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목련과 교잡종/그레셤교잡종

1262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 그레셤 교잡종

낙은재 2020. 12. 31. 10:55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목련 ' 루즈드 앨러배스터 '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의 학명은 Magnolia 'Rouged Alabaster'로 표기되는데 여기서 Rouged는 루즈를 발랐다는 뜻이고 Alabaster는 설화 석고라고 한다. 설화 석고란 조각상 등을 만들기 위한 햐얀 눈송이 처럼 생긴 석고 가루를 말한다.  그럼 루즈색이 섞여있는 백색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rouge를 그냥 단순하게 여성들이 입술에 바르는 붉은 화장품으로 생각하였더니 그게 아닌가 보다. 영어에서 rouge는 red 즉 붉은 색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볼(cheek)에 바르는 파우더나 크림을 말한다. 헐 입술에 바르는 화장품 즉 립스틱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래서 찾아 보니 우리 영어 사전에도 rouge는 볼연지(臙脂)라고만 풀이되어 있다. 그럼 중국에서는 어떻게 풀이하나 궁금하여 알아보니 중국에서는 볼이란 말도 없이 그냥 연지(胭脂=臙脂)라고만 풀이한다. 그런데 연지(胭脂)라는 말 자체에 양 볼과 입술에 바르는 화장품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단다. 그러고 보니 우리 국어사전에도 연지란 '여자들이 화장할 때 입술이나 빰에 찍는 붉은 빛깔의 염료'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루즈를 립스틱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닌 연지라고 하니까 이번에는 볼에 찍거나 바르는 화장품으로만 생각하였더니 그것도 아닌 볼과 입술 모두에 바르는 화장품을 통칭하는 용어라는 것이었다. 뭐 세상에 쉬운 것이 하나 없다. 

 

 

루즈(연지)를 바른 석고(앨러베스터)라는 뜻으로 품종명이 붙었다.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서양에서는 고대 이집트에서 이미 사용되었다는 루즈가 그리스 로마로 전파되어 와서는 red 즉 적색을 뜻하는 라틴어 rubeus로 불렸고 이 것이 프랑스에 와서는 같은 적색을 뜻하는 rouge로 변한 것을 영어에서 일상에서 적색은 red라고 하지만 화장품을 지칭할 때는 프랑스어 그대로 받아들여 rouge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이미 기원전 1046년에 멸망한 상(은)나라 마지막 임금인 폭군 주왕(紂王) 시절부터 사용되었는데 연(燕)나라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연지(臙脂)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는 반면에 서북 흉노지역 언지산(焉支山)에서 생산되었으며 이런 화장 습성을 가진 흉노족들이 정실 왕비를 연씨(阏氏)라고 불렀기에 중국 발음이 비슷한 焉支(언지)나 阏氏(연씨)에서 臙脂(연지)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한무제시절 서역 교역로를 개척한 장건(张骞)이 가져온 붉은 꽃이 피는 홍화(红花)에서 연지를 추출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중국의 연지 풍습은 서방에서 흉노족을 거쳐서 도입된 것일지도 모른다. 연지의 재료로 썼다는 홍화(红花)라는 초화는 우리나라에도 등록되어 있는데 학명이 Carthamus tinctorius이며 등록된 국명은 잇꽃이며 최근에는 뼈건강 등에 쓰는 약재로 더 유명하다.

 

