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명자 모과속

1902 중국명자꽃 - 모과해당(木瓜海棠)

낙은재 2023. 11. 17. 20:32

중국명자꽃

 

 

중국명자꽃은 한동안 2017년까지도 카타이엔시스명자라고 Chaenomeles cathayensis인 학명 그대로 등록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중국명자꽃으로 변경되었다. 여하튼 과거 카타이엔시스명자보다는 훨씬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쉽다. 이 수종의 중국에서의 재배역사는 명자꽃과 모과나무와 같아서 매우 오래되었지만 서양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늦은 1887년에 가서야 그 존재가 알려져 당초에는 배나무속으로 분류되었다가 1901년 털모과(키도니아)속으로 변경되었고 다시 최종적으로 독일 식물학자인 Camillo Karl Shneider (1876~1951)가 현재의 명자나무속으로 편입하여 학명 Chaenomeles cathayensis를 1906년에 발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종소명은 중국을 뜻하는 말이다. 홍콩거점 유명한 국제항공사인 캐세이 퍼시픽항공의 캐세이와 동일한 의미로서 과거 만주지역에 있었던 나라 거란(契丹)의 중국 발음 khitan을 마르코폴로가 Cathay로 표기하였기 때문에 China와 함께 서양에서 중국을 의미하는 단어가 된 것이다. 유럽에는 유명한 식물채집가인 어네스트 윌슨(1876~1930)이 1910년 중국 호북성 의창(宜昌)에서 채집한 것이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전에 이미 출처불명의 중국명자꽃이 영국 왕실정원 큐(Kew)에서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원산지 중국에는 중국명자꽃을 과거에는 목도(木桃)나 사자(楂子)라고 하였고 얼마전까지는 모엽모과(毛叶木瓜)라고 하다가 모과나무가 모과속에서 분리 독립하여 나가자 속명을 모과해당속(木瓜海棠属)으로 변경하면서 모엽모과도 모과해당(木瓜海棠)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이 수종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헌은 고대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으로서 위풍편의 모과라는 시이다. 그 구절에 등장하는 목도(木桃)가 바로 현대의 중국명자꽃이라는 것이다. 投我以木桃(투아이목도) 報之以瓊瑤(보지이경요) 匪報也(비보야) 永以爲好也(영이위호야) 풀이하자면 “그대가 나에게 목도를 던지면 나는 경요라는 보석을 드리겠소. 딱히 보답이라기보다는 영원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지요.” 그 목도를 중국 최초의 사서인 이아(爾雅)를 보충한 북송 문학가 육전(陆佃, 1042~1102)이 저술한 훈고서(訓詁書)인 비아(埤雅)에서 진나라 학자 곽박(郭璞, 276~324)의 주석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小于木瓜(원소우모과) 味木而酢木桃(미목이초삽자위목도) 즉 둥글고 모과보다 작으며 맛은 목질에 시고 떫은 것을 목도라고 한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래서 훗날 명대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중국명자꽃을 사자(楂子)라고 했다. 그런데 위 설명에는 목도가 모과보다 열매가 작다고 했는데 요즘은 실제로 목도인 중국명자꽃의 열매가 훨씬 크다. 그 이유는 아마 과거 모과가 약재로 많이 쓰일 때 약효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안휘성과 호북성에서 생산되는 품종들은 사이즈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왼쪽 동그란 게 중국명자꽃이고 오른쪽 큰 게 안휘성 선성모과인데 우리 명자꽃보다 많이 크다.

 

 

