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최근에 도입된 관상용 꽃복사나무의 한 유형으로서 전체 키는 4.5~7.5m로 자라지만 가지가 넓게 퍼지지 않고 좁게 위로만 자라서 수관폭이 1m 이내인 좁은 기둥모양을 하고 있는 품종들이 있다. 이런 품종들을 국내서는 곧게 직립으로만 자란다고 직립백도 직립홍도 등 직립도화라고 부른다. 식물은 목본이던 초본이던 가끔 종에 상관없이 이렇게 줄기와 가지가 좁게 위로만 자라는 유형의 변종들이 흔히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유형들을 ‘기둥-’이나 ‘선-’ 또는 ‘곧은-’ 등을 앞에 붙여서 기둥사과나 선만병초 곧은유럽참나무 등과 같이 부르거나 앞에서 본 자두나무의 경우와 같이 열녀목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서양에서도 이런 유형의 식물을 표현하기 위한 종소명이나 품종명으로 쓰는 영어나 라틴어식 용어가 매우 다양하다. 우선 그 전체 수형이 원기둥을 닮았다고 pillar나 columnar라고 하며 기원전 6~5세기 고대 그리스의 건축양식인 코린트식 기둥을 닮았다고 Corinthian이라고도 하며 피라미드나 탑모양으로 생겼다고 pyramidalis나 tower라는 품종명도 사용한다. 그리고 위로 하늘을 향하여 직립으로 자란다고 upright에서부터 erecta, stricta 심지어는 skyrocket이라고도 하며 이런 뜻의 라틴어로 fastigiata라고도 한다. 다음은 국내 등록된 이런 직립 원주형 식물들의 학명과 국명의 일부 사례이다. 적당한 우리말 품종명을 찾지 못하여 학명 그대로 발음하여 붙인 우리 이름들이 많다.
Prunus salicina var. columnaris 열녀목
Acer platanoides 'Columnare' 노르웨이단풍 ‘콜룸나레’
Ilex aquifolium 'Green Pillar' 유럽호랑가시나무 '그린 필러'
Cupressus macrocarpa 'Golden Pillar' 쿠프레수스 '골든 필러'
Skyrocket Juniperus scopulorum 'Skyrocket' 로키향나무 ‘스카이로켓
Populus nigra var. pyramidalis 양버들(이명)
Ilex crenata 'Ivory Tower' 꽝꽝나무 '아이보리 타워'
Acer saccharum 'Temple'S Upright' 설탕단풍 '템플즈 업라이트'
Oxalis stricta 선괭이밥
Arabis erecta 선갯장대
Rhododendron fastigiatum 선만병초
Quercus robur f. fastigiata 곧은유럽참나무
Populus fastigiata 양버들(이명)
Zelkova serrata 'Fastigiata' 느티나무 '파스티기아타'
Columnar Apple 기둥사과(일반 영어명)
그럼 이제부터 직립 원기둥 모양으로 자라는 이들 꽃복사나무는 어디서 개발되었으며 외국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복사나무는 당연히 중국이 원산지이며 중국에서는 이미 3천 년 전부터 이를 재배하여 왔다는 기록이 있지만 이런 원주형 모습의 변종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중국이 아닌 일본에서 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에도시대(1603~1868)부터 재배하여 왔다는 사실이 1695년 이토이베에(伊藤伊兵衛)가 쓴 화단지금초(花壇地錦抄)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다. 일본에서 이 변종의 수형이 청소용 마당비를 닮았다고 호오키모모(ほうきもも)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추도(箒桃)라고 했다. 실제로 싸리비나 대나무비를 거꾸로 세운 모습과 이 복사나무의 수형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본에서도 거의 사라져 버린 에도시절 재배하였다는 그 추도(箒桃)도 꽃 색상이 백색에서 분홍색 그리고 홍색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꽃의 모양이나 색상 또는 수형에서 뭔가는 부족함이 있었던지 일본 동경 인근에 있는 가나가와현(神奈川県) 원예시험장(園芸試験場) 사가미하라(相模原) 분장(分場)에서 품종개량에 나선 것이다. 이들이 기존 전통의 추도(箒桃)에다가 교잡시킨 상대품종이 바로 앞 1774번 게시글에서 다룬 바 있는 처진복사나무들이었다. 특히 사가미하라는 처진홍도인 상모지수도(相模枝垂桃)의 본고장으로 복사나무의 유명 생산지이기도 하다. 추도는 현재 일본 사이타마현(琦玉縣) 안행(安行)에 가면 유전자원이 보존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일본에서도 사진 하나 구하기 어려워 그 모습을 가늠할 수 없지만 일본의 홍색 상모지수도(相模枝垂桃)나 분홍색 우의지수도(羽衣枝垂桃) 그리고 백색의 잔설지수도(残雪枝垂桃) 등 처진복사나무들은 그 겹꽃들이 매우 아름다운 품종들이다. 이들을 추도와 교잡하여 개량된 품종을 탄생시켜 1986년 일본 당국에 신품종으로 등록한 것들이 바로 자분홍색 꽃이 피는 조수도(照手桃)와 흰색 꽃이 피는 조수백(照手白) 그리고 홍색 꽃이 피는 조수홍(照手紅)인 것이다. 그리고 6년 후인 1992년 추도와 어떤 종간의 자연교잡으로 얻은 또 다른 연한 자분홍색 꽃이 피는 품종을 조수희(照手姬)라는 이름으로 추가등록하여 모두 4종의 직립 원기둥 모양의 겹복사나무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조수도(照手桃) 밝은 자분홍색 = 추도(箒桃) x 적지수도(赤枝垂桃)
조수백(照手白) 황백색 = 추도(箒桃) x 잔설지수도(残雪枝垂桃)
조수홍(照手紅) 밝은홍색 = 추도(箒桃) x 적지수도(赤枝垂桃)
