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두견(진달래)아속

1418 황산차, 흰황산참꽃 담자리참꽃과 유럽 Lapland rosebay 모두 하나로 통합

낙은재 2021. 5. 10. 10:10

황산차(황산참꽃)
황산차(황산참꽃)
황산차(황산참꽃)
황산차(황산참꽃)

 

우리나라에 자생하거나 도입되어 재배되고 있는 거의 모든 식물의 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진달래과 진달래속에 황산차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등록된 수종이 있으며 이 수종에서 파생된 변종인 흰황산참꽃과 담자리참꽃이 추가로 더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 최북단 함경도와 평안북도에서 자생하는 왜성 소관목으로서 주로 땅바닥을 기면서 낮게 자라서 마치 매트 즉 양탄자 형상을 하는 경우가 많고 식물 전체에 인편이 많으며 수술은 5~10개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유형의 수종이 전세계 진달래속에 약 40종이나 있어 식물분류학적으로 진달래속 두견(진달래)아속 중에서도 하나의 아조(亞組)를 형성하고 있다. 그 아조는 황산차의 원종인 유럽 원산의 Rhododendron lapponicum을 모식종으로 하므로 이 아조를 Subsection Lapponica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이를 고산두견아조(高山杜鹃亚组)라고 한다. 참고로 현재 황산차는 하나의 독립된 종이 아니고 유럽에서 Lapland rosebay로 불리는 Rhododendron lapponicum의 아종 신분으로 학명이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등록된 황산차 등 3종은 학명이 모두 린네의 2명법에 벗어난 형식으로 표기되어 있어 시작부터 뭔가 깔끔하지 않음을 스스로 시사하고 있다. 린네의 2명법이란 무릇 식물은 속과 종까지만 분류하여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하위 분류군으로 아종이나 변종 등 한 단계만 추가로 더 표기하는 것을 인정하는데 이들은 예를 들면 담자리참꽃의 경우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var. alpinum과 같이 속명 Rhododendron에 원종명 lapponicum이 붙은 아래 아종명 parvifolium이 있고 거기에 다시 변종명 alpinum을 붙여서 표기하고 있어 모두 4단계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계속 세분하여 들어가면 끝이 없으므로 더 이상 세분하여 표기하지 말라고 한 학명규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형식적으로 봤을 때 북부 유럽이 원산지인 원종  Rhododendron lapponicum의 아종이 황산차이고 그 아종의 흰색 꽃이 피는 변종이 흰황산참꽃이며 바닥에 붙어서 자라는 포복성 변종이 담자리참꽃이라는 것인데 이렇게 4단계로 세분한 것은 인정이 안되므로 황산차와 흰황산참꽃 그리고 담자리참꽃은 비록 형태적으로는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고 하더라도 분류학적으로는 통합될 수 밖에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황산차를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이라고 이렇게 아종으로 학명 표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한일을 제외한 서양과 중국에서는 황산차를 영어 일반명으로 Lapland rosebay로 불리고 중국에서 고산두견(高山杜鹃)이라고 불리는 Rhododendron lapponicum으로  학명 표기한다. Rhododendron lapponicum은 원래 핀란드 북부지역인 Lapland에서 발견되었다고 그런 종소명이 붙은 수종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아종(subsp.) 형식으로 학명 등록되어 있는 한중일 시베리아 등 동북아 가장 한랭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황산차 등 3종은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그 원종인 Rhododendron lapponicum에 모두 통합되어 버렸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런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지만 이들이 우리 자생종이므로 회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황산차 = 황산참꽃

 

