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초
대부분 나무 그늘 습한 지역에 무리지어 자란다. 여기 양평 산계곡에서도 자생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앵초(樱草)
나즈마한 키의 잎 사이로 지하에서 꽃대가 쑥 올라와 키 높이를 맞추어 무리지어 꽃을 피우면 마치 딴 세상을 보는 것 같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칭송하는 이들이 많은 토종 야생화 앵초! 우리만 이 야생화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세계3대 명화라고 용담속과 진달래속과 더불어 이 앵초속(Primula)을 꼽기도 한다. 학명 Primula sieboldii로 표기하는 이 식물은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과 극동 러시아에서 자생하는데 특이하게도 한중일 모두 이 꽃을 앵초(櫻草)라고 부른다. 식물이 매우 중요한 약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한 나라에서 퍼져 나간 귀화식물도 아니고 각국에서 원래부터 자생하던 식물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무슨 이유가 있는지 알아 보자. 우선 한자어로 앵두나무나 벚나무를 뜻하는 앵(樱)에다가 초(草)를 합한 앵초라고 하니 순수 우리말은 분명 아니다. 그럼 일단 중국에서 건너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앵초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온 말
그렇다면 꽃은 원래부터 우리 땅에 자라던 것인데 이름만 건너왔다는 말이 된다. 아니면 그 전에 우리가 쓰던 이름을 버리고 중국에서 건너온 이름을 택했단 말인가. 하지만 앵초는 한약재로도 대단한 약재가 아니며 우리 고대 문헌에 등장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 그럼 도대체 앵초라는 이름이 어디서 어떻게 왔다는 말인가? 중국에서는 이를 앵초(樱草)라고 하고 다른 이명은 없다. 일본에서는 한자로 桜草(앵초)라고 쓰고 사쿠라소우(サクラソウ)라고 읽는다. 桜은 櫻의 일본식 한자이며 樱은 중국의 간자체이다. 그러니까 벚나무의 경우는 번자체를 표준으로 삼는 우리나라와 간자체를 쓰는 중국 그리고 자기들이 만든 한자를 쓰는 일본 모두의 그 글자가 다르다. 그리고 원래 중국의 樱은 벚나무를 뜻하기도 하지만 주로 앵도나무를 뜻한다. 중국의 자생 벚나무는 아름답지도 사랑받지도 못하여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樱이 벚나무가 아닌 앵두나무를 대표적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나중에 와서 우리나라 자생 벚나무도 발견되었지만 예전 우리 선조들은 벚나무를 잘 몰랐거나 일본에서 도입된 종으로 알고 있었다.
반면에 일본에서의 桜는 아예 벚나무만을 지칭하다. 앵두나무는 원래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 전래된 것이므로 원래 중국이름 앵도(櫻桃)를 완전 무시할 수는 없어서 앵도(桜桃)라고도 쓰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두 매도(梅桃) 또는 산앵도매(山桜桃梅)라고 쓰면서 뭐라고 쓰던 발음은 유스라우메(ユスラウメ)라고 우메(ウメ) 즉 매(梅)의 일종으로 분명하게 부른다. 그리고 일본의 앵도(桜桃)는 앵두나무 외에도 버찌를 뜻하기도 하여 桜(앵)을 거의 사쿠라 전용으로 쓰고 싶어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앵도나무라고 국명을 정했지만 표준말은 앵두나무이다. 음운 변천 과정을 거쳐 앵도가 앵두로 변한 것인데 식물학계에서 이를 외면하고 앵도로 정해 버린 것이다. 이는 주엽나무의 표준말이 쥐엄나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같이 중국과 일본의 앵은 서로 글자도 다르고 지칭하는 나무도 다르다. 그러므로 앵초라는 이름이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앵두꽃을 닮은 것이 되어야 하고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벚꽃을 닮은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아예 사쿠라소우라고 발음하고 있어 벚꽃을 닮았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앵초가 무슨 이유로 명명되었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전래된 이름인지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다. 중국도 앵초가 무슨 꽃을 닮아서 앵초라고 한다는 설명은 없다. 