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표식에 진달래과 홍월귤속 수종으로 홍월귤이라는 국명에 학명을 Arctous ruber (Rehder & E.H.Wilson) Nakai로 표기하여 등록된 우리 자생종이 있는데 이게 국명이나 학명 둘 다 문제가 많아 보인다. 그래서 식물 자체의 묘사보다는 이런 식물 외적인 것에 대한 언급이 많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나라 국명부터 논해 보자. 홍월귤이라는 이름은 정태현(1882~1971)선생이 1942년에 발간한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하는데 그 동안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어폐(語弊)가 있는 즉 잘못된 명명이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이는 진달래과 또 다른 우리 자생종인 월귤(越橘)을 닮았지만 열매가 홍색으로 달린다고 즉 홍실월귤(紅實越橘)이라고 홍월귤(紅越橘)이라고 부른다는 것이 명명의 이유라는데 이게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월귤(越橘) 자체가 적색 또는 자홍색 열매가 달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월귤과 같은 홍색 열매가 달리는데 무슨 차이점이라고 홍월귤이라고 부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거기에는 또 다시 안타깝게도 그 당시 표준으로 믿었던 일본을 무작정 따라 하다가 생긴 오류로 추정이 된다.
일본에서는 홍월귤이 자생하지 않거나 자생설의 근거가 불확실한데 그들은 이를 아카미노우라시마쯔쯔지(アカミノウラシマツツジ)라고 하며 한자로는 적실이호철쭉(赤實ノ裏縞躑躅)이라고 쓴다. 일본의 이호철쭉(裏縞躑躅)이 검은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구분하여 부르는 이름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에서 이호철쭉(裏縞躑躅)이라고 부르는 수종은 앞 1677번 게시글에서 다룬 학명 Arctostaphylos alpina인 아르크토스타필로스 알피나로서 우리나라에서 월귤이라고 하는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학명 Vaccinium vitis-idaea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만 하여도 일본에서도 헷갈려서 명확하지 않기도 하였지만 지금도 일본에서는 월귤을 코케모모(コケモモ, 苔桃)라고 하며 아르크토스타필로스 알피나를 우라시마쯔쯔지(ウラシマツツジ, 裏縞躑躅)라는 정명 외에도 오오바노쿠마코케모모(オオバノクマコケモモ, 大葉ノ熊苔桃)라고도 부르고 있어 둘 다 월귤이라고 할 만한 여지는 있다. 게다가 중국에서도 홍월귤을 홍북극과(红北极果)라고 하고 영어권에서도 red fruit bearberry 등으로 불러 모두 붉은 색을 접두사로 쓰므로 주저 없이 홍월귤을 썼고 여태 문제삼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월귤은 적색 열매가 달리고 이호철쭉(裏縞躑躅)은 검은 열매가 달린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비교 대상인 북극과(北极果)나 서양의 bearberry 모두 일본과 마찬가지로 검은 열매가 달리는 Arctostaphylos alpina를 염두에 두고서 비교하여 부르는 이름인데도 우리만 엉뚱하게 비슷하지도 않은 산앵도나무속의 월귤에다가 갖다 붙여서 비교하여 부르는 것이 되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비교 대상인 Arctostaphylos alpina가 자생하기 때문에 열매의 색상으로 구분하여 붙인 이름인 홍북극과(红北极果)와 적실이호철쭉(赤實裏縞躑躅)이라는 이름이 적절하지만 우리는 Arctostaphylos alpina가 자생하지도 않고 적절한 우리 이름도 없어서 비교 대상이 마땅치 않게 된 것이다. 만약 이 Arctostaphylos속을 곰들쭉속으로 부른다면 Arctostaphylos alpina를 검은곰들쭉으로 홍월귤을 붉은곰들쭉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열매의 색상으로 이름을 붙일 경우 같은 속 수종들 간에 비교 하여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홍월귤과 월귤은 속이 다른 데다가 열매 색상마저 같은 홍색이라서 정말 비교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일본의 이호철쭉(裏縞躑躅)이나 중국의 북극과(北极果)는 Arctostaphylos속이고 홍월귤은 Arctous속이므로 이들 또한 다른 속의 수종들을 비교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국제 식물학계의 분류방법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낙엽성 소관목인 이들을 같은 속으로 