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명자 모과속

1900 명자꽃 - 산당화, 당명자나무

낙은재 2023. 11. 15. 21:56

 

명자꽃(산당화) - 잎보다 먼저 피는 꽃과 가끔 붉게도 익는 열매

 

 

 

전세계서 사랑받는 아름다운 명자꽃

일생 분단의 아픔을 직접 몸으로 안고서 살면서 스스로 빨치산 출신이라고 소개하다가 금년에 작고하신 시인 정도환(1925~2023)님의 명자나무라는 시를 소개한다. 명자꽃의 아름다운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마도 시인은 식물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명자나무 – 출처 : 통일뉴스

          
봄 일찍 잎보다 먼저
온 나무가 붉은 꽃으로 덮인
그런 떨기와 마주치면 
가까이 다가가 보라

다닥다닥 붙은 꽃송이들
동그랗게 옥은 꽃이파리 속에
노란 꽃술까지 길고 짙어서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다 자라서 어른 키 한 길
잔가지는 가시로 변해서
서로 얽힌 덤불 속으로는
들쥐도 못 드나들 것 같아

공원 들머리에 안내목으로
인가 주변에 생울타리로
산기슭이나 화단 경계목으로
심어 가꾸기에 꼭 알맞다

꽃이 진하게 붉은 나무
흰색 분홍색으로 피는 나무 등
그 나름으로 표정들이 다양하고
풀명자는 아주 가까운 일가붙이다.

 

명자꽃은 주홍색이 기본이지만 담홍색 백색 꽃도 핀다.

 

 

전세계 웬만한 정원에는 한켠에 이른 봄에 붉은 꽃이 촘촘하게 피어 오랫동안 지속하는 나지막한 관목이 있다. 그러다가 꽃이 있던 그 자리를 동그란 열매가 올망졸망 달려서 초가을까지 간다. 원래는 온난한 중국 중남부지역이 원산지이지만 예상 외로 내한성이 매우 강하다. 일찍이 약재용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건너와 한중일 3국에서 오랫동안 약용 및 관상용으로 재배해 왔다. 그러다가 일본에 온 유럽인들에 의하여 발견되어 1796년 영국 왕실정원인 Kew(큐)의 책임자였던 Sir Joseph Banks(1743~1820)에게 전달되었다. 그는 그 나무가 일본에서 왔으므로 당연히 1780년 스웨덴 식물학자인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가 명명한 Pyrus japonica 즉 풀명자인 줄 알았으며 주변 유럽의 정원사나 식물학자들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약 백 년 후에 중국 원산의 모과(木瓜) 즉 Chaenomeles speciosa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원산으로 잘못 인식하던 그 사이에 부르던 영어 이름 Japanese quince가 굳어져 지금도 일부에서는 명자꽃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워낙 변변한 꽃나무가 드물던 유럽에 이렇게 아담하고 예쁜 꽃나무가 도입되자 단번에 서양인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조셉 뱅크스가 처음 도입한 그 나무가 좀 특별했다고 한다. 종자번식이 안되었다는 것으로 봐서는 혹시 교잡 원예품종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일반적으로 명자꽃의 개화기간이 원래 길기는 하지만 특별히 남향 북벽 따뜻한 위치에 심었을 경우 어떤 해는 크리스마스 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이듬해 2~3월까지 계속 개화하였으며 가끔은 초여름까지도 지속되었다고 한다. 아마 영국의 기후조건이 명자꽃 또는 그 품종에게는 매우 적합하였던 것 같다. 거기에다가 영하 34도라서 내한성도 강하여 영국에서는 One of the best-known and most admired of hardy shrubs. 즉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널리 보급된 내한성이 강한 관목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원산지 중국에서는 2천 년 이상 모과(木瓜)라고 불러왔던 명자꽃을 관상용 목적보다는 주로 약재용으로만 재배하였을까? 물론 초창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꽃이 그렇게 아름다운데 어찌 약용으로만 재배하였겠는가? 명대 왕상진(王象晋, 1561~1653)이 1621년 완성한 이여정군방보(二如亭群芳)첩경해당(贴梗海棠)을 꽃사과의 일종인 서부해당(西府海棠)과 수사해당(垂海棠) 그리고 중국명자꽃인 모과해당(木瓜海棠)과 더불어 해당4품(海棠四品)이라고 가장 아름다운 정원수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명자꽃을 첩경해당(贴梗海棠)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이 그 아름다움을 묘사한다. 春季观花夏秋赏果(춘계관화하추상과) 淡雅俏秀(담아초수) 多姿多彩(다자다채) 使人百看不厌(사인백간불염) 取悦其中(취열기중) 즉 “봄에는 꽃을 보고 여름과 가을에는 열매를 감상한다. 우아하고 예쁜 자태 다채로워 언제나 질리지 않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또한 亭亭玉立(정정옥립) 花果繁茂(화과번무) 灿若云锦(찬약운금) 清香四溢(청향사일) 效果甚佳(효과심가) 즉 수려한 자태 무성한 꽃과 열매 비단처럼 찬란하고 사방에 그득한 향기에 뛰어난 효능을 가졌다고 칭송한다. 작은 나무를 선호하는 일본에서는 꽃이 아름다워 가정의 정원수로 또는 가시가 있어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심으며 특히 분재용으로 인기가 매우 높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미 에도시대(1603~1867)부터 다양한 색상과 다양한 모양의 꽃이 피는 개량된 품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가지가 낮게 옆으로 퍼지는 특성이 있는 일본 자생종인 풀명자는 원예품종들에게 밀려 일반 정원에서는 거의 심지 않고 야생에서야 가끔 만날 수 있는 수종이 되었다. 어느 꽃나무이든 그 인기도를 가늠하는 척도는 단연 얼마나 많은 원예품종들이 개발되어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명자나무는 주로 중국 원산의 명자꽃과 중국명자꽃 그리고 일본 원산의 풀명자를 교잡시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 일본에서는 그 원예 품종의 수가 약 200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양으로 넘어간 다음 거기서도 매우 활발한 품종개발이 이루어져 현재 전세계적으로 모두 500종이나 된다고 하니 그 높은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서양에서 개발한 신품종들을 일본에서 역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화원에서 매년 봄이면 가장 많이 팔리는 수종이 바로 명자라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니까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명자는 중국 원산 명자꽃도 아니고 일본 원산 풀명자는 더더욱 아니고 거의 대부분 원예품종이라는 말이다. 원예품종 대부분이 두 종이나 세 종간의 교잡종이므로 원종과는 달리 열매를 잘 맺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명자꽃의 아름다운 원예품종들 'Moerloosei'(좌)와 'Geisha-girl'(우)

