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명자 모과속

1898 털모과 = 마르멜로, 유럽모과

낙은재 2023. 11. 8. 17:40

털모과 = 마르멜로, 유럽모과

 

 

 

털모과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Cydonia oblonga Mill.은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선상인 중앙아시아 즉 코카서스지역이 원산지인데 일찍부터 그리스를 통하여 유럽에 전파되어 당연히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에 명명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는 아직 털모과속 즉 Cydonia속이 창설되기 전이라서 배속으로 분류하여 1753년 Pyrus cydonia L.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러다가 곧 영국 식물학자 Philip Miller(1691~1771)에 의하여 Cydonia속이 신설되면서 그 모식종으로 1768년 Cydonia oblonga Mill.이라는 학명이 부여된다. 밀러는 린네가 명명한 종소명 cydonia를 그대로 속명으로 하였는데 그 뜻은 그리스 크레타섬의 지명이라고 한다. 아마 코카서스지방에서 인근 크레타섬으로 건너간 털모과가 거기서 유럽인들에게 처음 발견되었던 것 같다. 원래는 카스피해를 둘러싼 러시아 남서부와 투르크메니스탄, 이란과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아르메니아가 원산지이지만 서쪽으로는 메소포타미아를 거쳐서 지중해로 유럽에 들어갔고 동쪽으로는 중국으로 건너 갔다. 과거에는 이를 Cydonian apple 또는 Golden apples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바로 그 그리스어로 키도니아의 사과라고 부르던 이름인 kudnion mêlon이 로마와 프랑스를 거치면서 변하여 현대 영어 이름 Quince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기원 전후인 한나라때 북방지역을 통하여 도입된 중국에서는 사과가 없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사과이므로 이 털모과가 에덴 동산에서 이브가 아담에서 건네 준 바로 그 선악과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Cydonia oblonga의 종소명 oblonga는 열매가 길쭉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요즘은 둥근 모습도 많지만 초창기 표본은 주로 길쭉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가지나 동아 꽃받침 그리고 암술대 기부 및 잎 뒷 등 온통 털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열매에 융모가 밀생하여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털모과라고 부른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언제부터 등록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초기에는 유럽모과라고 하다가 최근에 털모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또 다른 국명이 마르멜로라고 되어 있다. 마르멜로 즉 Marmelo는 털모과를 포르투갈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즉 영어 Quince(퀸스)와 같은 말이다. 이 과일에다가 설탕이나 꿀에 넣어서 청같이 만든 것을 포르투칼에서 marmelada라고 하는데 이게 변하여 영어 marmalade(마멀레이드)가 되었다. 이는 달콤한 사과 즉 sweet apple라는 뜻이다. 모과가 존재하는 동양에서는 이 수종을 모과와 유사한 과일로 인식하지만 서양에서는 사과와 유사한 과일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그럼 이 털모과가 우리나라에는 언제 도입되었을까? 글쎄 사과 배 복숭아 살구 자두 모과 등 여러 여러 종류의 과일이 많아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관심을 못 받았던 것 같다. 중국에서는 이미 한나라때 도입되어 온발(榅桲)이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사용되었으며 일본에서도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초기에 성행하였던 남만무역(南蛮貿易)시기에 포르투칼에서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이 수종의 이름이 마루메로(マルメロ)이었으며 한자로는 중국 이름을 인용하여 온발(榲桲) 또는 모과(木瓜)라고 쓴다. 한편 중국은 원산지 중앙아시아에서 북방 신강이나 만주 등지로 도입되었으며 한나라 궁중 화원인 상림원에 심었다는 기록도 있으며 송나라 이후 본초서 등 많은 문헌에 기록이 남아 있다. 북위(北魏, 386~534) 원흔(元欣)이 편찬한 위왕화목지(魏王花木志)에 등장한다는데 제대로 보존되지 않은 서적이라서 확인이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식물지에서도 북송시대 유한(翰)과 마지(志) 등이 974년 편찬한 개보본초(开宝本草)를 온발(榅桲)의 출전으로 삼는다.

 

뜻이 다소 애매한 온발(榲桲)이라는 이름의 어원을 명대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本草纲目)에서 榅桲性温而气馞(온발성온이기발) 故名(고명) 馞音孛(발음발) 香气也(향기야)라고 털모과의 성질이 따뜻하고() 향기()가 있기에 온발이라고 불린다고 풀이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출처미상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방을 통하여 도입되었으므로 만주어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일본은 특이하게 중국을 통하지 않고 바로 지중해 연안 국가인 포르투갈 상인들을 통하여 에도시대에 도입하였기에 이 털모과를 지금도 포로투칼어로 된 이름 마르멜로(マルメロ)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 어느 한쪽을 통하여 도입되었을 것 같은데 우리 문헌에는 조선 말기 실학자 최한기(崔漢綺, 1803~1877)선생이 1830년 경에 쓴 종합 농업기술서인 농정회요(農政會要)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 같다. 거기에 榅桲(온발)을 여러 유실수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관심이 높지 않았는지 그 후 크게 보급되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일본으로부터 재도입되어 마르멜로라는 이름이 더많이 알려진 것 같다. 만약 영국이나 미국에서 도입되었다면 퀸스(Quince)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을 것인데 말이다. 여하튼 이 수종이 이미 19세기 초에 국내에 존재하여 일부 농가에 재배하고 있었음이 분명한데도 미미하였던지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국명을 붙일 때 정말 중국과 일본에서 모과라고 부르는 수종들은 명자꽃이나 산당화 또는 풀명자라는 이름을 붙이고 근연종이기는 하지만 속이 다른 이 수종에다가 털모과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이러니하다.

 

등록명 : 털모과

이    명 : 마르멜로, 유럽모과

학    명 : Cydonia oblonga Mill.

분    류 : 장미과 사과나무족 키도니아속 낙엽 관목, 소교목

원산지 : 중앙아시아

영어명 : Quince(퀸스)

중국명 : 온발(榲桲)

일본명 : 마루메로(榲桲)

수    고 : 5~8m

소    지 : 원주형, 세약, 무자

새가지 : 밀피융모, 이후탈락, 자홍색

이년지 : 무모, 자갈색, 희소피공

동    아 : 난형, 선단급첨, 융모, 자갈색

엽    편 : 난형, 장원형, 선단급첨, 요첨 혹 미요, 기부원형 근심형

잎크기 : 5~10 x 3~5cm

잎면모 : 상면무모, 유눈시 유모, 심록색, 하면 장유모, 천록색

잎면맥 : 중맥현저

잎자루 : 8~15mm, 융모

탁    엽 : 막질, 난형, 조락

꽃크기 : 지름 4~5cm

꽃받침 : 종상, 내외양면 융모

꽃    잎 : 도란형, 1.8cm 길이, 백색

수    술 : 20, 꽃잎의 반 이하

암    술 : 5, 이생, 수술과 등장, 기부 융모

열    매 : 이형, 지름 3~5cm, 단융모, 황색, 향미, 악편 숙존반절, 신맛

과    경 : 5mm, 융모

개화기 : 4~5월

결실기 : 10월

용    도 : 식용, 유지, 약용 거습해서(湿解暑) 서근활락(舒筋活络) 하기(气) 소식()

내한성 : 영하 29

 

털모과 = 마르멜로, 유럽모과
털모과 = 마르멜로, 유럽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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