고대 이집트 연지와 장건에 서역에서 가져왔다는 연지를 추출하는 홍화 즉 잇꽃

말이 길어졌지만 여하튼 루즈는 연지를 말하며 특별히 입술에 바르기 위하여 막대기 모양으로 만든 lipstick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Rouge를 cheek rouge와 lip rouge로 구분할 수 있는데 막대기 형상인 lip rouge를 다른 말로 lipstick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아무래도 볼연지가 입술연지보다는 색상이 연하므로 이 품종명이 '루즈드 앨러배스터'라고 입술에 바르는 새빨간 립스틱만 생각해서 아주 붉은 꽃을 연상해서는 안되고 볼에 터치하는 연한 연지 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실제로 이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꽃의 색상이 연한 핑크색이 좀 들어간 백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지라는 말이 중국에서 유래된 용어일 것인데 중국에서도 연지(胭脂)를 면지(面脂)와 구지(口脂)를 통칭하는 용어라고 하며 면지(面脂)는 볼연지이고 구지(口脂)가 입술연지 즉 립스틱이라는 것이다. 과거 우리 어른들이 구찌베니라고 하던 일본식 용어는 구지(口脂)와는 상관이 없고 일본에서 립스틱을 뜻하는 口紅(구홍)을 말하며 일본에서 볼연지는 보오베니라고 頬紅(협홍)을 말한다. 따라서 서양의 cheek rouge와 lip rouge가 중국에서는 면지(面脂)와 구지(口脂)로 일본에서는 보오베니(頬紅)와 구찌베니(口紅)로 우리나라에서는 볼연지와 입술연지로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연지 외에 곤지라는 우리말도 있는데 곤지는 한자어로 표기할 수 없는 순수 우리말로서 결혼시 신부 화장의 하나로 이마 가운데 연지로 찍는 붉은 점을 말한다고 한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 그동안 앞에서 본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살던 Todd Gresham( ~1969)이라는 개인 육종가가 개발한 그레셤 교잡종 몇 개 품종들은 모두 비치목련과 자목련을 교잡시켜 개발한 품종이었다. 비치목련이 백목련과 히말라야 원산인 캠밸목련의 교잡종이므로 여기에 자목련 '니그라'를 교잡시켰기에 자목련 지분이 50%이므로 적자색이 강하게 반영되어 꽃 색상으로 나타났으며 꽃 모양도 주로 자목련을 닮아 좁고 길쭉한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파악할 그레셤교잡종들은 모종을 암자색 꽃이 피는 자목련 '니그라'가 아닌 백색 꽃이 피는 접시꽃목련 '레네이 알바'를 사용하였기에 양쪽 모두 교잡종인 것을 다시 재교잡 시킨 품종들이다. 접시꽃목련이 백목련과 자목련의 교잡종인데 여기에다가 백목련과 캠밸목련의 교잡종인 비치목련의 꽃가루로 수분시킨 것이므로 결국 백목련의 지분이 50%가 되며 자목련과 캠밸목련이 각각 25%의 혈통 지분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 교잡종들은 거의 대부분 백색이 강하게 반영되어 나타나며 꽃 모양도 꽃잎이 넓고 끝이 뭉텅하게 캠밸목련 비슷한 모습을 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육종가 토드 그레셤은 이들을 풍만한 금발 여성에 비유하여 Buxom Blondes group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부종인 비치목련 = 백목련 x 캠밸목련
모종인 접시꽃목련 '레네이 알바' = 백목련 x 자목련

이 품종은 육종가 Todd Gresham이 비치목련과 접시꽃목련 '레네이 알바'를 교잡시켜 개발한 초창기 품종 중 하나로서 본인이 'Rouged Alabaster'라고 명명하고 1962년 발표한 것인데 그가 언급한 풍만한 금발 여성에 비유한 이른바 Buxom Blondes group의 대표격인 품종이라고 할 수 있다. 꽃의 지름이 30cm나 되고 화피편의 크기가 길이 15cm에 너비 10cm로 길면서도 넓다. 꽃자루와 동아의 인편은 매우 많은 털로 덮여 있으며 어린 나이에 키가 1.2m 까지만 자라도 꽃이 피며 키는 10년생이 5m까지 자라는 소교목 수준이며 꽃잎의 기부가 자색을 약간 띤 백색이므로 품종명을 루즈를 바른 설화 석고라는 뜻으로 'Rouged Alabaster' 즉 '루즈드 앨러배스터'라고 붙인 것으로 보인다. 복합 교잡종인데도 결실하는 경우도 있으며 꽃이 너무 커서 어린 나무의 경우는 가지가 처질 정도라고 한다. 내한성은 우리나라 전역에 식재하기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등록명 :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학   명 : Magnolia 'Rouged Alabaster'

분   류 : 목련과 목련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백목련, 자목련, 캠밸목련의 다교잡종

부모종 : 접시꽃목련 '레네이 알바'(모)와 비치목련(부)

시리즈 : 그레셤 교잡종 벅섬 블론디 그룹

육종가 : 미국 캘리포니아 Todd Gresham, 1962년 발표

수   고 : 5~8m 

꽃특징 : 기부에 자색을 띤 백색, 지름 30cm, 화피편 길이 15cm

내한성 : 영하 29도

 

목련 ' 루즈드 앨러배스터 '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 꽃자루에 털이 밀생한다.
목련 '루즈드 앨러배스터' - 국내 천리포수목원에 가면 볼 수 있고 국내 플러스가든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