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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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2 백산차 – 백두산에서 나는 고대 제천의식에 사용한 유독성 차

낙은재 2021. 12. 9. 10:20

백산차
백산차 - 관상용 가치도 충분하다.

 

우리나라에 백산차속으로 등록된 수종 7종 가운데 이제 단 한 종이 남았다. 그게 바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백두산에서 이 나무 잎을 채취하여 차로 달여 마셨다는 백산차(白山茶)이다. 2022년 4월 23일부터 30일간 경남 하동에서 하동세계차엑스포가 개최되는 등 요즘 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것 같다. 벌써 사전예매 10만 명을 돌파하였다고 한다. 워낙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기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열광하는 우리 국민들이다 보니 전통차라고 마냥 외면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차는 옛날 삼국시대부터 우리 선조들이 즐겼던 기호음료가 아니던가? 우리나라는 최근에 와서 차문화와는 거리가 많이 멀어졌지만 커피문화를 처음 시작한 유럽에서 오히려 차의 인기가 매우 높아 영국과 아일랜드 등에서는 커피의 인기를 넘어서는 기호식품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급속하게 달라지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중국과 일본에서는 커피숍을 찾아 보기 힘들었을 정도로 차를 중심으로 즐겨 마셨다.  

 

하동세계차엑스포가 내년 봄에 개최된다. 

차는 커피 그리고 코코아와 더불어 세계 3대 기호음료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모두 식물에서 채취한 것인데 하필이면 동양의 차나 서양에서 시작된 커피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기후조건 때문에 재배하기 어려운 수종인데도 굳이 우리가 이걸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래서 국제무역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인가 보다. 여하튼 삼국시대부터 중국에서 차를 수입하여 왕실과 귀족이나 화랑 또는 승려들이 즐겼다는 기록들이 많다. 그러다가 신라 말기인 42대 흥덕왕(제위 826~836)때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온 김대렴이 씨앗을 가져와 지리산에 심은 것이 우리나라 차 재배의 시초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도입된 차 즉 Camellia sinensis를 즐기기 이전부터 우리 민족이 제사 등 의식에 사용한 차가 따로 있었는데 그게 바로 장백산(長白山) 즉 백두산(白頭山)에서 나는 백산차라는 것이다. 그래서 너도나도 우리 민족이 차를 즐긴 기원을 바로 이 백산차에서 찾는다.

 

백산차에 대한 기록이 과거부터 있던 것은 아니고 조선 후기에 와서 백산차를 언급하는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최초 기록은 조선 후기 실학자 한치윤(韓致齋, 1765~1814)과 그의 조카 한진서(韓鎭書, 1777~?)가 편찬한 고조선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역사를 다룬 1823년에 완간된 해동역사(海東繹史)인 것 같다. 곧이어 1831년 찬술된 우리나라 최고의 차 전문가로서 다도(茶道)를 부흥시킨 초의선사(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그 외에도 1918년 발간된 무능거사(無能居士)로 불리는 이능화(李能和, 1869~1943)가 편찬하고 육당 최남선이 교열한 한국불교 최초의 종합역사서이자 백과전서인 조선불교통사(朝鮮佛敎通史)에도 백산차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이들을 요약하면 장백산에서 채취한 백산차를 고조선에서 제천의식에 사용하였으며 민간에서도 마시다가 나중에 청나라 사람이 건륭제(재위 1735~1796)에게 바쳤더니 황실의 어용차로 썼다는 것이다. 그만큼 맛이나 향이 좋았다는 것인데 과연 독성이 있는 이 백산차를 요즘의 커피나 홍차와 같은 수준으로 우리 선조들이 마셨을지는 의문이다. 비록 독성은 있지만 고조선의 제천의식에는 향이 매우 강한 이 차가 제격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조상신들을 맞이할 때 부정을 제거하고 심신을 맑게 하기 위하여 향을 피우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판단된다.

 