그러다가 목도(木桃)를 1976년 중국식물지에서 모엽모과(毛叶木瓜)라고 했는데 이 번에 다시 모과해당(木瓜海棠)으로 바뀐 것이다. 이 모과해당(木瓜海棠)이라는 이름은 명대 원예학자인 왕상진(王象晋, 1561~1653)이 저술한 군방보(群芳譜)에 근거한다. 왕상진은 모과해당(木瓜海棠)을 서부해당(西府海棠)과 수사해당(垂丝海棠) 그리고 첩경해당(贴梗海棠)과 더불어 중국의 여러 해당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4개 수종이라며 해당사품(海棠四品)이라고 칭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수사해당과 서부해당 그리고 첩경해당(명자꽃)의 인기는 매우 높다. 다만 모과해당만은 중국에서의 높은 이름값을 우리나라에서는 못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언제 도입된 적이 있기나 하는지 궁금한데 그래도 조선 말기 실학자 최한기(崔漢綺, 1803~1877)선생이 쓴 종합 농업기술서인 농정회요(農政會要)에는 명자꽃인 모과(木瓜)와 모과나무인 명자(榠樝) 그리고 털모과인 올발(榲桲)과 더불어 사(樝)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게 중국명자꽃인 것이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선생의 아들인 정학유(丁學游, 1786~1855)가 시경에 등장하는 식물명을 풀이한 시명다식(詩名多識)에 목도(木桃)를 아가위나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다고 실제로 중국명자꽃이 그 당시에 도입되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거의 존재감이 없고 서양에서도 RHS 위슬리가든과 영국 왕실정원 큐(Kew)에 오래전부터 심어져 있었지만 그다지 널리 보급되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명자꽃과 풀명자와 더불어 2중 또는 3중 교잡을 통한 원예품종 개발의 모수로는 많이 활용되어 왔다. 다른 두 종에 비하여 내한성이 영하 20~25도로 조금 약한 듯 하지만 그래도 서울 등 중부지방  대도시에는 노지월동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수종은 키가 6m까지도 자라는 소교목수준이다. 잎의 길이도 최대 11cm에 달하고 열매의 크기도 길이 8~12cm에 너비 6~7cm로 거의 모과수준이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들은 이 중국명자꽃의 열매를 보면 모과나무인 줄로 안다. 영국 왕실정원 큐(Kew)에서도 처음에는 모과나무인 줄 알고서 약 20년 동안 키우다가 나중에 표본 담당자인 William Botting Hemsley(1843~1924)가 1901년 Cydonia cathayensis Hemsl.라는 학명을 부여하고서야 제 이름을 찾았다는 설까지 있다. 모과나무보다 작은 나무에서 모과만한 열매가 매우 풍성하게 달리는데 다만 노랗게 익는 모과와는 달리 쉽게 노란색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여하튼 꽃도 아름답고 열매가 크고 주렁주렁 달리기에 관상용으로 괜찮을 듯 하다. 열매가 매우 커서 그런지 이상하게 일본에서 이 수종을 마보케(マボケ)라고 진짜 모과라는 뜻으로 진모과(真木瓜)라고 부른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자들도 따라서 이 수종을 참명자나무이니 참산당화니 하는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글쎄 뭐가 참일까? 약재로서의 효능으로 보나 꽃의 아름다움으로 보나 명자꽃에 뒤지며 나무의 크기와 수세는 모과나무에 뒤지는데도 말이다. 외국은 물론 원산지 중국에서도 그렇게 많이 보급되지 않은 이 수종을 마치 중국을 대표하는 명자꽃인 것처럼 들리는 중국명자꽃이라는 우리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물론 종소명 cathayensis에서 온 것이기는 하겠지만 기존의 참명자나무나 참산당화라는 이명들도 한몫을 했을 것 같다. 

 

중국명자꽃
소교목 또는 관목으로 자라며 잎이 길쭉하다.
큰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열매의 크기는 풀명자(50g) 〈 명자꽃(140g) 〈 중국명자꽃(291g) 〈 모과(250~500g)인데 모과만 위 사진에 없다.

 

 

남송의 매화시인 육유(陆游, 1125~1210)가 명자꽃을 주제로 지은 해당가(海棠歌)라는 시가 있다. 그는 절강성 소흥사람이지만 1172년에 촉땅으로 부임하여 오랫동안 머물다가 말년인 1208년에 다시 촉땅으로 가서 성도 벽계방에서 해당화를 보고서 노래한 것이다. 중국에는 가장 아름다운 10대 꽃나무 중에 해당화(海棠花)가 선정될 정도로 해당화가 사랑받지만 중국에서 해당화로 불리는 수종은 식물분류학적으로 보면 한둘이 아니고 많다. 우선 꽃사과나무들을 모두 해당화라고 하며 다음은 바로 명자나무속 수종들을 모두 그렇게 부른다. 중국의 수많은 시인들이 해당화를 시로 읊었지만 실제로 그 수종이 꽃사과나무인지 명자나무인지는 정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렵고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수사해당이나 서부해당 등 꽃사과나무를 대상으로 삼았지 명자나무는 드물다. 그러나 남송 애국시인 육유의 해당은 사천성 성도에 많이 재배하였던 첩경해당일 것이라는 것이 중국의 다수설이다. 그래서 비록 모과해당(木瓜海棠) 관련 시는 아니지만 아래에 그 시를 소개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장미의 일종인 해당화(海棠花)는 우리나라에서만 부르는 이름이고 중국명은 매괴(玫瑰)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시를 남긴 남송의 저명한 매화시인 육유가 47세에 촉으로 부임하는 길에 남충시 번정에서 해당화를 구경한 적 있는데 말년인 83세에 다시 촉땅 성도의 벽계당이라는 해당화 명소를 찾아 감상하면서 강남의 복사꽃이나 자두꽃보다 아름답고 양주의 작약보다 뛰어나다고 칭송하면서 활기찬 중장년 시기를 보냈던 촉땅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저물어 가는 인생을 아쉬워하는 시라고 볼 수 있다.    

