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게니스타족

892 가는잎미선콩 - 식용 루피너스

낙은재 2019. 12. 17. 00:07


가는잎미선콩


가는잎미선콩


가는잎미선콩은 지중해연안의 남유럽과 서아시아 그리고 북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한해살이 루피너스의 일종으로서 원산지에서 가축의 사료나 사람의 먹거리로 또는 녹비나 토양개선을 위한 작물로 수천 년 전부터 재배하던 농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학명 Lupinus angustifolius는 1753년 린네가 잎이 좁다는 뜻으로 명명한 것이며 영어 일반명도 학명과 같은 취지인 narrow-leaved lupin이지만 꽃 색상이 푸르다고 blue lupin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이름 가는잎도 학명 angustifolius나 영어 이름 narrow-leaved를 번역한 것인데 이 종의 특징을 그대로 잘 나타내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 등록된 모든 Lupinus속 식물은 모두 루피너스 또는 xx루피너스라고 하면서 유독 이 식물만 미선콩이라는 이름을 뒤에 붙이고 있다. 이는 아마 식용 콩의 일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Lupinus angustifolius를 가는잎미선콩이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영어 lupinus미선콩으로 우리나라 명칭을 정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속명도 당연히 미선콩속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속명을 가는잎미선콩속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Lupinus 즉 루피너스속을 우리나라 국표식에서는 가는잎미선콩속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가는잎미선콩은 미선콩속에서 가는잎을 가진 종의 이름인데 어찌 그대로 속명이 되었을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이런 엉터리 속명을 따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그냥 미선콩속이라고 하던지 아니면 차라리 루피너스속이라고 하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 루피너스속을 중국에서는 우선두(羽扇豆)속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엽단선두(葉団扇豆)속이라고 한다. 


여하튼 미선(尾扇)은 고려나 조선시대에 중국에서 도입된 궁중무용인 당악정재(唐樂呈才)에 사용된 의물(儀物) 즉 소품으로서 정절(旌節)과 용선, 봉선, 작선(雀扇) 등과 함께 쓰인다. 부채에 그린 그림이 용이면 용선 봉이면 봉선 공작이면 작선 그리고 공작의 꼬리이면 미선이라고 하였다. 조선 성종때 편찬된 악학궤범에 의하면 미선의 크기는 대나무 자루가 7자 9치로 길고 부채의 길이는 2자 1치이며 너비는 1자 6치로 타원형에 가까운 둥근형이다. 루피너스속 식물들의 잎이 거의 원형에 가까운 장상복엽이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이렇게 둥근부채의 모양에 비유하는 것이다. 부채란 둥근 부채와 접는 부채 즉 쥘부채로 크게 나뉘어지는데 둥근 부채를 한자어로 단선(團扇) 또는 원선(圓扇)이라고 하며 모양이나 그림 또는 재료에 따라서 오엽선(梧葉扇) 연엽선(蓮葉扇) 파초선(芭蕉扇) 태극선(太極扇) 오색선(五色扇) 까치선 공작선(孔雀扇) 백우선(白羽扇) 미선(尾扇) 등으로 종류를 구분하여 부른다. 그 중에서 루피너스를 미선이라고 한 것은 잎이 공작 꼬리를 닮았다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부채를 닮았다고 붙인 우리나라 식물 이름인 미선나무와 미선이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왼쪽 미선(尾扇) 오른쪽 작선(雀扇)