그래서 막막하던 차에 중국고등식물도감(中国高等植物图鉴)에 樱草(앵초)는 일본명을 채용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답이다. 전세계 약 500종의 앵초 중에 약 300종이 자생하는 중국에서도 앵초라는 일본 이름을 그대로 채용하였는데 하물며 겨우 4~5종이 자생하는 우리가 그것도 일제강점기 하에서 일본학자 주도로 식물 목록을 정리하면서 무슨 수로 앵초라는 이름을 거부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결국 앵초는 동양 삼국이 공통된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럼 중국에서는 왜 일본 이름을 채용하였을까? 우리나라와 일본은 앵초가 속하는 Primula속을 앵초속이라고 하지만 전세계 프리뮬러 약 60%가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앵초속이 아닌 보춘화속(报春花属)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에 자생하는 보춘화속 식물 거의 모두를 xx보춘이라고 부르는데 유독 동북3성에서 자생하는 앵초만 앵초라고 하는 것이다. 아마 중국에서는 자기들 동북3성에서 자생하는 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여 자기들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앵초가 원예식물로 부각된 일본에서 도입되자 일본 이름 그대로 부르다가 굳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앵초속 식물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지만 이를 원예식물로 개발하고 보급한 문화는 일본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약 300종이라는 워낙 많은 종의 보춘화가 자생하고 그 중에는 매우 아름다운 종들도 많아서 우리 자생 앵초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앵초는 일본에서 온 이름이며 벚꽃을 닮았다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 분명하다.
중국의 보춘화(报春花)
온난한 중국 남부에서 자라며 춘절 즈음에 꽃이 핀다.
중국의 보춘화(报春花)
꽃이 많이 피어 나쁘지 않다.
중국이름 보춘화와 서양이름 프리뮬러는 모두 봄의 전령이라는 뜻
중국에서는 보춘화속의 중심은 아무래도 그냥 보춘화(报春花)라고 하는 Primula malacoides인데 보춘(報春)이란 봄이 왔음을 알린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봄의 전령이 바로 이 보춘화인 것이다. 그 이유는 이 꽃이 춘절 즉 음력 설에 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중국 앵초의 대표격인 보춘화는 4월에 피는 우리나라 앵초보다 개화시기가 2개월 정도 빨라 2월에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별명으로 년경화(年景花)라고도 불리는데 년경이란 세모의 정경 즉 연말연시의 풍경을 뜻한다. 그리고 보춘화는 남쪽 온난한 지역에서 자생하므로 최저기온이 0도 이상은 되는 지역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여 우리나라서는 재배가 어렵다.
앵초의 학명 Primula sieboldii는 벨기에 식물학자 Charles Jacques Édouard Morren(1833~1886)가 1873년 명명한 것으로 속명 Primula는 봄에 가장 먼저 꽃이 핀다는 뜻이다. 이는 common primrose라고 불리는 유럽에 자생하는 Primula vulgaris가 2월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중국의 보춘화(报春花)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종소명 sieboldii는 일본에서 활동하였던 독일 의사 겸 식물학자인 지볼트의 이름이다. 앵초를 영어권에서는 Siebold's primrose 또는 cherry blossom primrose라고 한다. 프림로즈(primrose)는 첫번 째 장미라는 뜻으로 연한 노란 꽃이 피는 Primula vulgaris를 부르는 일반명이었지만 이제는 색상에 관계없이 모든 프리뮬러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학명이나 중국속명 둘 다 봄에 가장 먼저 꽃이 핀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앵초는 4월에 개화하여 봄의 전령이라기에는 늦다. 그 이전에 피는 복수초 노루귀 바람꽃 처녀치마 얼레지 깽깽이 등 기라성 같은 야생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 프림로즈로 불리는 Primula vulgaris(미등록종)
양력 2월에 꽃이 피므로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고 속명이 프리뮬러가 되었다.
