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 -게니스타족

891 숙근루피너스

낙은재 2019. 12. 15. 16:50


숙근루피너스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동부가 원산지인 숙근루피너스의 학명 Lupinus perennis는 1753년 린네가 perennial 즉 다년생 초본이라는 뜻에서 명명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400여 종이나 되는 루피너스속 식물들 대부분이 다년생 초본이고 일부가 일년생 초본이거나 관목이지만 식물분류학이 창설될 초창기 린네가 직접 명명한 몇 종은 공교롭게 대부분 annual 즉 일년생 초본이었기에 이 초본의 다년생이라는 점이 특징이 되어서 그렇게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학명의 취지에 부합하는 영어명인 wild perennial lupine도 있지만 그 외에도 매우 다양하게 wild lupine이나 sundial lupine 또는 blue lupine으로도 불린다. sundial로 불리는 이유는 이 식물의 잎이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향하여 움직이기 때문이다. blue lupine은 물론 기본 꽃색상이 푸른색 계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Indian beet(인디언 비트)나 노처녀의 모자라는 뜻의 old maid's bonnets으로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old maid's bonnet

이렇게 장식이 닮았다는 것이 아닐까.


숙근초와 다년생초본의 개념 차이

그럼 여기서 우리 이름 숙근루피너스에 대하여 알아보자. 도대체 숙근(宿根)이 무슨 뜻인가? 우리나라에 등록된 식물 중에서 그 이름에 숙근이란 말이 들어간 것이 이 숙근루피너스 외에도 3종이 더 있다. 석죽과의 숙근안개초와 현삼과 숙근금어초 그리고 콩과의 숙근스위트피로서 모두 외래종이며 식물분류학적으로 과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여러해살이 초본들이다. 그리고 그 이름이 숙근은 아니지만 국생정 도감에서 숙근성 식물이라고 설명하는 6개의 식물이 있다. 앵초과의 좁쌀풀과 국화과의 개쑥부쟁이, 제비꽃과의 제비꽃 그리고 백합과의 울릉산마늘과 윤판나물 및 끈끈이귀개과의 끈끈이주걱이 그것들이다. 모두 뿌리가 여러해 사는 초본들이다. 그렇다. 한자로 宿根이라고 쓰는 숙근은 글자 그대로 잠을 잔 묵은 뿌리라는 뜻으로 여러해살이 식물을 말한다. 극히 일부는 여름에 잠을 자고 가을에 싹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추운 겨울에 잠을 자고 이듬해 봄에 새싹이 다시 나와 자라는 여러해살이 식물을 말한다. 영어로는 perennial로 번역된다. 그래서 영어로 perennial plant라고 하는 외래종 일부에 우리나라에서 숙근이라는 이름을 앞에 붙인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루피너스의 경우 영어명이 perennial lupine이므로 이를 우리는 숙근루피너스라고 하는 것이다.


숙근(宿根)이라는 말은 서양에는 없는 중국에서 비롯된 동양에만 있는 개념인데 원래 불교나 도교에서 전생에서부터 형성된 근본 성질 즉 품성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숙명(宿命)이라는 말도 이와 관련된 용어로서 이 또한 도교에서 전생에서부터 정해진 운명이라는 뜻으로 전생에 행한 행위의 선악에 따라서 현생의 운명이 결정되어 태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식물에서 숙근이란 겨울에 지상부가 말라 죽더라도 지하에서 살아 남았다가 이듬해 새로 움이 돋는 묵은 뿌리를 말한다. 이미 지하에서 근본 성질이 정해져서 나오는 것이므로 새로 나온 싹이 그 이전과 같은 특성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불교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어사전에서도 숙근은 겨울에 땅 위에 있는 줄기가 말라 죽는 것을 전제로 하여 풀이한다. 따라서 줄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상록은 숙근이라고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전생과 현생의 개념에는 가운데 단절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록성 다년생 초본에게는 숙근초(宿根草)라는 용어가 적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숙근초를 이렇게 정의한다. 