 

해당가(海棠歌) 육유(陆游)

 

我初入蜀鬓未霜(아초입촉빈미상)

내가 중년 시절 처음 촉땅을 밟을 때

南充樊亭看海棠(남충번정간해당)

남충 번정에서 해당화를 감상했었다.

当时已谓目未睹(당시이위목미도)

당시는 봤다고 했는데 본게 아니었네

岂知更有碧鸡坊(기지갱유벽계방)

벽계방이 이토록 대단할 줄이야.

碧鸡海棠天下绝(벽계해당천하절)

벽계방 해당이 천하 제일일세

枝枝似染猩猩血(지지사염성성혈)

가지마다 선홍색으로 물들었구나.

蜀姬艳妆肯让人(촉희염장긍사인)

화장한 촉의 미녀들도 아름답지만

花前顿觉无颜色(화전돈각무안색)

꽃 앞에서는 빛을 잃고 마는구나.

扁舟东下八千里(편주동하팔천리)

배타고 저 멀리 강남에 가 본들  

桃李真成仆奴尔(도리진성복노이)

도리화는 이에 비하면 하찮을 뿐이리라.

若使海棠根可移(약사해당근가이)

만약 해당을 뿌리채 옮길 수 있다면

扬州芍药应羞死(양주작약응차사)

유명한 양주의 작약도 부끄러워 죽겠지.

风雨春残杜鹃哭(풍우춘잔두견곡)

늦봄의 비바람에 두견새 슬피 우니

夜夜寒衾梦还蜀(야야한금몽환촉)

차가운 잠자리마다 촉시절이 그립구나.

何从乞得不死方(하종걸득불사방)

어떻게 불로장생 처방을 구할까나

更看千年未为足(갱간천년미위족)

다시 천년을 감상해도 부족할 것 같구나.

 

명자꽃으로 유명한 사천성 성도 청양궁의  서장모과해당(西藏木瓜海棠)과 첩경해당(贴梗海棠)

 

 

등록명 : 중국명자꽃

과거명 : 카타이엔시스명자

학    명 : Chaenomeles cathayensis (Hemsl.) C.K.Schneid.

분    류 : 장미과 명자나무속 낙엽 관목 소교목

원산지 : 중국

중국명 : 모과해당(木瓜海棠), 모엽모과(毛叶木瓜) 목도(木桃) 사자(楂子)

수    고 : 2~6m

줄    기 : 직립, 단지에 가시

가    지 : 원주형, 미굴곡, 무모, 자갈색, 가끔천갈색피공

동    아 : 3각란형, 선단급첨, 무모, 자갈색

엽    편 : 타원형, 피침형,도란피침형

잎크기 : 5~11 x 2~4cm

잎모양 : 선단급첨, 점첨, 기부설형, 관설형

잎거치 : 변연망상세첨거치, 상반부 중거치, 하반부 거치, 유시근전연

잎면모 : 상면무모, 하면밀피갈색융모, 이후탈락 근무모

잎자루 : 1cm, 유모혹무모

탁    엽 : 초질, 신형, 이형혹반원형, 변연유망상세거치, 하면밀피갈색융모

꽃차례 : 선엽개방, 2~3송이 족생 2년지상

꽃자루 : 단조혹근무경

꽃부리 : 지름 2~4cm

꽃받침 : 악통종상, 외면 무모 혹 초유단유모

악    편 : 직립, 란원형 타원형, 3~5 x 3~4mm, 선당원둔 절형, 전연, 천치급황갈색첩모

꽃부리 : 도란형혹근원형, 10~15 x 8~15mm

꽃색상 : 담홍색 혹 백색

꽃수술 : 45~50, 꽃잎 길이 절반

암술대 : 5, 기부합생, 하반부 유모 면모, 주두두상

열    매 : 란구형혹근원주형, 선단유돌기, 8~12 x 6~7cm, 황색유홍조, 방향

개화기 : 3~5월

결실기 : 9~10월

내한성 : 영하 20~25도, 명자꽃이나 모과나무에 비하여 조금 약한 편

용    도 : 약용, 모과 대용품

 

중국명자꽃
중국명자꽃
중국명자꽃
중국명자꽃
중국명자꽃
중국명자꽃 어린 묘목
중국명자꽃 - 잎 뒷면에 갈색융모가 있다가 탈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