조수희(照手姬) 연한 자분홍색 = 추도(箒桃)의 자연교잡종
일본명 조수(照手)는 사가미하라(相模原) 지역에 전해지는 전설속의 사가미하라의 대부호 요코야마가문(横山家)의 장녀인 조수희(照手姬)라는 미녀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녀는 교토 명문가의 적자로서 인근 이바라키현에 유배와 있던 소율판관(小栗判官)이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졌으나 결혼을 반대하는 자기 가문에 의하여 소율판관(小栗判官)이 억울하게 살해된다. 그러자 염라대왕의 도움으로 소율판관(小栗判官)이 되살아나서 조수희(照手姬)와 재회한 다음 요코야마가문에 복수를 하고 둘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설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여하튼 조수희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미녀라는 것 외에는 좁게 직립하는 특성과는 별 상관이 없다. 다만 이 품종을 개발한 원예시험장이 있던 사가미하라 지역에 전해오는 전설상의 미녀라는 이유로 이 아름다운 복사나무 품종에 붙여진 것이 아닌가 한다.
복사나무 재배의 긴 역사를 가진 중국에서는 설혹 이런 좁게 자라는 변종이 더러 발견되었더라도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였겠지만 유난히 공간을 좁게 사용하기를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우연히 발견하게 되자 이를 놓치지 않고 먼저 상품화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좁은 정원에는 정말 적합한 품종이 아닐 수 없어 당연히 일본서 인기가 매우 높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도입되어 낙은재에도 2014년에 심은 어린 조수백 묘목이 현재 키가 5m 가까이 자라고 있으나 수관의 폭은 70cm 정도에 그치고 있어 그야말로 원기둥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매년 약 30매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지름 약 4cm의 백색 겹꽃이 매우 아름답게 피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직립도화는 반드시 좁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조수백을 조수홍이나 조수도 등과 함께 나란히 심으면 과거 신작로(新作路)에 심었던 양버들과 같은 모습을 연출할 수 있어 앞으로 정원수로 제법 보급될 것 같다.
일본에 이런 전통의 직립 원주형 복사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기둥형 복숭아 즉 Pillar Peach라고 부르던 미국에서 이를 도입하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1983년에 그 당시 미국에서 이미 널리 재배하던 중국의 유도(油桃) 즉 우리가 천도라고 부르는 nectarine을 교잡시켜 일본과는 별개의 품종을 개발하여 1998년 미국 특허를 신청하여 2000년 특허를 취득한 Prunus persica Corinthian hybrids라는 품종들도 있는데 그 꽃 색상이 백색에서 홍색까지 있어 원종인 일본 추도(箒桃)와 같으며 원예품종의 모습도 일본 개량종과 겉보기는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직립 원주형으로 자라는 복사나무를 일반적으로는 Pillar Peach 또는 Corinthian Peach로 부르며 학명 표기는 Prunus persica Corinthian hybrids 또는 색상에 따라 ‘Corinthian White’나 ‘Corinthian Pink’ 등으로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조수도시리즈 복사나무들을 학명 Prunus persica cv. Fastigiata로 표기하기도 하며 중국 등에서는 Prunus persica f. pyramidalis라고 표기도 한다.
복사나무의 원산지 중국에서는 이런 변종들을 직립형도화(直立型桃花) 또는 소추형도화(扫帚型桃花)라고 표현하는데 소추(掃帚)는 마당비를 말한다. 품종명은 일본 이름 그대로 추도(帚桃)나 조수도(照手桃)라고 하거나 대만에서 붙인 이름인 탑형벽도(塔型碧桃)라고도 한다. 그 외에도 일본에서 온 아름다운 도화라는 뜻에서 일본려도(日本丽桃)라고 하거나 용주벽도(龙柱碧桃)라고 하는데 이는 용무늬가 새겨진 원기둥을 닮았다는 뜻으로 영어 Corinthian Peach에 상응하는 이름으로 보인다.
품종명 : 직립도화, 직립백도(조수백) 직립홍도(조수홍) 직립분홍도(조수도, 조수희)
학 명 : Prunus persica cv. Fastigiata
이 명 : Prunus persica f. pyramidalis
이 명 : Prunus persica Corinthian hybrids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일본에서 발견되어 일본과 미국에서 개량된 원예품종
일본명 : 테루테루모모(照手桃)
중국명 : 추도(帚桃), 조수도(照手桃), 탑형벽도(塔型碧桃)
특 징 : 좁게 위로 원주형으로 자라며 겹꽃이 피는 품종
수 고 : 4.5~7.5m
꽃크기 : 지름 39~44mm
꽃잎수 : 20~30매인 겹꽃
꽃색상 : 백색에서 홍색까지
내한성 : 영하 2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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