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콩아과

977 땅비싸리 - 정원수로 개발이 가능한 아름다운 우리 자생 관목

낙은재 2020. 6. 5. 17:18

 

땅비싸리
땅비싸리 - 꽃차례가 길다.
땅비싸리 - 5~11장의 소엽으로 구성된 우상복엽이라서 3출엽인 싸리속과 구분이 쉽게 된다. 

 

 

콩과 땅비싸리는 콩과이기는 하지만 싸리속은 아니고 별도의 Indigofera라는 속으로 분류가 되는데 이를 우리는 땅비싸리속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싸리로 불리는 약 100종의 식물 중에서 51종이 콩과에 속하는데 그 중 34종은 싸리속으로 분류되고 나머지 17종은 무려 7개 속으로 나누어져 분류가 된다. 그 정통 싸리속이 아닌 7개 속 중 하나가 땅비싸리속인 것이다. 앞에서 다룬 꽃싸리속과 된장풀속(쉽싸리풀)도 그들 중 하나이었다. 참고로 그 외에 족제비싸리속과 전동싸리속 개자리(개전동싸리)속과 갯활량나물(청진싸리)속 등이 남았지만 앞으로 초본인 3개 속은 제외하고 목본인 족제비싸리속만 간단하게 탐구하고 싸리속을 마치려고 한다.

 

땅비싸리속 즉 Indigofera는 1753년 린네가 명명한 속명인데 indigo 즉 쪽빛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린네가 중국의 목람(木蓝)이라는 학명 Indigofera tinctoria를 모식 표본으로 삼아 명명한 것인데 목람이 바로 蓝靛(남전)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이는 목람이 靑黛(청대) 즉 푸른 물감의 재료나 염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목람의 종소명 tinctoria가 바로 염색제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린네는 속명 Indigofera와 모식종 목람의 학명 모두를 중국명 그대로 라틴어로 번역하여 명명하였던 것이다. 목람은 중국 뿐만 아니라 서쪽으로 동남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자생하지 않으며 국내는 등록이 안된 미등록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싸리속이 자생하는 종도 다양하고 주변에서 흔하기 때문에 겨우 4종만 자생하는 땅비싸리속은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지만 실상은 전혀 반대이다. 땅비싸리속은 전세계 거의 모든 아열대와 열대지방에 폭넓게 분포하며 그 종의 수가 무려 700종에 가까워 싸리속의 10배가 넘는 거대한 속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린네가 모식종으로 삼은 목람(木蓝)을 중심으로 목람속이라고 부르고 있어 학명과 일치를 한다. 우리나라는 목람이 자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 속을 우리나라서 많이 자생하는 땅비싸리속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속을 목람도 아니고 땅비싸리도 하닌 학명 Indigofera decora인 니와후지(ニワフジ)속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니와후지를 한자로는 庭藤(정등)쓰는데 이는 등나무와 같이 아래로 처지는 꽃이 피지만 직립으로 아담하게 자라서 정원수로 적합한 나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에 일본에서 이 니와후지가 국내에 도입되어 화원을 점령하고 그 이름이 정등싸리 또는 일본싸리라고 하면서 유통되고 있어 심히 안타깝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야에 지천으로 깔린 것이 땅비싸리인데 뭐 대단한 차이점이 있다고 일본 땅비싸리를 굳이 들여와 유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파악해 보자.

 

 

일본의 정등 - 우리나라 미등록종이며 다만 흰꽃이 피는 변종이 흰꽃땅비싸리로 등록되어 있다. 요즘 시중에서 정등싸리 또는 일본싸리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 땅비싸리속에는 땅비싸리 외에도 민땅비싸리 큰꽃땅비싸리와 낭아초 등모두 4종이 등록되어 있지만 이들이 과연 모두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학명인지도 궁금하다. 그럼 우선 땅비싸리부터 파악해 보자. 땅비싸리의 학명 Indigofera kirilowii Maxim. ex Palib.는 우리나라도 다녀간 유명한 식물 채집가이자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Ivanovich Maximovich(1827~1891)가 명명한 것을 그의 사후인 1898년에 러시아 식물학자 Ivan Vladimirovich Palibin(1872–1949)이 출판한 것이다. 이 팔리빈은 우리가 흔히 미스킴라일락이라고 알고 있는 Syringa meyeri 'Palibin' 즉 메이어리라일락 ’팔리빈’의 Palibin으로 알려진 자이다. 땅비싸리가 한중일 3국에 모두 자생하지만 아마 맥스모비치가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표본을 채집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하게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왜 우리 도감에는 이런 정보가 없는지 답답하다. 종소명 kirilowii는 러시아 식물학자 Ivan Petrovich Kirilov(1821~1842)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이와 같이 식물 후진국(?)인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식물을 대상으로 러시아 식물학자들은 영원히 기록될 학명에 무려 3명의 이름을 야무지게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우리나라서 발견되는 바람에 일본에서도 자생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국내에서 자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었는지 일본에서는 이를 조선정등(朝鮮庭藤) 즉 조센니와후지(チョウセンニワフジ)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땅비싸리를 특별히 목람속 중에서 꽃이 아름답다고 봤는지 화목람(花木蓝)이라고 한다. 그 외에 중국에는 길씨목람(吉氏木蓝) 산녹두(山绿豆) 산소추(山扫帚) 산화자(山花子) 백항자초(白秔子梢) 조선정등(朝鲜庭藤) 등 매우 다양한 이명들이 있다. 여기서 길씨목람(吉氏木蓝)은 종소명 kirilowii가 Kirilov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온 것을 말하는 것이며 산녹두(山绿豆)는 열매가 녹두와 비슷하게 생기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소추(扫帚)는 빗자루라는 뜻으로 싸리속 비수리와 땅비수리를 중국에서 소추라고 하는데 산소추는 산빗자루라는 뜻이므로 땅비싸리와 뭔가 통하는 느낌이다.

