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치마
처녀치마
처녀치마
하나의 줄기에 3~10개의 꽃이 마치 두상화서같이 달리지만 나중에 총상화서로 발전한다.
화피편과 수술은 6개이며 암술머리에는 3개의 돌기가 있는데 나중에 자방이 3쪽으로 구분된다.
처녀치마라는 우리 토종 야생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처녀치마 외에도 꽃차례가 아래로 숙었다는 숙은처녀치마와 흰 꽃이 핀다는 흰처녀치마 등 3종의 처녀치마가 자생한다. 이 처녀치마속을 우리나라가 아직도 따르는 낡은 앵글러체계나 그 다음 버전인 크론키스트체계에서는 백합과로 분류하지만 최신 버전인 APG분류체계에서는 Melanthiaceae 즉 멜란티움과로 분류한다. 속명 Heloniopsis는 19세기 미국 최고의 식물학자 Asa Gray(1810 ~1888)가 늪지에서 자라며 핑크색 꽃이 피므로 swamp pink라고 불리는 미국 습지식물 Helonias bullata를 닮았다고 1858년에 붙인 것이다. 그래서 이 처녀치마도 습한 지역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완전 늪지식물은 아닌데도 영어로 swamppink라고 부르는 것이다. swamp는 습지나 늪지를 뜻하는 영어이다. 처녀치마속 즉 Heloniopsis는 전세계에 모두 7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일본과 과거 일본령이었던 남사할린 그리고 우리나라와 대만에서만 자생한다. 우리 자생종 3종 중에서 일본에서도 자생하는 흰처녀치마를 제외한 처녀치마와 숙은처녀치마 두 종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다.
swamp pink라고 불리는 미국 습지식물 Helonias bullata
이를 닮았다고 처녀치마도 미국에서는 swamppink라고 하며 속명도 Heloniopsis가 되었다.
처녀치마의 학명 Heloniopsis koreana는 숙은처녀치마의 학명 Heloniopsis tubiflora와 함께 우리나라 식물계통학 분야 권위자인 이화여대 이남숙교수와 일본 학자 Shizuka Fuse와 Minoru N. Tamura가 최근인 2004년에 새로운 종으로 명명한 것이다. 나머지 하나인 흰처녀치마의 학명 Heloniopsis orientalis var. flavida는 1933년 일본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 猛之進 : 1882~1952)이 Heloniopsis japonica var. flavida로 명명한 것을 1953년 일본 학자 Ohwi Jisaburo(大井 次三郎 : 1905~1977)가 종소명을 바꿔 재명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흰처녀치마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고 처녀치마와 숙은처녀치마는 최근에 발견된 신종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처녀치마도 없는데 어떻게 흰처녀치마라는 우리 이름이 먼저 탄생할 수가 있었는가? 그리고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분포하는 처녀치마가 어떻게 2004년에서야 발견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다소 복잡하더라도 학명을 자세하게 파악해 볼 필요가 있겠다.
흰처녀치마
흰 꽃이 피는 종을 1937년 당시에는 처녀치마라고 했다.
처녀치마의 학명
이 처녀치마 3종은 우리 자생종이므로 당연히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자생하고 있었겠지만 그동안 이름도 없이 지내왔던 것 같다. 왜냐하면 중국에는 처녀치마가 없어서 한약재로 개발되지 않아 본초서에 등록된 약용식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식용하는 식물도 아니었기에 특별히 이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이 된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학자들이 들어와 식물목록을 만들면서 국내서 흰 꽃이 피는 종을 먼저 발견하고 일본의 동물학자 모리 타메조(森 爲三 : 1884~1962)가 1922년에 정리하여 편찬한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에 국명이 없이 학명만 Heloniopsis japonica Maximowicz로 표기하고 영어 이름을 Shirobana shojobakama로 일본 이름을 シロバナシヤウジヤウバカマ라고 기록한 것이 시초이다. 그런데 여기 일본명을 보면 시로바나 시야우지야우바카마로 기록하여 영어명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 것은 아마 일본에서 흰처녀치마를 뜻하는 シロバナショウジョウバカマ 즉 시로바나 쇼우죠우바카마라고 적어야 할 것을 실수하여 ョ를 ヤ로 잘못 기록한 것으로 파악이 된다. 그런데 이를 토대로 국내 학자 정태현박사 등이 모여서 1937년 발간한 식물리스트 조선식물향명집에도 같은 학명에 잘못된 일본명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고 이번에는 처녀치마라는 국명이 추가되어 있다.
