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금사슬나무(미등록종)
금사슬나무 관련 교잡종으로 세계적으로 매우 특이하여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식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나무가 있어 국내 미등록종이지만 한번 알아보고 간다. 서양에서 Adam’s laburnum 즉 아담금사슬나무로 불리는 이 나무는 키가 6m까지 자라는 소교목인데 특이한 것은 한 나무에 금사슬나무의 노란 꽃과 자주양골담초의 자주 꽃 그리고 그 중간인 구리빛 분홍색 꽃 모두 세 가지의 꽃이 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인 기이한 괴물에 비유하여 키메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괴물 같은 식물이 탄생하였는지 알아보자. 국내 미등록종이라서 아직 우리 이름이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일반 영어명을 따라서 아담금사슬나무라고 부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메라의 모습
그 기이한 모습으로 봐서는 마치 어느 나라에서 최신 기술로 개발한 원예종 같은 모습이지만 알고보니 그 역사는 무려 약 200년 전인 18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 근교 비뜨히(Vitry)에 있는 Jean Louis Adam이라는 사람이 1825년 자기의 nursery에서 금사슬나무 즉 Laburnum anagyroides에다가 자주색 꽃이 피는 양골담초의 왜성종으로서 영어로 Purple Broom이라고 불리는 Cytisus purpureus를 접지(椄枝)로 하여 대목 줄기의 높은 지점에 접목(椄木) 즉 고접(高椄)하여 가지가 반쯤 처지는 스탠다드 장미 같은 신품종을 개발하려고 시도하였는데 그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자기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게 그 접목은 키가 6m 이상으로 크게 자랐으며 삼출복엽의 큰 잎과 긴 꽃차례를 가져 겉모습은 대목(臺木)인 금사슬나무와 흡사하지만 꽃 색상은 대목(臺木)과 접지(椄枝)의 중간인 자황색이었던 것이다. 마치 두 종을 교잡시켰을 때에나 나올 법한 꽃색상이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접목시 대목에다가 접을 붙이면 접지(椄枝)에서 자란 가지의 꽃과 열매에는 대목의 특성이 아닌 접지의 특성이나 형질이 나타나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그 반대가 된 것이다.
원래 장 루이 아담이 원했던 것은 이런 스탠다드장미와 같이 금사슬나무 목대에 반쯤 처지는 자주양골담초이었다.
아담이 접목하여 얻은 신품종이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왜성 자주양골담초를 바랬으나 엉뚱하게 크게 자라서 꽃차례가 아래로 처지는 황자색 꽃이 피었다.
아담금사슬나무
참고로 접목은 유사한 두 종의 식물을 접붙여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방법을 말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한자로 椄木 또는 接木이라고 쓴다. 그리고 밑바탕이 되는 뿌리 부분의 나무를 대목(臺木) 또는 접본(椄本)이라고 하고 위에 꽂히는 나무 가지를 접지(椄枝) 또는 간혹 접수(椄穗)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접목을 grafting이라고 하고 대목을 rootstock 접지를 scion(사이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접목을 가접(嫁接)이라고 하고 대목을 침목(砧木)이라고 하며 접지는 접수(接穗)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접목을 つぎき(츠기끼)라고 하며 한자로는 接ぎ木이라고 쓴다. 대목은 だいぎ(다이기)라고 하고 한자로는 台木(대목)이라고 쓰고 접지는 ほぎ(호기)라고 하고 한자로는 穂木(수목)으로 쓴다. 접목은 매우 다양한 목적이 있지만 대목에서는 강한 뿌리와 생장력을 얻고 접지에서는 아름다운 꽃이나 열매를 얻기 위한 과실나무와 꽃나무의 번식에 많이 쓰는 방법이다.
접목의 한 형태인데 아래를 대목(rootstock)이라고 하고 위를 접지(scion)라고 한다.
접목한 나무는 이런 흔적이 오랫동안 남는다.
접지로 쓰인 자주양골담초는 우리나라에는 미등록종으로서 키는 30~45cm이고 줄기에는 털이 없고 암녹색 광택이 있는 잎은 삼출복엽으로서 길이는 0.6~2.5cm이다. 5월부터 여름까지 자주색 꽃이 1~3송이씩 모여서 엽액에서 피는데 길이는 1.8cm이며 꽃받침의 길이는 0.6~1.2cm이다. 2.5~3.8cm 길이의 열매에는 털이 없으며 3~4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남알프스와 유럽 남서부가 원산지인 이 자주양골담초의 학명 Cytisus purpureus Scop.는 1772년 명명된 것인데 나중에 왜성양골담초속을 신설하여 Chamaecytisus purpureus로 명명한 학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전자를 따르고 있다. 유럽에서 꽃색상이 자주색으로 아름답고 왜성종으로서 지표면 조경에 필요한 지피식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어 인기가 높다. 백색꽃이 피는 변종도 있으며 영어로는 Purple Broom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여기서는 일단 자주양골담초라고 칭한다.
