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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4 매듭풀과 둥근매듭풀 - 우리 자생종 다년생 초본

낙은재 2020. 5. 29. 19:12

매듭풀
매듭풀
둥근매듭풀

콩과에서 싸리속과 가장 비슷한 근연속이 꽃싸리속과 매듭풀속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듭풀속은 과거에는 싸리속으로 분류되다가 독일 치과의사 겸 식물학자인 Anton Karl Schindler(1879~1964)가 1912년 새로운 속을 창설하여 분리한 것이다. 속명 Kummerowia는 폴란드 식물학자인 J. Kummerow를 기려서 그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매듭풀속은 탁엽이 크고 정상화의 화관과 수술관은 열매를 맺을 때 탈락하고 폐쇄화의 화관과 수술관 그리고 화주는 열매를 맺을 때 화탁과 분리되었다가 나중에 탈락하지만 싸리속은 이들이 숙존하여 열매에 붙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현재 매듭풀속에는 전세계에 단 두 종 매듭풀과 둥근매듭풀 뿐인데 이들 모두 우리나라에서 자생한다. 이들은 모두 여러해살이 초본으로서 비록 목본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간단하게 이 두 종의 차이점에 대하여 알아보고 가자.

 

매듭풀 

매듭풀속의 모식종인 매듭풀의 학명은 속을 창설한 쉰들러가 1912년 재명명한 Kummerowia striata (Thunb.) Schindl.이다. 이 학명은 원래 동양의 식물을 조사하러 일본을 방문한 린네의 제자 툰베리가 일본에서 발견하고 1784년 묏황기속으로 분류하여 Hedysarum striatum Thunb.로 명명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 후 1828년 영국 식물학자 후커 등에 의하여 싸리속으로 편입되어 Lespedeza striata (Thunb.) Hook. & Arn.라고 재명명되었던 것을 1912년 다시 쉰들러에 의하여 신설된 매듭풀속으로 재편입된 것이다. 종소명 striata는 줄무늬가 있다는 뜻으로 잎을 말한다. 매듭풀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및 극동러시아에서 자생하지만 일본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인지 영어로는 Japanese clover라고 불리고 있어 또 다른 종인 둥근매듭풀이 Korean clover라고 불리는 것과 대조가 된다.

 

중국에서도 매듭풀이 동북지방을 비롯하여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데 중국에서는 잎이 닭의 눈 또는 티눈을 뜻하는 계안(鸡眼)을 닮았다고 계안초(鸡眼草)라고 한다. 그 외에 별명으로 겹부제(掐不齐)와 인자초(人字草)가 있는데 이는 모두 잎을 뜯었을 때 가지런하게 잘리지 않고 사람 인(人) 자와 같이 잘린다고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흥미로운 것은 동양 3국 즉 한중일 모두 같은 취지에서 즉 잎이 잘라지는 형태를 보고서 이름을 붙였는데 그 결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열도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 일본에서는 이 모습이 마치 화살의 끝인 오늬 즉 시괄(矢筈)을 닮았다고 한자로 시괄초(矢筈草)라고 쓰고 야하즈소우(ヤハズソウ)라고 부른다. 글쎄 중국의 인자초나 겹부제보다는 더 쉽게 와 닿는 이름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이름 매듭풀은 1949년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명집’에 근거하는데 이 또한 잎이 뜯어지는 모양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매듭이 이렇게 생겼는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1982년 발간된 안학수 등의 ‘한국농식물자원명감’에서는 이를 가위풀 또는 가새풀이라는 이명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아래 그림과 같은 과거 우리 전통 한복의 저고리 매듭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요즘 표현으로는 쉽게 말하면 잎을 중간에 뜯으면 V자형으로 뜯기는 모양을 보고서 중국에서는 한자 사람 인(人) 자를 일본에서는 화살의 오늬를 우리나라에서는 저고리 매듭을 생각하여 각각 이름을 붙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다 같지만 그 표현 방법은 다르다.

 

매듭풀의 단면이 이렇게 V자형이 되므로 여기에서 중국명 겹부제나 인자초 그리고 일본명 시괄초가 붙었다.
이런 단면 모습 때문에 우리 이름도 매듭풀이 되었다.
우리나라 한복의 저고리 매듭 모양

 

등록명 : 매듭풀

학   명 : Kummerowia striata (Thunb.) Schindl.

분   류 : 콩과 매듭풀속 다년생 초본

원산지 : 한중일러

중국명 : 계안초(鸡眼草) 겹부제(掐不齐) 인자초(人字草)

일본명 : 야하즈소우(ヤハズソウ) = 시괄초(矢筈草)

영어명 : Japanese clover

용   도 : 전초 약용 - 이뇨통림(利尿通淋) 해열지리(解热止痢) 풍진(风疹), 사료, 녹비

 

매듭풀
간혹 섞여 있는 매듭풀의 폐쇄화

 

