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벗나무속/자두아속복사조

1776 산복사나무 = 바래복사 ≠ 개복숭아

낙은재 2022. 5. 28. 11:44

산복사나무
산복사나무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우리나라 자생종이라며 산복사나무라는 국명에 학명 Prunus davidiana (Carrière) Franch.로 등록된 낙엽 활엽 소교목이 있다. 그런데 우리 일반인들은 산복사나무를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민가 주변 야산이나 밭두렁 등에서 자라는 개복숭아나무나 돌복숭아나무라고 부르는 분홍색 홑겹(單瓣) 복사꽃이 피는 소교목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산복사나무가 바로 개복숭아나무와 돌복숭아나무를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설명하는 도감도 더러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의 전국민이 사용하는 개복숭아 또는 돌복숭아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표준식물목록에는 정명은커녕 산복사나무 등의 이명으로 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개복숭아나 개복사나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사용한 식물학자가 여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산복사나무가 우리 일반인들이 흔히 개복숭아라고 부르는 나무와 동일한 수종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는 이야기이다. 헐! 그렇다면 지름이 겨우 3cm 내외인 개복숭아 또는 돌복숭아라고 부르며 생으로 먹기보다는 청을 담거나 약으로 쓰는 복숭아나무는 도대체 뭐라는 말인가? 왜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은 여태 이런 것 하나도 제대로 밝혀주지 않는단 말인가?

 

산복사나무의 학명 Prunus davidiana (Carrière) Franch.는 원래 프랑스 식물학자 Élie-Abel Carrière (1818~1896)가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Persica속 즉 복사나무속으로 분류하여 1872년 Persica davidiana Carrière로 명명하였던 것을 몇 년 후인 1883년에 또 다른 프랑스 식물학자인 Adrien René Franchet (1834~1900)가 현재의 벚나무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davidiana는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중국 식물을 채집하였던 Père Armand David(1826~1900)의 이름을 기려 붙인 것인데 아마 그가 채집하여 보낸 표본을 대상으로 프랑스 국립 파리자연사박물관에 근무하던 식물학자 프랑셰가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산도(山桃)로 불리며 별명으로 사도(桃)나 산모도(山毛桃) 및 야도(野桃)라고도 불리는 이 수종은 지름 2~3cm에 불과한 짧고 부드러운 털로 덮힌 과육이 거의 없는 동그란 열매가 7~8월에 성숙하지만 과육이 빈약한 데다가 수분이 없어 이를 식용하지는 않고 씨인 종인(仁)을 기관지 약으로 쓰거나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활용하며 단단하고 둥근 과핵(果核)으로는 염주 등 완구를 만드는데 쓴다. 그리고 복사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지름 2~3cm의 분홍색 꽃이 기본적으로 피지만 백색이나 장미홍색 꽃이 피는 변종도 있어 그 꽃들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하며 목재가 단단하고 무거워 각종 세공구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 그리고 이 산도(山桃)는 내한성이 강하고 가뭄에도 잘 견디며 염분 토양에서 잘 적응하여 복사나무나 매실나무 자두나무 품종들의 접목용 대목으로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자생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국에서 도입하여 활발하게 재배하지도 않기에 거의 존재감이 없어 모모(もも)라고 부르지도 않고 그냥 중국 이름 산도(山桃) 그대로 산토(サントウ)라고 하며 우리나라 학자들도 중국 이름을 따라서 산복성(1949년 박만규) 산복사(1966년 이창복) 또는 산복숭아나무(1996 이우철)라고 칭하였기에 현재 산복사나무라는 이름을 정명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 수종이 우리나라 여기저기서 아주 흔하게 보이는 개복숭아와 같은 수종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도(桃) 즉 복사나무와 산도(山桃)의 차이점으로 몇 가지를 들고 있는데 그 중 잎과 꽃의 모습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잎 양면과 꽃받침에 털이 없다는 점은 산도의 특징이 되지만 워낙 복사나무의 품종이 다양하여 잎과 꽃의 모습만으로는 산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산도는 열매가 작고 둥글며 핵도 거의 원형에 가까워 납작한 복사나무 핵과는 구분이 된다는 점과 결실기가 복사나무에 비하여 1개월 가량 빠르다는 점 그리고 수피가 매끈한 암자색이라는 점에서는 복사나무와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산복사나무(산도)의 화아와 꽃
산도의 수피는 특이하게 매끈하며 열매는 거의 원형에 가깝다.
중국에는 백산도와 홍산도라는 산도의 변종도 있다.
납작하지 않아 염주제작용으로 쓰는 산도핵(좌)과 납작한 도핵(우) 

 