반면에 영어 perennial plant 또는 perennial은 정확하게 말하면 다년생식물 즉 1년 이상 생존하는 여러해살이 모든 식물을 말하지만 목본은 당연히 다년생이므로 제외하고 실제로는 여러해살이 초본이나 아관목을 지칭한다. 여기서 우리말로 '살이' 영어로는 'live' 즉 식물이 생존한다는 것은 지상부까지 포함한 식물 전체가 살아 있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줄기나 잎은 죽더라도 뿌리만 살아 있어도 생존한다고 인정한다. 그리므로 처녀치마나 노루발풀, 맥문동, 바위취, 금계국 등 상록성 초본은 말할 것도 없고 지상부가 죽고 없어지는 국화나 앵초, 작약, 다알리아, 제비꽃 같은 낙엽성 초본도 모두 여러해살풀 즉 다년생초본(多年生草本)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어 perennial이 여러해살이풀로 해석되고 이를 한자어로 말하면 다년생초본(多年生草本)이 되지만 여기에서 다시 상록성 초본과 낙엽성인 숙근성 초본으로 갈라진다고 볼 수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해석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상록이 아닌 다년초를 다시 숙근초와 구근식물로 세분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국화는 숙근초이고 백합은 구근식물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위에서 보듯이 구근식물인 백합과도 숙근초라고 하며 중국도 구근이라고 숙근에서 제외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숙근초(宿根草)라는 용어는 쓰지 않고 이를 숙근(宿根) 또는 숙근화훼(宿根花卉)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영어 perennial과 거의 동일하여 상록성 다년생초본도 포함을 한다. 따라서 중국의 숙근(宿根)은 상록성 숙근화훼(宿根花卉)와 낙엽성 숙근화훼(宿根花卉)로 갈라지는데 일반에서는 후자를 그냥 숙근화훼(宿根花卉)라고 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숙근초(宿根草)와 같은 의미이며 구근식물도 포함을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왜 상록성 다년초도 숙근이라고 할까? 그 이유는 원래 한자 (宿)이 잠잔다는 뜻 외에도 숙원(宿願)이나 숙환(宿患) 등의 경우와 같이 오래된 즉 묵었다는 뜻 그리고 노숙(老宿)한 신사 등의 예와 같이 늙고 경험이 많다는 뜻도 있다. 따라서 숙근(宿根)이 오래된 뿌리라는 의미이므로 상록이던 낙엽이던 무관한 것이다. 게다가 보다 더 큰 이유는 원래 식물의 상록성과 낙엽성이 타고난 특성이 아니고 지역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땅에서는 하나의 개념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넓은 중국에서는 남방의 상록이 북방에서는 낙엽성 식물로 변하는 것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식물의 다년생이라는 것도 지역에 따라서 가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마토이다. 원산지인 남미 열대지방에서는 수 년을 사는 다년생 덩굴식물이며 온대지방 하우스에서 재배하면 몇 년을 살 수 있지만 노지에 재배할 경우 모두들 일년생식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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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숙근루피너스라는 이름은 우리만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이를 숙근우선두(宿根羽扇豆)라고 부른다. 중국도 아마 학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숙근(宿根)이 영어 perennial과 거의 동일한 의미로 쓰이므로 별 문제가 없다. 여하튼 키가 최대 1m까지 자라는 이 숙근루피너스는 길이 2~5cm의 소엽 7~11장이 모여 장상복엽을 구성하며 가는 실 모양의 8~12mm 길이의 탁엽은 일찍 탈락한다. 잎자루는 5~10cm로서 길다. 소엽 상면에는 털이 없고 하면에는 복유모가 있다. 줄기 끝에 10~30cm 길이의 총상화서에 길이 12~16mm의 꽃이 어긋나기로 핀다, 포편은 3~6mm의 선형이며 조기 탈락하며 꽃자루는 4~6mm이다. 꽃받침은 2순형으로 약 8mm이고 털이 있으며 상순은 4~5mm이고 날카로운 거치가 있고 하순은 1.5~3mm로서 밋밋하다. 꽃색상은 남색이 기본이고 백색과 담홍색인 경우도 있으며 기판이 익판보다 짧으며 용골판에는 섬모가 성글게 있다. 황갈색 협과는 곧고 장원형 선상으로서 3~5cm 길이에 8~12mm 너비이다. 그 선단에 실모양의 화주가 숙존한다. 종자는 4~6과로서 타원형이며 밝은색 배꼽이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열매는 6~7월에 맺으며 독성이 있다. 이 숙근루피너스는 Karner Blue butterfly의 유일한 먹이인데 야생에서 개체수가 줄어들어 나비도 멸종위기 국면에 처해있다.



Karner Blue butterfly



등록명 : 숙근루피너스

학  명 : Lupinus perennis L.

분  류 : 콩과 루피너스(미선콩)속 낙엽성 다년생 초본

원산지 : 북아메리카 동부

영어명 : wild perennial lupine, sundial lupine 또는 blue lupine

중국명 : 숙근우선두(宿根羽扇豆)

수  고 : 20~60cm (최대 1m)

개화기 : 4~5월

내한성 : 영하 34도

용  도 : 관상용, Karner Blue butterfly 애벌레 먹이


숙근루피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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