자주양골담초(미등록종)
자주양골담초(미등록종)
본론으로 돌아가서 아담이 접목으로 얻은 신품종의 기괴한 현상이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고 더 특이한 현상이 또 발생하여 그 당시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1809~1882) 등 많은 학자들마저 놀라게 하였던 것이다. 아담은 그가 개발한 특이한 돌연변이 신품종을 주변에 공급하였는데 나중에 꽃이 그가 본 것과는 또 다르게 이상하게 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판매한 묘목이 자라서 구리빛이 도는 분홍색 꽃이 피는 것 외에도 여기저기 가지에서 이상하게 완전하게 노란 금사슬나무 같은 꽃이 섞여 핀다거나 그 반대로 자주색 양골담초 같은 꽃이 섞여 핀다거나 아니면 둘 다 섞여 결국 한 나무에서 세 종류의 꽃이 피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니까 부모종인 금사슬나무와 자주양골담초 그리고 그 중간 교잡종 성격의 꽃이 모두 하나의 접지에서 자란 여러 가지에서 피었던 것이다. 이는 일본에서 도입된 삼색도화나 이색벚나무 등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물론 일부 품종은 키메라의 일종으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삼색도화는 한 나무의 여러 가지에 세 가지 종류의 꽃이 피는 복사나무 접지를 각각 접목한 것이지만 이 키메라는 접목한 한 접지가 자라서 소교목이 되었으며 그 나무에서 자란 여러 가지에서 그렇게 세 가지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정하지 않고 해마다 달리 핀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현상인가? 그 당시 찰스 다윈을 포함한 유럽의 어느 학자도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였다.
아담금사슬나무(미등록종)
노란 전형적인 금사슬나무꽃과 황자색 색상의 교잡종 성격의 꽃이 함께 피었다.
아담금사슬나무(미등록종)
자주색의 전형적인 자주양골담초꽃과 황자색 색상의 교잡종 성격의 꽃이 함께 핀 모습
일본의 남경도(南京桃)라는 것인데 한 색상의 나무의 일부 가지에 두 가지 색상을 추가 접목한 것이다.
일본 벚나무인데 이 또한 한쪽 가지에 겹벚꽃을 접목한 것이다.
삼색도화라는 것인데 각각 접목한 것으로 보인다.
꽃색상이 다른 종을 교잡하거나 접목한 것으로 보이지만 키메라의 일종을 보인다.
일본의 원평지수레도(源平枝垂れ桃)라는 품종인데 오래전에 개량된 종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도 키메라라고 한다.
아담이 창조한 이 새로운 괴이한 식물은 대부분의 가지는 금사슬나무를 닮아 3~6cm 길이의 잎이 3장이 모여 삼출복엽을 이루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양골담초 같이 1cm 길이의 작은 암녹색 잎을 가진 줄기도 섞여 있다. 5월부터 초여름까지 꽃이 피는데 일부는 20~30cm 길이의 긴 꽃차례에 노란 금사슬나무 꽃이 피지만 다른 가지에서는 자주색 양골담초 꽃이 조밀하게 줄기를 따라 잎과 섞여 핀다. 물론 대부분의 가지에는 두 부모종의 중간인 구리빛이 도는 분홍색 꽃이 8~15cm의 상대적으로 짧은 총상화서를 이루며 핀다. 이런 가지에는 잎 또한 사이즈가 중간 정도이다. 그러니까 한 나무에 금사슬나무와 같이 노란 긴 꽃차례가 달리는 가지가 있는가 하면 다른 가지에는 자주양골담초와 같은 꽃이 피기도 하고 또 다른 가지에는 이들 둘의 중간인 구리색 긴 꽃차례가 아래로 달리기도 하는 특성을 가진 괴물 같은 변이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성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고 나무마다 꽃의 배합비율이 다르며 같은 나무라도 매년 다르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천리포수목원에 심어진 나무는 처음에는 키메라 특성을 보이다가 몇 년 후부터는 아예 완전한 금사슬나무로 변하여 노란 꽃만 핀다고 한다.
아담금사슬나무
앞에 보이는 자주양골담초꽃이 피는 가지의 잎은 작지만 뒤에 보이는 잎은 크다.
아담금사슬나무
노란 꽃차례가 황자색 꽃차례보다 더 길다.