둥근매듭풀

매듭풀속의 또 다른 종인 둥근매듭풀 또한 한중일러에 분포하는데 잎 모양과 탁엽의 크기 그리고 털의 길이와 방향 그리고 열매와 꽃받침의 길이 등에서 구분이 된다. 하지만 한중일 모두 잎 모양의 차이에 주안점을 두어 이름을 붙였는데 우리는 잎이 둥글게 생겼다고 둥근매듭풀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 이름 마루바야하즈소우(マルバヤハズソウ) 즉 환엽시괄초(丸葉矢筈草)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도 특히 대만에서 이를 원엽계안초(圆叶鸡眼草)라고 하여 한중일 모두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정명을 장악계안초(长萼鸡眼草)라고 다소 엉뚱하게 붙이고 있다. 실제로 둥근매듭풀의 악(萼) 즉 꽃받침이 매듭풀보다 짧은데도 불구하고 이런 이름이 중국고등식물도감(中国高等植物图鉴)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정명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반영하여 중국 동북식물검색표(东北植物检索表)에서는 정반대인 단악계안초(短萼鸡眼草)라고 기록하고 있어 한 쪽에서는 긴 꽃받침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짧은 꽃받침이라고 하여 헷갈리게 한다. 그 외에도 겹부제(掐不齐)와 야목숙초(野苜蓿草) 등의 별명이 있다.

 

둥근매듭풀의 학명 Kummerowia stipulacea (Maxim.) Makino는 1914년 일본 식물학자 토미타로 마키노가 명명한 것이다. 이는 원래 러시아 식물학자 맥스모비치에 의하여 러시아 아무르주에서 발견되어 싸리속 Lespedeza stipulacea Maxim.로 명명되었던 것을 현재의 매듭풀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stipulacea는 탁엽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3~4mm 길이의 매듭풀 탁엽에 비하면 둥근매듭풀의 탁엽은 3~8mm로 보다 넓고 길다. 매듭풀속의 잎 모양이 진짜 크로버 즉 토끼풀을 닮아서 서양에서 clover 또는 bushclover라고 부른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둥근매듭풀의 일반 영어명은 Korean clover이다. 이는 Japanese clover라고 불리는 매듭풀과 대조를 이루는데 실제로 두 종이 각각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 아니고 한일 양국 외에도 중국과 극동러시아에서도 넓게 자생하는데 왜 한일 양국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알아 보자.

 

매듭풀은 일본에서 툰베리가 처음 발견하고 표본을 채집하였기에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고 하지만 둥근매듭풀은 러시아 아무르주에서 표본을 채집하였으며 학명도 러시아학자와 일본학자가 명명하여 우리나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왜 코리안 클로버라고 부를까? 알고 보니 둥근매듭풀의 종자를 1919년 미농무부가 우리나라에서 가져가 미주리주 등지에 심었기 때문이다. 뿌리혹박테리아에 의한 토질 개량과 가축의 사료 그리고 토사 유출 방지용으로 필요하여 미 정부차원에서 종자를 도입해 간 것이다. 우연하게 일본에서 1846년에 도입되어 Japanese clover로 부르는 매듭풀의 효용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토양에 적합한 유사종을 찾았던 것 같다. 실제로 매듭풀과 둥근매듭풀은 번식력이 그다지 왕성하지 않아서 환경위해성이 없으므로 오늘 현재까지도 당초 도입 목적에 부합하는 식물로 인정을 받아 농지 윤작용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에 가서는 키가 60cm까지도 자라는 둥근매듭풀은 개량종까지 개발되어 지금도 종자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등록명 : 둥근매듭풀

이   명 : 동근매듭풀

학   명 : Kummerowia stipulacea (Maxim.) Makino

분   류 : 콩과 매듭풀속 다년생 초본

원산지 : 한중일러

중국명 : 장악계안초(长萼鸡眼草), 원엽계안초(圆叶鸡眼草)

일본명 : 마루바야하즈소우(マルバヤハズソウ) = 환엽시괄초(丸葉矢筈草)

영어명 : Korean clover

용   도 : 전초 약용 - 이뇨통림(利尿通淋) 해열지리(解热止痢) 풍진(风疹), 사료, 녹비

 

둥근매듭풀
둥근매듭풀 일부 폐쇄화가 섞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듭풀과 둥근매듭풀의 차이점

 

1. 작은 가지

털이 매듭풀은 아래로 향하고 둥근매듭풀은 위로 향한다.

 

왼쪽 매듭풀은 줄기의 털이 아래로 향하는데 반하여 오른쪽 둥근매듭풀은 털이 위로 향한다.
왼쪽 매듭풀 하향모 오른쪽 둥근매듭풀 상향모

 

2. 소엽

매듭풀은 좁은 장원형 혹 도란형이며 끝이 원형이지만 둥근매듭풀은 넓은 도란형이며 끝이 오목하다.

 

왼쪽 매듭풀 오른쪽 둥근매듭풀
왼쪽 매듭풀과 오른쪽 둥근매듭풀

3. 탁엽

매듭풀의 탁엽은 협삼각상으로서 박피형상이며 갈색이고 줄기에 바싹 붙어 있다. 둥근매듭풀의 탁엽은 광란형으로 주로 녹백색이고 잎 모양을 하고 있으며 줄기에 바싹 붙어 있지는 않아 눈에 잘 뜨인다. 

 

왼쪽 매듭풀 오른쪽 둥근매듭풀
왼쪽 매듭풀 오른쪽 둥근매듭풀

 

4. 열매

매듭풀은 꽃받침이 열매를 반 이상을 싸고 있으나 둥근매듭풀의 꽃받침은 짧아서 열매의 1/3 또는 1/4를 감싸는데 불과하다.

 

왼쪽 둥근매듭풀 오른쪽 매듭풀 열매 및 종자
왼쪽 둥근매듭풀 오른쪽 매듭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