그런데 특히 건륭제의 이야기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만주족의 본고장에는 백산차와 거의 동일한 참백산차가 부지기수로 많은데 왜 유독 장백산에 자생하는 백산차를 공납받고서 마치 처음 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황실차로 애용하였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백산차와 완전하게 동일한 수종이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많이 자생하는데 그들은 특별히 차로 즐겨 마시거나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백산차의 잎을 차로 이용한 것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보편적이지 않았던 우리민족의 독자적인 풍습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중국과 일본에서는 백산차에는 만병초와 동일한 그레이아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어 마시면 두통이나 현기증을 일으킨다고 주의를 경고한다. 그렇다면 우리선조들만 이 식물에 독성이 있는 줄을 모르고서 잎에서 단 맛이 좀 나고 마시면 신경이 안정되고 수면에 도움된다고 시도 때도 없이 차로 마셨을까? 더러는 소량을 즐겼을 수는 있지만 결코 상습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미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참백산차를 두향(杜香)이라며 하며 향이 좋아 꽃과 열매에서 방향유를 채취하고 잎이 진해거담(鎭咳祛痰)에 좋다고 기관지염 치료제로 써왔으나 독성이 있어 경계하는 것을 우리 선조들이 몰랐을 리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북한에서 무좀약으로 쓸 정도로 강한 독성이 있는 백산차에서 우리 민족의 기호음료용 차의 기원을 찾는 것은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백산차는 기호용 음료가 아니라 치료용 음료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다산 정약용은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우리나라서 일반적으로 ‘탕약, 환약, 고약, 마시는 약과 같은 모든 약물 가운데 한 가지만 달이는 것을 다 차라고 인식한다.’라고 기술했다. 바로 이거다. 그 당시 차는 오늘날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이 아니고 치료용 음료에서부터 시작하였던 것이다. 실제로 신라시대 선덕 여왕시대(632~647)에 차 마시는 풍습이 상류사회에서는 기호음료로 서민사회에서는 감기 등의 치료제로 성행하였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아니지만 저 멀리 북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비롯한 서양인이 참백산차와 함경백산차를 차로 마시면서 Labrador tea나 Marsh tea 등으로 부르는데 이들 또한 독성을 몰라서 마신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도 물론 그 향기가 좋아서 요즘도 향기치료법인 아로마테라피로 백산차오일을 활용하며 미국 독립전쟁 당시는 차 대용으로 마셨다고는 하지만 원래는 원주민들이 주로 기침감기나 창상이나 동물에게 물린 상처 등의 치료용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의 tea라는 단어의 정의를 찾아 봤더니 차나무 잎에서 추출하는 녹차나 홍차 외에도 역시 ‘a drink prepared by soaking their parts (such as leaves or roots) and used medicinally or as a beverage.’라는 뜻도 있다. 즉 tea는 식물의 잎이나 뿌리에서 우려 낸 치료용 또는 기호용 음료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백산차나 서양의 Labrador tea 둘 다 무조건 기호음료라고는 쉽게 단정하지 못하게 된다.

 

중국에는 학명 Ledum palustre인 참백산차는 내몽고나 흑룡강성에서 많이 자생하지만 정확하게 백산차 즉 Ledum palustre var. diversipilosum은 자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백산차는 백두산에서부터 그 아래 함경북도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백산차가 우리나라 고유종은 아니다.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이나 쿠릴열도 등에서 자생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홋카이도와 혼슈 동북지방 고산지대에 자생하는데 이를 다시 잎 뒷면의 백색 털과 갈색 털의 유무나 형태에 따라서 두세 개로 세분하는데 이는 린네의 이명법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큰 차이도 없어서 국제적으로는 이들을 모두 하나로 통합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소쯔쯔지(イソツツジ), 기철쭉(磯躑躅) Ledum palustre subsp. diversipilosum var. nipponicum

2. 카라후토이소쯔쯔지(カラフトイソツツジ), 화태기철쭉(樺太磯躑躅) Ledum palustre subsp. diversipilosum var. diversipilosum 

그 외에도 백산차를 일본에서는 에조이소쯔쯔지(蝦夷磯躑躅)라고도 하며 학명을 Ledum palustre subsp. diversipilosum var. yesoense라고도 표기하며 또한 Rhododendron hypoleucum이라는 학명으로도 표기하여 그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모두 백산차에 통합되어 이명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그 많은 일본 이름들 중에 무슨차라는 이름은 없다. 일본은 백산차를 음료로는 물론 약으로도 그다지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식물분류학을 전수한 일본 학자들이 갈팡질팡하니 초기 우리나라 학자들도 종잡을 수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국명도 백산차 외에 털백산차니 북백산차니 하다가 이제는 모두 백산차 하나로 통합되었다.

 

백산차의 등록된 학명 Ledum palustre var. diversipilosum Nakai는 1917년 일본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다양한 솜털로 덮여 있다는 뜻의 종소명을 사용하여 참백산차의 변종으로 명명한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서 발견한 표본을 대상으로 명명한 것 같다. 그러다가 1953년 러시아 식물학자에 의하여 학명 Ledum macrophyllum이라는 원종으로 승격되었다가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라 1990년에 핀란드 생물학자 Harri Tapani Harmaja(1944~ )에 의하여 진달래속 백산차아절로 편입되면서 Rhododendron diversipilosum (Nakai) Harmaja라는 학명을 갖게 된다. 따라서 백산차는 과거에는 만주에 자생하던 참백산차의 변종 신분이었지만 이제는 진달래속 독립된 종의 신분으로 승격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는 왕백산차와 좀백산차가 통합된 참백산차와 그 아종인 좁은백산차 그리고 함경백산차(노봉백산차)와 백산차 등 3종의 백산차 수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러니까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북반부 한랭지역에서 주로 분포하는 전세계 백산차 모두 8종 중 한중일러 등 극동아시아에는 원종기준으로 모두 3종이 분포하는데 중국은 참백산차만 자생하고 일본은 백산차만 자생하며 러시아 쿠릴열도와 사할린 등에는 함경백산차와 백산차가 자생하지만 우리나라는 참백산차와 백산차가 자생하고 다소 미심쩍기는 하지만 현재 함경백산차도 자생하여 3종 모두가 자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1917년 나카이가 우리나라서 채집한 표본(좌)와 함남 차일봉에서 1933년에 채집한 표본(우)
조선식물향명집의 공동저자인 도봉섭선생이 1936년 함북 관모봉에서 채집한 표본과 1940년 채집한 털백산차