다시 정리를 하자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처녀치마라는 이름은 1937년 정태현의 조선식물향명집이고 거기에 학명 Heloniopsis japonica와 함께 기록되어 있다. 겉보기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1867년 맥스모비치에 의하여 명명된 이 Heloniopsis japonica는 화피편이 짧고 원래 백색 꽃이 피는 종으로서 현재의 최신 버전 학명은 Heloniopsis breviscapa이다. 학명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자. 원래는 1784년 식물조사를 위하여 일본을 방문한 린네의 제자 툰베리가 실라속으로 명명한 Scilla japonica에서 출발하여 러시아학자 맥스모비치가 1867년 현재의 처녀치마속으로 재명명한 Heloniopsis japonica는 나중에 꽃에 붉은 색조가 없이 순백색이거나 가끔 오렌지색을 띠기도 하는 개체가 발견되어 1933년 나카이가 Heloniopsis japonica var. flavida라는 변종으로 명명한다. flavida는 황색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자생종도 원종보다는 이 변종에 가깝다고 봐서 이 변종으로 표기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Heloniopsis속이 Helonias속으로 한때 잠시 변경되면서 Helonias japonica가 중복되어 없어지면서 1953년 일본 학자 오이 지사부로에 의하여 일본의 처녀치마 기본종인 Helonias orientalis의 변종으로 편입되어 Heloniopsis orientalis var. flavida (Nakai) Ohwi라는 학명이 부여된다.
흰처녀치마의 학명 변천을 연도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784 Scilla japonica
1867 Heloniopsis japonica = Heloniopsis breviscapa ツクシショウジョウバカマ
1933 Heloniopsis japonica var. flavida
1947 Heloniopsis breviscapa var. flavida シロバナショウジョウバカマ
1953 Heloniopsis orientalis var. flavida
지금 현재도 이 학명을 고수하는 학자들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그렇게 등록되어 있지만 Heloniopsis orientalis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어 이들 몇 개의 변종들을 묶어서 Heloniopsis breviscapa로 편입하게 된다. breviscapa는 화피편이 짧다는 뜻이다. Heloniopsis orientalis는 잎이 두껍고 가장자리 톱니가 없으며 화피편의 기부가 팽창하지만 이들 변종들은 잎이 상대적으로 얇고 섬세한 거치가 있으며 화피편의 기부가 팽창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 원변종인 Heloniopsis breviscapa var. breviscapa와 변종인 Heloniopsis breviscapa var. flavida 둘로 분류하지만 둘 사이의 차이점이 확연하지 않아서 하나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Heloniopsis breviscapa var. flavida (Nakai) H. Hara는 위 오이 지사부로가 H. orientalis var. flavida로 명명하기 이전인 1947년에 일본학자 하라 히로시(原 寛 : 1911~1986)에 의하여 명명된 학명이며 이 또한 1933년 나카이가 묘사한 표본을 기본으로 삼아 종명만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일본의 흰꽃처녀치마
Heloniopsis breviscapa var. flavida
