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은처녀치마
꽃이 보라색이고 잎이 도피침형으로서 상대적으로 좁고 톱니가 없다.
숙은처녀치마
꽃이 주로 아래로 향하고 기부는 활짝 펴지지 않고 종모양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숙은처녀치마는 처녀치마에 이어서 또 하나의 우리 고유종 야생화이다. 이 또한 우리나라 이대 이남숙교수와 2명의 일본학자 공동연구에서 신종으로 밝혀져 2004년 Heloniopsis tubiflora로 명명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 특산식물 처녀치마가 갑자기 두 종이나 생겨난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자생하던 처녀치마가 일본에서 가장 흔한 처녀치마인 ショウジョウバカマ(쇼우죠우바카마) 즉 Heloniopsis orientalis와 동일한 종으로 판단하여 왔는데 이남숙박사 등이 서로 종이 다름을 밝혀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명은 그동안 둘 모두를 처녀치마 하나로 불렀으나 이제는 분리하여 하나는 처녀치마 그대로 부르고 또 다른 하나는 숙은처녀치마라고 하여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렇다. 원래 우리 땅에 처녀치마라는 식물이 자생하였는데 일본종과 같은 것으로 판단하고 그 학명인 Heloniopsis orientalis로 표기하고 도감들도 그렇게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일부 마이아들 사이에서 우리 자생 처녀치마가 모두 다 같은 모양이 아니고 일부는 다른 형태가 발견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이남숙박사 등이 조사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두 종류 모두가 일본종과 다름이 밝혀진 것이다. 그래서 잎 모양은 다르지만 꽃 색상이 적자색으로 일본종과 비슷한 종을 Heloniopsis koreana라는 신학명을 부여하고 우리 국명은 처녀치마를 그대로 쓰게하고 일본종과 잎 모양은 비슷하지만 꽃 색상이 청자색으로 다른 종을 Heloniopsis tubiflora라는 신학명을 부여하고 구분하기 위하여 국명을 숙은처녀치마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 자생 특산 야생화가 갑자기 두 종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학자 단독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고 관련국인 일본학자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이며 더구나 이 연구는 DNA검사가 포함된 분자계통학적 분석의 결과이므로 누구도 쉽게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이미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어 전세계 처녀치마 종이 5개에서 7개로 늘어난 것이다. 그럼 어떤 차이점이 있길래 분리되었는지 알아보자. 하지만 아직 숙은처녀치마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우리나라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생정 도감에도 실려있지 않다. 여기 중부지방에서는 처녀치마는 더러 보이지만 숙은처녀치마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숙은처녀치마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만 자생한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유럽에서 우리나라 오대산에서 채취한 숙은처녀치마라고 소개하는 원예종이 있다. 그리고 국내 일부 도감에서도 숙은처녀치마의 자생지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고산지대 외에도 강원도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딱히 남부지방에서만 자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숙은처녀치마와 처녀치마의 차이점을 나열해 보자.
1. 잎이 좁고 긴 도피침형이라서 주걱형인 처녀치마와 구분이 된다.
2. 잎의 가장자리가 밋밋하여 섬세한 파상 거치가 있는 처녀치마와 다르다.
3. 꽃차례가 아래로 비스듬하게 또는 완전하게 처지지만 처녀치마는 옆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4. 색상이 청보라 또는 보라색으로서 적자색인 처녀치마에 비하여 보라색이 강하다.
5. 꽃이 질 때 쯤에는 꽃 색상이 희게 변하는 경우가 흔하다.
6. 숙은처녀치마 화피편의 기부는 관모양인 경우가 많다.
7. 숙은처녀치마는 화피편 기부가 팽창하지만 처녀치마는 조금만 팽창하거나 팽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8. 숙은처녀치마는 개화기가 처녀치마에 비하여 1개월 가량 늦다.
9. 숙은처녀치마는 주로 남부지방에 분포하여 주로 중부지방에 분포하는 처녀치마와 자생지가 다르다.
10. 숙은처녀치마는 개화기의 꽃줄기가 대체로 처녀치마보다 길고 화서당 꽃의 숫자는 적다.
