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우코토이 케이스케이는 그 이름만 들어봐도 일본과 관련이 있는 수종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겠다. 그렇다. 이 수종은 일본에서 너무 추운 홋카이도도 아니고 너무 더운 남쪽도 아닌 혼슈의 관동남부와 중부남부에서만 자생하는 일본 고유종이다. 학명 Leucothoe keiskei Miq.는 네덜란드 국립 표본실을 담당하던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 (1811~1871)이 1863년에 명명한 것인데 종소명은 일본의 유명한 본초학자로서 개화기 신문물 도입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 의사겸 이학박사이자 식물학자인 이토우 케이스케(伊藤 圭介, 1803~1901)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명명자 미쿠엘은 일본은커녕 동양 어느 나라도 와 본 적이 없지만 여러 채집가들에 의하여 해외에서 수집된 표본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동정하여 명명하는 역할을 하였기에 그가 명명한 것이다. 그럼 누가 표본을 채집하고 왜 케이스케(Keisuke)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는지를 알아보자.
이토우 케이스케(伊藤 圭介)는 1803년 나고야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유학과 의학을 배웠는데 특히 본초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9세에 교토에 가서 서양학문을 배우고 25세인 1827년에 나가사키에 가서 독일 의사겸 식물학자인 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를 만나면서 서양의학과 서양 식물분류학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 1823년에 일본에 입국하여 수년 간 머물면서 식물을 채집하고 연구하던 지볼트가 1829년 스파이 혐의로 추방될 때 케이스케에게 책을 하나 건넨다. 그게 바로 1784년 린네의 직계 제자이자 스웨덴 의사이며 식물학자인 칼 페테르 튠베리(1743~1828)가 쓴 일본식물지였는데 이는 지볼트가 일본 식물 탐사시 교본으로 쓰던 것이었다. 케이스케는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1829년에 태서본초명소(泰西本草名疏)라는 도감을 펴낸다. 이게 바로 린네의 식물분류법을 처음으로 일본에 소개하는 책이 된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100년 이상이 빠르다. 그래서 초창기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일본학자들에게 식물분류학을 배울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케이스케는 번역서인 태서본초명소(泰西本草名疏) 외에도 일본산물지 등 식물관련 서적을 다수 저술하고 1852년에는 서양의 종두법을 도입하여 천연두 퇴치에 힘쓰기도 한다. 그 후 나고야지역에 서양의학교의 설립을 주도하여 오늘날 나고야대학의 설립 기반을 다지고 1881년에는 동경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1888년에 일본 최초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그리고 1901년에는 남작 작위까지 받고 그 해 98세로 사망하였다. 구 시대에 태어나 신문물과 학문의 도입에 몸소 적극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서 천수를 다 누리다 죽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네덜란드의 미쿠엘(Miquel)은 일본에 다년간 체류하면서 일본 식물을 연구한 지볼트의 저서 일본식물지 즉 Flora Japonica를 지볼트 사후인 1870년에 마무리한 사람이다. 참고로 이 일본식물지는 툰베리가 쓴 식물지와는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에 와서 식물 탐사를 한 툰베리와 지볼트 둘 다 일본식물지를 발간하였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토 케이스케가 미쿠엘의 일본 식물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미쿠엘 본인이 직접 동양 식물 탐사를 한 적이 없으므로 아마 이 표본도 지볼트가 1859년에 일본에 재입국하여 1862년까지 머무를 때 이토의 도움을 받아서 채집한 것이 아니겠는가 추측해 본다. 여하튼 이런 영향 때문인지 일본과 네덜란드의 화훼업계의 활발한 교류와 끈끈한 관계는 오늘까지도 지속되고 있는데 공교롭게 두 나라 다 세계적인 원예강국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리고 있다.
원산지 일본에서는 바위지대에서 자라며 잎이 남천을 닮았다고 이와난텐(イワナンテン)으로 불리고 한자로는 암남천(岩南天)이라고 쓰기에 우리나라서 바위남천으로 유통된다. 그러니까 이름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레우코토이 케이스케이라고 하니 누가 따르겠는가? 키가 0.3~1.5m로 반 직립으로 자라는 상록 관목인 이 수종은 전년지 엽액에서 나와 1~7송이가 모여서 길이 1~9cm의 총상화서를 이루면서 피는 백색 꽃의 모양이 여느 레우코토이들과는 달리 항아리형이 아닌 원통형인 데다가 그 길이가 17~23mm에 달하여 쉽게 구분이 된다. 그러나 꽃이 크기는 하여 눈에 띄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서 원산지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지 않아 대부분 서양 레우코토이 즉 서양바위남천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새 잎이 나올 때 붉은 색을 띠고 가을에 다시 짙은 적색으로 변하여 그 잎이 매우 아름다우므로 관엽식물로 인기가 높아 서양에는 다양한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등록명 : 레우코토이 케이스케이
학 명 : Leucothoe keiskei Miq.
분 류 : 진달래과 레우코토이속 상록 관목
원산지 : 일본 고유종
일본명 : 이와난텐(岩南天)
수 고 : 0.3~1.5m
잎특징 : 후, 광택, 거치, 2.5~6.5 x 1.2~3.2cm, 신엽 적색, 단풍
꽃차례 : 총상화서 1~7송이, 길이 1~9cm
꽃특징 : 백색, 원통형, 17~23mm 길이, 5렬, 수술 10개, 2 돌기
열 매 : 삭과 편평, 구형, 지름 7mm
개화기 : 5~7월
내한성 : 영하 23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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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관엽식물로 인기가 높은 원예품종 중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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