앵초의 원예종 개발은 일본에서 시작
앵초(앵초속)는 동양 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등 거의 전세계에서 자생하는데 일본에서 먼저 에도시대 중반 그러니까 1700년대부터 원예식물로 재배하기 시작하여 신품종도 개발하여 이미 1804년에 신품종발표회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후 1860년대에 와서는 무려 150여 종의 품종이 개발되어 있었으며 고급 화초로 대접을 받아 그 당시 사무라이계급만 즐기는 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메이지유신으로 사무라이계급이 몰락하고 다시 제2차대전의 발발로 주춤하였다가 전후 다시 붐이 조성되어 1956에 앵초동호회가 결성되었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앵초 즉 프리뮬러가 자생하며 1800년대에 일본 앵초가 소개되기는 하였지만 원예식물로 자라잡기는 1990년대에 와서 일본 원예품종들이 소개되면서부터이다. 1992년 미국에서 개최된 국제프리뮬러심포지움에서 일본 앵초의 아름다움이 전세계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후 육종산업이 발달한 서양에서도 신품종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당시 인기 있던 품종인 카네이션과 튤립 등과 함께 육종되어 서양에서 육종한 품종들을 청초한 아름다움을 가진 우리 앵초와는 전혀 느낌이 다르게 발전하여 왔다.
Primula farinosa
백두산 및 북유럽 원산 분보춘(粉报春)
Primula rosea
히말라야 원산
Primula prolifera
히말라야 및 인도네시아 원산
Primula veris
유럽 중동 원산
Primula capitata
히말라야 원산
Primula vialii
중국 원산 고수화보춘(高穗花报春)
Primula denticulata
중국 워난 구화보춘(球花报春)
원예종
Primula × pubescens
알프스 원산 Primula auricula와 유럽 원산 Primula hirsuta의 교잡종
우리 자생종 앵초 사진출처 - 중부매일
이렇게 달랑 한 포기의 사진으로 봐도 아름답지만 아래와 같이 군락을 이룰 경우 환상적이다.
우리 자생 앵초가 으뜸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에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된 앵초속 식물은 원예종을 포함 모두 64종이나 된다. 그 중 일부는 앵초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프리물라라고 하는데 무슨 기준이 있어서 그렇게 달리 이름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얼핏 봐서는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여하튼 우리 자생종 앵초는 전세계 500종의 앵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 꽃 하나하나 단위로 봤을 때는 다소 왜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무리지어 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불가이다. 우리 눈에는 화려한 외국종에 비하여 소박하고 단정하여 깔끔하기 짝이 없는 우리 앵초가 훨씬 아름답고 아무리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것 같아 최고로 품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것이라서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앵초는 응달 습한 지역에 자라며 비옥한 토양 등 환경 조건이 맞으면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가정의 정원에 심을 경우 반드시 응달에 심어야 하며 너무 건조한 지역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25도 이상 고온에서는 견디기 어려워 하고(夏枯)현상으로 잎이 말라 없어지는데 이때 죽었다고 오판하여 그 자리를 갈아엎으면 안된다.
앵초
이렇게 무리지어 피면 그 아름다움이 아래 원예종들과는 비교가 된다.