황산차 - 국립수목원
황산차

우선 국내에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var. parvifolium (Adams) T. Yamaz.라고 매우 긴 학명으로 등록된 아종 중에서도 원변종 즉 기본종인 황산차부터 시작하자. 이 수종은 우리나라 함경남북도와 평안북도에서 자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은 아니고 중국 동북지방과 일본 홋카이도, 극동러시아 사할린 그리고 심지어는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자생하는 수종이다. 이는 원래 러시아 식물학자 Johann Friedrich Adam(1780~1838)이 러시아에서 발견하고서 독립된 종으로 1834년에 Rhododendron parvifolium Adams라는 학명을 부여한다. 종소명 parvifolium은 영어로 small leaves 즉 작은 잎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독립된 종의 신분을 유지하다가 1996년 일본학자 Takasi Yamazaki(山崎敬, 1921~2007)의 연구에 의하여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러시아 캐나다 미국 알래스카 등지가 원산지인 Rhododendron lapponicum과 매우 유사함이 밝혀져 후자의 아종으로 편입되어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Adams) T. Yamaz.라는 학명으로 재명명된 것이다. 유럽의 후자가 우리 자생종인 Rhododendron parvifolium보다 먼저인 1812년에 명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학명이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으나 그 이후 2005년 중국 식물학자 오정일(吴征镒, 1916~2013)과 홍덕원(洪德元, 1937~ ) 및 미국 식물학자 Peter Hamilton Raven(1936~ )의 공동연구에 의하여 둘이 아예 통합이 되었는데 이때 당연히 후순위 학명인 Rhododendron parvifolium이 선순위 학명인 Rhododendron lapponicum에 흡수 통합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제 황산차는 학명은 바뀌었지만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의 북단 한랭지역에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수종이 된 것이다. 

 

잎의 길이가 겨우 0.5~2cm이고 키가 1~1.5m인 이 왜성 관목의 우리 이름 황산차(黃山茶)는 1942년 정태현박사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하는데 그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정태현박사의 직계 제자인 이우철박사도 그저 함북방언이라고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진달래과에는 차(茶)라는 이름이 붙은 수종이 둘이나 있다. 하나는 백산차속 백산차(白山茶) 즉 Ledum palustre var. diversipilosum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이 진달래속 황산차(黃山茶)이다. 백산차라는 이름의 출전도 1937년 정태현박사가 공동 저술한 조선식물향명집이다. 백산차나 황산차 둘 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드물게 자생하는데 백산차는 향이 좋아 중국에서도 두향(杜香)이라며 약재로 그리고 방향유로 쓰기는 하지만 특별히 차로 많이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백산차는 우리나라 최고의 차 전문가로서 다도(茶道)를 부흥시킨 초의선사(1786~1866)가 쓴 '동다송(東茶頌)'에서 우리 민족이 고래로부터 장백산(長白山)에서 나는 백산차 일종의 잎으로 차를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장백산의 차라고 백산차(白山茶)라고 한다는 것이다.

 

황산차는 포복성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황산차 가을 단풍도 아름답다.

황산차는 같은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자생하는 또 다른 상록 왜성 관목이지만 그 꽃의 색상이 황색이라서 백산차의 백색 꽃에 대응하여 황산차로 명명한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하기 쉬우나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황산차의 꽃 색상이 황색이 아닌 자적색(紫赤色)인 데다가 흰색 꽃이 피는 품종인 흰황산참꽃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산차(黃山茶)는 황+산차가 아니고 황산(黃山)+차(茶)라는 것이 또 다른 이름인 황산참꽃에서 입증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산차가 백산에서 나는 차라는 뜻이므로 황산차도 황산에서 나는 차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을 것 같은데 문제는 북한에 황산이 몇 개 있지만 원산지인 함경도에 딱히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평양시와 황해북도 봉산군 등에 황산(黃山)이 있지만 자생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국내서 처음 발견된 장소가 백두산 인근 일명 거칠봉이라는 해발 1,318m인 무봉(茂峯)과 함경남도의 고원지대라는데 그 지역의 어느 산을 황산(黃山)이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수백 년 전도 아니고 불과 수십 년 전에 붙인 이름의 유래를 모른다니 정말 개탄스럽다.

