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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 정등싸리의 정체 - 흰꽃땅비싸리의 원종인 중국과 일본 원산 정등(庭藤)

낙은재 2020. 6. 6. 21:49

꽃땅비싸리(가칭) = 일본 정등(庭藤)
꽃땅비싸리(가칭) = 일본 정등(庭藤)

우리나라 국표식에 흰땅비싸리라고 학명 Indigofera kirilowii f. albiflora Uyeki로 등록된 땅비싸리속 식물이 있는데 일본 학자 우에끼가 명명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 학명은 존재가 파악되지 않는 비합법명으로 추정되며 설혹 합법명이라고 하더라도 흰색 꽃이 피는 것은 변종이나 품종 등 하위분류군으로 분류되지 않고 땅비싸리 원종에 통합하여 분류되고 있다고 앞 게시글 ‘977 땅비싸리’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흰땅비싸리는 땅비싸리에 통합되어야 하며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삭제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땅비싸리속에 그런 사례가 또 있다.  이번에는 흰꽃땅비싸리라고 학명 Indigofera decora var. alba로 2011년에 등록된 것인데 이것이야 말로 누가 명명하였다는 명명자도 없고 출처도 없이 그냥 일본과 중국에서 자생하는 정등(庭藤)이라는 종의 변종인 것처럼 학명을 조합하여 등록하고 있다. 이게 뭐란 말인가? 명색이 국가표준식물목록인데 거기에 누가 낙서한 것도 아니고 정말 이렇게 성의없이 올려도 된다는 말인가? 황당하다.

 

이는 아마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의 대표였던 Charles Sargent(1841~1927)에 의하여 1894년 명명된 학명 Indigofera decora var. alba Sarg.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를 다시 품종으로 변경하여 1957년 일본 학자 혼다 마사지  즉 本田正次(1897-1984)가 명명한 Indigofera decora f. alba (Sarg.) Honda가 있기는 했으나 현재는 꽃의 색상은 개체변이로 인정하여 모두 원종인 Indigofera decora에 통합하여 분류하고 있으므로 흰 꽃이 피는 변이종만 별도로 분리하여 등록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 학명도 리스트에서 삭제하고 그 원종인 중국과 일본에서 정등(庭藤)이라고 하는 Indigofera decora를 새로이 등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최근에 이 종이 국내 화훼시장에 상륙하여 정등싸리 또는 일본싸리라는 이름을 달고서 유통되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더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코스모스가 적색 분홍색 백색 꽃이 피는 것과 마찬가지로 땅비싸리의 꽃 색상도 담홍색 외에 백색이 있고 일본의 정등(庭藤) 또한 꽃 색상이 담자색에서 분홍색 그리고 백색까지 다양하다고 인식하면 될 것이다.

 

흰꽃땅비싸리 = 일본 백화정등(白花庭藤) 이제는 원종에 통합되었다.
흰꽃땅비싸리 = 일본 백화정등(白花庭藤)
흰꽃땅비싸리 = 일본 백화정등(白花庭藤)

그런데 문제는 미등록종이므로 원종인 Indigofera decora의 국명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흰꽃이 피는 변종을 먼저 등록하면서 제대로 하였으면 원종의 국명을 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Indigofera decora var. alba는 흰꽃땅비싸리라고 등록되어 있어 흰꽃 + 땅비싸리가 되어 결국 학명 Indigofera kirilowii인  우리 자생종 땅비싸리와 국명이 같아지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원작자의 본래 의도는 아닐지 몰라도 흰 + 꽃땅비싸리로 달리 분해할 수도 있기는 하다. 이렇게 되면 우리 자생종은 그냥 땅비싸리이고 일본에서 도입된 정등은 꽃땅비싸리가 되어 구분이 된다. 다만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되어 버린다. 국내서 흔하디 흔한 땅비싸리를 제쳐두고 일본에서 돈과 시간을 들여 수입하는 것으로 봐서는 뭔가 보다 더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므로 꽃땅비싸라고 해도 안될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종소명 또한 아름답다는 뜻이므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이 글에서는 잠정적으로 이 종을 꽃땅비싸리(가칭)로 부르기로 한다. 우리 자생종 땅비싸리도 중국에서는 꽃이 아름답다고 화목람(花木蓝)이라고 불리고 있어 결코 아름다움에 있어서 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꽃땅비싸리(가칭)가 꽃차례도 더 길고 꽃색상도 더 붉어 더 아름답다는 느낌을 줄 수는 있다. 

 

왼쪽 꽃땅비싸리(가칭) = 일본 정등(庭藤)은 분홍색이지만 오른쪽 우리 자생종 땅비싸리는 담홍색으로서 붉은 색상이 옅다.
왼쪽 꽃땅비싸리(가칭) = 일본 정등(庭藤)은 잎 상면에 털이 없지만 오른쪽 우리 자생종 땅비싸리는 백색모가 산생한다. 그리고 모양도 정등은 좁고 난상피침형이지만 땅비싸리는 난상마늘모형에 가깝다.

그다지 차이점도 없는 외래종을 더 아름답다고 인정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한다. 그렇다고 이를 일본땅비싸리라고 하자니 원래 꽃땅비싸리(가칭)가 중국에서 안휘성 절강성 복건성 광동성 등 중남부지역에 폭 넓게 분포하여 관동 이서 지방에서만 자생하는 일본에 비하면 면적면에서 결코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이 종의 모식(type) 표본 자체를 중국 복건성 하문에서 채집하였고 일반 영어명도 일본이 아닌 중국의 쪽빛이라는 뜻의 Chinese indigo이기 때문에 온 세상은 이를 중국 식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우리만 일본에서 수입하였다고 일본땅비싸리로 부를 수는 없다. 그리고 싸리속도 아닌데 이 땅비싸리속 관목을 일본싸리나 일본애기싸리로 부르는 것도 마땅하지 않고 그 유래도 잘 모르면서 일본을 마냥 따라서 정등싸리라고 부르는 것 또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이 시중에서 정등싸리라는 이름을 달고 유통된다.