 

 

국명에 우선하는 학명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는 국가기관인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에서 식물의 표준명을 관리한다. 다른 선진국들은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국가의 지원아래 대학이나 관련 연구기관에서 그 나라 식물명을 관리한다. 여하튼 관리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하나의 식물을 여러 사람이 중구난방으로 부르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이는 1753년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하여 세계의 식물을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려고 학명을 만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결과 여러 나라에 걸쳐서 분포하는 식물은 각 나라마다 고유의 이름이 있지만 이를 국제적으로는 통일된 하나의 이름 즉 학명으로 불러서 혼선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명이 항상 각 나라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명자꽃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최근부터 명자꽃이라고 부르고 원산지 중국에서는 현재 추피모과에서 첩경해당(贴梗海棠)으로 표준명을 변경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과거부터 모과(木瓜)라고 하여 한중일 3국이 각각 다르지만 그 식물의 실체 파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건 바로 각국에서 뭐라고 부르던 만국 공통명칭인 학명은 3국 모두 Chaenomeles speciosa (Sweet) Nakai 하나로 쓰기 때문이다. 학명은 처음부터 한 번 정하면 웬만해서는 변경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이 원산지인 회화나무는 죽은 조상의 영혼이 깃든 고향을 상징하는 나무로 때로는 문곡성(文曲星)의 정기를 타고나 과거 급제나 삼공(三公)을 상징하는 나무로 인식되고 그 유명한 고사인 남가지몽(南柯之夢)의 배경이 되며 중국 황궁에서 유일하게 심는다는 매우 중요한 낙엽 교목인데 이 나무의 학명이 일본을 뜻하는 Styphnolobium japonicum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들이 무척 아쉬워하지만 수정하지 못한다. 그 외에도 중국 원산의 동백나무의 학명이 Camellia japonica로 되어 있으며 중국에서 거의 국화로 대접받는 매화도 그 학명이 Prunus mume라고 일본어로 되어 있는데도 중국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 이렇게 원산지와 다른 종소명을 쓴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게 딱히 원산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수정이 거부되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학명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반영구적이니까 믿을만 한 것이 된다.