이렇게 장황하게 일본의 흰처녀치마의 명명과정을 살펴보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의 처녀치마라는 이름은 처음에는 흰 꽃이 피는 종이 었다는 것이다. 분명 적자색 또는 담홍색 꽃이 피는 것이 보다 더 일반적인데 흰 꽃이 피는 종이 먼저 발견되어 그에 적합한 학명으로 표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발견된 적자색 꽃이 피는 종을 처녀치마라고 하고 일본의 처녀치마 즉 Heloniopsis orientalis와 동일종으로 판단하고 그렇게 학명표기한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처녀치마는 흰처녀치마로 개명하고 학명도 일본 흰꽃처녀치마인 Heloniopsis orientalis var. flavida와 동일하게 표기한 것 같다. 그러다가 2004년 이남숙박사 등에 의하여 국내 자생하는 처녀치마가 일본의 처녀치마 즉 Heloniopsis orientalis와는 다른 독립된 종이라는 것이 밝혀져 새로운 종으로 Heloniopsis koreana라는 학명을 부여하고 그 때 파악된 또 다른 신종을 숙은처녀치마라고 하고 학명 Heloniopsis tubiflora를 부여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 특산 처녀치마 두 종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니까 당초 1937년에 정태현박사 등이 명명한 처녀치마는 실은 흰처녀치마라서 그렇게 국명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발견된 우리나라서 가장 흔한 적자색 꽃이 피는 처녀치마는 한동안 일본 처녀치마의 학명인 Heloniopsis orientalis를 사용하여 아직도 일부 도감에서 그렇게 표기하고 있지만 2004년 일본 처녀치마와는 다른 우리 고유종임이 밝혀지면서 둘로 나뉘어져 Heloniopsis koreana와 Heloniopsis tubiflora의 학명으로 각각 표기되는 것이다. 그래서 둘 다 최근에 등록되었으며 숙은처녀치마의 이명으로 처녀치마가 등록된 것이다. 식물 목록은 언제 어디서나 국명이 기준이 아니라 학명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비록 처녀치마라는 이름을 가지기는 하였지만 후자 둘은 최근에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새내기가 된 것이다.
적자색 꽃이 피는 이 것이 현재의 처녀치마이다.
처음에는 일본 처녀치마와 같은 Heloniopsis orientalis로 분류하다가 2004년부터 Heloniopsis koreana라는 신종으로 별도 분리되었다.
처녀치마의 어원은 일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처녀치마라는 이름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등장하는데 이는 잎이 넓게 퍼지는 모습이 처녀들의 치마폭을 연상시키므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국생정을 비롯한 우리나라 도감에서 설명하고 있다. 주로 한복을 입고 있었을 1937년 당시 우리나라 처녀들이 그런 주름 치마를 언제 그렇게 흔하게 입었으며 설혹 그런 옷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펑퍼짐하게 치마폭을 펼치면서 앉았더란 말인가? 우리 자발적으로 그렇게 작명하였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아닌 것 같다. 그럼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 되는데 어디라는 것인가? 답은 그냥 간단하다. 일본에서 처녀치마를 부르는 이름 ショウジョウバカマ(쇼우죠우바카마) 즉 猩々袴 = 猩猩袴(성성고)에서 유래된 것이 분명하다. 성성(猩猩)은 狌狌(성성)으로도 쓰며 원래 중국 고대 신화전설에 나오는 기이한 동물이라고 산해경(山海经)에 기록되어 있으나 요즘에 와서는 보르네오 오랑우탄을 부르는 중국말이다. 그래서 우리말도 오랑우탄을 성성이라고 한다.
1930년대 우리나라 개신교 신식 결혼식인데도 복장이 이랬다.
1932년 일본 여대생들의 복장, 한복 입은 한국 학생도 보인다.