여하튼 지중해 연안 원산의 이 식물이 우리나라에는 항구도시인 인천항 인근에서 1996년 발견되고 안산인근 도로변에서 1998년 발견되어 다수가 채집되었다고 가는잎미선콩이라는 이름을 붙여 귀화식물로 등록한 것 같다. 그 근거는 1999년의 박수현 등의 '한국 미기록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생종 도감에 서양에서 노랑루피너스로 불리는 또 다른 농작물 Lupinus luteus를 미선콩이라고 지칭하며 비교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것만 봐도 원저자는 이 루피너스속을 미선콩속으로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특정 종명인 가는잎미선콩속이라고 등록한 이유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중국에서도 이 식물을 도입하여 재배하고 있는데 그들은 이를 협엽우선두(狭叶羽扇豆)라고 한다. 우선두속의 좁은 잎을 가진 식물이라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청화엽단선두(青花葉団扇豆)라고 한다. 푸른 꽃이 피는 엽단선두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결국 동양 3국 모두 Lupinus속을 둥근 부채에 비유하였는데 우리는 미선(尾扇)으로 중국은 우선(羽扇)으로 일본은 단선(団扇)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 블루 루핀 즉 Lupinus angustifolius는 화이트 루핀으로 불리는 Lupinus albus와 옐로우 루핀으로 불리는 Lupinus luteus와 더불어 유럽에서 작물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루피너스 종이다. 이 초본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많아서 동물들의 사료로는 매우 적합하였던 것이다. 여타 루피너스종들과 마찬가지로 이 가는잎미선콩에도 특히 열매에 쓴맛이 나는 Alkaloid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그러나 알카로이드는 물에 장시간 담가두면 독성이 없어지므로 그런 다음에 사용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쓴 맛 외에도 열매가 숙성하면 저절로 튀어나가 수확하기 어렵고 꽃이 늦게 피며 열매의 껍질이 불침투성이라서 인간의 먹거리로 재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오래전부터 식용작물로 재배된 Lupinus albus와 대비가 되어 왔다. 


가는잎미선콩


가는잎미선콩


하지만 최근에는 독성을 제거하거나 약하게 한 개량종들이 개발되어 재배되고 있어 가축뿐만 아니라 인간의 식용자원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1960년대부터 이를 개량하여 개화시기를 앞당기고 열매가 터지지 않게 하며 종피를 침투성으로 바꾸고 쓴 맛도 제거하여 1987년 식품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이 품종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유럽으로 수출하였는데 이를 Australian sweet lupin이라고 부른다. 1999년 호주 스위트 루핀을 식품으로 적합하다고 인정한 유럽에서는 2000년대에 화이트 루핀과 호주 스위트 루핀을 재료로 사용한 피자나 스파게티 그리고 빵 등 식료품의 량이 연간 50만톤이 넘었다고 한다. 현재 호주는 세계 최대 스위트 루핀의 생산국이며 여러 나라로 수출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대한민국과 일본 대만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 루피너스 열매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등록명 : 가는잎미선콩

학  명 : Lupinus angustifolius L.

분  류 : 콩과 루피너스(미선콩)속 일년생 초본

원산지 : 지중해 연안 남유럽 서아시아 북유럽

영어명 : narrow-leaved lupin, blue lupin, Australian sweet lupin

중국명 : 협엽우선두(狭叶羽扇豆)

일본명 : 청화엽단선두(青花葉団扇豆)

높  이 :  20~80cm

줄  기 : 직립, 복유모

잎차례 : 2~5cm의 소엽 5~9장이 모여 장상복엽을 구성

꽃차례 : 총상화서, 5~10cm, 화 호생, 11~13mm

포  편 : 난형, 피침형, 조락

화  경 : 단, 피모

화  악 : 2순형, 6~8mm, 장유모, 하순전연 혹 2~3거치, 상순보다 김, 상순2심치렬

화  관 : 남색, 담람색, 담자색

화  판 : 근등장, 익판선단연생

협  과 : 밀접, 장원상선형, 3~6cm, 복장유모, 선단점첨부리, 화악숙존

종  자 : 간절협상, 4~7과, 장원상란형, 4~7mm, 편평, 회갈색, 백색무늬, 평활

화  기 : 3~4월

과  기 : 4~6월

용  도 : 식용, 사료, 녹비, 토지 개량용


가는잎미선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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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잎미선콩


가는잎미선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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