 

그런데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학명보다도 우리 이름이 중요하다. 식물에 관한한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추천하는 국명을 정명으로 인식하여 이를 표준어로 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각 나라는 국명을 신중하게 정하고 변경할 때도 결코 가볍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표준식물명은 아직 제대로 정비가 안된 수준이라서 그런지 어느날 갑자기 담당자의 기분에 의하여 수시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고서는 그 변경 사유와 이력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국가 표준이 되는 식물명을 변경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인데 왜 그 과정에 대한 정보는커녕 직전에 사용하던 이름마저도 숨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왜 이렇게 강조하여 언급하냐고 하면 바로 지금 탐구할 학명 Chaenomeles speciosa인 중국 원산 관목인 명자꽃의 이름 변천 내력이 어지럽기 때문이다. 이 수종은 불과 5년 전인 2018년부터 산당화에서 명자나무로 바꿨다가 다시 현재의 명자꽃으로 변경한 것 같다. 글쎄 그 사이 또 다른 이름으로 변경했었는지는 그 이력을 공개하지 않으므로 알 수가 없다. 여하튼 산당화나 명자나무가 뭔가는 마땅하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명자꽃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의 이름 명자꽃 또한 논리적으로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결격 사유가 있다. 그래서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다.

 

일본 이름은 예나 지금이나 모과(木瓜)

명자나무속과 그 근연종인 모과나무와 털모과들 중에서는 한중일 3국에서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중국 원산의 이 수종이 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한 이름을 정하지 못하여 수난을 겪고 있을까? 우리나라 이름을 알아보기 전에 중국과 일본의 이름부터 간략하게 파악하고 가자. 먼저 그동안 이름 변화가 거의 없었던 일본에서는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에 도입하여 약용으로 또는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는데 그 이름이 처음부터 중국 이름 모과(木瓜)로 쓰고 단지 발음만 모쿠카(モクカ)에서 모케(毛介, モケ)로 변했다가 현재의 보케(ボケ)로 변했다고 한다. 참고로 모과를 지칭하는 우리 방언 모개가 일본의 毛介(모개)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시 된다. 여하튼 일본에서는 나중에 쿠사보케(クサボケ)라고 부르는 일본 원산 풀명자 즉 초모과(草木瓜)나 카린(カリン, 榠樝)이라고 부르는 모과나무 즉 화모과(和木瓜)와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하여 카라보케(カラボケ) 즉 당모과(唐木瓜)라고 하기도 하지만 시종일관 모과라는 이름을 천 년 이상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보케(木瓜) 즉 명자꽃이 분재용으로 인기가 높다.

 

 

 

중국 이름은 모과(木瓜)∙무(楙)→추피모과(皱皮木瓜)→첩경해당(贴梗海棠)

원산지 중국에서도 시경(詩經)에서부터 이천 년 이상 모과(木瓜)라고 불러왔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와서 식물분류학이 도입되면서 모과나무와 함께 모과속(木瓜属)으로 분류되자 모과(木瓜)라는 이름을 그만 그동안 명자(榠樝)라고 주로 불러오던 모과나무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래서 과거의 모과는 추피모과(皱皮木瓜)라는 이름으로 변했는데 최근에 모과나무가 분리 독립하면서 모과속(木瓜属)명을 가지고 가버려 남은 Chaenomeles속 수종들은 새로운 속명인 모과해당속(木瓜海棠属)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니까 굴러온 돌이 안방을 차지하더니 독립하여 분가하면서 아예 그 현판까지 가져가 버린 격이다. 따라서 학명 Chaenomeles speciosa인 과거의 모과(木瓜)는 추피모과(皱皮木瓜)가 되었다가 또 다시 첩경해당(贴梗海棠)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하는 수 없이 변경되는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모과나무나 명자나무들 중에서 약성이 가장 뛰어나 관심을 많이 받던 중국 전통 약재 모과가 20세기에 와서는 이렇게 추락해 버린 것이다. 현대의학이 발전하니 뛰어난 한약재들도 과거의 영광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의 모과(木瓜) 즉 명자꽃은 이렇게 주로 겹꼭지(重蒂)가 있었다.