그렇다면 국내 개복숭아나 돌복숭아로 불리는 수종은 어떨까? 열매가 작기는 하지만 대부분 타원형으로 원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수피는 오히려 복사나무보다 더 거칠어 전혀 매끄럽지 않으며 색상도 암자색이 아닌 암회색이거나 거의 흑회색이라서 전혀 다르다. 따라서 중국의 산복사나무가 우리 개복숭아나무와는 다르다는 의심이 굳어지는 마당에 살펴보니 이미 서울대 장진성교수 같은 분은 국내에서 산복사나무의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국립중앙과학관 식물정보에서는 산복사나무가 아예 중국 원산이라고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국립수목원에서 관리하는 국생정 도감에는 지리산 관악산에 분포하는 우리 자생종이라면서도 분포도 정보는 비어 있고 표본도 하나 없다. 그리고 붉은 빛이 도는 백색 비슷한 꽃이 핀다는 즉 색이 바랜 꽃이 핀다고 바래복사라고 부르며 학명 Prunus persica f. albescens Uyeki로 표기하던 별도의 복사나무 품종을 산복사나무에 통합하여 그 이명으로 편입하고 있다. 그러니까 당초에는 산복사나무가 개복숭아와 동일한 수종으로 판단하다가 그게 아니고 오히려 바래복사와 동일한 수종으로 판단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래복사의 학명 Prunus persica f. albescens Uyeki는 일본출신으로 우리나라서 오랜 기간 활동한 임학자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1882-1976)가 복사나무의 하위 품종으로 명명을 시도하였으나 불발이 그친 비합법 학명으로서 그동안 그 정체가 모호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을 최근에 바래복사가 산복사나무와 동일종이라는 것을 밝힌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아직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바래복사를 학명 Prunus persica f. albescens Uyeki인 외래종 복사나무 품종으로 그대로 등록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같은 바래복사를 두고서 한 쪽은 복사나무의 하위 품종으로 또 다른 쪽은 산복사나무의 이명으로 각각 등록하여 어정쩡한 이중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하튼 현재는 국내 일부 오래된 도감에서만 산복사나무가 개복숭아와 동일한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낙은재도 깊은 탐구 없이 2016년 산복사나무가 곧 개복숭아나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바 있었는데 이번에 그 게시글은 내렸다.

 

그렇다면 중국의 산복사나무가 우리가 개복숭아라고 부르는 나무와는 다른 수종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 문제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개복숭아는 도대체 정체가 뭐라는 것인가? 복사나무도 아닌 산복사나무도 아닌 또 하나의 다른 종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여태 학명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래저래 점점 더 궁금해 진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답은 앞에서 나온 사실에서 얻은 힌트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동안 복사나무의 변종으로 알았던 바래복사가 산복사나무라고 밝혀지는 것이므로 그 반대로 그동안 산복사나무라고 널리 알려졌던 개복숭아는 작은 열매가 달리는 복사나무의 야생 변종인 것이다. 그래서 아직 국생정 낡은 도감에는 복사나무의 열매 지름이 5cm로 기재되어 있지만 최근 2011년에 김태영 등이 펴낸 도감인 ‘한국의 나무’에는 복사나무는 식재도 하지만 민가 근처 산지에 야생으로도 자라며 열매의 크기는 3~7cm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복사나무 열매의 크기는 주로 5~7cm이지만 최소 3cm에서 최대 12cm까지 다양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개복숭아는 재배용으로 식재하던 복사나무가 민가에서 탈출하여 근처 산과 들에서 야생화되어 자라며 지름이 3cm 안팎에 불과한 작은 열매가 달리는 변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식물분류학적으로 별도의 변종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닌 원종에 통합된 복사나무의 한 품종인 것이다. 어쩌면 이 개복숭아가 큰 열매가 달리게 개량되어 과수용으로 재배하는 복사나무들보다는 오히려 원시 복사나무 조상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여하튼 수피로 보나 잎 뒷면에 털이 약간 있는 것으로 보나 핵이 납작한 것으로 보나 개복숭아는 중국의 산복사나무와는 다름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달리 누가 별도의 학명을 부여하지 않는한 학명 Prunus persica인 복사나무의 한 유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국내 나이 든 개복숭아의 수피인데 매우 거칠어 중국 산도와는 전혀 다르다.
동그란 산복사나무(좌) 열매와 길쭉한 개복숭아(우)는 그 모습에서 차이를 보인다.  
개복숭아 꽃인데 꽃만으로는 산복사나무와 구분하기 어렵다.

 

 

등록명 : 산복사나무

이   명 : 바래복사, 산복사, 산복성, 산복숭아나무

학   명 : Prunus davidiana (Carrière) Franch.

이   명 : Prunus persica f. albescens Uyeki(비합법명)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산도(山桃) 사도(桃), 산모도(山毛桃), 야도(野桃)

수   고 : 3~8m

줄   기 : 암자색 광활

잎특징 : 난상피침형, 기부 설형, 양면 무모, 세거치

잎크기 : 5~13 x 1.5~4cm

잎자루 : 1~2mm, 무모, 선체

꽃특징 : 단생 선엽개방, 분홍색 선단원둔 수술 다수 암술과 등장

꽃   잎 : 도란형 근원형 10~15 x 8~12mm

자   방 : 유모

열   매 : 근구형, 지름 2.5~3.5cm, 담황색 단유모, 과육 얇고 건조, 불가식

도   핵 : 구형 근구형, 편평하지 않음, 정단 원둔 기부 절형 표면 홈 구멍

개화기 : 3~4월

결실기 : 7~8월

용   도 : 관상용 정원수 목재 기구, 핵 염주 종인 식용유

특   기 : 백화가 피는 백산도(白山桃)와 홍화가 피는 홍산도(紅山桃) 변종이 있음

내한성 : 영하 34도

 

산복사나무 - 국내서 바래복사라고 한 이유를 알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