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산사나무속

1936 동방산사나무 – 정체불명으로 정리가 필요함

낙은재 2024. 3. 11. 09:08

Crataegus orientalis Pall. ex M.Bieb.이야말로 서양과 중국에서 동방산사나무로 불리는 수종이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동방산사나무라고 학명 Crataegus laciniata Steven ex Besser로 등록된 수종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수종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아마 등록과정에서 어떤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2년이 넘었는데도 엉터리 이름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그동안 아무도 관심있게 쳐다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선 가늘게 갈라진 잎이라는 뜻을 가진 종소명 laciniata를 사용하여 명명한 학명은 여럿이 있다. 그 중에서 시칠리아 식물학자인 Bernardino da Ucria (1739~1796)이 1793년 명명한 Crataegus laciniata Ucria가 적명(嫡名)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서명(庶名)이 되어 비합법명이 된다. 그 비합법명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 등록된 학명인데 이는 러시아 식물학자 Christian von Steven (1781~1863)가 1803년 Crataegus laciniata라고 명명하였던 것을 또 다른 러시아 학자인 Wilibald Swibert Joseph Gottlieb von Besser (1784~1842)이 1822년 출판하여 발표한 것인데 이는 당연히 후순위이므로 비합법명이다. 그런데 그가 묘사한 수종이 1872년 프랑스 식물학자인 Abbé Jean Michel Gandoger (1850~1926)가 명명한 Crataegus rhipidophylla Gand.라는 주장과 1991년 체코 식물학자인 Josef Ludwig Holub (1930~1999)이 명명한 Crataegus praemonticola Holub라는 주장으로 나눠져 있다. 즉 이들 두 학명 중 하나의 유사학명으로 이명처리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종소명 rhipidophylla는 잎이 부채모양이라는 뜻이고 praemonticola는 과거 야생하던 종이라는 뜻이다.

 

Crataegus laciniata Ucria는 적법한 학명이지만 서유럽원산이라서 동방산사에 어울리지 않는다.
Crataegus laciniata Ucria

 

 

둘 중 어느 쪽이던 서아시아와 터키를 포함한 유럽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고 있어 앞 게시글에서 다룬 바 있는 서양산사나무와 단자산사나무와 대동소이하다. 실제로 이 수종들은 당초 린네가 유럽에 흔한 산사나무들을 통칭하여 명명하였으나 지금은 쓰지 않는 학명 Crataegus oxyacantha L.에 속하는 수종들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수종들을 유럽산사나무라면 몰라도 동쪽 즉 터키나 서아시아에서 왔다는 뜻인 동방산사나무라고 국명을 붙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 이름이 동방산사(東方山査)나무라고 등록되어 있어 등록된 학명과는 결코 부합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가 없다.

 

Crataegus rhipidophylla도 유럽전역에 자생하기에 동방산사와는 거리가 멀다.
Crataegus rhipidophylla Gand.
Crataegus praemonticola Holub도 유럽전역에 자생하기에 동방산사로 불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국명 동방산사나무에다가 포커스를 맞추면 어떨까? 프러시안 식물학자인 Peter Simon Pallas FRS FRSE (1741~1811)이 명명하고 러시아 식물 탐사가인 Baron Friedrich August Marschall von Bieberstein (1768~1826)이 1808년 출판하여 발표한 학명 Crataegus orientalis Pall. ex M.Bieb.가 동방산사에 가장 적합한 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종은 지중해 연안 일부 유럽과 터키 및 서아시아에 분포하기에 영어로는 oriental hawthorn으로 불리며 중국에서도 동방산사(东方山楂)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물을 관찰하면 이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에 등록된 수종의 실물이 어느 식물원에 위치하는지 밝히지를 않아서 확인할 길이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동방산사나무의 학명은 비합법명이며 그 학명의 정명을 찾아서 봐도 동방산사나무라는 이름과 부합하지 않으므로 실물에 부합하게 학명이든 국명이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원산  Crataegus songarica K.Koch도 한때  Crataegus laciniata라는 학명을 썼다.
중앙아시아 원산의  Crataegus pallasii Griseb.도 한때  Crataegus laciniata라는 학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