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사과나무속

1971 개아그배나무 - 이게 바로 서부해당(西府海棠)이다.

낙은재 2024. 5. 3. 08:20

서부해당 = 개아그배나무
서부해당 꽃이 이렇게 예쁘니 중국에서 해당사품 중 하나로 꼽는다.

 

 

개아그배나무는 학명 Malus micromalus Makino로 등록되어 있는데 그 정체가 혼란스럽다. 우선 학명부터 알아보자. 이 수종은 일본에 와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독일 식물학자인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가 1856년 중국해당화의 변종으로 파악하여 Malus spectabilis var. kaido Siebold라는 학명을 발표한다. 여기서 종소명 Kaido는 해당(海棠)의 일본발음 カイドウ(카이도우)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한참 후인 1873년에 독일 식물학자인 Theodor Wenzig(1824~1892)가 배나무속으로 분류한 능금나무의 변종으로 파악하여 Pyrus ringo var. kaido Wenz라는 학명을 발표한다. 그러다가 인도 식물학자인 Shiv Kanth Pande(1899~1960)가 이를 사과나무속으로 변경하여 1906년 Malus × kaido (Wenz.) Pardé라고 명명한 학명이 현재 국제적으로 사용된다. 이 수종은 오래 전 야광나무와 중국꽃사과나무의 자연적 또는 인위적 교잡에 의하여 탄생한 종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교잡종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한편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인 마키노 토미타로(牧野 富太郎, 1862~1957)가 1908년 작은 능금이라는 의미의 종소명을 써서 명명한 학명 Malus x micromalus Makino도 있는데 여태까지 우리는 이 학명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한중일 3국이 공히 그렇게 사용해 왔는데 최근에 인도학자가 명명한 것과 완전하게 동일한 종임이 밝혀졌는지 서양에서는 모두 선순위인 Malus × kaido라는 학명을 쓰기 시작하고 있어 우리도 조만간 수정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꽃사과의 일종인 이 수종을 식용 또는 관상용으로 재배하여 왔으며 관중평원(关中平原)의 서쪽인 서부(西府) 지금의 섬서성(陕西省) 보계시(宝鸡市)에서 많이 재배하였다고 서부해당(西府海棠)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중국에서는 이미 당나라 때부터 꽃사과나무를 해당(海棠)이라고 불렀다. 당나라 때 가탐(贾耽, 730~805)이라는 사람이 남긴 백화보(百花谱)에 “海棠为花中神仙(해당위화중신선) 色甚丽(색심려)” 즉 “해당은 화중 신선이며 색이 매우 아름답다.”라고 극찬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출처로 삼는다. 그리고 해당의 일종인 서부해당(西府海棠)이라는 명칭의 출전은 명나라의 저명한 원예학자인 왕상진(王象晋, 1561~1653)이 저술한 군방보(群芳譜)이다. 왕상진은 군방보에서 서부해당(西府海棠)을 수사해당(垂丝海棠)과 모과해당(木瓜海棠) 그리고 첩경해당(贴梗海棠)과 더불어 해당사품(海棠四品)으로 선정했다. 모과해당은 중국명자꽃을 말하고 첩경해당은 명자꽃을 말한다. 서부해당은 그 외에도 해홍(海红)이라는 이름과 소과해당(小果海棠이나 자모해당(子母海棠)이라고도 불린다. 해홍은 꽃과 열매가 붉기 때문이고 소과해당은 종소명 micromalus의 의역일 것이고 자모해당은 서부해당의 꽃말을 사향(思鄕) 즉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해석하여 객지에 나간 자식들에게 고향의 어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수사해당과 더불어 당명황이 양귀비를 비유하여 불렀다는 해어화(解語花)라는 별칭도 있다. 