 

 

갈팡질팡 국명 모과(木瓜)→산당화→명자꽃→산당화→명자나무→명자꽃

그럼 이제 우리나라 사정은 어떠한지 알아보자.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그간의 명칭 변경 과정을 완전하게 파악할 길은 없다. 다만 그간의 여러 정황을 참고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신라시대부터 모과라고 쭉 불러왔던 수종이 근대 식물분류학이 도입되자 그 이름을 나중에 도입된 명자 즉 현재의 모과나무에 빼앗기고 제대로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하여 여러 이름으로 전전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상이다. 우선 학명 Chaenomeles speciosa인 중국 원산의 관목이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43년 정태현선생의 조선삼림식물도설인 것으로 보인다. 그 도감에서 정태현(1882~1971)선생이 산당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 당시는 이미 1937년에 정태현선생 등에 의하여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수록된 학명 Pseudocydonia sinensis인 모과가 있었고 학명 Chaenomeles trichogyna인 우리 자생종 명자나무(애기씨꽃나무)도 있었다. 그리고 1943년 산당화와 함께 정태현선생이 학명 Chaenomeles japonica인 일본 원산 관목에 풀명자나무라는 이름도 붙였다. 이렇게 하여 전통적으로 모과로 불리던 학명 Chaenomeles speciosa가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산당화(山棠花)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불리게 된다. 한편 나카이와 동시대에 일본을 대표하던 저명한 식물학자인 고이즈미 겐이치(小泉源一, 1883~1953) 교토대 교수가 1909년에 명명한 학명 Chaenomeles lagenaria (Loisel.) Koidz.가 산당화와 같은 종임이 밝혀져 이들 둘이 1929년 나카이에 의하여 통합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자생종 명자나무도 이에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알고보니 고이즈미가 명명한 학명의 족보(?)가 18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일본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1929년에 명명한 학명 Chaenomeles speciosa (Sweet) Nakai의 족보보다 앞서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족보라고 표현한 말은 원 학명의 명명일을 말한다. 즉 1818년의 Cydonia speciosa Sweet보다 1815년에 발표된 학명 Cydonia lagenaria Loisel.가 3년 앞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통합된 종의 학명 표기는 당연히 선순위인 Chaenomeles lagenaria로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 된 것이다. 그래서 이창복(1919~2003)선생이 1966년 발간한 한국수목도감에서 통합된 학명 Chaenomeles lagenaria에다가 명자꽃이라는 국명을 붙인다. 그래서 오래된 우리나라 도감에는 명자꽃(산당화)과 풀명자나무만 수록되어 있다. 이미 우리 자생종이라는 Chaenomeles trichogyna는 최종적으로 풀명자나무에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했다. 프랑스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Jean-Louis-Auguste Loiseleur-Deslongchamps(1774~1849)가 1815년 명명한 Cydonia lagenaria가 중국 원산의 모과 즉 산당화와 동종이라는 나카이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되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학자들은 장 루이의 묘사가 불투명하다고 하면서도 산당화보다는 풀명자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그 결과 현재는 전세계 거의 모든 학자들이 명자꽃을 중국 원산 산당화가 아닌 일본 원산의 풀명자의 이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아직 깔끔하게 학명 정리가 안된 모습을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여하튼 산당화를 학명 Chaenomeles speciosa로 표기한다는 것 그 자체가 선순위인 학명 Chaenomeles lagenaria를 동종으로 완전하게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여 Cydonia lagenaria와 Chaenomeles lagenaria를 현재 명자꽃이 아닌 풀명자의 이명으로 기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창복박사에 의하여 Chaenomeles lagenaria에 붙여진 명자꽃이라는 이름은 일본 원산 풀명자의 이명이 될지언정 학명 Chaenomeles speciosa인 중국 원산 산당화의 정명은커녕 이명도 될 수 없는 신분인 것이다.