 

여하튼 이 수종은 원래 정태현, 도봉섭선생 등이 1937년에 황산참꽃이라고 하였는데 나중인 1942년 정태현선생이 황산차를 추가 거론하자 1966년 이창복선생이 이를 지지하면서 후자가 정명이 되어 우리나라 진달래속으로 등록된 320종의 수종들 중 유일하게 차(茶)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지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원산지인 북한은 황산참꽃이 정명이고 황산차는 이명으로 우리와는 반대이다. 북한이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뭐로 보나 진달래속 수종의 이름으로는 황산참꽃이 황산차보다는 더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더구나 백산차와 같이 이름난 차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지인들이 차로 즐겨 마시는 것도 아니고 일부가 드물게 차 대용으로 쓴다고 국립수목원 운영 국생정 도감에서 밝히고 있으면서 말이다. 게다가 성분 분석 자료는 보이지 않지만 진달래 수종들에는 모두 독성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차로 마신 확실한 근거도 없으면서 계속 차라고 부를 이유가 있나 싶다. 이 수종이 일본에서는 사할린의 구소련과의 경계 지점에서 발견되었다고 경철축(境躑躅) 즉 사카이쯔쯔지(サカイツツジ)라고 부른다. 지금은 그 지역이 러시아로 넘어갔지만 홋카이도 동쪽 끝에 있는 네무로시(根室市) 오치이시곶(落石岬)에서 다시 발견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혹시나 하여 찾아봤으나 일본인들은 이 잎을 차로 마시지도 않고 황산과 관련된 정보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과거 통합 전에 이 수종을 소엽두견(小叶杜鹃)이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학명 Rhododendron parvifolium를 그대로 풀이한 것이다. 

 

흰황산참꽃 = 흰황산차

 

흰황산참꽃

 

흰황산참꽃은 흰색 꽃이 피는 황산차라는 이야기인데 황산차에서 흰꽃이 핀다면 흰황산차가 되어야지 왜 황산참꽃이라고 할까? 세상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것이 우리나라 식물이름 체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하는 대목이다. 아닌게아니라 황산차라는 이름을 지지한 이창복선생은 1966년에 이 변종을 흰황산차라고 하였으나 어떤 영문인지 이번에는 1982년 안학수 등이 저술한 한국농식물자원명감에 근거하는 흰황산참꽃을 국명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 이전인 1949년에 박만규선생이 흰황산철쭉을 제시한 적도 있는데 박만규선생(1906~1977)은 차(茶)는 말할 것도 없고 참꽃도 썩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평소 느끼는 바이지만 박만규선생은 불합리한 우리 이름을 바꿔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합리적인 이름을 많이 제시하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거의 채택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요지는 이 수종을 흰황산차가 아닌 흰황산참꽃이라고 할거면 먼저 황산차부터 황산참꽃이라고 변경하여야 일관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흰황산차보다는 흰황산참꽃이라고 하는 것이 덜 거북스러운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중구난방식이 되었다.

 

이 수종의 처음 학명 Rhododendron parvifolium f. albiflorum Herder ex Maxim.는 황산차가 독립된 원종 신분일 때 독일 식물학자 Ferdinand Gottfried von Herder (1828-1896)가 황산차의 하위 품종으로 명명한 것을 1870년에 독일 태생 러시아 식물학자인 Carl Johann  Maximowicz(1827-1891)가 발표한 것이다. 그러다가 1996년에 일본학자 Takasi Yamazaki(山崎敬, 1921~2007)가 황산차를 유럽 원산 Rhododendron lapponicum의 아종으로 편입시키면서 그 아종의 하위 품종이라는 규칙 위반의 긴 학명으로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f. albiflorum (Herder ex Maxim.) T. Yamaz.라고 조합하여 발표를 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2009년부터 그 학명이 그대로 올려져 있다. 그 원문을 직접 보지를 못하여 실제로 일본학자 타카시가 그런 엉터리 조합 학명을 발표하였는지는 의문이다. 2009년 그 때 흰 꽃이 피는 수종을 별도로 분리하여 추가 등록하고 싶었으면 1996년 일본의 타카시가 유럽 원종의 하위 품종으로 발표한 학명 Rhododendron lapponicum f. albiflorum (Herder ex Maxim.) T. Yamaz.라고 등재했어야 형식적으로 올바른 것이다.