그런데 이들 3종이 어떤 차이점이 있길래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하느냐는 것이다. 이제껏 5개의 게시글을 통하여 탐구하였지만 명쾌한 구분법이 확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로라하는 식물학자들도 모두들 참백산차의 변아종으로 분류하였다가 각각 원종으로 분류하는 등 우왕좌왕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잎의 사이즈와 뒷면의 털을 구분 기준으로 삼는데 참백산차는 잎이 좁은데다가 주로 좌우로 말려있어 뒷면이 잘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고 함경백산차는 잎 뒷면에 긴 갈색 털이 밀생하며 잎이 넓은 백산차는 잎 뒷면에 짧은 백색 털에다가 가운데 주맥에 갈색 털이 모여서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원종들은 그런대로 구분이 가능해 보이지만 참백산차에도 잎이 넓은 왕백산차가 있고 북미와 쿠릴열도에서 자생한다는 함경백산차도 잎 뒷면에 갈색 털이 없는 경우도 보이며 백산차도 일본에서는 주맥에 갈색 털이 없이 백색 털만 밀생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들까지 포함하면 정말 구분하기 어렵다. 이래서 학자들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냥 모두 통합하면 안될까 싶다.

 

잎이 말린 참백산차(좌)와 갈색 털이 밀생하는 함경백산차(우)
백색 털 바탕에 가운데 갈색 털이 모여나는 백산차

참백산차와 함경백산차가 대부분 습지에서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백산차도 우리나라에서는 해발 1.000~1,700m의 숲속 또는 습초지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고산지역 습초지에서도 잘 자라지만 배수가 잘 되는 암석지대나 돌더미 속에서도 잘 자란다고 하니 백산차의 생장에 반드시 습기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 국명 백산차는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한다. 그리고 이명으로 등재는 된 털백산차는 1942년 정태현선생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하는데 학명 Ledum palustre subsp. diversipilosum var. yesoense와 같은 종이 국내서 발견되어 붙였다가 현재는 백산차에 통합시킨 것으로 보인다. 백산차가 최근에 유전자 분석으로 진달래속으로 편입되었는데 그 분류가 아잘레아가 아닌 우리 자생종 진달래와 황산차 그리고 섬진달래가 속한 두견(진달래)아속이다. 이를 일본에서는 유인편만병초아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백산차들에도 인편이 있어야 하는데 인편이 워작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아무도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지만 극히 작은 인편이 잎 뒷면에 많이 있는 것으로 현미경으로 확인된다.  

일본에서 암석지대에서도 잘 자라는 백산차
현미경으로 촬영하면 참백산차의 앞뒷면에 매우 작은 인편이 보인다. 모든 백산차속에는 비늘이 있다.

한 때 국내서 백산차 재배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약용식물로서 재배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기호식품으로 재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백산차던 참백산차로 통합된 왕백산차던 참백산차의 아종인 좁은백산차던 모두 독성이 있어서 식품의 원료로는 부적합하다고 식약처에서 지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백산차를 우리 고유의 전통차의 원조로 부각시키는 것 또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는 국생정 도감도 한 몫을 한다. 거기에 백산차의 용도로 약용이나 독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단지 ‘잎은 차의 대용으로 사용한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책임하다. 백산차를 보면 만병초 잎을 다려 석남차라고 하는 것이 생각난다. 만병초는 정부나 의사들이 말려도 본인들이 알고서도 부득이 난치병 치료용으로 쓴다지만 백산차는 고조선과 백두산을 들먹이며 마치 우리 고유의 신성스러운 차인 양 홍보될까 봐 걱정된다. 이제 백산차도 진달래속 두견(진달래)아속으로 편입되었으므로 만병초라고 불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즉 백산차도 만병초만큼이나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백산차에서 딴 꿀에도 독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히말라야 만병초 석청을 식용하면 안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등록명 : 백산차

이   명 : 털백산차, 북백산차

신학명 : Rhododendron diversipilosum (Nakai) Harmaja

등록명 : Ledum palustre var. diversipilosum Nakai

이   명 : Ledum palustre subsp. diversipilosum var. yesoense

이   명 : Rhododendron hypoleucum Kom.

이   명 : Ledum macrophyllum Tolm.

구분류 : 진달래과 백산차속 상록 관목

신분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백산차아절 상록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원산지 : 백두산 등 함경도, 일본, 러시아

일본명 : 이소쯔쯔지(磯躑躅), 카라후토이소쯔쯔지(樺太磯躑躅)

수   고 : 30~70cm

잎크기 : 1.5~6cm x 0.4~1.5cm

잎특징 : 뒷면 주맥에 갈색 모 밀생

꽃차례 : 산형총상화서

꽃특징 : 백색, 지름 1cm, 꽃잎 5, 수술 10

개화기 : 5~6월

내한성 : 영하 35도

용   도 : 약용, 방향유, 허브차 - 독성 주의, 관상용

 

백산차
백산차 - 잎 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군락지
백산차
백산차 - 동아의 전개모습
백산차
백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