 

명자꽃의 선명하고 아름다운 꽃색상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의하면 명자나무속 학명 Chaenomeles speciosa의 국명으로 명자꽃이 추천명이며 이명으로 당명자나무와 명자나무 그리고 산당화라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일본명자나무인 풀명자에 대응하는 개념인 중국명자나무라는 뜻의 당명자나무는 납득이 가는 이름이고 과거 오랫동안 써 왔던 이름 산당화도 그 어원이 불투명하지만 사용할 수는 있는 명칭이다. 하지만 명자나무가 왜 명자꽃의 이명으로 기재되었는지 의문이다. 정태현교수는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우리 자생종에다가 명자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불과 몇 년 후인 1943년에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중국 원산 모과인 Chaenomeles speciosa에다가 산당화라는 이름을 새롭게 붙이고서 또 명자나무라고 했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그렇더라도 이걸 빌미로 2018년 산당화에서 명자나무로 이름을 변경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명자나무라는 이름은 우리 자생종 Chaenomeles trichogyna가 선점한 정명이므로 이를 또 다른 학명에 사용하면 중복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북한 정명이라서 그렇게 따라 했다고 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겠다. 여하튼 그래서 그건 아니다 싶었던지 금새 명자나무에서 현재의 명자꽃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중국 원산 Chaenomeles speciosa는 신라시대부터 모과로 불리다가 식물분류학이 도입된 1943년 일제강점기에 갑자기 산당화로 변하고 다시 1966년 족보 논쟁으로 명자꽃으로 변했다가 명자꽃이 풀명자에 통합되자 국가표준식물목록 제정 당시인 2007년에는 산당화로 등록되었다가 2018년 명자나무로 그리고 그후 다시 현재의 명자꽃으로 이름이 변경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름은 모두 부적합

여기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기존에 사용하였던 이름은 아래와 같이 하나하나 따져 보면 그 어느 것 하나도 마땅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 이름 중에서는 차라리 안학수선생이 1982년 명명한 당명자나무가 일본의 카라보케(カラボケ) 즉 당모과(唐木瓜)를 따라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흠이 없고 이해하기 쉬운 이름이 아닌가 한다.

 

첫째 산당화(山棠花)는 앞 1897번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선말기 간옹선생문집(艮翁先生文集)에 등장하는 산당화는 명자꽃이 아닌 해당화(海棠花)를 이르는 것으로 보이며 조선시대 실학자 김윤식(金允植, 1835~1922)의 문집인 운양집(雲養集) 등에 의하면 우리 자생종으로 파악한 중국 첩경해당을 닮은 관목의 이름은 산당화가 아니라 산단화(山丹花)였다. 그리고 우리 자생종이라는 점으로 봐서 나중에 나카이가 발견했다는 명자나무 즉 학명 Chaenomeles trichogyna와 동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으로 봐서 풀명자의 이명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그래서 산당화(山棠花)든 산단화(山丹花)든 중국 원산 모과인 Chaenomeles speciosa의 이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산단화가 중국 모과와 동종이라서 나카이가 발견한 명자나무와 다르다면 우리나라에는 명자나무속 두 종 모두 자생하는 셈이 된다.

 