 

여하튼 이 흰 꽃이 피는 종은 더 이상 하위분류군인 품종으로 분류하지 않고 황산차에 통합시키는 것이 국제적인 대세인 것 같다. 코스모스가 빨간색 흰색 그리고 분홍색 꽃이 핀다고 색상마다 모두 품종이나 변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지 않던가? 실제로 최근 2017년에 국립수목원에서 발간한 최신 국가표준식물목록 개정판에는 흰황산참꽃과 담자리참꽃이 모두 황산차에 통합되어 학명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Adams) T.Yamaz 하나로 표기되어 있다. 아직 Rhododendron lapponicum에 아예 통합된 것은 반영되지 않았어도 일단 엉터리 학명 조합으로 아종이 다시 3개의 변품종으로 세분된 것을 하나로 통합한 것은 다행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흰황산참꽃은 그냥 황산참꽃(황산차)의 꽃 색상이 적자색 외에도 백색인 경우도 있다는 정도로만 파악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담자리참꽃 = 애기황산참꽃

 

백두산의 담자리참꽃
백두산의 모습인데 같은 포복성이지만 이건 흰황산참꽃이 아니고 노랑만병초 Rhododendron aureum이다.

황산차(황산참꽃) 중에 키가 겨우 10~15cm로 낮게 땅을 기면서 자라는 변종이 있는데 이를 우리는 담자리참꽃이라고 부른다. 이 수종은 우리나라 평안북도와 함경북도에서 자생하지만 우리 특산 수종은 아니고 만주나 시베리아에서도 자생하는데 일찍이 1876년에 이미 발틱 독일 식물학자인 Peter von Glehn(1835~1876)에 의하여 황산차의 하위 품종으로 Rhododendron parvifolium f. alpinum Glehn이라는 학명이 부여된다. 여기서 종소명 alpinum은 영어 alpine이라는 뜻으로 원래는 알프스라는 뜻이지만 고산지대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다가 1915년 러시아 식물학자인 N. Busch에 의하여 변종(var.)으로 바뀌었다가 1996년 일본 학자 Takasi Yamazaki(山崎敬, 1921~2007)에 의하여 유럽 원산 Rhododendron lapponicum의 변종으로 Rhododendron lapponicum var. alpinum (Glehn) T. Yamaz.라고 재명명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중간에 아종을 추가하여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var. alpinum (Glehn) T.Yamaz.라고 규칙에 위배되는 학명으로 등록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7년에 국립수목원에서 발간한 국가표준식물목록 개정판에는 흰황산참꽃과 더불어 황산차의 학명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하나에 통합되었으며 국제적으로는 더 나아가 아예 모두 Rhododendron lapponicum에 통합되어 버렸다.

 

그럼 여기서 이제는 통합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포복성 관목의 우리이름 담자리참꽃에 대하여 알아보자. 키와 잎이 황산차에 비하여 작고 포복성으로 자라는 이 변종의 담자리참꽃이라는 이름은 1937년 정태현선생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한다. 그런데 담자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이 또한 그 유래가 미상이라고 한다. 국어 사전에서 담자리라는 단어는 없다. 그럼 혹시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은 이름은 아닌지 알아보자. 길림성 등에서 자생하는 이 변종을 중국에서는 고산두견(高山杜鹃)이라고 하는데 이는 그저 학명 alpinum을 그대로 번역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이 변종이 자생하지는 않지만 이를 발견하고 기록한 것은 그 당시 국내서 활동하던 일본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반도 식물 분류체계의 기초를 다진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은 백두산 해발 2,000~2,500m와 평안북도 강계군과 함경남도 장진군의 경계에 위치하는 산인 노봉(鷺峯) 등에서 자생하는 이 수종을 독립된 신종으로 판단하여 1917년 Rhododendron confertissimum Nakai라는 학명을 발표한 바도 있다. 그런데 발견지가 낭림산맥의 주봉 중 하나인 해발 2,262m인 Waigalbon 즉 와갈봉(臥碣峰)으로 되어 있어 와갈봉과 노봉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여기서 종소명 confertissimum은 매우 빽빽하게 자란다는 뜻으로 바닥에 양탄자를 깐 것과 같이 자라는 모습을 말한다.