숙은처녀치마의 잎이 도피침형이라고 도감에서 설명하는데 우선 여기서 도피침형에 대하여 알아보고 가자. 도피침형이란 거꿀 피침형이라는 뜻인데 피침은 원래 중국 한의학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침술도구를 말한다. 한자로는 披針 또는 鈹鍼이라고 쓰며 그 모습은 아래 9종류의 침 중 하나이다. 보다시피 이 침은 살을 째기 위한 도구이다. 피침이 창같이 생겨서 중국에서는 이런 모습의 창도 피침이라고 하고 서양에서는 영어로 lancet이라고 하는데 원래 영어 lance도 짼다는 의미이며 수술용 칼이나 창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도피침형은 반대로 좁다가 점점 서서히 넓어지는 모양을 말하며 영어로는 oblanceolate라고 하고 한자로는 倒披針形이라고 쓰며 우리말로는 거꿀바소형이라고 한다. 어찌 순수 우리말 바소 또는 거꿀바소가 더 생소하게 들린다.
가장 가운데 있는 침이 바로 피침(披針)이며 우리말로는 바소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왼쪽 창도 피침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영어로 lancet이라고 하며 오른 쪽 나이프 등을 말한다.
처녀치마 잎은 왼쪽 주걱형이고 숙은처녀치마 잎은 서서히 점점 넓어지는 도피침형이라는 것이다.
처녀치마(왼쪽)과 숙은처녀치마(오른쪽) 잎의 비교
이래서 좁은잎 처녀치마라는 말이 나왔다.
다음은 색상에 관한 것인데 식물 묘사에 자주색과 보라색이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이들이 거의 비슷한 의미로 혼용될 때가 많다. 그러나 보라와 자주는 근본이 다른 색상이다. 우선 보라는 빨주녹초파남보 즉 무지재 7가지 색상 중에 등장하는 자연의 색상이다. 하지만 자주는 청색과 적색을 혼합하여 만들어지는 색상인 것이다. 영어로는 보라는 violet(바이올렛)으로 자주는 purple(퍼플)로 구분되며 그 색감도 아래와 같이 보라는 청색에 가깝고 자주는 적색에 가깝다. 한자로 표현하면 쉽게 와닿는다. 보라는 청자색(青紫色) 또는 남자색(蓝紫色)이라고 하여 청색 계통임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자주색은 말 그대로 자주색(紫朱色) 또는 자홍색(紫红色)이라고 써서 홍색 계통임을 밝히고 있다. 그냥 자색(紫色)이라고 하면 자주색과 보라색의 어정쩡한 색상이 아니라 자주색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 중국이나 동일하다. 보라와 자주에 대하여는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왼쪽이 자주색이고 오른쪽이 보라색이다.
보라색과 자주색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색상이며 보라는 고유 파장을 가진 순수색이고 자주는 혼합색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처녀치마는 자주색이고 숙은처녀치마는 보라색 꽃이 주로 핀다.
숙은처녀치마라는 우리 이름은 꽃차례가 아래로 처지는 특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실제로 처녀치마도 꽃차례가 아래로 숙인 모습이 종종 보이기 때문에 이 이름이 확 와닿지는 않는 것이다. 오히려 숙은처녀치마가 분리 독립되기 전에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잎이 아무래도 주걱형인 처녀치마보다는 좁기 때문에 이를 좁은잎처녀치마라고 불렀다. 좁은 잎이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리고 처녀치마는 화아가 땅에서 나오면서 바로 펴지기 때문에 아주 낮게 피지만 숙은처녀치마에서는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꽃줄기가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부터 개화를 시작하는지 아니면 개화하면서 곧바로 꽃줄기가 급속 성장을 시작하는지 궁금하다. 여하튼 키가 매우 껑충한 꽃대를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학명 Heloniopsis tubiflora는 화피편 기부가 관모양을 형성하고 있다고 그런 의미의 종소명 tubiflora가 붙은 것이다. 숙은처녀치마의 화피편들이 모여서 관모양을 형성하여 마치 관상화(管狀花)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숙은처녀치마
처음 신종으로 동정시 사용한 표본(왼쪽)과 실제 숙은처녀치마의 사진
꽃잎(화피편)이 활쫙 펴지기보다는 관(tube)같은 모습을 한다고 종소명이 tubiflora라고 붙었다.