둘째 학명 Chaenomeles lagenaria인 명자꽃은 산당화로 통합되면 선순위 학명 즉 적명(嫡名)이 되므로 우리나라 국명으로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하지만 현재 일본 원산 풀명자에 통합되고 있으므로 이를 중국 원산 모과(木瓜)에다가 붙일 수는 없다. 중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고로 이 학명이 산당화로 통합될 때와는 달리 풀명자의 이명으로 편입되었지만 명자나무속의 모식종인 풀명자에서는 1780년 스웨덴 식물학자인 칼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가 명명한 Pyrus japonica에 족보가 한참 밀려 후순위가 되므로 학명 변경따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셋째 원래 한자명 명자(榠樝)는 과육이 목질이므로 찌꺼기(渣)가 많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더구나 남방 오랑캐 땅인 만(蛮)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라고 만자(蛮楂)라고 하다가 명자(榠楂)로 변한 만큼 결코 아름다운 말이 아니다. 고향의 옆집 처녀 명자나 순자가 연상되는 그런 순박하고 정감어린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명자나무라는 이름은 육질이 단단하고 시고 떫어서 전혀 먹을 수가 없는 현재의 모과에나 적합한 이름인데 이게 20세기 초 국내서 모과(木瓜)와 이름이 뒤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 명자(榠樝)라는 이름이 무슨 좋은 의미가 있는 이름이라고 굳이 여기저기 막 붙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게다가 국내서는 우리 자생종인 Chaenomeles trichogyna가 선점한 이름이므로 다른 종에 사용하면 중복되므로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이 명자나무라는 이름은 풀명자의 이명은 될 수 있어도 중국 모과의 이름은 될 수 없다. 다만 한때 우리 자생종인 Chaenomeles trichogyna를 중국 산당화의 이명으로 분류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당시는 당연히 산당화를 명자나무로 부를 수 있었겠지만 그 기간은 극히 잠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설혹 실제로 그랬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일본 원산 풀명자에 통합된 이상 명자나무는 풀명자의 이명이지 Chaenomeles speciosa의 정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리하여 한중일 3국에서 모과와 명자 중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수종으로 여겨왔던 모과(木瓜)가 원래 그 이름 모과를 모과나무에게 빼앗기고 나서 모과나무가 쓰던 이름 명자마저도 일본 원산 풀명자에게 선점당하여 이제는 명자나무도 명자꽃도 함부로 쓸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한 처량한 신세가 된 느낌이다. 그렇다고 장미의 일종인 해당화나 xx 해당으로 불리는 꽃사과나무들 때문에 중국의 새로운 이름 해당(海棠)도 선뜻 따를 수가 없다. 어차피 이제는 Chaenomeles속이 명자나무속이 되어 속명을 모과속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우므로 당명자나무라고 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새로운 이름 그냥 명자(榠樝)라고 하면 어떨까 한다.

 

관련 용어의 어원 

참고로 낙은재 이 블로그에 과거 2017년에 명자와 산당화 관련 게시글을 쓸 당시에 추피모과(皱皮木瓜)의 어원을 잘못 파악하여 열매가 쭈글쭈글하다고 추피모과라고 부른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 그 열매는 생과(生果)가 아닌 건과(乾果)의 쭈글쭈글함에서 유래된 것이므로 바로잡는다. 그리고 추피모과(皱皮木瓜)의 반대되는 개념이 바로 광피모과(光皮木瓜)인데 이는 약재로 쓰기 위하여 건조시켜도 과육이 목질이라서 거의 수축하지 않는 모과나무를 중국에서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그리고 명자꽃의 현재 중국 최신 정명인 첩경해당(贴梗海棠)은 꽃자루나 열매자루가 워낙 짧아서 꽃이나 열매가 줄기에 직접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뜻의 명칭이다. 또 다른 중국명 무(楙)는 茂(무)와 같은 의미의 글자로 관목인 명자꽃의 꽃과 열매 그리고 가지가 무성하기에 붙은 이름이다. 그리고 중국의 또 다른 별명인 철각리(铁脚梨)는 북송 때 편찬된 청이록(清异录)에 근거하는데 腰膝关节酸重疼痛(요슬관절산중동통)이라고 허리나 무릎 관절이 시큰하고 아픈 환자에게 효능이 좋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리고 2017년 당시에 과거 우리 선조들이 쓰던 모과와 명자라는 이름을 20세기에 와서 뒤바꿔 버린 사실을 몰랐기에 우리 고문헌이나 동의보감의 모과와 명자가 현재의 모과나무와 명자꽃(산당화)을 지칭하는 것으로 잘못 아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였다. 그 결과 그 당시 산당화와 풀명자가 등록되었던 시절 전통적인 명자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근거가 불투명한 산당화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했던 것같다. 그래서 과거 2017년에 포스팅한 317번과 318번 게시글은 닫는다.

 

추피모과로 불리는 명자꽃(좌)과 광피모과로 불리는 모과나무(우) 열매
꽃자루와 열매자루가 거의 없이 그냥 줄기에 붙은 모습이라서 첩경해당이라고 한다.
명자꽃의 무성한 꽃과 작은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열매 그리고 밀집한 가지들

 

 