담자리참꽃
담자리참꽃

 

그때 일본명을 모우센쯔쯔지(モウセンツツジ)라고 붙였는데 한자로는 모전철쭉(毛氈躑躅)이 된다. 바로 이 모전이 털 모(毛)에 모직물을 뜻하는 전(氈)를 합한 말이므로 그야말로 짐승의 털로 두툼하게 짠 카펫을 말한다. 여기서 바로 담자리의 담이 바로 담요나 카펫을 뜻하는 담(毯)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전(毡, 氈)과 담(毯)은 거의 비슷한 뜻으로 전(氈)은 중간재인 모직물을 담(毯)은 완성품을 말하여 주로 둘을 붙여서 전담(毡毯)이라고 쓰며 풀이는 모전(毛毡)으로 만든 담요(毯子)라고 풀이 한다. 그리고 담자(毯子)가 담요나 모포를 뜻하지만 뒤에 리가 붙어 있으므로 아무래도 담(毯)에 돗자리의 자리를 합한 말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산 등성이에서 무리 지어 땅에 붙어서 자라면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냥 모전황산참꽃이라고 했어도 될 것이지만 나름대로 우리말을 섞어서 만든 용어가 담자리참꽃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등심(燈心) 즉 골풀로 만들었다고 골풀자리라고 부르는 용어도 있으므로 모포로 만든 돗자리를 담자리라고 해서 안될 것은 없어 보인다. 이 수종에 대하여는 1996년 이우철박사가 중국 연변 방언이라며 애기황산참꽃이라고 소개한 바 있으며 북한에서도 담자리참꽃이라고 한다. 

 

유럽 자생 Lapland rosebay

 

Lapland rosebay
Lapland rosebay
Lapland rosebay
Lapland rosebay
Lapland rosebay

그럼 여기서 황산차의 원종인 Rhododendron lapponicum에 대하여 파악해 보자. 이 수종은 유럽 북부 그린랜드와 핀란드 라플란드(Lapland) 그리고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자생하는 키가 30cm에서 1.5m까지 자라는 왜성 상록 관목으로서 가끔 포복성으로 자라기도 하며 줄기에는 인편이 많고 길이 0.6~2.5cm인 작은 잎 뒷면에는 황갈색 인편이 밀생한다. 그래서 일반 영어명이 자생지 중 하나인 라플랜드 이름을 따서 Lapland rosebay라고 하며 종소명도 lapponicum이 되었다. 여기서 rosebay는 rose색과 bay색이 어우러진 꽃이 피는 식물들을 이르는 흔하게 쓰는 말인데 bay는 적갈색을 뜻한다. Lapland rosebay는 적자색 꽃은 3~6송이가 모여서 피는데 꽃잎은 5렬하며 그 지름은 1.8cm이고 꽃받침과 꽃자루에는 인편이 매우 많으며 수술은 5~10개이다. 누가 들어봐도 우리 자생종 황산차와 담자리참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환경에 따라서 포복성으로 자라기도 한다고 언급하고 있어 포복 왜성종을 별도로 분류하지는 않고 통합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 Lapland rosebay 수종은 유럽 자생종이므로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 이를 아잘레아속으로 분류하여 Azalea lapponica L.라고 명명을 한다. 그 이유는 수술이 5개인 경우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상록에다가 인편이 많아서 그 특성상 로도덴드론속에 가깝다고 판단되어 스웨덴 식물학자 Georg (Göran) Wahlenberg (1780~1851)에 의하여 로드덴드론속으로 변경되어 1812년 Rhododendron lapponicum (L.) Wahlenb.라고 재명명 된다. 그 당시는 로도덴드론속과 아잘레아속이 분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명명된 학명이 현재까지도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극동 러시아에서 발견된 수종을 대상으로 황산차가 1834년에 명명되고 그 아변종들인 흰황산참꽃과 담자리참꽃이 각각 명명되었던 것인데 동양의 황산차 즉 Rhododendron parvifolium이 유럽의 Rhododendron lapponicum을 많이 닮았다고 1996년 일본학자에 의하여 그 아종으로 편입이 된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2005년에 중국과 미국 학자들의 공동연구에 의하여 동양의 황산차가 완전히 유럽의 Lapland rosebay에 흡수 통합되어 버린 것이다. 그 사이 황산차의 아변종으로 분류되었던 흰황산참꽃과 담자리참꽃도 황산차에 통합된 터라 이제는 우리 자생종 3종이 모두 사라지고 유럽의 Lapland rosebay 즉 Rhododendron lapponicum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통합전 우리 자생종