 

중국에서 예시한 서부해당(좌)과 수사해당(우)

 

 

 

서부해당이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 1336~1573)에 도입되었다는 일본에서는 서부해당을 미카이도우(ミカイドウ)라고 즉 실해당(実海棠)이라고 부른다. 이는 수사해당(垂絲海棠)을 하나카이도우(ハナカイドウ) 즉 화해당(花海棠)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되는 명칭으로 전자는 꽃을 감상하고 후자는 열매도 감상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해당사품 중 수사해당이 서부해당보다 더 아름답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외에도 그냥 해당(海棠)이라고도 하고 이 수종이 맨 처음 규슈의 나가사키에 도입되었다고 나가사키린고(ナガサキリンゴ) 즉 장기임금(長崎林檎)이라고도 하는데 이 이름을 우리도 그대로 따라서 장기아그배나무라는 개아그배나무의 이명이 생겼다. 글쎄 일제강점기가 영원할 줄 알았나 어떻게 일본 최초의 도입 지역명이 우리에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중국 서부(西府)는 원산지의 이름이니까 나름대로 중요성이 있지만 말이다. 마치 우리나라 남부지방 자생종인 학명 Cornus macrophylla인 교목의 우리 이름을 일본 구마모토(熊野)의 지명에서 온 곰의말채나무라고 붙인 것과 맥을 같이 하는 황당한 이름이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해방 직후에 붙인 장기아그배나무라는 명칭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 광복 전에 그렇게 많이 불렀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우리 이름 개아그배나무는 정태현선생의 1943년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하는데 사실 이 수종은 아그배나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 왜 이렇게 붙였는지 이 또한 궁금하다. 서부해당은 야광나무와 중국해당화가 교잡되어 탄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야광나무와 중국해당화는 사과나무속에서 모두 진정사과나무조(Sect. Malus)로 분류되어 마가목사과나무조(Sect. Sorbomalus)로 분류되는 아그배나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부해당은 아그배나무에 비하여 꽃도 더 크고 아름답고 열매도 더 크기 때문에 개라는 접두사가 붙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여하튼 개아그배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발견된다고 우리 자생종이라고 국내서는 분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생종임을 외국에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내가 봐도 우선 우리나라는 야광나무는 자생하지만 중국해당화가 자생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들 둘의 교잡종이 탄생할 수가 있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제주도와 가까워 교류 가능성이 높은 규슈 나가사키로 맨 처음 도입되었다는 것으로 봐서는 나가사키에 도일 될 때 동시 또는 그 전후에 제주도에도 도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그런지 국립수목원 도감 개아그배나무 페이지에 가면 달랑 사진 한 장 올려져 있는데 그게 서부해당인지 뭔지 판별하기 어렵고 국내서 채집했다는 표본도 상당수가 서부해당과 거리가 먼 것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93년 중국에서 채집한 표본(좌)과 국내서 1909년 채집한 표본(우)인데 매우 비슷하다.
나가사키는 제주도와 가까운 지역이다.

 

 

사실 중국에서 거의 2천 년간 재배하던 해당(海棠)들을 식물분류학이 도입되자 여러 수종으로 분류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중국식물지에서도 서부해당(西府海棠) 란에 “这些种类来源于天然或人工杂交(저사종류래원우천영혹인공잡교) 形态变异很大(형태변이흔대) 不易区分(불이구분) 在我国果品名称中(재아국과품명칭중) 海棠的品种极为复杂(해당적품종극위복잡) 尚待研究统一(상대연구통일)”이라고 즉 “이 종은 자연교잡 또는 인공교잡에서 유래한 것으로 형태적 변이가 크고 구별이 쉽지 않은데 우리나라 과일수종 중 해당은 극히 복잡하여 연구를 통한 통일이 필요하다.”라고 토로하고 있다.

 

서부해당은 키가 2.5~5m인 거의 관목 수준의 소교목이고 곧게 직립으로 자라는 편이고 잎이 길고 좁은 편이며 기부가 쐐기형이고 거치가 예리하며 잎자루는 야광나무만큼은 아니더라도 2~3.5cm로 길다. 잎 뒷면과 꽃받침에 털이 있고 꽃은 지름이 4cm로 야광나무보다는 크며 색상이 흰색이 아닌 분홍색이다. 열매는 중국해당화와 야광나무의 중간 정도인 지름 1.5cm로 작은 편은 아니며 홍색이 기본이지만 변이가 있고 꽃자루와 열매자루는 중국해당화를 닮아서 2~3cm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열매의 기부 즉 꼭지부분은 야광나무를 닮아서 움푹 들어가고 배꼽부분 즉 끝의 꽃받침조각은 대부분 탈락하지만 일부는 중국해당화를 닮아서 남아 있으며 살짝 들어간다. 따라서 이런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어떤 수목원에서 어떤 명패를 달고 있더라도 서부해당 즉 개아그배나무가 아닌 것이다. 왜 이런 소리를 하냐 하면은 과거 홍릉수목원이던 홍릉숲에 지금도 개아그배나무라는 명판을 단 수종은 아무리 살펴봐도 서부해당(개아그배나무)과는 거리가 먼 수사해당을 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현재는 국립수목원에서 서부해당이라는 명칭을 아예 수사해당에다가 붙이고 있지 않는가? 국가기관이 이러니 일반인들이 갈팡질팡 헷갈릴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서부해당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대로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경우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서부해당의 열매는 꽃받침이 대부분 탈락하지만 일부가 남고 배꼽이 살짝 들어간다.
왼쪽은 홍릉수목원의 개아그배나무이고 오른쪽은 한라산의 제주아그배라무라는데 둘 다 서부해당의 모습과는 다르다.