오랑우탄 = 성성이
산해경은 기원전 200년대 중국 선진시대 기술된 것으로 알려진 신화집 및 지리서로서 여러 기이한 식물과 동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 내용 중에 남방 최고의 산계 작산(鹊山)의 제일봉 소요산(招摇山)은 서해안에 우뚝 솟았는데 그 산에는 금과 옥이 많고 기화요초가 많으며 기이한 짐승(异兽)들이 많다고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아마 그 당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여 새로운 동식물에 대하여 매우 과장되게 부풀려져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식물로는 소요산(招摇山)에는 계수(桂树) 즉 목서가 많고 개화기에 광채가 사방을 비춘다는 산딸나무 즉 미곡(迷榖)도 있었다. 그리고 기이한 여러가지 동물들 중에 성성(狌狌)이가 있는데 하얀 귀를 가졌으며 기어다니다가 서서 달리기도 한다. 이 고기를 먹으면 사람이 날아가듯 달릴 수 있다라고 소개한다. 중국은 이렇게 예로부터 진귀한 동물을 특별한 효험이 있는 보양식으로 생각해 왔으니 오늘의 사스와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본다. 산해경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南山之首曰鹊山,其首曰招摇之山,临于西海之上。有兽焉,其状如禺而白耳, 伏行人走,其名曰狌狌,食之善走。
중국의 성성(狌狌)이
붉은색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고 가볍게 날 듯이 바위를 타고 나무를 오르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무협드라마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가 성성이 배를 갈라 최강의 무공비급인 구양진경을 얻는 모습
성성이를 등장시킨 것은 이 고기를 먹으면 몸이 가벼워져 경공(轻功)에 도움이 된다는 산해경과 무관치않다.
경신술(轻身术)은 소림72절기 중 하나라고 소림권보(少林拳谱)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禺(우)는 큰 원숭이 모습을 하고 붉은 눈동자와 긴 꼬리를 가진 동물을 말하는 고어이다. 현대 중국 학자들은 소요산(招摇山)을 지금도 계수(桂树)가 많은 계림시 장족 자치구에 있는 해발고도 2,141m인 묘아산(猫儿山)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성성(狌狌)이는 오랑우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전설 또는 괴담이 우리 민족에게까지 퍼져 북한의 남포시 덕흥리에 있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절인 서기 408년에 축조한 것으로 보이는 덕흥리고분(德興里古墳)의 전실 천정 남측에 성성지상(猩猩之象)이라는 글씨와 함께 성성(猩猩)이의 그림이 그려진 것이 1976년 발견되었다. 그 벽화에서 성성이는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동물인 모습을 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성성이와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고구려 덕흥리고분(德興里古墳) 성성지상(猩猩之象)
고구려의 성성이는 사람 얼굴에 동물의 몸을 가졌으며 두 발로 반쯤 선 모습이다.
일본과는 다르게 고구려의 성성이는 붉은 머리가 아니고 검은 머리이다.
일본에 와서는 성성(猩猩)이가 얼굴 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사람을 닮아서 아예 걸어다니고 붉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술을 좋아하며 얼굴이 붉게 취하여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상상속 동물이 된다. 일본 가마쿠라와 무로마치 시대에 완성된 노(能)라는 가부키 비슷한 가면극에 5번째 곡명이 바로 성성(猩猩)인데 매우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성성 즉 쇼우죠우(しょうじょう)는 붉은 색이나 술에 취하여 얼굴이 붉게 취기가 돈 것을 상징한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오랑우탄을 홍모성성(红毛猩猩)이라고도 하며 침팬지를 흑성성(黑猩猩) 고릴라를 대성성(大猩猩)이라고 한다. 이렇게 원숭이들에 대하여 관심이 많으므로 우리와 중국에서 일본을 원숭이나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래서 일본에서는 붉은 색을 가진 동식물에 대하여 성성(猩猩)이라는 접두사를 매우 흔하게 붙인다. 아부틸론을 성성화라고 하고 포인세티아를 성성목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추잠자리를 성성잠자리(蜻蛉)라고 하는 등 무수히 많다. 그리고 하카마라고 부르는 袴(고)는 일본에서 바지나 치마같이 전통적으로 입는 겉옷 하의를 말한다. 남녀노소용 구분 없이 모두 하카마라고 한다. 대개 일정한 간격의 주름이 잡혀 있다. 그럼 결국 일본의 쇼우죠우바카마(猩猩袴)는 붉은 꽃이 피는 하카마 같은 잎을 가진 식물이라는 뜻이다. 그들 나름대로는 식물 특징을 잘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판단된다.