학명 Indigofera decora는 1846년 영국 식물학자 John Lindley(1799~1865)가 중국에서 발견한 표본을 대상으로 꽃이 아름답다고 그런 뜻을 가진 종소명인 decora로 명명한 것이다. 즉 decora가 영어로는 beautiful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과거에 이를 목람(木蓝) 등으로 혼동하고 있다가 서양학자들에 의하여 발견되어 달리 분류되자 얼떨결에 일본 이름 니와후지(ニワフジ) 즉 정등(庭藤)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 실정인 것 같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원변종과 3개의 변종으로 세분하는데 원변종은 정등(庭藤)이라면서 그 변종들은 모두 의창(宜昌) 흥산(兴山) 영파(宁波) 등 모두 지명이 앞에 붙은 목람(木蓝)이라고 부르고 있어 어정쩡한 모습을 보인다. 중국에서는 땅비싸리속 식물을 남색 즉 청색 염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목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도 그다지 잘 어울리지도 않는 일본 이름 정등(庭藤)을 그대로 고수할 것이 아니라 자기들 나름대로 미려목람(美丽木蓝) 등으로 불러야 더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왜 정등(庭藤)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한 설명이 흔하게 보이지는 않는데 일부에서 정원수에 적합한 사이즈에다가 직립하는 수형을 가졌지만 등나무와 비슷한 꽃을 피우는 나무라고 정등(庭藤)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뭔가 궁색한 억지 설명으로 들린다. 그래서 파악해 보니 원래는 주로 암벽에서 잘 자란다고 이와후지(イワフジ) 즉 암등(岩藤)이었는데 나중에 니와후지(ニワフジ) 즉 정등(庭藤)으로 변했다는 설이 보인다. 이거야 말로 정말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렇지만 이러나저러나 결국 꽃이 등을 닮았다고 부르는 이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 암벽에서 흔히 자생하므로 일본에서는 암등(岩藤)이라고도 한다. 

일단 우리나라 국표식에 등록된 흰꽃땅비싸리는 아래와 같이 학명이 명명자도  근거도 없는 엉터리이고 무엇보다도 현재 원종에 통합되었으므로 삭제되어야 마땅하다.

등록명 : 흰꽃땅비싸리

학  명 : Indigofera decora var. alba

일본명 : シロバナニワフジ = 백화정등(白花庭藤)

특  기 : 원종에 통합되었으므로 삭제되어야 마땅함

 

다음은 국표식에 등록된 종은 아니지만 흰꽃땅비싸리의 원종이며 최근 국내에 도입되어 화훼유통시장에서 정등싸리나 일본싸리 등으로 불리고 있는 중국과 일본  원산의 미기록종이다.

 

이   름 : 꽃땅비싸리(가칭) - 미등록종

학   명 : Indigofera decora Lindl.

분   류 : 콩과 땅비싸리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중국, 일본

중국명 : 정등(庭藤)

일본명 : ニワフジ(庭藤)

영어명 : Chinese indigo

수   고 : 04~2m

줄   기 : 원주형 혹 릉, 무모 혹 근무모

엽   서 : 우상복엽 8~25cm

엽   병 : 1~1.5(3)cm, 엽축 편평, 원주형, 상면 가끔 홈, 무모 혹 정자모 소생

탁   엽 : 조기탈락

소   엽 : 3~7(11)대, 대생 혹 근대생, 희 호생 혹 하부 호생

엽   형 : 변이심대, 통상 난상피침형, 난상장원형 혹 장원상피침형, 2~6.5(7.5) x 1~3.5cm, 선단점첨 혹 급첨, 희 원둔, 소첨두, 기부설형 혹 활설형, 상면 무모, 하면 백색 정자모 평첩

소엽병 : 2mm

소탁엽 : 첩형, 1.5mm

꽃차례 : 총상화서 13~21(32)cm, 직립

총화경 : 2~4cm, 화서축 릉, 무모

포   편 : 선상피침형, 3mm, 조락

화   경 : 3~6mm, 무모

화   악 : 배상, 2.5~3.5mm, 정단 피단모 혹 근무모, 악통 1.5~2mm, 악치 3각형, 1mm, 혹 하악치와 악통 등장

화   관 : 담자색 혹 분홍색, 드물게 백색

기   판 : 타원형, 1.2~1.8cm x 7mm, 외면 종갈색 단유모

익   판 : 1.2~1.4cm, 연모

용골판 : 익판과 등장, 틈새 1mm

화   약 : 난구형, 정단 소돌기, 양단 모

자   방 : 무모, 배주 10여개

협   과 : 종갈색, 원주형, 2.5~6.5(8)cm, 근무모, 내과피 자색 반점

종   자 : 7~8개, 타원형, 4~4.5mm

화   기 : 4~6월

과   기 : 6~10월

용   도 : 약용, 사료, 녹비, 염료

내한성 : 영하 21도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 정말 등꽃을 많이 닮았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
왼쪽은 (참)풀싸리이고 오른쪽은 꽃땅비싸리(가칭)=일본 정등(庭藤)인데 3출엽과 우상복엽이라서 구분이 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