명자나무의 속명 Chaenomeles는 그리스어 벌어진다는 뜻의 chaino와 사과라는 뜻의 melon의 합성어인데 이는 1821년 영국 식물학자인 John Lindley(1799~1865)가 이 수종의 열매가 벌어지는 것으로 착각하여 붙인 이름이다. 명자꽃은 그 이전인 1818년 영국 식물학자이자 원예가이며 조류학자인 Robert Sweet(1783~1835)가 처음에는 털모과속으로 분류하여 Cydonia speciosa Sweet라고 명명한 것을 1929년 일본학자 나카이가 신설된 명자나무속으로 재분류하여 현재의 학명으로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speciosa는 볼만하다는 뜻으로 결국 꽃이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일반 영어명이 꽃모과라는 뜻인 flowering quince라고 부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지금은 풀명자에 통합된 명자꽃의 학명 Chaenomeles lagenaria의 종소명 lagenaria는 조롱박같이 생긴 모습을 말한다. 산당화의 열매는 그런 모습이 흔하지만 풀명자 열매는 실제로 그렇게 생긴 것이 드문데 어떻게 우연하게 조롱박같이 생긴 열매를 표본으로 삼았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자생종으로 나카이가 명명했던 Chaenomeles trichogyna의 종소명 trichogyna는 tricho(hair)와 gyne(woman)의 합성어로 털같이 생긴 암컷 생식기관이라는 뜻인데 아마 이 수종의 암술대에 털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실제로 중국 원산의 산당화는 암술대 아래 잔털이 있는 경우가 있어 잔털명자나무라고도 불리지만 일본 원산의 풀명자는 암술대에 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통합될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프랑스 학자가 이런 열매를 보고서 병모양을 닮았다고 한 것 같은데 실제로 풀명자에서는 이런 모습이 드물다.
암술이 없는 웅성화(좌)와 암수술이 온전하게 있는 양성화(우) 명자꽃은 암술대 하부에 털이 있는 경우가 많다.

 

 

 

등록명 : 명자꽃

이  명 : 당명자나무, 명자나무, 산당화, 잔털명자나무

학  명 : Chaenomeles speciosa (Sweet) Nakai

분  류 : 장미과 명자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첩경해당(贴梗海棠), 추피모과(皱皮木瓜), 모과, 무(楙), 철각리(铁脚梨) 등

일본명 : 모과(木瓜)

영어명 : flowering quince, Chinese quince, Japanese quince

수  고 : 2m

줄  기 : 직립 전개, 가시

가  지 : 원주형, 미굴곡, 무모, 자갈색혹흑갈색, 가끔천갈색피공

동  아 : 3각란형, 선단급첨, 근무모혹인편연단유모, 자갈색

엽  편 : 난형, 타원형, 드물게 장타원형

잎크기 : 3~9 x 1.5~5cm

잎모양 : 선단급첨 희원둔, 기부설형지관설형, 변연첨예거치, 치첨개전

엽면모 : 무모 맹얼상 연하면엽맥 단유모

잎자루 : 1cm

탁  엽 : 대형, 초질, 신형혹반원형, 희란형, 5~10 x 12~20mm, 변연첨예중거치, 무모

성정체 : 자웅동주, 양성화 또는 웅화

꽃차례 : 선엽개방, 3~5송이 족생 2년생노지상

꽃자루 : 단조, 3mm혹 근무병

꽃부리 : 직경 3~5cm

악  통 : 종상, 외면무모

악  편 : 직립, 반원형희란형, 3~4 x 4~5mm, 악통절반길이, 선단원둔, 전연혹파상치, 황갈색첩모

꽃부리 : 도란형혹근원형, 기부연신성단조, 10~15 x 8~13mm

꽃색상 : 성홍색(주홍색), 희담홍색 혹 백색

꽃수술 : 45~50, 꽃잎의 반 길이

암술대 : 5, 기부합생, 무모혹초유모, 화두두상, 불명현분열, 수술과 같은 길이

열  매 : 구형혹란구형, 직경 4~6cm, 황색혹대황록색, 희소불현명반점, 미방향, 악편탈락, 과경단혹근무경

개화기 : 3~5월

결실기 : 9~10월

원예종 : 대홍, 분홍, 유백색 겹꽃 또는 반겹꽃 다수의 품종

용  도 : 관상용, 울타리용, 식용, 약용

내한성 : 영하 34도

 

명자꽃
명자꽃
명자꽃
명자꽃
명자꽃
명자꽃
명자꽃
명자꽃 탁엽
명자꽃
명자꽃
명자꽃 - 모과와는 달리 수분 함유량이 많다.
명자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