접목을 하였을 뿐인데 이렇게 두 종의 특성이 융합되어 꽃이 피었고 그 나무를 잘라서 접목하면 같은 특성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이를 접목교잡종이라고 graft hybrid라고 하였다. 그 당시 찰스 다윈도 그렇게 믿고 식물의 생식기관의 개입 없이도 교잡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그의 진화론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단순한 접목으로 그렇게 두 종의 특성이 융합된 교잡종이 탄생한다는 것에 의심을 품었다. 그러다가 Jean Louis Adam이 최초로 우연히 발견한지 80여 년이 지난 1907년에 게놈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유명한 독일 생물학자 함부르크대학 Hans Winkler(1877~1945)교수가 이 현상을 재연구하게 된다. 그는 토마토와 까마중(Solanum nigrum)을 접목하여 비슷한 현상을 재현까지 시키면서 이들은 특성이 융합된 교잡종이 아니고 세포층의 분열조직에 의하여 부모종의 두 가지 특성이 동시에 나온 것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그리고 그는 이런 식물들을 키메라(Chimera)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내피는 금사슬나무 조직이고 표피는 자주양골담초 조직인 것으로 안팎이 각각 다른 세포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후 이 접목 변이종은 접목교잡종이 아닌 접목키메라가 되어 graft-chimara는 국제식물학회에서도 인정하는 공식 용어가 되었으며 우리나라 공식용어도 접목키메라이다.
토마토에 까마중을 접목한 다음 접지를 잘라 버리자 가장자리에서 두 개의 다른 세포조직이 자란다.
아담이 창조한 아담금사슬나무와 한스 빙클러박사가 실험한 토마토와 카마중 외에도 키메라로 불리는 종들이 더 있다. 산사나무와 양모과를 접목한 Crataegus + Mespilus와 중국 라일락과 라일락을 접목한 Syringa × chinensis + Syringa vulgar 그리고 불수감과 광귤을 접목한 Citrus medica + C. aurantium 등이 그것들이다. 특히 Bizzaria of Florence라고 불리는 Citrus medica + C. aurantium은 1640년에 발견되어 그 역사가 길다. 이들은 교잡종이 아니기 때문에 x로 표기하지 않고 +로 표시를 한다. 두 개의 학명을 연결하여 풀이할 경우에는 가운데 +를 추가하여 쓰고 하나로 된 합성 학명으로 표시할 경우에는 + Laburnocytisus와 같이 앞에 +를 붙인다. 그래서 이 아담금사슬나무도 + Laburnocytisus속의 'Adamii'라는 품종이라는 뜻으로 + Laburnocytisus 'Adamii'라고 표기하여야 정확한 표기가 된다. 유성생식에 의한 종이 아니므로 + Laburnocytisus Adamii라고 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니면 이를 Cytisus purpureus + Laburnum anagyroides라고 표기해도 된다.
Bizzaria of Florence
1640년에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있었지만 사라졌다가 1970년에 재발견되었다.
한스 빙클러박사가 1907년 이런 현상을 교잡종이 아닌 부모종 어느 한쪽의 유전자형(genotype)을 가진 세포들의 혼합체라는 것을 밝혀내고 graft chimera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한 뒤 2년후 독일의 유전학자인 Erwin Baur(1875~1933)박사가 잎의 색상이 다양한 무늬종들을 자연적으로 나타내는 표현형(phenotype)으로서 graft chimera와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즉 식물의 잎 가장자리 색상이 다른 경우 그 가장자리 세포는 다른 조직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 키메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독일 식물학자 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가 1907년 Laburnocytisus adamii로 명명하였지만 지금 규정에 따르면 + Laburnocytisus 'Adamii'이라고 표기해야 옳다. 이 아담금사슬나무 홍보용 그림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아름다운 나무는 드물고 대부분 그다지 아름답지 만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떠나서 특이하고 희귀한 수종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렇게 가장자리의 색상만 다른 것도 일종의 키메라이며 일본의 무늬종 대부분이 키메라라는 것이다.
이 름 : 아담금사슬나무(미등록종 : 가칭)
학 명 : + Laburnocytisus 'Adamii'
이 명 : Cytisus purpureus + Laburnum anagyroides
이 명 : Laburnocytisus adamii
분 류 : 콩과 Laburnocytisus속 낙엽 소교목, 접목키메라
원산지 : 프랑스에서 금사슬나무에 자주양골담초를 접목하여 탄생한 키메라
영어명 : Adam's Laburnum, witches’ brooms, Broom Laburnum
수 고 : 7m
꽃색상 : purplish-yellow, yellow, purple
내한성 : 영하 28도
특 징 : 번식하기가 쉽지 않다.
아담금사슬나무
아담금사슬나무
아담금사슬나무
아담금사슬나무
아담금사슬나무
열매가 달리기도 하지만 열매로는 이런 특성이 나오게 번식할 수 없다.
아담금사슬나무
유럽 굴지의 유통업체에서 홍보하는 그림인데 실제 이렇게 아름답게 꽃이 피는 나무가 있는지 의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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