 

 

땅비싸리 - 열매가 녹두를 닮기는 닮았다. 

 

항자초(秔子梢)는 꽃싸리를 말하는데 백항자초는 특별히 백화가 피는 흰땅비싸리를 두고 이르는 말인 것 같다. 아직 우리나라는 흰땅비싸리라고 학명 Indigofera kirilowii f. albiflora로 별도 품종으로 등록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모두 땅비싸리에 통합하여 분류하고 있다. 산화자는 화목람과 마찬가지로 땅비싸리가 여름에 향기가 좋은 꽃이 풍성하게 많이 피면서도 꽃색상이 곱기 때문에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원문 - 夏花植物,花色鲜艳,花量大,有芳香. 마지막 조선정등(朝鲜庭藤)은 중국 이름이 아니고 일본에서 건너온 이름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명이 있음에도 중국에서는 땅비싸리의 중약명을 따로 두근목람(豆根木蓝)이라고 하고 있다.

 

 

땅비싸리 - 흰꽃이 피는 변종도 있다. 과거에는 분리하여 분류하였으나 이제는 원종에 통합한다. 

 

아무래도 키가 낮아서 땅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우리 이름 땅비싸리는 1937년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는데 경기도 방언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논싸리 젓밤나무 등의 이명이 있는데 특히 한약재명을 우리나라 국생정에서는 산두근(山豆根) 또는 광두근(广豆根)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들은 현재 중국에서는 회화나무속 다른 식물을 지칭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중약명으로 두근목람(豆根木蓝)이나 토두근(土豆根)이라고 부르는 땅비싸리와는 다른 약재이다.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 매우 흔한 싸리이지만 관심이 부족하여 이를 정원에 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는데 일본을 비롯하여 서양에서는 정원수로 인기가 높다. 내한성도 높고 생장력도 강하고 사이즈도 적당하고 꽃도 아름답고 향기마저 있어 외국에서는 원예품종도 개발되어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우리 자생종 정원수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수종이라고 할 수 있다.  

 

등록명 : 땅비싸리

이  명 : 논싸리

학  명 : Indigofera kirilowii Maxim. ex Palib.

분  류 : 콩과 땅비싸리속 낙엽 소관목

원산지 : 한중일

중국명 : 화목람(花木蓝)

일본명 : 조선정등(朝鲜庭藤)

수  고 : 30~100cm

줄  기 : 원주형, 무모, 유지유능, 백색 정자모 소생

엽  형 : 우상복엽, 6~15cm

엽  병 : 장 1~2.5cm, 엽축상명 편평, 천조, 모 혹 무모

탁  엽 : 피침형, 4~6mm, 조락

소  엽 : 2~5대, 대생, 활난형, 난상릉형 혹 타원형, 1.5~4 x 1~2.3cm, 선단원둔 혹 급첨, 장소첨두, 기부설형 혹 활설형, 상면녹색, 하면분록색, 양면백색정자모산생, 중맥상면 미세 융기, 하면융기, 측맥양면 명현

소엽병 : 2.5mm, 모밀생

소탁엽 : 첩형, 2~3mm, 숙존

꽃차례 : 총상화서, 5~20cm, 성긴 꽃

총화경 : 1~2.5cm

화서축 : 유릉, 백색 정자모 소생

포  편 : 선상 피침형, 2~5mm

화  경 : 3~5mm, 무모

화  악 : 배상, 외면무모, 3.5mm, 악통 1.5mm, 악치 피침상삼각형, 연모, 최하악치 2mm

화  관 : 담홍색, 희백색, 화판근등장, 기판 타원형, 1.2~1.7cm 길이, 7.5mm 너비, 선단원둔, 외면무모, 변연단모, 익판 변연모

화  약 : 활란형, 양단 염모(髯毛)

자  방 : 무모

협  과 : 평전

종  자 : 적갈색, 장원형, 5mm 길이, 2.5mm 지름

화  기 : 5~7월

과  기 : 8월

용  도 : 경피-인조면 제지용, 줄기-광주리, 종자-기름, 전분, 잎-탄닌

약  용 : 뿌리 청열해독(清热解毒) 소종지통(消肿止痛) 통변(通便)

내한성 : 영하 28도

 

 

땅비싸리
땅비싸리
땅비싸리
땅비싸리
땅비싸리
땅비싸리 원예종 'BernHeim'
땅비싸리 원예종 'Angyo Snow'
땅비싸리 원예종 'Angyo S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