대부분 분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에서는 둘 다 현재 Arctous속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르크토스타필로스 알피나는 Arctostaphylos속으로 홍월귤은 Arctous속으로 분리하여 등록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들을 둘 다 Arctous속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식물분류학에서는 이들을 모두 Arctostaphylos속으로 분류하고 있어 홍월귤의 경우 Arctostaphylos rubra (Rehder & E.H. Wilson) Fernald라는 학명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홍월귤속(Arctous)은 원래 1878년 진달래과 딸기나무아과의 Arctostaphylos속에서 Arctous라는 하나의 절(section)로 분류되었으나 1889년 분리되어 나와 독립된 Arctous속을 구성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극히 최근에 와서 다시 Arctostaphylos속으로 원상복귀하여 앞으로는 Arctous라는 속은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여하튼 홍월귤은 1900년대 초 어네스트 윌슨(1876~1930)에 의하여 중국 사천성에서 발견되어 1913년 Arctous alpina var. rubra Rehder & E.H. Wilson으로 최초 학명이 부여된다. 그러다가 영국 식물학자 William Jackson Bean (1863–1947)에 의하여 1914년 속이 변경되어 Arctostaphylos alpina var. rubra (Rehder & E.H. Wilson) Bean라는 학명이 재부여된다. 바로 그 해 미국 식물학자 Merritt Lyndon Fernald (1873~1950)에 의하여 변종이 아닌 독립된 종으로 승격하여 Arctostaphylos rubra (Rehder & E.H. Wilson) Fernald라는 학명이 주어진다. 그 후 일본학자 나카이(中井猛之進, 1882~1952)에 의하여 1922년 다시 홍월귤속으로 원상복귀한 Arctous rubra (Rehder & E.H. Wilson) Nakai라는 학명이 발표되었는데 이를 우리는 등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최근의 추세는 홍월귤속은 아르크토스타필로스속으로 통합되어 사라지고 홍월귤은 Arctostaphylos rubra라는 학명으로 표기되는 것이다.
홍월귤은 알래스카나 그린란드 등 북아메리카 북단과 러시아 시베리아 중북부 한랭한 고산지대에서 주로 자생하는데 최초 발견지가 중국 사천성 서부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게다가 더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강원도 양양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래서 우리나라 설악산 지역이 이 홍월귤의 남방한계선이라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일본에는 홋카이도에 자생한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근거가 불확실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1917년에 20세기 가장 위대한 식물채집가인 어네스트 윌슨(1876~1930)에 의하여 함경남도 낭림산(2,186m)으로 추정되는 곳 2000m고지대에서 채집된 표본이 하버드대학 아놀드수목원에 남아 있다. 홍월귤 열매는 곰이나 까마귀가 좋아하며 사람이 식용하기도 하지만 맛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록명 : 홍월귤(紅越橘)
학 명 : Arctous ruber (Rehder & E.H.Wilson) Nakai
신학명 : Arctostaphylos rubra (Rehder & E.H. Wilson) Fernald
분 류 : 진달래과 홍월귤속 아르크토스타필로스속 낙엽 소관목
신분류 : 진달래과 아르크토스타필로스속 낙엽 소관목
원산지 : 강원도, 북한, 북반구 거의 전역
영어명 : red fruit bearberry, alpine bearberry, arctic bearberry, red manzanita, and ravenberry
중국명 : 홍북극과(红北极果), 천로(天栌) 당년고(当年枯)
일본명 : アカミノウラシマツツジ(赤實ノ裏縞躑躅)
수 고 : 6~10cm
줄 기 : 암갈색, 박편 탈락
잎특징 : 2~5cm 길이, 0.6~1.3cm 너비, 엽병 털
꽃특징 : 1~6송이 총상화서, 6mm 길이 담황록색, 수술 8~10개
열 매 : 선홍색 장과 5~13mm
개화기 : 5~6월
결실기 : 8월
내한성 : 영하 45도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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