 

 

이 수종은 중국 원산이지만 독일의사 지볼트에 의하여 1845년 최초로 일본에서 유럽으로 건너갔으며 그 후 1914년 식물채집가인 어네스트 윌슨에 의하여 다시 일본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인기가 높아서 너도나도 심었지만 1990년 이후 거의 사라져 이제는 수목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수종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서양에서는 그동안도 제대로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여 혼란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나마 개체수가 줄어 들어 더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서양인들에게 꽃사과나무 구분은 어려워 세계 유수의 수목원에서도 달린 이름표를 무조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천리포수목원 입구에도 자엽꽃사과나무와 아그배나무의 교잡으로 탄생한 원예품종인 Malus × moerlandsii 'profusion'에다가 꽃아그배 ‘프로퓨젼’이라는 명판을 붙여서 헷갈리지만 이건 개아그배나무 즉 서부해당과는 전혀 무관한 수종이다. 국내 미등록종인데 아그배나무의 혈통이 섞여 있기에 꽃아그배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보인다.

 

꽃아그배 ‘프로퓨젼’  Malus × moerlandsii 'profusion'  

 

 

 

등록명 : 개아그배나무

이    명 : 장기아그배나무 제주아그배나무

등록명 : Malus micromalus Makino

정    명 : Malus × kaido (Wenz.) Pardé

분    류 : 장미과 사과나무속 낙엽 소교목 교잡종

원산지 : 제주도, 중국

중국명 : 서부해당(西府海棠) 해홍(海红) 소과해당(小果海棠) 자모해당(子母海棠)

일본명 : ミカイドウ(実海棠) カイドウ(海棠) ナガサキリンゴ(長崎林檎)

영어명 : Kaido crab apple

수    고 :  2.5~5m

줄    기 : 직립성강 소지세약 원주형 눈시단유모 노시탈락 자홍색 암갈색 희소피공

동    아 : 난형 선단급첨 무모 변연융모 암자색

엽    편 : 장타원형 타원형

잎크기 : 5~10 x 2.5~5cm

잎모양 : 선단급첨 점첨 기부설형 근원형 변연첨예거치

잎면모 : 눈엽단유모 하면교밀 노시탈락

잎자루 : 2~3.5cm

탁    엽 : 막질 선상피침형 선단급첨 변연선치 근무모 조락

화    서 : 산형총상화서 4~7송이 소지정단 집생

화    경 : 2~3cm 눈시 장유모 축점탈락

포    편 : 막질 선상피침형 조락

꽃크기 : 지름 약4cm

꽃받침 : 악통외면 백색장융모밀생

악    편 : 선단급첨 점첨 전연 5~8mm 내면백색융모 외면 희소 악편악통 등장 혹 초장

화    판 : 근원형 장타원형 1.5cm 길이 기부단조 분홍색

수    술 : 20개  화사당단부등 비화판초단

화    주 : 5 기부융모 수술과 같은 길이

열    매 : 근구형 지름 1~1.5cm 홍색 악와 경와 균하함 악편다수 탈락 소수 숙존

화    기 : 4~5월

과    기 : 8~9월

내한성 : 영하 34도

 

 

서부해당 = 개아그배나무
서부해당 = 개아그배나무
서부해당 = 개아그배나무
서부해당 = 개아그배나무
서부해당 = 개아그배나무
서부해당 = 개아그배나무