일본의 축제에 등장하는 성성(猩猩)과 가면극 노(能)의 성성(猩猩)
일본에서 성성화(猩猩花)라고 부르는 아부틸론과 성성목(猩猩木)이라고 부르는 포인세티아
홍따오기(猩猩朱鷺)와 고추잠자리(猩猩蜻蛉)
모두 붉다는 뜻으로 성성(猩猩)이라는 접두사를 붙였다.
일본의 하카마는 치마만이 아니라 바지도 포함된다. 즉 주름잡힌 아랫도리 겉옷인 것이다.
하카마는 주름잡힌 겉에 입는 남여용 하의를 말한다.
이렇게 아래위 원피스 어린아이들 옷도 하카마라고 한다. hakama coverall
그럼 이 붉은 아랫도리 옷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 이름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와서 엉뚱하게 처녀치마가 되었을까? 거기에는 당초 모리(森)가 정리한 조선식물명휘의 처녀치마 일본명의 오자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원래 シロバナショウジョウバカマ로 적어야 할 것을 シロバナシヤウジヤウバカマ라고 적어 두고서 발음은 영어로 Shirobana shojobakama라고 기록하였으니 그 당시 사전에도 없는 단어 シヤウジヤウ의 뜻을 알 길이 없어서 영어 shojo의 발음 쇼죠에 적합한 일본말을 찾으니 마침 しょじょ(쇼죠)로 발음되는 처녀(処女)라는 단어로 파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은 일본에서 이를 영어로 shoujo라고 제대로 장모음으로 기록한다. 여하튼 장모음 쇼우죠우가 되어야 할 것이 단모음 쇼죠가 되어 성성(猩猩)이가 엉뚱하게 처녀(処女)로 둔갑한 것이다. 그 당시 일본 여학생들의 교복 뿐만 아니라 일상 외출복도 주름치마를 입던 시절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처녀가 앞에 붙고 보니 하카마를 바지라고는 할 수 없는 형편이었을 것이다.
1930년대 그 당시 서양의 패션(좌)와 일본 여학생 교복(1935년)
나중에 일본명 猩猩袴(성성고)에 처녀라는 뜻이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처녀라는 말을 수용하기 어려웠던지 그냥 치맛자락풀이나 치마풀로 부른다는 이명도 등재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도감에서는 아예 성성이치마라고 이명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원전에 충실하려면 차라리 붉은주름치마가 더 적절하다. 그리고 우리가 일본이름을 그대로 따라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던가? 더구나 처녀치마 실물의 넓고 둥글게 퍼진 잎을 보고서 치마를 연상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필자는 과거 처녀치마라는 이름을 처음 듣고 꽃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느낌은 스코틀랜드인들이 예전부터 입던 알록달록한 짧은 스커트였다. 왜냐하면 꽃 색상과 꽃잎이 아래로 처지는 모습이 scotch skirt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잎의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 혼자만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중간의 오자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원전을 따라서 성성이치마나 붉은치마라고 하지 않고 거의 우리 독창적인 이름 같이 되어버린 처녀치마라는 이름으로 정한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처녀치마의 잎이 이렇게 방사형으로 퍼지기 때문에 영어로 로제트(rosette)라고 하고 우리는 방석형이라 한다.
로제트는 원래 장미 모양의 리본을 뜻한다.
