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에리카아과

1647 백산차속 - 이제는 진달래속으로 편입된 한대수종

낙은재 2021. 12. 2. 21:30

백산차속의 모식종이었던 참백산차

 

우리나라 국표식에 속명 Ledum 즉 백산차속으로 등록된 수종이 학명 Ledum palustre인 참백산차와 그 아변종 6종을 포함 모두 7종이다. 전세계 Ledum 속은 모두 8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북반부 북극권 한대지방에서만 분포하는 상록 관목이므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그 주변 함경도지역에서만 자생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춥다는 백두산 인근 지역이 이 식물로서는 가장 따뜻한 거의 남방한계선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참백산차 즉 Ledum palustre라는 하나의 원종과 그 아래 하나의 아종과 5개의 변종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우리나라 외에도 만주, 내몽고 및 시베리아와 그린란드, 캐나다북부에서도 자생하는 이들을 나중에는 모두 3개의 원종과 하나의 아종으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수종의 학명 변경 내용은 다음과 같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1. 원종인 참백산차 즉 Ledum palustre에 왕백산차와 좀백산차를 흡수 통합

2. 좁은백산차는 참백산차의 변종에서 아종으로 변경

3. 함경백산차에 노봉백산차가 통합되고 학명 Ledum groenlandicum인 원종으로 승격

4. 백산차는 학명 Ledum macrophyllum인 원종으로 승격

 

참백산차에 왕백산차와 좀백산차가 흡수통합되었다.

 

그런데 백산차속의 학명 변경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위와 같이 독립된 학명으로 인정하지만 대부분은 이 백산차속을 폐지하고 통째로 진달래 즉 Rhododendron속으로 편입시켜서 Rhododendron아속 진달래(Rhododendron)절 Ledum아절로 편입시켜서 분류한다. 결국 백산차도 진달래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최근 유전자 감식 결과가 뒷받침하므로 대세가 될 수 밖에는 없으므로 우리나라도 결국은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진달래속에는 차라는 이름을 가진 수종은 황산차 또는 황산참꽃 등으로 불리는 Rhododendron lapponicum 외에 백산차라는 이름을 가진 3개의 원종과 하나의 아종이 추가되는 것이다. 다음은 진달래속으로 편입되는 내용이다.

 

1. 참백산차는 Rhododendron tomentosum subsp. Tomentosum

2. 좁은백산차는 Rhododendron tomentosum subsp. decumbens 

3. 함경백산차는 Rhododendron groenlandicum

4. 백산차는 Rhododendron diversipilosum

 

좁은백산차는 참백산차의 아종으로 포복성으로 자란다.

  

진달래속 수종들은 식물 전체에 독성을 포함하고 있어 식용이 불가능한 것이 일반적이고 이 백산차나 황산차에도 독성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예외적으로 차로 이용되는 수종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약이 곧 독이고 독이 곧 약이라더니 약간의 독성이 뭔가 역할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민족이 백산차(白山茶)를 차로 달여 마신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고의 차 전문가로서 다도(茶道)를 부흥시킨 초의선사(1786~1866)가 쓴 '동다송(東茶頌)'에서 ‘우리 민족이 고래로부터 장백산(長白山)에서 나는 백산차 일종의 잎으로 차를 만들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장백산의 차라고 백산차(白山茶)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가표준식물목록의 백산차라는 이름은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지만 훨씬 이전부터 우리가 독창적으로 부르던 이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백산이라는 이름은 일본의 3대 명산이라는 하쿠산(白山)에서 온 것이 전혀 아님은 물론 우리나라 북한 여기저기에 있는 백산 중 어느 산도 아닌 바로 장백산에서 온 이름이라는 것이다.

 

백산차속 식물의 잎을 차로 달여 마신 것은 우리뿐만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차란 현대인들의 커피와 같은 단순한 기호용 음료이었던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옛 사람들은 일종의 치료용 음료까지도 차라고 불렀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 독성이 강하다는 만병초 잎으로도 차를 달여 마셨던 것이다. 여하튼 중국에서도 흑룡강성과 내몽고 등지에서 백산차는 아니지만 참백산차와 좁은백산차가 자생하는데 이를 두향(杜香)이라고 부르며 만성기관지염 월경불순 불임 등의 치료용으로 썼으며 그 독특한 향기는 다른 향료와 배합하여 화장품 등의 원료로 썼다고 한다. 실제로 백산차 잎에서는 휘발성이 강한 노간주 나무 등 침엽수와 비슷한 향이 강하게 난다. 중국에서는 백산차를 두향(杜香) 외에 반각사(绊脚丝) 또는 나팔차(嗽叭茶)나 백산태(白山苔)라고도 부른다. 아마 반각사(绊脚丝)는 내몽고 초원에서 때로는 포복성으로 자라는 이 나무의 줄기에 사람이나 동물의 발이 걸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이고 백산태(白山苔)는 백두산 습지 선태류 서식지에서 주로 많이 자라기 때문에 길림성에서 부르던 이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팔차(嗽叭茶)는 글쎄 그 어원을 알 수가 없는데 혹시 영어명 Labrador tea(拉布拉多茶)에서 유래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여하튼 중국에는 우리와 같은 백산차라는 이름은 없다.

