱나무

학  명 : Lagerstroemia subcostata Koehne var. fauriei (Koehne) Hatus. ex Yahara

이  명 : Lagerstroemia fauriei Koehne

분  류 : 부처꽃과 배롱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일본 류큐열도 야쿠시마 등

일본명 : ヤクシマサルスベリ(屋久島百日紅)

중국명 : 복씨자미(福氏紫薇)

영어명 : Japanese Crepe Myrtle

수  고 : 6~11m

특  징 : 적갈색 수피, 소지와 화서에 털이 없음

개화기 : 7~8월

내한성 : 영하 20도


적피배롱나무

양평 들꽃수목원에서도 노지월동한다.


적피배롱나무 

양평 들꽃수목원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어린 가지와 화서에 털이 없어 털이 많은 남방배롱나무와 구분이 된다.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암술대 하나에 6개의 긴 수술 그리고 다수의 짧은 수술이 보인다.


적피배롱나무

어린 가지와 화서축에 4개의 릉이 있다.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잎은 좁고 뾰족하다.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천리포수목원


적피배롱나무

용인 한택수목원에서도 노지월동한다.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적피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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