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사과나무속

1961 사과나무속 - 사과 능금 해당화 꽃사과

낙은재 2024. 4. 14. 09:26

사과나무
사과나무 품종 Pink lady

 

 

사과나무속은 무수한 아름다운 꽃나무들이 포진한 거대한 장미과(family)에 속하며 그 중에서 진짜 장미가 속하는 장미아과(亞科)가 아닌 아몬드아과(subfamily)로 분류된다. 아몬드가 바로 서양복숭아라고 말할 수 있으므로 아몬드아과를 다른 말로 하면 복숭아아과가 된다. 그 아과에서 벚나무속을 구성하는 동양의 전통적인 꽃나무인 매(梅)와 행앵도리(杏櫻桃李)는 아몬드족(tribe)으로 분류되고 나머지는 사과나무족과 가침박달족 황매화족 조팝나무족 국수나무족 쉬땅나무족 등으로 세분되는데 사과나무는 당연히 배나무와 모과나무 명자나무 팥배나무 산사나무 마가목 등과 함께 사과나무족(tribe)로 분류된다. 다시 정리하자면 크게 봐서 장미과는 아몬드아과와 장미아과로 분류되고 아몬드아과에서는 아몬드족과 사과나무족이 가장 거대하다. 그런데 아몬드족은 벚나무속 단 하나의 속으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그 속에 행앵도리 등 수많은 종들이 포함되는데 반하여 사과나무족(族)에는 사과와 배 모과 산사 등이 각각 속(genus)을 구성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행앵도리(杏櫻桃李)는 하나의 종(種)이지만 사과와 배 모과 산사 등은 종(種)의 위 등급인 하나의 속(属)이므로 급이 다르다는 말이다. 글쎄 물론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에 의하여 그렇게 분류하였겠지만 배나무와 사과나무가 행앵도리(杏櫻桃李)와 같은 반열(班列)에 오르지 못하고 매화와 살구나무, 벚나무, 복사나무 및 자두나무에다가 풀또기, 이스라지 그리고 귀룽나무까지 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벚나무속 즉 Prunus속으로 통합하는 이 서양의 식물분류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매번 의문이 든다. 매화와 행앵도리가 대부분 서양에는 없고 동양에서만 자생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았지 만약 이들의 원산지가 유럽이나 미국이었다면 절대로 이렇게 분류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24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미과 목본(木本)의 분류

아과(subfamily) 족(tribe) 속(genus)
아몬드아과
Amygdaloideae
아몬드족
Amygdaleae
벚나무속 1속
가침박달족
Exochordeae
가침박달속 등 3속
황매화족
Kerrieae
황매화속 등 3속
사과나무족
Maleae
사과나무속
배나무속
산사나무속
명자나무속
마가목속
채진목속 외 12속
국수나무족
Neillieae
산국수나무속 등 2속
쉬땅나무족
Sorbarieae
쉬땅나무속 1속
조팝나무족
Spiraeeae
조팝나무속 등 4속
담자리꽃나무아과
Dryadoideae
담자리꽃나무족
Dryadeae
담자리꽃나무속 1속
장미아과
Rosoideae
양지꽃족
Potentilleae
물싸리속 등 2속
산딸기족
Rubeae
산딸기속 1속
장미족
Roseae
장미속 1속

 

 

여하튼 앞에서 다룬 배나무의 이화(梨花)와 지금부터 탐구할 사과나무의 해당화(海棠花)는 서양 식물분류법에 의하면 전통의 동양 봄꽃인 행앵도리(杏櫻桃李)들과는 종(species)은 물론 속(genus)도 다르고 급(rank)도 다른 차이점이 있다는 것인데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사과나무는 북반부 온대지방 전 지역에서 자생하므로 유럽에서도 일찍부터 재배하여 왔다. 린네가 1753년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에는 주변에서 과수용으로 재배하는 사과나무를 배나무속으로 분류하여 Pyrus malus L.라는 학명을 부여하였다. 종소명 malus는 라틴어로 사과 즉 apple을 이르던 말이다. 아무래도 배나무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던지 이듬해 영국 식물학자인 Philip Miller (1691~1771)가 린네가 사용한 종소명 malus를 속명으로 한 새로운 속을 창설하였는데 그게 바로 현재의 사과나무속이다.

 

사과나무속 수종들의 일반적인 특성은 다음과 같다. 낙엽 반상록 교목 또는 관목으로서 통상 가시는 없다. 동아는 난형이고 인편은 복와상배열에 단엽 잎은 호생하며 거치가 있고 가끔 갈라지기도 한다. 신엽은 석권상 또는 대절상으로 나오며 잎자루가 있고 탁엽도 있다. 산형 총상화서이며 꽃잎은 근원형 또는 도란형이고 백색이거나 옅은 홍색 또는 홍색이다. 수술은 15~50개이며 꽃밥은 황색이고 수술대는 백색이다. 암술대는 3~5개이며 기부가 합생하고 털이 없으나 있는 경우도 있다. 자방은 하위이며 3~5실로 구성되고 매실마다 배주(胚珠)가 2개씩이다. 열매는 이과(梨果)로 통상 석세포가 없지만 소수의 종에는 석세포가 있다. 악편은 숙존하거나 탈락하고 자방벽은 연골질이며 3~5실로 구성되어 있고 매실 1~2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종피는 갈색 또는 근흑색이며 떡잎은 납작하고 볼록하다. 우리 일반인들은 사과나무와 배나무를 혼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초창기 식물학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과수원 재배용 사과와 배는 구분이 매우 쉬워도 열매가 작은 야생 꽃사과나무와 야생 배나무의 구분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꽃사과의 일종인 야광나무나 아그배나무의 경우 초창기에는 사과나무속과 배나무속 사이를 몇 번이나 오락가락하였다. 특히 아그배나무의 경우는 현재도 우리 이름이 배나무라고 되어 있다. 초창기에는 둘을 구분할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와 배나무의 차이점은 분명 있다. 배나무에는 석세포(石細胞)가 있고 주로 가시가 있으며 화주(花柱, 암술대) 기부가 이생(離生)하며 동아(冬芽)가 돌돌 말린 석권상(席卷狀)이고 수술은 최대 30개이다. 반면에 사과나무는 대부분 가시가 없고 동아가 기와장과 같은 복와상(覆瓦狀)으로 배열하며 수술이 최대 50개까지나 되고 화주의 기부가 합생(合生)하며 석세포는 대부분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래서 똑같이 작은 열매가 달려도 일부는 꽃사과나무라 하고 일부는 배나무라고 분류하는 것이다.

 

현대 사과나무의 조상 중 하나인 야광나무
현대 사과나무의 조상 중 하나인 유럽야생사과
현대 사과나무의 조상 중 하나인 코카서스사과 Malus orientalis
현대 사과나무의 조상 중 하나인 중국 신강야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