이런 잎을 보고서 일본에서 하카마를 연상하였다니 언듯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아래로 처지는 이런 꽃 모습이 스코틀랜트 스커트를 연상하게 한다.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그럼 중국에서는 처녀치마를 뭐라고 할까? 물론 성성(狌狌)이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상상속의 동물이었다가 지금은 현실 세계의 오랑우탄이 되었지만 처녀치마를 성성이와 연관지어 부르지는 않는다. 중국에는 처녀치마가 자생하지 않는다. 함경북도 성진에서도 자생하고 일본의 홋카이도를 넘어서 지금은 러시아령인 남사할린 즉 일본명 카라후토(樺太)에서도 자생하는데 과거 우리 땅이었던 만주지역에 자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좀 의아하기는 하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Heloniopsis umbellata라는 고유종이 중북부 지역 1,000m 이상 고지대 음습지에 자생한다. 대만에서 이를 소호마화(小胡麻花) 또는 예엽호마화(銳葉胡麻花)라고 부르며 중국에서는 이를 대만호마화(台灣胡麻花)라고 하다가 지금은 그냥 호마화(胡麻花)라고 한다. 그래서 명칭의 혼란이 야기된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호마는 깨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참깨는 지마(芝麻) 또는 지마(脂麻)라고도 하지만 호마(胡麻)로 널리 통한다. 들깨는 자소(紫苏)라고 하지만 임호마(荏胡麻)라고도 한다. 그리고 중화권에서 호마화(胡麻花)라고 하면 탈모 즉 독발(秃发)과 동상(冻疮) 치료용 약으로 쓰는 참깨의 꽃을 말한다. 결국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치마라는 뜻의 이름은 전혀 없다.
중국에서 호마화(胡麻花)라고 부르는 대만 고유종 Heloniopsis umbellata
꽃자루가 긴 것이 큰 특징이다. 중국에서는 처녀치마가 자생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참깨를 호마(胡麻)라 하고 들깨를 임호마(荏胡麻)라고도 한다.
등록명 : 처녀치마
학 명 : Heloniopsis koreana Fuse, N.S.Lee & M.N.Tamura
구학명 : Heloniopsis orientalis (Thunb.) C. Tanaka
분 류 : 멜란티움과 처녀치마속 다년생 상록 초본
구분류 : 백합과 처녀치마속 다년생 상록 초본
원산지 : 우리나라 고유종
잎특징 : 주걱형, 방석(로제트)형으로 전개, 6~20cm, 광택, 혁질, 끝이 뾰족, 세거치, 수명 - 3년
꽃차례 : 단축된 총상화서 3~10개 꽃이 횡으로 달려 동시에 개화, 개화후 5월 하순까지 급속 성장
꽃줄기 : 10~60cm 높이, 비늘잎 다수
꽃특징 : 자웅이숙, 자성선숙, 결실기에 꽃자루가 1.5~2cm로 성장
화피편 : 기부에 밀선, 담홍색, 적자색, 드물게 백색, 1~1.5cm 길이, 기부 팽창, 개화 10일 후 녹색으로 변하여 숙존
수 술 : 6개, 화사 - 화피편보다 길다. 화약 - 홍자색
화 주 : 수술보다 길고 3개의 돌기
열 매 : 삭과, 3개의 방, 내측 중앙에 봉합선 2렬
종 자 : 수백 ~ 천여 개, 선형, 양 끝에 선형 부속체
개화기 : 3~4월
결실기 : 8~9월
내한성 : 영하 23도
처녀치마의 라이프 사이클
처녀치마는 이른 봄 맹아가 두 개 나오는데 큰 것은 화아로서 먼저 전개되고 작은 것은 엽아로서 나중에 전개한다. 꽃대가 지상 10~15cm 정도 자라면 마치 두상화서와 같은 모양으로 옆으로 모여서 약간 처지면서 개화하고 개화 후에는 꽃줄기와 꽃자루가 급속하게 성장하여 총상화서를 만드며 이 때 화피편은 녹색으로 변하여 종자가 성숙할 때까지 남는다. 꽃줄기가 60cm나 되게 높이 자라는 것은 가벼운 종자를 멀리 날리기 위한 즉 살포를 돕는 것이지만 실제 종자가 자연에서 발아하는 확율은 낮다. 처녀치마는 암술이 먼저 성숙하는 자웅이숙이므로 개화하기도 전에 먼저 암술대가 밖으로 나오고 2일 후에 개화를 시작한다. 개화한 다음 날 꽃밥이 열리지만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에는 닫혀 꽃가루 손실을 방지한다. 기본적으로 자가수분을 피하려고 자웅이숙과 암수술 길이의 차이를 두지만 엄청난 수의 종자를 생산하는 것으로 봐서는 일부는 자가수분을 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처녀치마
엄동설한을 견뎌내고 푸른 잎을 유지한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운데 맹아가 하나 보인다.