그런데 숙은처녀치마와 처녀치마의 비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초에 분류하였던 Heloniopsis orientalis 즉 일본의 처녀치마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신종으로 분리된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처녀치마의 학명 Heloniopsis orientalis은 원래 일본에 식물조사차 방문하였던 린네의 제자 툰베리가 1794년 실라속으로 판단하고 Scilla orientalis Thunb.로 명명하였던 것을 1925년 일본 식물학자 田中 長三郎(1885~1976)가 처녀치마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하나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에서 초창기 흰처녀치마가 적자색 꽃이 피는 처녀치마보다 먼저 도감에 등재된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홍자색 꽃이 피는 Heloniopsis orientalis가 1867년 Heloniopsis japonica로 명명된 일본의 흰꽃처녀치마에 비하여 늦다는 것이다. 분명 한일 두 나라 모두 흰꽃보다는 자색꽃이 피는 종이 보편적인데도 말이다.
숙은처녀치마와 처녀치마 그리고 일본 처녀치마와의 비교표
구 분 | 숙은처녀치마 | 처녀치마 | 일본 처녀치마 |
학 명 | Heloniopsis tubiflora | Heloniopsis koreana | Heloniopsis orientalis |
주분포지 | 우리나라 전역, 남부 고산지대 | 우리나라 전역, 주로 중부지방 | 일본 전역과 남사할린 |
꽃색상 | 청보라, 보라, 개화후 백색 | 적자색 | 담홍색, 홍자색 |
잎모양 | 도피침형 | 주걱형 | 도피침형 |
잎거치 | 거치 없음 | 파상 세거치 | 거치 없음 |
꽃차례 | 아래로 향함 | 옆으로 또는 아래로 향함 | 옆으로 또는 아래로 향함 |
회피편 기부 | 팽창, 관모양 | 팽창하지 않거나 약하게 팽창 | 팽창 |
개화시기 | 4~5월 | 3~4월 | 3~4월 |
기본적인 특징은 이렇지만 실제 모습에 있어서는 개체변이가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신종발표 논문에 첨부된 처녀치마(왼쪽)와 숙은처녀치마(오른쪽)의 모습인데 키가 좀 차이나는 것 외에는 차이점이 안 보인다.
등록명 : 숙은처녀치마
과거명 : 처녀치마
학 명 : Heloniopsis tubiflora Fuse, N.S.Lee & M.N.Tamura
분 류 : 멜리티움과 처녀치마속 다년생 상록 초본
원산지 : 우리나라 고유종
특 징 : 그동안 처녀치마와 함께 동종으로 분류되다가 2004년 신종으로 분리 독립
숙은처녀치마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꽃차례가 아래로 숙인 모습이다.
숙은처녀치마
대개 숙은처녀치마는 개화기에 꽃대가 길던데 이렇게 짧은 것도 보인다.
숙은처녀치마
국립수목원 표본관
숙은처녀치마
2002년 덕유산에서 채집하여 처녀치마라고 하다가 새로 숙은처녀치마로 재동정한 대전대학교 표본
개화기에 꽃줄기가 매우 긴 것이 특징이다.
숙은처녀치마
1981년 소백산에서 채집한 표본으로서 쳐녀치마라고 하다가 재동정한 경우
Heloniopsis tubiflora 'Temple Blue'
영국 웨일즈에 있는 Crûg Farm Nursery에서 1993년 오대산에서 채취하였다며 Temple Blue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원예종
보라색과 처진 모습의 꽃차례 그리고 잎 모양이 숙은처녀치마가 맞는 것 같다.
따라서 숙은처녀치마는 남쪽 뿐만아니라 강원도에서도 자생하는 것이다.
위 숙은처녀치마 사진 중 일부는 국내 동호인들이나 블로거님들이 촬영하여 올린 것을 인용하였습니다만 일일히 출처를 밝히지 못하였습니다. 만약 불편을 끼쳐드렸다면 죄송하다고 사죄드리고 원치 않으신다면 연락시 즉시 삭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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