앵초 원예종들
위 우리 자생 앵초와는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게 발전해 왔다. 청초한 맛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장주화와 단주화
우리나라 도감에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지만 앵초는 실제로 두 종류의 꽃이 핀다. 하나는 암술대가 수술 위로 솟아 나오는 것이 있고 그 반대로 수술 아래에 숨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를 암술대 즉 화주가 길다는 뜻으로 장주화(長柱花) 그 반대인 후자를 단주화(短柱花)라고 한다. 식물이 이렇게 암술의 길이를 달리하는 이유는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식물도 동물이 근친교배를 피하려는 것과 같은 이치로 우수한 형질로 발전하기 위하여 자가수분은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단주화와 단주화 또는 장주화와 장주화 상호간에는 수분이 되지 않고 단주화와 장주화 사이에서만 수정이 되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이형화주성(異型花柱性) 또는 이형예현상(異型蘂現象) 및 화주이장(花柱異長), 이화주성(異花柱性)등으로 부르며 영어로는 Heterostyly(헤테로스타일리)라고 한다. 이 일본식 또는 중국식 용어를 우리말로 풀이한다면 암술대나 꽃술이 다르거나 길이가 다른 특성이라는 것이다. 이런 자가불화합성을 가진 식물은 사과, 배, 무우, 배추, 코스모스, 해바라기 개나리 미선나무 등 우리 주변에 매우 많다.
일본에서 단주화와 장주화를 알기 쉽게 나타낸 그림
서양 앵초인데 이 꽃은 장주화이다.
가운데 암술대가 보이고 그 아래 수술이 있다.
장주화
단주화
단주화에서 수술의 꽃밥이 발달하여 보인다.
앞에는 장주화 뒤에는 단주화로 보인다.
등록명 : 앵초
학 명 : Primula sieboldii E. Morren
분 류 : 앵초과 앵초속 다년생 초본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극동 러시아, 일본
중국명 : 앵초(樱草)
일본명 : 사쿠라소우(サクラソウ) = 樱草
높 이 : 15~40cm
근상경 : 경사 혹 평와, 아래로 향한 섬유상 수염뿌리
잎특징 : 3~8매 총생, 엽편 난상타원형, 4~10 x 3~7cm, 선단 둔원, 기부 심형, 변연 원치상 천렬, 열편 둔아치
잎색상 : 심록색, 하면 담록색, 양면 회백색 다세포 장유모, 측맥 6~8대
꽃줄기 : 12~25cm, 모
꽃차례 : 산형화서 정생, 5~15화
포 편 : 선상 피침형, 4~10mm, 미피모 혹 무모
꽃자루 : 4~30mm, 피모
꽃받침 : 종상, 6~8mm, 결실시 15mm까지 증대
꽃부리 : 자홍색 또는 담홍색, 드물게 백색, 관통 9~13mm, 지름 1~2mm, 열편도란형, 선단 2심렬
꽃특징 : 장주화와 단주화로 구성된 이형예(異型蘂) 식물
장주화 : 웅예 관통 중부 착생, 화주 관통입구
단주화 : 웅예 관통입구, 화주 관통 중부
열 매 : 삭과 근구형, 꽃받침의 1/2 길이
개화기 : 4~5월
결실기 : 5~6월
내한성 : 영하 34도. 영상 25도 이상에서는 하고(夏枯)
용 도 : 관상용 화초
앵초
앵초
앵초
북향 습한 지역이라서 주변의 다른 식물을 제거만 해주면 잘 자란다.
이른 봄에 땅을 뚫고서 앵초가 올라오는 모습
앵초
처음에는 잎만 나오다가 나중에 꽃대가 솟아 오른다.
앵초
앵초
앵초
앵초
베를린 식물원에 심어져 있다는 것인데 어쩐지 우리 자생종의 청초한 맛은 나지 않는다.
'기타 과 식물 > 토종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920 흰얼레지 - 매우 희귀한 변이종 그리고 북미 원산 얼레지들 (0) | 2020.02.04 |
---|---|
919 얼레지 - 3월에 피는 봄꽃의 여왕, 특징과 어원 (3) | 2020.02.03 |
834 노루귀와 섬노루귀 (0) | 2019.11.03 |
3월에 피는 야생화 (0) | 2019.11.03 |
833 깽깽이풀 - 봄의 전령, 매우 아름다운 우리 야생화 (0) | 2019.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