처녀치마
큰 것은 화아이고 옆에 작은 것은 엽아이다.
저 엽아에서 새잎이 나오면 3년차 묵은잎은 그 수명을 다하고 고사하게 된다.
처녀치마
화아는 올라오면서 벌써 피기시작한다.
처녀치마
화아가 이렇게 자라도 엽아는 아직 그대로이다.
처녀치마
자웅이숙이라서 먼저 긴 암술대가 나오고 나중에 화피편이 벌어지면서 6개의 수술도 펴진다.
개화후에는 화피편이 이런게 녹색으로 변하여 자방의 성장을 보호한다.
꽃이 진 다음 꽃줄기와 꽃자루 등이 급속하게 성장하여 쭉 올라오는 놀라운 변화를 보인다.
처녀치마
이렇게 모여서 꽃이 필 때는 두상화서로 보인다.
처녀치마
꽃이 진 다음 이렇게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원래의 총상화서 모습으로 변화한다.
처녀치마
자방은 능선에 의하여 3개의 방으로 분리되고 안쪽에 봉재선이 있다.
처녀치마
종자를 더 멀리 날리기 위하여 계속 높이 올라간다.
처녀치마
종자가 거의 다 성숙하여도 암수술은 그대로 남아 있다.
처녀치마
엄청난 수의 종자가 생산되지만 실제 종자 발아율은 매우 저조하다.
처녀치마
종자에는 양끝에 가벼운 부속체가 달려 있어 멀리 날아가게 되어 있다.
처녀치마의 영양번식
개화가 절정일 때 당해연도 신엽이 로제트형 또는 방석형이라고 불리는 사방으로 둥글게 뻗힌 잎 가운데서 나온다. 상록인 처녀치마의 잎 수명은 3년이다. 신엽이 나온 봄부터 초여름까지 약 3개월 동안은 당해연도엽과 2년엽, 3년엽 모두가 공존하는 시기가 된다. 그 이후 가장 외곽에 있는 3년엽은 그 끝에 영양번식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낸 다음 서서히 말라 죽는다. 잎의 끝이 지면에 접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스로 번식을 하려는 나름대로의 매우 특이한 방식이다. 이 신개체가 모엽에서 떨어져 지면에 닿아 자라면 종자발아보다 빠르게 번식할 수가 있다. 상록인 잎은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하여 가용성 단백질이나 배당체의 안토시아닌을 많이 축적하여 진한 자주색으로 변색하게 된다. 따라서 3년차에 들어서는 봄부터 여름에 걸쳐 노화하면서 고사(枯死)하게 된다. 그 사이 3년엽이 남긴 새로운 생명체 유식물체(幼植物體)는 땅에 닿아 급하게 성장하여 뿌리와 잎이 생성되고 늦여름 무렵에는 제법 성장하게 된다. 이런 처녀치마의 이런 특이한 영양번식 방법을 식물의 불가사의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처녀치마의 3년차 잎 끝에서 생기는 유식물체
이제는 거의 다 자라 그냥 땅에 떨어져도 뿌리가 나올 듯한 모습이다.