 

백산차는 백두산과 홋카이도에서만 자생하는데 장백산에서 난다고 백산차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백산차가 거의 홋카이도에서만 자생하는데 참백산차를 이소쯔쯔지(イソツツジ) 즉 기철쭉(磯躑躅)이라고 하며 백산차를 카라후토이소쯔쯔지(カラフトイソツツジ) 즉 화태기철쭉(樺太磯躑躅)이라고 한다. 화태(樺太)는 사할린을 말하고 기(磯)는 홋카이도를 뜻하는 에조(エゾ) 즉 하이(蝦夷)에서 와전되었다는 설이 강하다. 따라서 사할린 또는 홋카이도 철쭉이라는 뜻인데 용케도 이들이 나중에 진달래속으로 편입될 것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은 아니고 일본에서는 진달래속이 아닌 진달래과 수종들도 더러 쯔쯔지라고 부른다. 따라서 일본의 쯔쯔지가 곧 우리의 철쭉이나 진달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여튼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アイヌ)족들도 이 백산차들을 특별히 무슨 차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았지만 이 수종의 잎을 차에 띄워 마셨다고는 한다. 아마 그들도 기침 감기에 효과가 있는 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백산차속은 아시아 동북부에서만 자생하는 것이 아니고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북부에서도 자생하며 그린란드와 캐나다 북부에서도 매우 많이 자생한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동북부에 있는 Labrador Peninsula 즉 래브라도반도에서 많이 자생하며 거기 원주민들이 창상이나 동물에게 물린 상처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거나 기침 감기에 효과가 있다고 허브 차로 많이 마셨기에 Labrador tea라고 부르다가 분포 지역과는 무관하게 Ledum속 수종들 모두를 통틀어 Labrador tea라고 부른다. 서양에서 Labrador tea로 불리는 백산차는 주로 3종인데 하나는 래브라도반도와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 아메리카 대륙 북단에 주로 분포하는 학명 Rhododendron tomentosum인 참백산차인데 이를 northern Labrador tea라고 부른다. 다음은 그린란드와 캐나다 미국 북부에 분포하는 학명 Rhododendron groenlandicum인 함경백산차로서 이를 bog Labrador tea라고 하며 마지막 하나는 캐나다 북서부에서 미국 남서부에까지 길게 분포하는 국내 미등록종인 학명 Rhododendron columbianum으로서 이를 western Labrador tea라고 한다.

 

함경백산차 - 그린란드에서 발견되어 그런 종소명이 붙었지만 함경도에서도 발견된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저 멀리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외상 치료용 목적이 추가되기는 하였지만 기침 감기에 효능이 있다고 하는 것은 중국의 약재 두향(杜香)의  효능과 대동소이 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 서양인들은 잎의 추출물로 피부관리제를 만들기도 하고 독특한 향기가 있는 이 잎을 고기 요리의 향신료로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특히 독일에서는 맥주 제조시 첨가물로도 활용하였다고 한다. 그럼 결국 신기하게도 우리 민족이 백산차를 즐긴 것이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래브라도차를 즐긴 것이 거의 유사한 풍습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단풍나무 일종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우리의 오래된 풍습이 이웃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데 저 멀리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풍습 중에 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하여 단풍 시럽을 만드는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백산차라고 부르는 우리 자생종 Rhododendron diversipilosum은 서양의 Labrador tea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백산차는 백두산 인근과 일본 홋카이도와 사할린에서만 자생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북동부에 있는 래브라도반도는 그 면적이 우리나라 남북한 전체의 6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으로서 그린란드와 북극해에 가깝다. 이 지역명 래브라도는 원래 농부라는 뜻이지만 이 지역을 최초로 탐험한 포르투갈 탐험가인 João Fernandes Lavrador(1453~1501)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참고로 유명한 맹인 인도견인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이름도 이 반도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래브라도반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백산차의 속명 Ledum은 그리스어로 우리나라에는 없는 Cistus 즉 키스투스과 키스투스속의 상록관목들을 지칭한다. 이 백산차속의 수종들이 지중해 연안에 흔한 키스투스속의 수종들을 잎을 특히 많이 닮았다고 린네가 1753년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참백산차의 종소명 palustre는 습지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백산차속에서 진달래속으로 변경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참백산차의 종소명 palustre는 이미 Rhododendron속에서는 먼저 사용한 종이 있어 불가피하게 종소명을 털이 많다는 뜻인 tomentosum으로 변경하게 된다. 게다가 전술한 바와 같이 참백산차의 아변종으로 등록되어 있던 함경백산차와 백산차는 진달래속으로 오면서 원종으로 승격하게 된다. 앞으로 참백산차부터 하나하나 탐구하기로 한다.

 

Ledum이라는 속명은 지중해 연안에 흔한 위 Cistus를 닮았다는 뜻인 Ledon에서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