황산차(황산참꽃) : R.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var. parvifolium

흰황산참꽃 : R.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f. albiflorum

담자리참꽃 : R.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var. alpinum

 

1차 우리 자생 3종이 하나로 통합

황산차(황산참꽃) :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흰황산참꽃과 담자리참꽃이 흡수 통합됨

 

2차 동양 아종이 유럽 원종에 피흡수 통합

황산차(황산참꽃)=Lapland rosebay : Rhododendron lapponicum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는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황산차와 흰황산참꽃 그리고 담자리참꽃이 각각 등록되어 있지만 그 차이점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데다가 최근 국제 식물분류학계의 통합추세에 의해서 이제는 하나로 통합되어 버렸다. 따라서 통합된 수종의 이름은 일단 원변종인 황산차의 이름 그대로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계속 황산차로 할 것인지 아니면 이명인 황산참꽃으로 할 것인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들 3종의 최대공약수는 황산차가 아닌 황산참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3종이 통합된 황산차가 다시 원종인 Rhododendron lapponicum에 통합되어 버린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원래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자생하는 종이 린네에 의하여 이미 1753년에 학명이 부여되고 나중인 1812년에 R. lapponicum라고 재명명되었는데 워낙 멀리 떨어져 분포하는지라 같은 종인 줄을 모르고서 극동에서 발견된 수종을 별도로 1834년 R. parvifolium이라고 명명하였고 그 아래 두 개의 변종까지 명명하였는데 먼저 변종 둘이 통합되고 다시 동양의 종이 유럽의 종에 흡수 통합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 유럽의 Lapland rosebay가 우리 자생종 황산차(황산참꽃)와 동일종인 된 것이며 이 통합종은 북반구 한랭 기후대 거의 전지역에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수종이 된 것이다.

  

등록명 : 황산차(황산참꽃)

이   명 : 흰황산참꽃, 담자리참꽃

학   명 : Rhododendron lapponicum (L.) Wahlenb.

이   명 : Rhododendron lapponicum subsp. Parvifolium

이   명 : Rhododendron parvifolium Adams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왜성 (포복성)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원산지 : 북반구 한랭기후 거의 전지역

영어명 : Lapland rosebay

중국명 : 고산두견(高山杜鹃), 소엽두견(小叶杜鹃), 모전두견(鹃)

일본명 : 경철축(境躑躅), 모전철쭉(毛氈躑躅), 백화경철쭉(白花境躑躅)

수   고 : 0.1~1.5m

잎크기 : 5~25mm

꽃특징 : 적자색, 백색 3~6송이, 0.7~2cm 지름

수   술 : 5~10개

개화기 : 4~7월

내한성 : 영하 45도

 

황산차(황산참꽃)
황산차(황산참꽃)
황산차(황산참꽃)
황산차(황산참꽃)
황산차(황산참꽃)
황산차(황산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