처녀치마의 신종 발표 근거
그럼 그동안 학명 Heloniopsis orientalis로 표기되는 일본에서 가장 흔하게 자생하는 일본 처녀치마 즉 쇼우죠우바카마(猩々袴)와 같은 종으로 판단하고 있다가 최근에 다른 종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유가 궁금하다. 일본의 쇼우죠우바카마(猩々袴)를 자세히 살펴보아도 우리 처녀치마와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왜 우리 이남숙박사와 일본의 두 학자들은 이런 결과를 발표하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 신종으로 분리하기에 성공하였을까? 아직 신종으로 발표된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제대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도감이 없다. 직접 학회에 발표한 그 논문을 보지 않고서는 파악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리저리 정보를 취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어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일본 처녀치마란 쇼우죠우바카마(猩々袴) 즉 Heloniopsis orientalis를 말하고 우리 처녀치마는 Heloniopsis koreana를 말한다.
1. 국내에 자생하는 처녀치마는 잎이 대부분 주걱형이며 극히 일부가 도피침형인데 일본 처녀치마는 대부분 도피침형이다.
2. 우리 처녀치마는 미세한 파도형 톱니가 있는데 반하여 일본 처녀치마는 전연(全緣) 즉 밋밋하다.
3. 우리 처녀치마는 화피편 기부가 팽창하지 않거나 약간만 팽창하는데 반하여 일본 처녀치마는 기부가 팽창한다.
왼쪽이 주걱형 또는 숫갈형이라는 것이고 오른쪽이 도피침형이라는 것이다.
토종 처녀치마는 잎 모양이 주걱형이다.
일본 처녀치마는 잎 모양이 도피침형이다.
우리 처녀치마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미세한 파도형 톱니가 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제 개화를 준비하고 있는 2020. 2. 14 현재의 토종 처녀치마 모습, 이렇듯 처녀치마는 상록성 초본이다.
일본 처녀치마의 잎에는 톱니가 없고 다소 두툼하다.
도감에서 처녀치마의 화피편 기부 또는 꽃자루와의 경계 부분이 부풀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 모습이다.
화피편이 꽃자루에서 갈라져 나오면서 이렇게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 구분 포인트가 된다.
왼쪽은 일본 처녀치마인데 팽창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일본 흰꽃처녀치마인데 팽창하지 않은 모습이다.
토종 처녀치마는 왼쪽과 같이 전혀 팽창하지 않거나 오른쪽 같이 약간만 팽창한다는 것이다.
일본 처녀치마 ショウジョウバカマ Heloniopsis orientalis
반면에 일본 처녀치마는 모두 팽창한다는 것인데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하겠다.
참고로 여기서 화피편(花被片)이라고 하는 것은 처녀치마와 같이 꽃잎과 꽃받침이 분리되지 않고 합해져 있을 때 이들을 합하여 부르는 용어이다. 이렇게 우리 처녀치마를 그동안 일본 처녀치마와 동일종이라고 하다가 신종으로 분리하여 새로운 학명을 부여한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잎의 거치의 유무 외에는 일본 처녀치마에도 주걱형이 더러 있으며 토종 처녀치마의 기부가 팽창한 것도 많아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의문을 표하는 중에 결정적인 한 방이 더 나온다. 그게 바로 DNA연구 결과이다. 연구결과 일본과 대만에서 자생하는 5종과 우리 토종 처녀치마와 숙은처녀치마는 각각 다른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 아! 그러고 보니 이남숙박사가 식물분류학교수가 아니고 식물계통학교수이었구나. 그래도 아마추어적으로 고집부린다면 DNA 분석결과는 무조건 다 믿어야만 하는 것인가? 물론 우리 특산 자생종의 탄생은 무척 반길 일이지만 그야말로 미세한 차이 하나로 종을 계속 세분하면 복잡해 지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웬만해서는 하나로 묶으려는 통합 추세에 있는 목본에 비하면 초본은 너무 세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여하튼 우리 이남숙박사님 대단 하시다. 숙은처녀치마와 흰처녀치마는 다음 게시글에서 다루고자 한다.
처녀치마
처녀치마
처녀치마
처녀치마
우측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느라 잎이 많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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